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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루비콘강 건넌 김정은, 정권의 생존을 걸었다! - 위험한 김정은의 도박, 러시아에 올인 - 김정은보다 시진핑의 눈치를 더 봐야 하는 푸틴 - 김정은의 한국을 향한 대담한 위협, 두려움의 반증일 수도
  • 기사등록 2024-11-05 11:34:32
  • 수정 2024-11-05 11: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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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김정은의 도박, 러시아에 올인]


김정은이 러시아에 올인하는 대도박을 감행했다. 1950년 한국전쟁 이래 처음으로 군사력을 러시아에 투사함으로써 은둔왕국을 벗어나 세계 속에 존재감을 부각시키기는 했지만 이를 통해 김정은 정권의 생존을 걸었다는 점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길’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김정은이 정권의 생존을 위해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면서 “김정은은 정상국가로 나아가려는 행동을 하기보다 그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불량한 행동을 두 배로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이어 “김정은은 러시아에 올인함으로써 정권 안보를 확보하고, 핵 프로그램을 진전시키며, 경제적 구제를 얻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면서 “김정은이 결국 러시아에 올인함으로써 한국과의 화해나 미국과의 핵협상, 그리고 유럽의 광범위한 외교적 지원이라는 전통적인 지렛대가 크게 약화된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WSJ은 “이러한 김정은의 선택은 블라디미르 푸틴과 군사적 공생 관계를 만들었다”면서 “군병력과 미사일 및 포탄 등을 러시아에 보내는 대가로 김정은은 이미 유엔에서 러시아의 비호를 받고 있고 또한 국경간 무역 증가도 얻어냈으며, 러시아의 다양한 첨단기술들을 얻기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백우열 교수는 WSJ에 “김정은이 추구하는 것은 북한 2.0”이라면서 “김정은은 러시아에 올인함으로써 정권 생존 전략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보다 시진핑의 눈치를 더 봐야 하는 푸틴]


그러나 WSJ은 “김정은의 도박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북한 군인들이 전장에서 실패하거나 탈북해 푸틴이나 북한 내부를 흔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WSJ은 이어 “김정은에게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원 약속도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특히 미국과의 중요한 교량 역할을 해 왔던 유럽과의 관계 손상은 앞으로 북한의 입지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의 전쟁이 끝나면 그땐 푸틴의 김정은을 향한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데, 김정은은 그러한 신기루에 정권의 모든 것을 거는 무모한 짓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그동안 북한의 후견인 노릇을 해 왔던 중국이 앞으로 북한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이미 북중관계가 명목상의 우호국으로만 남은 상황에서 김정은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이후 러시아의 푸틴으로부터도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었을 경우 북한과 김정은의 운명은 한마디로 태풍 앞의 촛불 신세가 될 것이다.


특히 김정은에게 뼈아픈 것은 북한과 러시아간의 결속이 한중관계의 밀착을 불러왔다는 점이다. 오는 8일부터 한국인의 중국 방문에 비자면제를 시행하기로 한 것도 한중관계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것도 이번 조치는 한국측도 전혀 몰랐지만 중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그만큼 중국이 북한의 태도를 보면서 괘씸해하고 있고 그 반대급부적으로 한중관계 증진이라는 부수적 결과를 낳고 있다고 보면 된다.


더더욱 눈여겨볼 사항은 푸틴이라는 뒷배경을 믿고 행하는 김정은의 핵위협에 대해 그동안 외교적 뒷배경이 되어 주었던 유럽 국가들이 완전히 등을 돌리면서 김정은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무원의 길을 갈수도 있다. 특히 전쟁이 끝나면 김정은은 이러한 외교적 왕따의 힘겨움을 톡톡히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에 반해 평양의 전통적인 적대국인 한국-미국-일본은 당연히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훈련을 늘릴 것이고 북한에 대한 경계심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이러한 군사적 연대 강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 미 국무부 고위관리였던 에반스 리비어는 “김정은은 북한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그럴수록 김정은은 그러한 적대적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살아남는 법과 이에 필요한 도구와 기술 및 지원을 얻는데 올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어찌보면 김정은이 이미 푸틴에게 올인한 상황에서 러시아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빼내려 할 것이나 푸틴이 과연 그렇게 호락호락 넘겨줄 것인지의 여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푸틴에게 있어 김정은보다 더 중요한 존재가 바로 중국의 시진핑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과 러시아가 긴밀하게 외교적 접촉을 하고 파병을 하는 와중에도 중국은 수시로 고위급 인사를 러시아로 보내거나 중국으로 불러와 협의를 진행하곤 한다. 구체적으로 무슨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 외부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민감한 기술을 갖는 것 자체가 중국에게도 매우 껄끄러운 일이 된다는 점에서 그러한 문제에 대해 러시아에게 경계를 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 말은 김정은이 아무리 푸틴에게서 얻고 싶은 것이 있다 할지라도 푸틴이 시진핑과의 관계를 고려해 김정은의 북한에게 넘겨주지 못하는 그러한 첨단기술들의 레드라인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는 의미다.


