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한국, 우크라에 살상무기 지원 시 관계 단절” 위협]
러시아가 한국 정부를 향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경우, 양국 관계가 완전히 단절될 것이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러시아가 그만큼 한국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고 또한 두려움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러시아의 타스통신은 25일,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부 차관이 한국 정부에서 지원하는 살상 무기가 러시아 시민을 죽이는 데 사용될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루덴코 차관은 (만약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한다면) 우리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며 우리의 대응 방식이 한국 안보를 강화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루덴코는 또한 이어 "한국 정부가 단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외부의 유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국익을 우선으로 고려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루덴코의 한국을 향한 경고는 이번이 처음 아니다. 지난 15일에도 루덴코는 “한국의 최근 대북 조치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로 인식될 수 있다”면서 북한이 국경 지역 도로와 철길을 폭파하며 완전한 단절을 선언한 것에 대한 책임을 한국에 전가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루덴코 차관은 이날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한국이 한 행동들은 한반도 안정을 해치고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도발 행동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는 위험한 전개로 이제 멈춰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최근 북한이 남한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전적으로 북한 입장에서 한국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며, 또한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하며 긴장감을 높이는 일들마저 러시아는 연일 북한을 옹호하며 한국에 공세를 높이고 있다.
이뿐 아니라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무인기 사건을 언급하면서 “북한에 대한 주권 침해이자 내정간섭”이라며 북한의 주장에 동조했다.
이런 가운데 루덴코 차관은 푸틴과 김정은 사이에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의 조항을 언급하면서 “한반도에 분쟁이 발생하면 러시아는 북한에 군사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기도 했다.
이 조약 제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상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루덴코 차관은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침략 행위가 일어나면 북한 법률에 따라 필요한 모든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이태큼스, 스톰섀도우에 이어 타우러스를 원하는 우크라]
최근 미국이 장거리미사일인 에이태큼스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하고 뒤이어 영국의 스톰섀도우까지 러시아 본토를 향하면서 러시아의 300여개에 달하는 군사기지들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 표적으로 노출되면서 러시아는 급당황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는 신형 IRBM까지 무리하게 발사하면서 더 이상 서방진영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겨냥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지만, 푸틴이 비장의 무기로 꺼내든 그 IRBM마저 성능이 신통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또다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의한 장거리미사일들이 언제 어디로 날아들지 고민하는 신세가 됐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현지매체인 키이우인디팬던트는 23일(현지시간) 독일 빌트를 인용해 “지난 21일 발사된 오레시니크 미사일이 상당한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의회 국방정보위원장인 로만 코스텐코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공습으로 생긴 구덩이는 약 1.5m에 불과하고 다른 피해도 없었다”면서 “이 정도 규모의 폭발은 2파운드(약 900g) 정도의 폭발물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일 미사일이 정말로 빈 채로 발사됐다면, 전적으로 보여주기식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공습 영상을 보면 한번에 여섯발씩 탄두가 낙하하는 섬광이 보이지만, 폭발 장면이 목격되지는 않았다.
결국 러시아가 발사한 신형 IRBM은 실제 폭발물이나 탄두가 없었으며 핵탄두의 모양을 모방하기 위한 대체물만 장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군사 분석가 율리안 뢰케는 “이것은 군사적 행동이 아니라 선전 및 정치적 행동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사일에는 핵탄두도 폭발물도 없었다. 그래서 피해가 그렇게 미미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텔레그래프 역시 비슷한 추정을 내놨다. 매체는 안드레이 바클리츠키 유엔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수석연구원을 인용해 “여러 개의 탄두를 방어하는 것이 더 어렵지만 각 탄두의 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폭발 규모가 작아 보이는 것에 대해선 “탄두에 탑재된 탑재물이 작거나 전혀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런데 눈여겨볼 점은 러시아의 푸틴이 이렇게 허세에 가까운 IRBM을 발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그만큼 우크라이나에 의한 장거리미사일이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스톰섀도우와 에이태큼스의 효과를 맛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독일을 향해 타우러스 미사일을 제공해 달라고 간청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러시아의) 핵무기 발언 이후 독일도 상응하는 결정을 지지해야 할 때”라며 독일 타우러스 미사일 지원도 촉구했다.
