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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발트해 케이블 끊은 中화물선, 러시아 정보기관 사주받았나? - 中화물선, 일부러 닻내리고 운항하며 발트해 케이블 손상 - 선박자동식별시스템 고의로 끈 中선박, 이유는? - 이펑3호 사건, 중국 해군이 개입됐다는 주장도 나와
  • 기사등록 2024-11-29 11: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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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화물선, 일부러 닻내리고 운항하며 발트해 케이블 손상]


발트해를 지나는 광섬유 해저 케이블 두 곳이 훼손된 사건에 대한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현재 이 케이블을 손상시킨 장본인이 바로 중국 화물선이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러시아 정보기관의 사주를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혹이 만약 사실이라면 중국과 러시아가 합작해 서방의 통신망을 공격하려 했다는 결론이 날 수 있어 파문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지난 17~18일 발트해에서 발생한 해저 광섬유 케이블 2개의 절단 사건이 당시 중국 화물선 ‘이펑(伊鵬) 3호’가 고의로 닻을 올리지 않고 운항하면서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는 유럽 당국의 수사결과가 나왔다”면서 “이펑 3호는 길이 225m에 폭이 32m인 화물선으로, 러시아산 비료를 적재하고, 지난 15일 러시아의 발트해 항구 유스트-루가를 출발했는데, 고의로 닻을 해저면에 끌면서 약 160㎞를 운항해 이 지역 나토(NATO) 국가들을 연결하는 2개의 케이블을 끊은 정황을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발트해 연안의 독일ㆍ스웨덴ㆍ덴마크 등 북유럽국가 수사기관의 한 고위 조사관은 WSJ에 “선장이 닻을 끌면서 몇 시간 동안 (선박의) 속력을 잃고, 케이블이 끊어지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고의성이 짙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경찰청도 이날 성명에서 “고의로 손상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범죄 분류는 방해 행위이지만 변경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선박 위치 정보를 표시하는 웹사이트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이 배는 지난 17~18일 발트해의 두 케이블이 각각 절단된 때 부근을 지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리투아니아와 스웨덴 코틀란드섬을 연결하는 218㎞ 길이의 ‘BCS 동서 인터링크’ 해저케이블과 핀란드 헬싱키와 독일 로스토크항을 연결하는 1200㎞ 길이의 ‘C-Lion1’ 해저케이블이 끊겼다.


이에 대해 WSJ은 유럽 수사당국의 고위 관리를 인용해 “유럽 국가들은 이 중국 화물선이 러시아 항구를 출발하기에 앞서 러시아 정보기관으로부터 해저 케이블에 대한 파괴 공작을 사주 받았는지를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발트해의 평균 수심은 55m인데, 유럽 당국은 이 해저 케이블 파괴가 유럽의 주요 인프라 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격의 일부로, 러시아가 배후 조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유럽 당국은 당초 선박의 출발지가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이었다는 점을 주목하며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독일과 핀란드 외무장관은 20일 공동성명을 통해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에 대한 의심을 즉시 불러일으키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스웨덴과 리투아니아 국방장관도 같은 날 “이런 상황들은 우리 주변에 대한 러시아의 증가하는 위협을 배경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밝혔다.


WSJ은 “사건을 일으킨 이펑 3호는 발트해에서 북해로 빠져나가기 직전에 나토 소속 발트해 국가들의 전함에 포위됐고, 이후 덴마크 해군 선박에 의해 발트해와 북해를 잇는 카테가트 해협에 강제 정선됐다”고 전했다.


WSJ은 이와 관련해 “국제해상법상 나토 선박이 이펑 3호를 나토 관할의 항구로 나포할 수는 없으나, 스웨덴과 독일 당국은 중국 저장성 닝보에 위치한 이펑 3호의 소유주 닝보 이펑해운과 협상해 이 선박에 접근하고 선원들을 신문할 권리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선박의 소유주인 ‘닝보 이펑 해운’은 조사에 협조 중이다. 중국 외교부는 “국제법에 따라 모든 국가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박자동식별시스템 고의로 끈 中선박, 이유는?]


그런데 이펑 3호가 발트해의 해저케이블을 고의로 절단한 것 같다는 유럽 당국의 수사 결과가 더욱 확신을 얻게 되는 것은 이펑 3호가 항해 도중에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을 끄고 운항했다는 점이다.


