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시진핑이 바라는대로 제2의 키신저가 될 수 있을까?]
트럼프 2기에 있어서 일론 머스크의 역할이 과연 어디까지 확장될지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깊이 신뢰한다는 이유로 머스크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 테슬라 공장을 둔 머스크가 과연 중국 정책에도 개입할 수 있을지가 큰 관심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15일, “머스크가 중국의 희망대로 제2의 키신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2기 출범에 있어서 정치적 영향력이 급상승하고 있다”면서 “머스크와 중국 정부와의 관계는 미중 관계에서 향후 그의 역할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켰으며, 일각에서는 그가 중국이 원하는 제2의 '키신저'가 될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최측근으로 급부상하면서 기존 측근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정도로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있고 또 무소불위로 활약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NBC는 14일,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 사이에서 '머스크 CEO의 행동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라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할 정도다. 대선 이후 집에도 가지 않고 트럼프 당선인의 마라라고 리조트 등 지근거리에 머물면서 측근 그룹의 정권 인수작업에도 참견하는 등 영역을 침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익명을 요구한 한 측근은 NBC에 “머스크는 마치 자신이 '공동 대통령'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그런 대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에 크게 공헌한 머스크에게 차기 행정부의 비공식 조직인 '정부효율부' 수장 자리를 맡겼다. 그러나 머스크는 연방 정부의 효율성 제고와 예산 절감 등의 영역 외에도 모든 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 머스크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은 전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사업체 경영도 제쳐놓고 선거운동을 도운 뒤에도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는 취지에서다.
그런데 앞으로 더욱 문제가 될 소지가 많은 분야가 바로 트럼프 2기의 외교정책이다. 사실 외교는 머스크의 전문 분야도 아니다. 그런데 벌써 최근 이란 측을 만나 양국의 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 “머스크가 지난 11일 뉴욕에서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를 1시간 넘게 만났다”면서 “이라바니 대사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거론하며 머스크가 재무부로부터 제재 면제를 받아 그의 사업 일부를 이란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 만남도 이란측이 아닌 머스크가 먼저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트럼프 당선인과의 밀착을 과시하며 '실세' 입지를 굳히고 있는 머스크가 차기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이란은 그동안 트럼프 당선인과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왔다.
앞서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승리 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할 때도 배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다.
머스크가 2022년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소통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도 나왔다. 다만 러시아는 "가짜정보"라며 해당 보도를 일축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머스크의 외교적 행동이 트럼프 당선인과의 교감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머스크 독자적 행동인지의 여부다. 특히 이란 대사와의 만남이 만약 트럼프 당선인과의 교감이 아닌 상태에서 진행된 것이라면 머스크가 자신의 영역을 한참 넘어섰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만면에 미소를 짓는 이가 있다. 바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다. 머스크가 ‘제2의 키신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11월 타계한 헨리 키신저는 지난 1971년 베이징을 방문한 이후 미중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키신저는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비공식 외교사절로서 중국 지도자들을 계속 만나 미중 양국의 외교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었다. 특히 시진핑 주석과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키신저의 사망 이후 미중관계 활성화를 조련해 줄 비공식적 인물이 없어 애를 태우던 중국의 시진핑 주석에게 머스크는 사실 구세주와 같은 존재라고 아니할 수 없다. 최근까지만 해도 중국 정부는 ‘제2의 키신저’가 될만한 인물을 찾고 있었고, 실제로 그러한 노력들을 중국과 미국의 싱크탱크들을 통해 수배하기도 했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면서 강경한 대 중국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우려가 중국 내에서 터져나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주석이 믿는 구석이 있는데 바로 머스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CSIS의 선임 고문이자 중국 비즈니스 및 경제 디렉터 프로그램 책임자인 스콧 케네디는 미국 경제매체 CNBC에 “지난 몇 달 동안 중국에서는 머스크가 새로운 키신저가 되어 미국과 중국 간의 거래를 중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널리 퍼져 있다”고 VOA에 말했다.
