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며칠 내에 이라크 영토에서 이스라엘 공격 준비 중”]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았던 이란이 그동안 더 이상 확전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뒤집고 이스라엘에 대규모 보복 공격을 감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이란 영토내가 아닌 이라크 영토 안에서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하겠다고 한 것이다. 당장 이란의 보복을 자제시켜 왔던 미국이 당황하면서 이란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휴전을 논의하던 중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어서 이스라엘의 대응이 주목된다.
뉴욕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최근 이뤄진 이스라엘의 이란 본토 공습에 대응을 예고한 이란이 며칠 내로 이라크 영토 안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이란혁명수비대 부사령관인 알리 파다비 장군이 “이란의 시오니스트(이스라엘) 침략에 대한 대응은 확실하다”면서 “우리는 40년 동안 침략에 대한 대응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 우리는 한 번의 작전으로 시오니스트가 소유한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NYT는 “레바논의 알 마야딘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한 파다비 장군의 발언은 이란이 10월 26일 이스라엘의 자국 영토에 대한 공습에 보복할 의도가 있다는 것을 나타낸 이란 관리의 첫 발언이었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이란 혁명 수비대에 소속된 통신사인 타스님도 이란 최고지도자 사무실의 수장인 ‘골람호세인 모하마디 골파예가니’도 “이란이 이스라엘의 필사적인 행동에 격렬하고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NYT는 이와 관련해 “이란이 언제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는 불분명하며, 이란이 대응하지 않도록 설득할 수 있을지, 이번 발언이 협상에서 영향력을 얻기 위한 허세일 가능성이 있는지, 아니면 이란이 다음 주에 치러지는 미국 선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조치를 취할지 여부도 불분명하다”면서 “이란의 반격이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란의 공격이 미국 대선 이후에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란 본토가 아닌 이라크 민병대 통해 보복하겠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의 뜻을 밝히면서도 이란 본토가 아닌 이라크 내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습을 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NYT는 이와 관련해 전쟁 계획을 잘 아는 이란 관리 3명을 인용해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 아야톨라가 지난 10월 28일, 최고국가안보위원회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면서 “하메네이는 테헤란 주변의 이란 미사일 생산 능력과 방공 시스템, 중요한 에너지 인프라, 남부의 주요 항구에 대한 피해 규모에 대한 고위군 사령관들의 자세한 보고서를 검토한 후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메네이는 그 자리에서 “이스라엘의 공격 범위와 사상자가 무시하기에는 너무 크며 대응하지 않는 것은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란의 체면이 걸린 이스라엘 보복 공습을 왜 이란 본토가 아닌 이라크의 민병대를 통해 진행한다고 했을까? 이에 대해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는 “이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이스라엘의 재보복을 피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짚었다. 한마디로 이란이 재보복을 했을 경우 이스라엘의 이어지는 보복에서 이란 영토는 공격 대상이 되지 않도록 이라크의 민병대를 시켜 보복하도록 하겠다는 얄팍한 수를 쓰고 있다고 보면 된다.
또다른 이유도 있다. 사실 지난 이스라엘의 대대적 보복 공격으로 인해 혁명수비대의 미사일기지가 폭격을 당하는 등 이란의 공격 능력이 크게 훼손되어 이란의 능력으로 보복 공격을 하기에는 벅차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사일 발사에 필수적인 고체연료 저장고까지 정밀 폭격을 당해 탄도미사일 생산이 마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니 이란내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보복 공격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사실상 이라크 민병대로 외주를 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이란 지도부만의 생각일 가능성이 크다. 이라크 민병대는 사실상 이란이 무기까지 지원해주는 또다른 테러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이라크 민병대가 보복공습을 해 온다면 이스라엘은 당연히 이라크 민병대 주둔지역은 물론이고 이란을 향해서도 보복 공격을 가하게 될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난 10월 26일 새벽에 감행했던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미국과의 사전 협의를 거친 후 사실상 이란에게도 어느 정도 언질을 준 상태에서 진행됐다는 점이다. 이는 확전을 막기 위한 미국의 의도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은 이날 공격에 앞서 카스파르 펠트캄프 네덜란드 외무장관을 포함한 여러 제3자를 통해 이란에 전반적으로 공격할 대상과 공격하지 않을 대상을 분명히 알렸다”면서 “이란에 이번 공격에 대응하지 말라고 경고했으며, 만약 이란이 보복해 이스라엘 민간인이 숨지거나 다친다면 이스라엘이 더 중대한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특종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지난 10월 25일, “이란이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 대비해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으나 공격 강도가 약할 경우 대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이란이 군에 전쟁에 대비할 것을 명령했으나 가자지구와 레바논의 동맹 세력들이 궤멸하는 것을 본 뒤 전쟁을 피하려 애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황이 그러했음에도 또다시 이란이 보복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란 내부에서 주화파와 주전파가 이스라엘 공습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으나 처음에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주화파가 대세를 장악했지만 결국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등의 주전파가 이란 정국을 장악했음을 말해 준다.
