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까지 완전 중국 배제, 숨통 조이는 미국]
반도체 굴기를 향해 총력을 쏟고 있는 중국이 또한번 된서리를 맞았다.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공급업체에 중국산 부품 배제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반도체 장비들에서 아예 ‘메이드 인 차이나’를 완전히 빼라는 것은데, 이렇게 되면 반도체 장비에서 중국산은 완전 배제되면서 시장을 잃게 되고, 이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도 엄청난 지장을 주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미국 반도체산업에 있어서 중국의 민감한 차세대 기술 참여를 전면적으로 억제시키기 위해 반도체 공급망에서 아예 중국 기업들을 전면 배제하기로 했다”면서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램리서치 등 미국의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들은 최근 자사 공급업체들에 ‘중국산 부품을 대체하지 않으면 공급업체로서의 납품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이들 두 기업은 또 부품 공급업체가 중국 투자자나 주주를 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면서 “실리콘 밸리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와 램리서치의 이 두 회사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생산에 사용되는 장비를 만들고 있으며 네덜란드의 ASML과 함께 세계 3대 반도체 장비업체로 꼽힌다”고 밝혔다.
WSJ은 그러면서 “공급업체들에게는 중국인 투자자나 주주를 유치할 수 없다는 통보가 전달됐다”고 전했다.
이는 미중의 신기술 패권 경쟁에 따른 불똥이 반도체 장비업체를 비롯해 부품 공급업체들로까지 튀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비슷한 가격으로 중국이 아닌 다른 대안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가 반도체 가격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슷한 가격으로 중국산이 아닌 대체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이같은 조치는 미 정부가 최첨단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장비 등 민감한 차세대 기술에 대해 대중국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자국 반도체 장비제조업체가 중국 공급업체에 기술 세부 사항과 계획을 공유하기 위해 라이센스를 취득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한 바 있다. 반도체 장비제조업체들에게는 내년까지 현재 공급업체를 유지할 수 있는 임시 라이센스를 부여하기도 했다.
미 정부는 안보상의 이유 등으로 첨단 반도체뿐만 아니라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해 오고 있다. 동맹국에게는 중국에 반도체 장비 서비스도 제공하지 말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이러한 요구를 거부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사이 ‘장비 확보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첨단 공정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앞으로 더 강경해질 대 중국 반도체 억제책]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대 중국 압박 정책이 앞으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글로벌 산업 지형에 미칠 영향도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WSJ은 “미 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점점 더 엄격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두 주요 대통령 후보 모두 중국과 무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공약했고, 특히 반도체 산업은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이자 AI(인공지능) 붐 수혜기업인 대만 TSMC의 모리스 창 창업자는 앞서 지난달 26일 “반도체, 특히 최신 반도체 부문의 자유무역은 죽었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어떻게 계속 성장할지가 우리의 도전”이라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드라이브를 거는 반중국 반도체 정책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중국 반도체 업계도 사활을 건 생존에 나섰다. WSJ은 “중국에서도 미국의 기술을 해외로 몰아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금융, 에너지 및 기타 분야의 국유기업들이 자사 시스템에서 외국산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교체하고 있다”면서 “일부 중국기업들은 중국외 지역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제3국에 회사를 지주회사로 두는 등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WSJ은 이어 “반도체 산업을 위한 부품을 만드는 중국 회사의 한 임원은 회사가 싱가포르에 지주회사를 설립했고, 그 회사는 말레이시아 회사와 합작 투자를 통해 말레이시아에서 정밀 부품을 제조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표는 미국 회사에 공급을 계속하는 것이다.
[美, '반도체·AI·양자' 對中 투자 통제…내년 1월2일 시행]
이와 함께 미국 정부는 이미 반도체와 양자컴퓨팅,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과 관련한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를 통제하기로 한 바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14105호'에 대한 의견 수렴 및 부처간 협의를 거쳐 지난 10월 28일(현지시간) '우려 국가 내 특정 국가 안보 기술 및 제품에 대한 미국 투자에 관한 행정명령 시행을 위한 최종 규칙'을 발표했다. 해당 최종 규칙은 내년 1월 2일부터 시행된다.
미국은 최종 규칙에서 '우려 국가'를 중국과 홍콩, 마카오로 규정했다. 사실상 중국에 대한 미국 자본의 최첨단 기술 분야 투자를 전면 통제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분야에서 중국에 투자를 진행하려는 기업은 사전에 투자 계획을 재무부에 신고해야 하며, 규제 권한은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가진다.
이러한 미국의 통제 목적은 중국이 해당 기술을 활용해 군사 역량을 키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국가간 투자 흐름과 미국의 개방적 투자 정책은 미국 경제 활력에 기여하고 있지만, 우려 국가들은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을 훼손하는 민감한 기술 및 제품 개발을 가속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특정 해외 투자를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는 우리나라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부는 “준수 의무자, 투자제한 대상 등을 볼 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향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적극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 길 가는 美]
이렇게 반도체 장비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노골적인 움직임은 중국 당국의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 장비 시장 중 하나이자,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램리서치의 ‘큰 손’ 고객이다. 어플라이드머티이얼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매출 중 중국 비중은 45%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을 퇴출하기 위한 미국의 드라이브는 앞으로 더욱 강도가 강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반도체 시장에서의 중국 완전 배제를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사실 미국이 연이어 반도체 장비업체까지 중국을 완전 배제시키려 하는 것은 그만큼 중국의 반도체산업이 일취월장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1일, “미국이 수년간 관세, 수출 통제 및 제재를 가했음에도 중국은 미래의 핵심 산업을 장악하려는 노력에서 꾸준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중국이 여러 분야에서 미국을 거의 따라 잡거나 일부 추월한 분야도 있지만 중국이 절대로 넘볼 수 없는 핵심 분야가 바로 첨단반도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이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만큼은 따라 잡히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으며 그러한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첨단반도체 산업의 대 중국 제한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것”이라면서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반드시 첨단 반도체에서의 대 중국 우위를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