그런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타우러스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사거리 때문이다. 에이태큼스의 사거리가 300km이고 수출용 스톰섀도우는 250km이다. 반면 독일의 타우러스는 500km에 달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우크라이나가 타우러스를 손에 쥘 수 있다면 그만큼 러시아의 핵심 군사기지 타격 범위가 넓어지고 이젠 쿠르스크 지역을 잘 활용한다면 모스크바까지 직접 겨냥할 수도 있다는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비축량도 관건이다. 미국산 에이태큼스의 재고도 우크라이나는 수십발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스톰섀도우 역시 그렇게 재고가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영국이 얼마나 추가로 지원할지의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프랑스가 스톰섀도우와 똑같은 스칼프 미사일을 제공한다면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BBC는 “우크라이나에는 스톰섀도우가 많지 않고 영국도 줄 수 있는 게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가 희망을 갖는 것이 타우러스 미사일인데 특히 타우러스의 메피스토 지능형 탄두 시스템은 설정된 시간이 지나면 폭발하는 기존 탄두와 달리 여러 층의 물질을 관통할 수 있고, 탄두를 작동시키는 신관(fuze)이 최적 지점에서 폭발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교량, 벙커 같은 구조물에 최대 피해를 줄 수 있다. 또 스텔스 기술과 설계 덕분에 50미터까지 낮게 비행할 수 있어 대부분의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한국·스페인이 타우러스를 보유하고 있다. 주문 규모에 따라 한 대 당 약 150만 유로(약 22억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가 가장 두려워하는 한국의 살상무기는 ‘현무’]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눈독을 들이는 무기가 바로 한국의 현무 미사일이다. 그런데 바로 그 현무를 러시아 입장에서는 절대적으로 우크라이나 손에 넘어가서는 안될 무기로 찍고 있다. 그만큼 위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일 국군의날에 ‘괴물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 탄도미사일이 처음 공개됐다. 탄두 무게가 8t인 현무-5는 세계에서 탄두 무게가 가장 무거운 미사일로, 유사시 지하 100m 깊이의 지하 벙커에 은신한 북한 지휘부와 핵시설을 타격하기 위한 미사일이다.
이런 현무를 중국도 긴장하며 바라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사거리와 파괴능력 때문이다. 현무-5는 8t 탄두를 장착했을 때는 사거리가 300㎞이지만, 탄두 무게를 1~2t으로 줄이면 사거리가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수준인 3000~5500km로 늘어난다. 이 정도면 중국 영토의 절반 이상이 현무-5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그래서 중국 매체들은 현무-5가 사실상 중거리미사일이라면서 위기의식을 표출한 것이다.
현무-5가 더 위력적인 것은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동일한 쌍뿔형 탄두를 채택해 종말 단계에서 변칙 기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방공망으로 요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 중국이 두려워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일본을 비롯한 필리핀 등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을 해 왔는데, 한국은 미국의 미사일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개발한 현무-5가 바로 사실상 중거리미사일이라는데 경악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방공망도 변변치 않은 북한을 상대로 현무-5같은 미사일이 필요치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현무-5를 개발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까지 하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 인민해방군 대교(大校·우리의 준장급) 출신인 관영 CCTV 군사평론가 두원룽(杜文龍)은 “대형 미사일을 9축 이동식 발사 차량에 실어 수송과 발사, 보관을 일체화하는 건 전형적인 장거리 미사일의 수송, 발사 방식”이라면서 “북한에 대한 대량응징을 넘어 중국 동부 연안과 러시아 극동 지역까지 타격할 능력을 갖추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전략적 틀 안에서 지원을 받으며 아시아판 나토 같은 체제를 구축하려는 목표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런 현무-5가 만약 우크라이나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면 그때부터 러시아는 당장 크렘린궁부터 곧바로 타격대상이 될 수 있고, 그 파괴력을 과연 러시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하는 위기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무-5의 성능을 따져 봤을 때 과연 러시아 방공망으로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까지 든다. 그러니 러시아가 한국을 향해 제발 우크라이나에 그러한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고 있다고 봐도 좋다. 그런 표현을 러시아 외무부는 겁박하듯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 정부는 아직 러시아에 살상무기 지원을 공식적으로 거론한 적이 없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월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인도주의·경제적 지원을 주로 해왔으나 북한이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지원 방식을 바꿔나갈 것이며 만약 무기 지원을 한다면 방어무기부터 우선 고려하고 있다”고 했을 뿐이다.
결국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현무-5까지는 아니더라도 현무-4 몇 기만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게 된다면 이는 그야말로 에이태큼스나 스톰섀도우와는 차원이 다른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러시아가 한국을 주목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러시아를 향해 북한에 한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북한에 넘겨줄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