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만난 시진핑, “中 레드라인, 美에 의한 정권교체 추진”]
지난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간 충돌 위험성을 이야기하면서 중국이 가장 경계하는 최종 레드라인은 미국에 의한 정권교체라고 밝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동안 중국이 내세우는 레드라인 1호는 대만 문제인 듯 보였지만 이번 시진핑의 강력한 경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 시진핑 정권의 교체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 바이든을 통해 트럼프에게 경고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만난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정권에서 중국의 정권교체를 추진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날렸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SCMP는 “지난 16일 페루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하는 가운데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핵심 입장과 기대치, 그리고 분명한 가드레일을 제시했다”면서 “시진핑은 미국이 결코 도전해서는 안될 과제(레드라인)로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 그리고 ’중국의 길과 체제‘ 문제라고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SCMP는 이에 대해 “시진핑의 이러한 메시지는 매파로 가득찬 트럼프 2기 내각의 외교안보팀이 중국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사전에 경고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공산당 간부 양성기관인 중앙당교의 학습시보 부편집장이었던 덩위웬은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팀에게 중국을 미국이 바라는 민주주의 체제로 변화시키려 하거나 공산당의 권력 장악력을 약화시키려는 어떠한 움직임도 시도해서는 안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미국이 만약 중국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다면 중국은 반드시 보복할 것이며, 동시에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것이라 경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난징대의 주펑 국제학부 학장도 “중국이 미국 정치인들에게 양국 정치 체제의 차이를 중국 억압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전달하고 있다”면서 “이는 인권과 이데올로기 같은 문제를 중국을 공격하기 위한 도구로 정당화해서는 결코 안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펑 교수는 이어 “트럼프의 매파적 내각 인선자들이 그동안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피력함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얻었을지 모르지만, 그러한 대중 강경 입장이 경쟁과 협력이 모두 필요한 미중관계에서 표출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SCMP는 이와 관련해 “트럼프는 국무장관에 마르코 루비오, 국가 안보보좌관에 마이크 왈츠 등 중국과 공산당에 대한 주요 비판자들을 주요 내각 직책에 지명하면서 미중 관계가 트럼프의 첫 임기 말처럼 대립적인 관계가 될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중국은 트럼프 정권과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SCMP에 따르면 트럼프 1기 4년간 미중관계는 극적으로 악회되는 시기였다. 그때부터 무역전쟁이 본격화되었으며,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미중간 충돌은 극에 달했었다. 이러한 미중간 충돌은 트럼프 2기에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1기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020년 7월 한 연설에서 중국 시민들에게 중국 정부의 ’행동 변화‘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면서 ’중국 공산당의 패권 설계‘에 맞서기 위해 ’새로운 민주주의 동맹‘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은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영사관 폐쇄를 명령한 지 불과 며칠 후였다. 그만큼 미중간 충돌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중국에서는 한마디로 중국의 체제 변화를 통한 공산당 정권의 전복을 미국이 시도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해 말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이민법에 대한 지침을 발표하면서 공산당원이 미국에서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으며, 나중에 당원과 그 가족에 대한 비자 제한을 부과했다. 이러한 조치 역시 미국이 중국에서의 색깔 혁명 또는 정치 체제의 변혁을 촉진하려는 시도로 간주했으며 당연히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SCMP는 이에 대해 “공산당 통치에 대해 미국이 잠재적 위협을 시도할 수 있다는 중국의 우려는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오래 전 동구권 국가의 체제변화를 위해 서구 이데올로기의 확산을 시도했던 것을 중국 공산당은 잊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중국의 정치체제를 변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민주적 가치‘를 외교의 중심으로 삼으면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맞서려는 그러한 시도 자체가 중국의 존립 기반을 흔들려는 시도로 중국은 인식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시진핑 주석은 퇴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트럼프의 새 정부에 중국의 우려를 분명히 전달하여 미중간 관계가 앞으로도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레드라인에 민감한 중국, “체제 비판은 정권 전복 시도“]
사실 중국이 미중관계에서 ’레드라인‘을 언급한 것이 이번이 처음 아니다. 지난 8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미국이 중국의 레드라인을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했다.
