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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화폐가치 4분의 1 토막나고 곡물가는 폭등, 북한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나? - 연초대비 1/4 토막난 화폐가치, 사재기로 물가는 급등 - 北 곡물가 또 폭등…평양·신의주 등서 일제히 8000원 넘어 - 북한, '자본주의적 요소'에 맞서 시장 단속 명령
  • 기사등록 2024-11-29 0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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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대비 1/4 토막난 화폐가치, 사재기로 물가는 급등]


올해들어 북한에 ‘화폐교환’ 단행이 준비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사재기로 물가도 급등하고 있고, 연초대비 화폐가치도 4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최악의 경제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곡물가도 폭등하면서 역대 최고 가격을 갱신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분위기다.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은 27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부에서는 자국 통화 가치가 년초에 비해 4분의 1수준으로 대폭락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경제정책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강한 불만과 불안 심리가 통화가치 폭락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실제로 북한 내부에서 입수한 문건을 근거로 “김정은 정권은 내부 문서에서 환율 안정을 저해하는 모든 세력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원화 급락에 대한 위기감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고 밝혔다.


마이니치는 “지난 10월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문건에는 ‘환율 안정을 저해하는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치안을 담당하는 기관에서 중국 돈 수천 위안을 암거래로 북한 돈으로 바꾼 사례들이 있는데, 이러한 것들은 ‘용납할 수 없는 역적 행위’나 다름없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실제로 달러 대비 북한의 원화가치는 연초에 8000원 수준이었는데, 여름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1달러=1만6000원 수준에 이르렀다가 지난 10월 들어선 1만8000원까지 하락했고, 급기야 북한 화폐 가치가 지난 20일 기준 3만2000원까지 주저앉았다. 연초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까지 폭락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전문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과거엔 노점에서 두부 한 모 사는데도 위안화와 달러로 거래했을 정도로 외화 사용은 일반적이었지만, 2019년경부터 규제가 강해졌다”면서 “올해 4월 말에는 사회안전성(경찰청에 해당) 명의로 개인과 기업이 외화를 사용하면 전액 몰수한다는 강한 경고가 통지됐는데, 실제로 외화를 취급하는 환전상에게 교화(징역) 2년이 부과됐다는 보고가 최근 전해지는 등 일반 주민의 외화 사용은 완전히 위축돼 버렸다”고 전했다.


아시아프레스는 “이러한 외환 거래 단속 강화로 시장이 완전히 위축되었고, 외환이 부족하다보니 북한 원화의 가치도 폭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들어 북한이 외화를 벌어들일 창구들이 속속 막히면서 북한 내부에서 달러는 물론이고 심지어 위안화 보는 것도 어려워진 것이 지금의 현실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내부에 화폐개혁설이 나돌면서 북한화의 가치는 더욱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마이니치는 “지난 9월 ‘연내에 화폐 개혁이 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는 혐의로 주민이 총살형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면서 “2009년 북한이 실시한 화폐개혁으로 구권이 사실상 휴짓조각이 돼 북한 주민들이 곤란을 겪었던 경험이 있는 만큼, 화폐 개혁설에 대해 북한 당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프레스는 “'화폐교환(새 원화로 교체)'으로 현 통화를 사용할 수 없게 될 거라는 의심으로 인해 현물 사재기와 중국 위안, 미국 달러 등의 외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해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프레스는 이어 “'화폐교환이 있는 것 같다'라는 정보는 10월 말경부터 갑자기 퍼지기 시작했다”면서 “당국은 '화폐교환'을 유언비어라 부정하고 있지만, 주민 사이에서 불안과 혼란이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니치는 또한 “코로나 19로 닫혔던 국경이 열린 것도 북한 원화가치 하락의 또 다른 원인”이라면서 “북·중 무역이 재개되면서 북한 주민들이 전보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기대했지만, 화폐 개혁설이 나돌면서 북한 주민들이 달러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무역 재개 과정에서 외화 수요가 늘어난 데다 북한 주민들의 심리까지 더해지며 화폐 가치 폭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마이니치는 이와 함께 “주민의 불안감과 불만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는 북한 주민 증언을 인용해 “지난 9월 이후 화학 공장 등에서 의도적인 폭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는데, 80대 남성이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면서 “주민들이 생활을 위해 계속해온 '소규모 비즈니스'를 엄격히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이런 조치에 대한 불만이 퍼진 것이 주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악화시킨 측면도 있다”고 풀이했다.