[김정은의 한국을 향한 대담한 위협, 두려움의 반증일 수도]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김정은이 러시아에 북한군 파병을 결정한 시기때부터 돌연 남쪽을 향한 위협도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의 위협은 크게 두 가지로 이어진다. 그 하나는 북한군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핵추진 잠수함이나 장거리 미사일, 정찰 위성 등에 러시아 기술이 도입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남쪽을 향해 직접적인 안보위협을 가하는 것이다. 이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김여정이 남쪽을 향해 도발적인 언사를 수시로 내놓는가 하면 휴전선 일대에 방벽을 세우고 남북한 연결 도로 등을 폭파하는 등, 북한이 행하는 일련의 행동들은 남쪽을 향한 압박이지만 이는 기실 북한과 김정은의 체제 위기를 덮기 위한 기만적 술책일 수 있다.


북한은 한국이 자신들을 향해 침공해 올 것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단지 그렇게 선전선동할 뿐이다. 그런데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남쪽이 북한을 향해 공격이라도 해 올 듯 위기를 조장하고 또 그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은 그만큼 김정은 체제가 내부적으로 불안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스스로 ICBM최종판이라고 떠들어대지만 아직 완성품도 아니고 제대로된 상품도 아니라는 것은 국제사회의 전문가들은 다 알고 있다.


실제로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일, 전날 “김정은 총비서가 참관한 가운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어 “이번 시험에서 전략미사일 능력의 최신기록을 갱신했다”며 “당대회가 제시한 국가핵무력 건설 전망계획에 따라 ‘화성-18형’과 함께 운용하게 될 최종완결판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9형' 무기체계”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북한이 선전하는 이 내용이 과연 사실일까?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일(현지시간)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의 말을 빌어 “운용 기동성이 떨어져 유사시 실제 운용측면에서 효용성이 너무 낮을 것”이라면서 “이번 발사 전에도 한미 정보자산에 준비상황이 노출되었고, 유사시 이같은 노출은 선제타격의 대상이 돼 생존성 측면에서도 상당한 문제를 노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RFA는 이어 “북한이 지금과 같은 단일탄두 기술로는 유사시 공격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정밀한 미사일방어망에 요격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군사적 효용성 측면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의 김인애 부대변인은 1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의 이번 발사는 핵미사일 능력 과시, 대미 압박 목적과 함께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안으로부터 시선 돌리기용”이라며 정치적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게 현실이다.


문제는 그러한 김정은의 힘자랑이 오히려 한미일의 대응 능력만 키운다는 것이다. 또한 한미일의 그러한 군사적 대응은 중국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면서 이 때문에 김정은의 오만함과 무모한 힘자랑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루비콘강 건넌 김정은, 퇴로가 막혔다!]


중요한 것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눈앞의 이익만 본 무모한 결정이었고 이로인해 김정은은 스스로 퇴로를 차단한 셈이 되었다. 한마디로 루비콘강을 이미 건너버렸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김정은은 북한 통치를 시작할 당시 27세의 앳된 얼굴이었다. 김정은은 수시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19년 하노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회담이 갑자기 결렬되면서 제재 해제를 위한 그의 최선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이는 평양에서 중대한 변화를 촉발했다. 2020년 1월,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에게 제재 하에서의 어려운 삶을 각오해야 한다고 선포했다. 미국과의 협상 결렬이 가져온 후과였다. 그만큼 트럼프-김정은 회담에 엄청난 기대를 가졌지만 실패로 돌아가면서 그 후유증을 북한 주민들이 뒤집어 쓴 셈이다. 그리고 북한은 스스로 외교적 고립의 길로 갔고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면서 북한은 완전히 외딴 섬이 되었다.


그러다가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부터 김정은은 러시아의 푸틴에게 기울어가기 시작했다. 북한은 유엔에서 러시아의 전쟁을 지지한 5개 국가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무부 아시아 담당 고위 관리였던 다니엘 러셀은 WSJ에 “러시아가 북한을 품게 되면서 중국의 지원에서 벗어나 다각화함으로써 김정은에게 돈, 에너지, 기술 이상의 지정학적 가치를 가져다 준 꼴이 됐다”면서 “중국은 이제 북한을 통제할 힘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김정은에게는 새로운 카드가 될 수 있지만 반면 그러한 중국과의 거리두기가 김정은에게는 정권을 어렵게하는 최악의 카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최근 “ 루비콘 강을 건너다”라는 분석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푸틴뿐만 아니라 러시아와의 긴밀한 동맹에 북한의 미래를 걸고 있는 김정은에게도 실존적인 문제”라면서 “북한의 전쟁 참여는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촉진하고 유럽에서 북한과의 관계에 거리를 두도록 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빅터 차는 이어 “유럽인을 죽이기 위해 군대를 보내기로 한 북한의 결정은 유럽 수도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결국 김정은의 러시아 파병 결정은 단순하게 북한 병사의 목숨값을 담보로 돈을 벌어보자는 단순한 생각이었을지 모르나 김정은이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엄청난 후유증들이 동반될 수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은 물론이고 푸틴도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푸틴이나 김정은 모두 이젠 발을 뺄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의 생존적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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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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