또한 지난 2022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바이든을 만났을 때도 시진핑은 오늘날 세계를 특징짓는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내러티브의 사용을 거부하면서 그러한 용어의 사용 자체가 중국의 체제를 흔들려는 시도로 판단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당시 시진핑은 “미국에 미국식 민주주의가 있듯이 중국에는 중국식 민주주의가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강한 반감을 표시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지난 2021년 미국 고위 관리와의 회담에서 양국 관계에 대한 ’세 가지 결론‘을 도출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미국은 중국 특색을 가진 사회주의의 길과 체제에 도전하거나 비방하거나 전복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중국의 레드라인 압박은 트럼프 정부의 반발 초래할 수도]
이에 대해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정치학 부교수인 종 자 이안은 “트럼프와 그의 행정부가 중국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위협으로 간주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와 미국은 위협으로 간주되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 초기에 (미중) 관계가 마찰을 빚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종 자 이안 교수는 이어 “중국은 계속해서 인권과 민주주의의 ’중국식 재정의‘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에 대한 도전을 중국 정치 체제에 대한 잠재적 간섭으로 간주하고 있다”면서 “시진핑 주석이 이렇게 미국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더 이상 중국의 체제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 스팀슨 센터의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이자 동아시아 프로그램 공동 책임자인 윤 선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이 강조하는 레드라인을 신성하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은 레드라인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지만 미국은 중국의 그러한 설정으로 인해 자신들의 외교정책이 제한 받아서는 안 된다고 판단할 것”이라 말했다. 한마디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입박에도 불구하고 자기 갈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윤 선은 이어 “중국이 강조하는 레드라인은 오히려 미국의 근본적인 국가이익과 맞닿아 있다”면서 “국가 이익의 충돌은 한 쪽이 일방적으로 다른 쪽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선언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제2의 레드라인으로 대만문제 언급했던 시진핑]
시진핑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또 하나의 레드라인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대만을 필요하면 무력으로 통일할 수 있는 중국의 일부로 보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는 대만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지만, 미국은 자치 섬을 무력으로 점령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반대하며 무기를 공급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대만을 점령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강력하게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레드라인이기도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도 중국을 향한 레드라인이라는 점에서 미중간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가 두려운 중국, 레드라인 말했지만 사실은 두렵다]
사실 그동안 중국은 미국 등 서방진영을 향해 4개의 레드라인을 고수해 왔다. 대만 문제, 중국의 민주주의, 인권, 그리고 중국의 발전권이 그것인데 이중에서 대만 문제는 그동안 중국이 줄곧 제1의 레드라인으로 내세워왔던 핵심 어젠다였지만, 트럼프 2기 정권을 맞이하는 중국은 그 제1 레드라인을 중국의 체제변혁으로 바꿨다. 이른바 중국식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 등을 합친 중국 공산당의 전복을 트럼프 2기에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그러한 레드라인을 시진핑 주석이 퇴임하는 바이든을 통해 트럼프에게 경고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어쩌면 시진핑은 트럼프와의 대면 회담에서 그러한 말을 꺼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트럼프 당선인이 강력한 반격을 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핑은 바이든을 만난 자리에서 편하게 중국의 레드라인을 꺼냈을 것이다.
이는 그만큼 시진핑 주석이 중국 공산당 정권의 전복, 곧 체제 변경에 대해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사실 중국 경제의 침몰, 그리고 최근들어 커지는 중국내 사회 불안과도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시진핑의 두려움은 트럼프 2기 내내 가득할 것이다. 남은 것은 트럼프 당선인의 태도다. 그러나 시진핑의 그러한 레드라인 발언에 트럼프 당선인이 움츠려들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기에 시진핑의 고민이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