[北 곡물가 또 폭등…평양·신의주 등서 일제히 8000원 넘어]


이런 가운데 가을걷이가 완료된 시점에 곡물가가 폭등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데일리NK 영문판은 27일, “북한 식량 가격이 또다시 치솟으면서 역대 최고 가격을 경신했다”면서 “내부에서는 물가 상승으로 생활난을 겪는 주민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 결과 지난 24일 기준 북한 주요 대도시의 시장 쌀 가격이 일제히 8000원을 넘어섰다. 실제로 평양과 평안북도 신의주, 양강도 혜산 시장의 쌀 1kg 가격은 각각 북한 돈 8000원, 8100원, 8200원으로 나타나 2주 전인 지난 10일 조사 때보다 각각 6.7%, 7.3%, 6.5% 상승했다. 데일리NK는 이에 대해 “이는 자체적으로 북한 시장 물가 조사를 시작한 2009년 이래 가장 높은 가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데일리NK는 “북한 시장 쌀 가격은 한 달 전인 지난달 27일 7000원대로 올라서 한 달가량 유지되는 모습을 보였다가 이번에 또다시 가격이 치솟으면서 8000원대를 웃돌았다”면서 “이런 가운데 북한 저소득층의 주식인 강냉이(옥수수) 가격은 쌀보다 상승폭이 훨씬 큰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데일리NK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24일 혜산의 한 시장에서 옥수수 1kg은 북한 돈 4100원에 거래돼 역대 가장 높은 거래가를 기록했다. 2주 전인 지난 10일보다 17.1% 상승한 것이다.


혜산 시장에서 옥수수 가격이 4000원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21년 6월 말 이후 처음이다. 당시 양강도에서 코로나 의심 동향이 나타나면서 지역 봉쇄가 이뤄졌고, 이에 혜산 시장의 쌀과 옥수수 가격이 이례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2배 가까이 상승한 바 있다. 봉쇄 이후에 곡물 유통이 정상화되면서는 가격이 다른 지역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데일리NK는 이어 “지난 24일 신의주의 한 시장에서도 옥수수 1kg이 4000원에 거래돼 직전 조사 때보다 17.6%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신의주 시장의 옥수수 가격이 4000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데일리NK는 이에 대해 “이렇게 북한 시장에서 곡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현재 쌀 가격은 올 초 가격보다 63.9%, 옥수수는 70.7% 상승한 상태”라면서 “예년에는 가을걷이 완료 시점에 시장 곡물 가격이 다소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에 현재 절기에 곡물 가격 폭등은 이례적인 일이며, 특히 연초 가격과 가을걷이 완료 시점 가격 차이가 이렇게 크게 나타난 적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왜 이렇게 곡물 가격이 급등했을까? 이에 대해 데일리NK는 “북한 시장의 곡물 가격 폭등은 추수가 마무리된 후 양곡판매소 등 국가 기관이 쌀 수매를 선점하면서 시장으로 들어가는 공급량이 감소한 데다 환율이 크게 상승하면서 북한 시장에서 달러나 위안으로 쌀이나 옥수수 등 식량을 구매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짚었다.


데일리NK에 따르면 실제로 북한 시장에서 달러나 위안의 가치가 상승하고 북한 내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시장에서 북한 돈을 받지 않으려는 상인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외화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상인들은 거스름돈이 없다는 이유로 내화 결제를 거부하기도 하고 내화로 받을 때는 현재 환율보다 높은 가격으로 상품을 팔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상인들이 내화 결제를 꺼리고 있어 과거 내화로만 판매하던 국산 농산품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데일리NK의 진단이다.


데일리NK는 나아가 “더욱이 북한 내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환전을 할 때도 북한 내화를 달러나 위안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쌀 같은 현물을 외화로 바꾸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로써 곡물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북한 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데일리NK에 “환율 상승으로 내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북한 돈보다 쌀이나 옥수수 같은 현물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곡물 수요는 높아졌는데 현물이 부족해지면서 곡물값이 계속 상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북한 시장에서 곡물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내화 가치 하락 및 환율 상승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올해 농사가 잘되고, 농업생산량이 조금 늘었다고 해도 식량 가격 안정화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자본주의적 요소'에 맞서 시장 단속 명령]


상황이 이러함에도 북한 당국은 지금 북한 내부에서 펼쳐지는 화폐가치 추락, 물가 및 곡물가 급등이 시장에 파고든 자본주의의 영향이라면서 강력한 단속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NK 영문판은 27일,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자본주의 영향력의 확산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며 공무원들에게 시장을 단속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지방인민위원회는 11월 12일 지방 전역의 시, 군, 상무부서와 부문의 시장 관리자와 공무원을 대상으로 회의를 열고, 대형도매시장뿐만 아니라 소규모 시장에서도 불법적인 자본주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관계 당국이 즉각 단속 조치를 취해 이런 관행을 단속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사실 지금의 경제 상황이 오로지 김정은의 잘못된 지도노선 떄문에 빚어진 일임에도 북한 당국은 그러한 책임을 인민들의 자본주의 성향에 돌리면서 강압적 정책과 공포 분위기로 회피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그렇게 인민들을 압박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데 있다. 그러면 그럴수록 시장은 더욱 숨게 되고 인민들은 먹고살기 위해 비공식적 거래들로 방향을 전환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 피해는 더욱 악화된 경제상황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결국은 김정은이 문제인데, 북한의 극악무도한 지도체제를 언제까지 바라보고만 있어야 할까? 그저 안타깝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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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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