이 선박을 추적한 나토의 정보에 따르면, 이펑 3호는 현지시간 17일 밤 9시 발트해의 스웨덴 영해에 진입해 닻을 내리고 운항해 첫 번째 케이블(스웨덴~리투아니아)을 끊었고, 닻이 내려져 속도가 매우 떨어진 상태로 178 ㎞를 더 나아가 다음날 오전 3시쯤 두 번째 해저 케이블(핀란드~독일)을 끊었다. 눈여겨볼 것은 바로 그러한 사고 시간대에 이펑 3호의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운항 데이터를 기록하고 송수신하는 트랜스폰더가 꺼져 있었다는 점이다.


이후 운항 경로도 미심쩍기 짝이 없다. 이후에 이펑 3호는 지그재그로 운항하면서 닻을 올렸고 운항을 계속했다. 그러자 수상함을 감지한 덴마크 해군 선박이 추적했고, 북해로 빠져나가기 직전에 이 선박을 나포했다. 유럽 수사당국의 조사에서는 이펑 3호의 선체와 닻의 모양이 닻이 해저면에 끌리면서 케이블을 절단할 때 발생하는 훼손 상태와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 경찰도 순찰선인 밤베르크호를 보내 수중 드론으로 사건 현장을 조사했고, 스웨덴과 덴마크 선박은 해저 상황을 조사했다. 스웨덴까지 이번 조사에 나서게 된 것은 스웨덴이 핀란드와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립국 입장을 포기하고 각각 작년 4월과 올해 3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정식 멤버로 가입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토 회원국의 일원으로 이번 조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전형적인 사보타주, 배후에 러시아?]


중국 선적의 이펑호가 발트해의 해저 케이블 절단을 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마자 유럽 당국은 곧바로 이번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의심했다.


작년 2월 네덜란드 정보당국은 “러시아의 첩보선이 북해 일대의 가스관과 풍력 발전소 등 인프라 시설을 은밀하게 파악하면서 사보타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중국 화물선은 작년 10월에도 닻을 내리고 항해해,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잇는 해저 가스관과 케이블을 훼손한 적이 있다. 두 나라는 당시 홍콩에 선적을 둔 이 ‘뉴뉴폴라베어(Newnew Polar Bear)’ 화물선의 운항 경로가 가스관과 케이블 파손 시점 및 장소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당시엔 이 사고가 우발적인지, 고의에 의한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펑 3호와 작년의 뉴뉴폴라베어호는 모두 러시아 항구를 출발했다.


이 때문에 유럽 관계 당국은 이 사건 수사 결과가 미칠 파장을 고려해 최대한 신중하게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기는 하지만, 러시아 정보기관이 배후에 있다는 심증은 더 굳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사건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 국가들을 겨냥한 '사보타주'(파괴 공작)이자 '하이브리드 전술'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스웨덴과 리투아니아는 국방장관 공동성명을 통해 “이런 상황들은 우리 주변에 대한 러시아의 증가하는 위협을 배경으로 평가돼야 한다”며 “여기에는 유럽에서 '하이브리드' 활동이 증가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도 “이 케이블이 우연히 절단됐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이 사건은 러시아에 의한 하이브리드 행위이자 사보타주로 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하이브리드 전술이란 전통적인 군사작전뿐 아니라 비군사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전쟁 전략으로, 사이버테러·정보전·기반 시설에 대한 사보타주(파괴 공작) 등을 포함한다.


사실 그동안 서방국들은 러시아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막으려고 이런 하이브리드 전술을 구사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해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폴란드 외무장관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국가에 대한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활동이 그 다양성과 규모 면에서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심각한 안보 위협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이펑3호 사건, 중국 해군이 개입됐다는 주장도 나와]


한편, 스웨덴에서 수년간 거주했으며 현재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 문제 전문가 우원신(吳文信)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사건은 절대 사고가 아니다”면서 “이펑 3호가 대외적으로는 민간회사 선박 소속으로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중국 해군의 지침을 받는 선박일 것”이라고 단정했다.


우원신은 이어 “남중국해에서 도발을 일삼는 상당한 수의 선박들도 민간 선박을 자처하지만 사실은 중국 해군의 지휘를 받는 회색지대 안의 선박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금 유럽 각국들은 중국 공산당의 사악함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독일계 시사 평론가인 청시광도 RFA에 “이 사건이 유럽 국가들에게 충격을 주었지만 대만인들에게는 이것이 중국 공산당의 통상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면서 “중국 공산당은 기술적인 수준에서 그러한 작전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의혹 제기에 대해 러시아는 발끈하고 나섰다. 크렘린궁은 러시아 배후설에 대해 “터무니없고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WSJ에 밝혔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중국은 국제법에 따라 국제 해저 케이블과 기타 인프라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국가와 협력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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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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