이러한 정황은 이란의 에너지시설과 핵시설, 그리고 요인 암살을 행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란의 의견을 참작해 이스라엘이 보복을 가했음에도 이란이 또다시 이스라엘을 향한 보복의 칼날을 들이미는 모습을 이스라엘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만약 이란이 진짜로 보복 공격을 해 온다면 이스라엘의 대응 폭이나 깊이, 그리고 내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란이 공격 해 오기 전에 사전 공격을 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란의 재보복, 러시아의 입김 실렸다?]
그런데 잠잠할 것 같은 이란의 태도에 변화가 생긴 배경에 푸틴의 러시아가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러시아와 이란이 국방 협력 등을 강화하는 파트너십을 조만간 체결할 예정이라고 러시아 측이 확인해 주었기 때문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31일(현지시각)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제2차 유라시아 안보 국제회의' 본회의에서 “러시아와 이란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협정이 곧 마무리 될 것”이라면서 “조약이 곧 체결되면 러시아와 이란 관계가 크게 강화될 것이고, 이를 위해 가까운 장래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라브로프 장관은 “국방 분야와 역내 및 전 세계 평화·안보 이익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양국의 약속이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미국을 뒷배경으로 하는 이스라엘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러시아가 이란을 준동해 중동전쟁으로의 확대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중동전젱이 확대될수록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고 이는 곧 러시아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이란에 경고하고 나선 美, “경거망동 하지말라!”]
이란이 다시 이스라엘을 향한 보복을 공언하고 나서자 미국 백악관의 커린 잔피에어 대변인도 즉각 ‘보복 자제’를 촉구하면서 “만약 이스라엘에 대한 공습이 진행된다면 미국은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를 지원할 것”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잔피에어 대변인은 이어 “미국 고위 당국자가 역내 여러 문제를 추적하고 있다”면서 “빌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31일 카이로를 방문하는 등 향후 휴전 협상 등에 관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 공격설로 이스라엘 휴전 분위기도 물건너 갈 듯]
이란의 재보복 가능성 경고로 인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및 헤즈볼라 등 저항의 축 세력들과의 휴전 논의도 급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CNN은 1일, “이스라엘군 지도자들이 레바논과 가자지구에서 군사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성취했으며 이제 정치인들이 합의를 타결할 때라는 신호를 미묘하지만 더 강한 방식으로 발신하고 있다”며 “이스라엘군 지휘부 내에서도 휴전에 힘을 싣는 기류가 감지된다”고 밝혔다.
CNN은 이어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최근 가자지구 북부를 찾아 가자지구와 레바논 분쟁에서 '군사적 단계'를 끝내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면서 “북쪽(레바논)에서 명확한 종결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할레비 참모총장은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선 “가자 북부여단 사령관을 쓰러뜨리면, 그건 또 다른 (하마스의) 붕괴”라며 “이같은 압박으로 우리는 더 많은 성과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 장관도 전쟁 지속에 대한 회의적 입장을 내각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 지휘부의 이같은 메시지는 대선을 목전에 둔 미 행정부가 중동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을 배가하는 가운데 나왔다.
이렇게 분위기가 휴전으로 흐르는 시점에 이란이 돌연 보복 공격 카드를 꺼내놓자 이스라엘 내부를 감싸던 중동전쟁 휴전 분위기도 이제는 날아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