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동결위한 다양한 버전, 트럼프에 제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당선자로 확정되면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아니면 유세 기간중에 발언했던 것처럼 하루만에 진짜로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의 여부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는 단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의 문제만이 아니라 유럽 및 나토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선택이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곧바로 끝내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이제 그는 어떻게 끝내야 할지 결정해야 할 순간에 이르렀으며, 이를 위해 당선자와 가까운 외교정책 고문들은 전선을 효과적으로 동결할 수 있는 다양한 버전의 계획들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트럼프는 취임식 전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당장 외교정책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면서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바이든의 접근 방식을 비난했던 만큼 트럼프는 바이든과는 차원이 다른 갈등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실제로 트럼프는 측근들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의 동결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를 하거나 지침을 준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정책 고문들은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지만 현재 상황에서 트럼프는 보좌진들과 협의하여 민감하고도 엄청난 위험이 내포된 외교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트럼프가 선거 전에 말했던 것처럼 하루만에 전쟁을 끝내는 그런 단순한 방안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지난 트럼프 정부에서 NSC에서 보좌관을 맡았던 한 인사는 “그동안 여러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에 대해 이런 저런 말들을 해 왔지만 그들은 트럼프가 국가안보에 관한 문제를 직접 결정 내린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에 대해 소위 측근들이라 말하는 이들에게서 다양한 발언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은 트럼프의 생각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한 것이다.
WSJ은 “현재 트럼프의 외교방향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한 인물로 우선 전 국무장관이자 앞으로 국방부를 이끌 가능성도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가 있는데, 그는 모스크바에 큰 승리를 안겨다주는 합의안에 절대적으로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또 다른 후보로 국무부를 이끌거나 국가안보 고문을 맡을 가능성이 있는 리처드 그레넬이 있는데, 그는 우크라이나에 상당한 양보를 강요하더라도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주장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WSJ은 이어 “폼페이오나 그레넬 모두 바이든의 접근 방식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면서 “모두 전쟁을 하루빨리 종결하는 방안에 찬성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미루는 것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에 숨겨져 있는 함정들]
분명한 것은 트럼프가 이러한 여러 방안들 중에서 어떤 정책을 선택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는 다양한 방안들마다 긍정적인 면이 있는가 하면 함정도 숨겨져 있다.
첫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여전히 크게 다른 전쟁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꾸려는 의지가 거의 없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느리지만 꾸준히 진군함에 따라 크렘린은 협상할 의향이 거의 없고, 유럽에서의 방해 작전과 같은 국경 밖에서의 혼합 공격으로 갈등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실제로 러시아의 고위 관리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트럼프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물리쳤다는 소식을 접한 후 6일, X에 “특별 군사 작전의 목표는 변함없으며 달성될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그러나 러시아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유럽과 나토 동맹국들이 극력 반대할 것이다. 핀란드의 외무장관인 엘리나 발토넨은 “트럼프 팀의 구체적인 제안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서도 “우크라이나가 협상하고 있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우크라이나의 조건에 따라 협상하지 않는 한 협상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군사 및 재정 지원을 크게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도 푸틴보다 더 쉽게 트럼프에게 협상을 강요받을 수 있지만, 영토를 양보하는 것은 모스크바에 항복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한마디로 러시아에 유리한 합의안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크렘린에서도 트럼프를 견제하는 발언을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뉴스위크는 9일, “크렘린의 드미트리 패스코프 대변인이 트럼프의 우크라전쟁 24시간내 종식방안에 대해 일종의 태클을 걸었다”면서 패스코프는 “트럼프의 그러한 주장은 일종의 과장된 발언일 뿐 현실성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랭스에 있는 NEOMA 경영대학원의 지정학 교수인 에드거 벨로우는 “트럼프가 어떤 결정을 하던간에 우크라이나 갈등과 지정학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유럽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유럽의 동의가 없는 미국의 일방적인 결정은 국제관계의 파탄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8일, “푸틴에게 굴복하고, 물러서고, 양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는 우크라이나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유럽 전체에 자살행위”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입만 쳐다보는 유럽, 나토를 버릴 수 있을까?]
눈여겨볼 것은 트럼프의 당선 이후 러시아의 푸틴의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이미 트럼프의 취임 전에 푸틴과 소통 가능성이 있다는 말들이 솔솔 새나오고 있다. 트럼프와의 브로맨스를 자랑하는 푸틴은 내친김에 “우크라인 파괴와 협상중에 이젠 택일할 때가 왔다”면서 당당하게 서방에 엄포를 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자칫 이런 와중에 푸틴과 손을 잡고 러시아가 원하는 방향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끌고 나간다면 미국은 더 이상 유럽과 공존하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유럽은 긴장감이 팽팽하다. 트럼프의 귀환을 앞두고 앞으로 나토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미국과 유럽간의 동맹관계는 유지될 수 있을지 불확실성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일 유럽연합(EU) 정상들이 트럼프의 귀환을 대비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유럽 정상들은 “유럽의 안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강'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 유럽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미 대선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EU 지도자들의 역할이 아니다”라며 “문제는 우리가 유럽의 이익을 수호할 의지가 있는지이며 이것이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뤽 프리덴 룩셈부르크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때때로 예측이 어렵고 기복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평가하면서 “우리는 대화를 추구하겠지만 우리의 원칙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미셸 상임의장은 이날 “미국이 러시아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이 중국에 무엇을 의미하겠느냐”고 발언하기도 했다.
또한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는 “그가 물론 유세 과정에서 많은 공약을 말했으나 모든 것이 공식 정책에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서양 협력은 미국과 유럽 양쪽의 이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오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과 아주 좋은 전화 통화를 했다”면서 “방위력, 우크라이나, 무역, 에너지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전날에는 축하 성명을 내고 “수백만개의 일자리와 수십억(유로)의 통상·투자가 양자 경제관계의 역동성과 안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미셸 상임의장도 “EU와 미국은 공통된 가치와 이익을 공유한다”고 강조한 뒤 “우리는 유럽을 계속해서 강력하게 만들 것이며 우리의 방위와 안보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진행되는 다양한 논의들을 살펴보면 일단 트럼프가 선거 유세때 발언했던 것처럼 러시아의 푸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정책을 추진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보때와 당선자때와는 신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트럼프의 발언은 상당히 신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트럼프와 윤석열 대통령간의 전화 통화에서도 나타났지만 트럼프가 의외로 국방이나 국가안보 등에 관해 세심한 부분까지 챙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그만큼 트럼프의 측근들과 보좌진의 준비가 잘 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에 대해서도 어차피 미국의 최대 동맹인 유럽과의 관계를 무시하는 일방적 주장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유럽이 없는 미국만의 ‘독고다이 외교’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장 대 중국 억제를 위해서도 유럽의 협조가 없다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도 유럽연합측과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안한 것은 트럼프의 의사결정이 너무 톡톡 튀는 스타일이다 보니 준비안된 자리에서 참모들도 전혀 모르는 결정들이 툭 튀어나올 가능성이다. 그런 점만 없다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도 결국은 유럽 동맹국들을 감안한 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판단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