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의 불확실성을 두려워 하는 세계 정상들]
남미에서 열리는 G20과 APEC 정상회담에서 세계의 주요 정상들이 트럼프 2기 출범이 임박함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질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으며, 이러한 미국과 다른 국가들과의 갈등으로 인한 외교의 기회를 중국이 노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CNN은 14일(현지시간) “남미에서 열리는 두 차례의 주요 정상 회담을 위해 전 세계 지도자들이 모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가 임박함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많은 정상들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의제가 세계 경제와 유럽과 중동의 첨예한 갈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이어 “중국은 아마도 대부분의 국가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미국과의 관계 악화에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시진핑 주석에게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다가오는 회담이 미국과 동맹국 사이에 쐐기를 박고 중국을 대안적이고 안정적인 지도자로 내세우는 등 중국의 목표를 진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은 “이번 주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21개국 정상회의와 다음 주 브라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중국이 자신의 주장을 얼마나 잘 펼치느냐에 따라 중국이 예상되는 폭풍을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트럼프는 첫 임기 동안 중국과 무역 및 기술 전쟁을 일으키고 떠오르는 강대국을 미국의 라이벌로 재구성했으며, 그의 후임자인 조 바이든은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를 중국 정책에 참여시킴으로써 중국을 더욱 자극했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동안 추가 관세와 불확실성의 위협이 높아지면서 시 주석과 그의 대표단은 두 회의에서 외교를 신중하게 조율할 것”이라는 것이 CNN의 전망이다. 한마디로 중국이 그동안 미국의 우방국들을 향해 선택적 전랑외교를 벌여 왔다면 시진핑의 중국은 트럼프 2기를 맞아 온화한 미소로 팬더외교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번 남미에서 열리는 두 정상회의에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도 참석하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G20에 참석할 예정이다. 당연히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도 이 두 회의에 모두 참석한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의 국제관계학 부교수인 리밍장은 CNN에 “중국 관리들이 이러한 큰 행사를 이용해 국제적 내러티브를 형성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2025년 1월, 트럼프의 취임까지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긴장하는 중국, 미국에 ‘오버하지 말라’ 경고]
사실 중국은 지금 트럼프 2기에 대해 상당한 두려움과 우려를 가지고 있다. 당장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를 했듯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고, 또한 중국의 민감한 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바이든 시대의 정책을 심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에 마르코 루비오와 마이크 월츠라는 강경한 반중국 매파 전사들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중국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CNN은 이와 관련해 “지난 주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보낸 축하 메시지에서도 이미 중국의 우려가 어떠한지 보여주었다”면서 “시진핑은 미중 양국이 ‘협력을 통해 이익을 얻고 대결을 하게 된다면 손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CNN은 이어 “시진핑 주석은 16일 리마에서 열리는 바이든과의 정상회담에서 미중간 충돌이 가져올 문제들에 대해 다시한번 경고하게 될 것이며, 미중 양국이 소통과 안정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관계에서 오히려 미국의 고립 시도하는 중국]
눈여겨볼 것은 트럼프 2기의 ‘미국우선주의’가 미국의 동맹국들에게까지 적용되면서 미국이 오히려 외교적 고립의 길로 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금 중국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그동안과는 달리 다양한 다른 국가와의 좋은 관계와 시장에 대한 제한 없는 접근이 자국 경제를 보호하는 데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성장 둔화, 소비 수요 약화, 국내 실업률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를 중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트럼프 2기로 인한 세계적인 불확실성이 그동안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 안보 및 기타 분야에서 미국과 동맹국 간의 협력을 강화해 온 바이든 정부의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CNN은 “바이든과 함께 일했던 많은 국가의 지도자들은 불규칙하고 거래적인 외교 브랜드로 유명한 트럼프가 1월 임기를 시작할 때 그들의 관계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경계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가까운 파트너를 포함한 모든 국가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들에게 미군 주둔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할 것을 촉구했으며, 러시아와 대치하고 있는 나토 회원국들에게 국방비 지출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도록 강요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홍콩 시립대학교의 국제문제 조교수인 류동슈는 “중국은 글로벌 국가들이 미국 편을 완전히 드는 것은 현명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과도 협력하는 것을 고려하기를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그러한 팬더외교의 제스처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일방적 무비자 입국 조치다. 최근 몇 달 동안 중국은 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무비자 입국의 문을 열었으며 11월 들어서는 한국에도 무비자 입국을 선물했다. 또한 중국은 일본, 한국과의 정상회담 개최에도 긍정적 신호를 보냈으며 미국의 주요 동맹국 및 파트너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왔다.
이와 함께 그동안 국경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었던 인도와도 지난 10월, 5년만에 처음으로 공식 양자 회담을 가졌으며, 분쟁 중인 국경을 따라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중요한 조치인 휴전 합의에 도달했다.
더불어 이달 초, 리창 중국 총리는 무역 박람회에서 “중국이 큰 글로벌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시장을 더욱 개방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리마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미국 파트너들에게 이러한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는 동시에 중국을 글로벌 안정에 헌신하는 선도적 강대국으로 보이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의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Stimson Center)의 중국 프로그램 디렉터인 윤 선은 “G20과 APEC에서 중국의 메시지는 ‘앞으로 큰 불확실성이 있지만 중국은 확실하며 평화와 발전을 위해 계속 헌신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 짚었다.
[중국의 외교전환, 결실 맺기는 쉽지 않을 것]
그러나 시진핑 주석의 팬더외교로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아시아에서 미국 파트너들의 마음을 얻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영토 야욕 및 세계 패권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중국의 본모습을 이들 국가들이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의 푸틴이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국이 사실상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남중국해에서 지나친 영토 욕심을 부리면서 주변국들과 충돌하고 있다는 점 등은 중국이 아무리 팬더 외교를 보여준다 할지라도 바로 그 품 속에는 사나운 발톱이 숨겨져 있음을 이미 알고 있어서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것은 트럼프 2기 체제가 세계보건기구와 같은 조직이나 파리 기후 협정과 같은 국제 협약에서 후퇴하기로 한 첫 임기의 결정을 반복한다면,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지나칠 정도로 ‘미국우선주의’를 강요한다면 많은 국가들이 중국과 더 많이 협력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미국우선주의’의 확대는 또한 미국에 불공정하게 치우쳐 있다고 생각하는 국제 자유주의 질서를 재편하고, 중국을 대안적 리더로 내세우려는 시 주석의 오랜 목표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진핑의 비전은 지금까지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 기타 개발 노력으로 이미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된 글로벌 사우스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홍콩 시립대학교의 류동슈 교수는 CNN에 “미국이 글로벌 시스템에서 물러나면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신할 공간이 생기는데, 중국은 그 공백을 메울 능력과 의지가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면서 “중국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여지는 결국 미국의 잠재적인 압박에 대해 글로벌 국가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선 디렉터도 “중국은 앞으로의 외교와 광범위한 국제적 노력 모두에서 신중하게 진행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을 자극할만큼 글로벌 리더십을 장악하려 한다면 이는 트럼프의 눈을 찌르는 것과 같은 결과를 만들게 될 것이라는 점을 중국은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트럼프 2기의 인사 내정 발표를 보면 트럼프 2기의 ‘미국우선주의’ 독주가 자칫 자유진영의 분열 및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가져올 수도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트럼프 2기가 부디 자유진영과의 공동 번영의 초석을 쌓으면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