전략 컨설팅 회사인 유라시아 그룹의 설립자 이안 브레머도 WSJ과의 인터뷰에서 “균형잡힌 미중관계를 위해 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일론 머스크의 역할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머스크는 미중간 기술 디커플링에도 분명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실제로 머스크는 지난해 중국 방문 당시 중국 관리들에게 미국의 디커플링 정책이 잘못됐다며 비판한 적이 있다. 이는 트럼프 2기의 대 중국 정책과도 전면 대치된다.
이와 관련해 영국 왕립합동국방안보연구소(RUSI)의 부연구원이자 중국 외교 정책 전문가인 사리 아르호 하브렌은 VOA에 “머스크의 외교적 활동은 중국내 테슬라의 사업확장에도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트럼프 당선인과의 깊은 관계는 트럼프와 시진핑 사이의 의사전달 통로이자 중개자로서 역할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중국은 가지고 있다”고 관측했다.
VOA는 이어 “중국은 특히 관세 문제에 대해 머스크가 역할을 해 주기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2기의 대 중국정책이 강경 일변도로 갈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완화시키는데 있어서 머스크의 역할이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문제, 트럼프는 루비오와 머스크 중 누구 손 들어줄까?]
그렇다면 머스크가 과연 미국의 대 중국정책까지 깊이 개입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전략 컨설팅 회사인 지오폴리컬 비즈니스(지정학적 비즈니스)의 설립자 아비슈르 프라카쉬는 VOA에 “머스크가 트럼프의 애정을 잔뜩 받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 문제에까지 머스크가 영향력을 미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트럼프의 중국 정책에 대한 머스크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프라카쉬는 이러한 이유로 “머스크는 키신저와는 달리 미국과 중국 사이의 ‘브로커’로서 이해 상충으로 인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이해상충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테슬라의 전 세계 판매량 중 33% 정도가 중국 시장일 정도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프라카쉬는 더불어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대 중국 정책에 대한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머스크를 활용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눈여겨볼 점은 대만에 대한 머스크의 입장이다. WSJ은 지난 10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말 머스크에게 대만에 대한 스타링크 서비스를 활성화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는데, 러시아 정보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머스크에게 그러한 요청을 한 것은 푸틴이 시진핑에게 호의를 베풀기 위함이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머스크는 지난 해에도 대만을 ‘중국의 하와이’에 비유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을 홍콩과 유사한 특별행정구역으로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아시아는 14일, “트럼프는 대만 문제에 대해 머스크의 길을 갈까, 아니면 루비오의 의견을 따를까?”라는 제목의 ‘레브 나흐만’ 대만 국립대 국가개발대학원 정치학 교수의 기고 글을 통해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내정자는 확고한 대만 지지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일론 머스크의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 머스크를 동석시켰는데, 이는 머스크가 외교 문제에까지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중국 및 대만 문제에도 머스크의 입김이 닿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짚었다.
닛케이는 이어 “머스크는 대만이 중국의 일국양제를 받아 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면서 “머스크는 공화당내 많은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대만과 우크라이나와 같은 민주주의 국가를 지원하는데 별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공화당내의 이러한 목소리들이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과연 중국 문제에 강경하면서 대만을 반드시 미국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루비오 국무장관 내정자의 말을 따를지, 아니면 머스크와 일부 강경 공화당 ‘미국우선주의’ 주창자들이 내세우는 대로 중국 배려 차원에서 대만을 포기하는 길을 가게 될지 주목된다는 것이 닛케이의 결론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주류는 대 중국 정책을 강하게 압박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인데, 머스크는 당연히 이를 못마땅하게 여길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트럼프 당선인과 머스크의 관계가 궁극적으로는 파국을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각자 개성이 뚜렷하고, 야심이 있는 두 사람이 장기간 우정을 지속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머스크는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를 비판했고, 트럼프도 머스크에 대해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무가치한 존재”라고 비꼬는 등 두 사람은 원만하지 않은 관계였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