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술탈취 美 단속에 韓 동참”…中 '경고 보복' 나섰다!]
중국 반도체 업체에 근무하던 한국인 기술자가 간첩 혐의로 중국 당국에 구속됐다. 그런데 중국 당국은 지난해 말 체포를 했으면서도 구체적인 이유를 대지 않고 있다. 자유세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런 짓을 중국은 왜 저질렀을까? 이유는 반도체전쟁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탈취하는데 있어 한국쪽에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 판단해 사실 관련도 없는 중국 체류 한국인을 돌연 체포해 인질외교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또다시 시작된 시진핑의 ‘살계경후’ 외교. 한국은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깨닫고 대응해 가야 할 것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 “중국 정부가 과거 삼성전자에서 근무했고 이후 중국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서 일했던 한국 교민 50대 A씨가 지난해 말 간첩 혐의로 중국에서 체포된 사실을 지난 29일 확인했다”면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 린젠은 체포된 한국인은 간첩 혐의에 대한 법률에 따라 체포되었으며, 합법적인 권리는 보호될 것이라 말했지만 더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간첩 행위의 정의와 적용 범위를 넓히는 내용으로 반간첩법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간첩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적시되어 있지 않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 식으로 중국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체포당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계속 있어왔다.
그동안 일부 외국인들이 체포되는 일은 있었지만 한국인이 개정된 반간첩법으로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체포에 적용된 구체적인 혐의가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SCMP를 비롯한 외신들은 “한국인 A씨 체포가 한국 검찰이 지난 1월 삼성전자 메모리 기술을 창신메모리에 유출한 혐의로 전직 삼성전자 부장 김모씨를 구속기소한 사건과 맞물려 있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원을 지낸 최모씨가 삼성전자 설계도를 훔쳐 중국 시안 삼성전자 공장 인근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려 한 혐의로 한국 당국에 체포된 작년 6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 검찰은 지난해 12월 전직 삼성전자 부장 김모씨가 2016년 갓 설립된 CXMT로 이직하면서 국가 핵심 기술인 삼성의 18나노 D램 반도체 공정 정보를 무단 유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김씨를 구속했다. 한국 언론의 이목을 끈 김씨의 구속은 12월 15일 이뤄졌고, 사흘 뒤 중국 당국은 A씨를 연행했다. A씨의 구속에 분명히 중국의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경찰에 올해 적발된 첨단기술 유출 사건 12건 중 10건이 중국 관련”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만큼 중국의 반도체 기술 탈취가 성행하고 있고, 이들이 당국에 의해 적발되고 체포되고 있는데, 이러한 일들이 미국의 대대적인 단속 캠페인에 한국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중국 당국이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FT의 보도 기조는 결국 “A씨 구속이 중국의 반도체 기술 탈취에 대한 한국의 단속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보복' 차원일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SCMP도 이와 관련해 “이번 사건은 중국이 미국과 기술 전쟁을 포함해 서방과 경쟁이 심화하면서 방첩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미국은 2020년부터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있으며, 한국 등 동맹국들도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미국의 반도체 기술 보호장벽이 거세질수록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한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국 등 반도체 관련 기술 탈취를 노리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반도체 기술 관련 보호 장벽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동시에 기술 탈취 사건에 대한 단죄도 많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 당국은 한국 정부의 그러한 단속을 방해하기 위해 이번 A씨의 구속과 같은 사례들이 더 많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 예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FT는 이재민 서울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특히 첨단기술 분야에서 한중 양국과 관련한 이런 종류의 산업 스파이 사건을 더 많이 볼 가능성이 크다”며 “두 나라가 반도체를 국가 안보의 핵심 산업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구속 교민 가족, “中업체서 비밀 알만한 위치 아냐”]
그런데 중국 당국이 구속한 A씨가 진짜 반도체 기술과 관련해 스파이 활동을 했는가에 대해 많은 의문들이 남는다. 일단 가족들의 말로는 A씨가 과거 근무했던 창신메모리 첨단기술을 빼돌렸을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말한다.
직장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20년 넘게 일한 A씨는 과장 직함으로 삼성을 떠났고, 이후 한국에서 구직하다 여의치 않자 2016년 10월 지인 소개로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입사했다.
그는 4년여 동안 CXMT에서 근무한 뒤 2020년 많은 한국 직원과 함께 권고사직을 당했다. 그 뒤로는 중국 내 다른 반도체 업체 두 군데에서 일했다. 그러다가 A씨는 작년 12월 중국 동부 안후이성 허페이시 자택에서 잠옷 바람으로 중국 국가안전부 직원에 연행됐다.
이와 관련해 가족들은 “같이 근무한 분이 당시 프로젝트 권한은 대만인들이 주로 갖고 있었고, 한국인은 그 프로젝트를 옆에서 서포트(지원)해주는 일 정도였기 때문에 (A씨가) 입사 후 그렇게 많은 일을 하지 않았다고까지 이야기했다”며 “A씨가 기밀에 접근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반도체 기술이 중국보다 훨씬 앞서 있는데 중국의 반도체 기술을 빼내 한국에 전달하려 했다는 중국 당국의 설명은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속후 법적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는 중국]
문제는 또 있다. 구속된 A씨의 행방을 가족들조차 전혀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족들은 A씨가 한 호텔에서 조사받고 있다는 통보만 들었을 뿐 그 호텔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고, 올해 A씨가 5월 중국 검찰에 의해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된 뒤까지도 드문드문 편지로 연락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A씨가 구속된 이유에 대해서는 중국 당국조차 입을 다물고 있다.
이에 대해 사건 자료를 열람한 중국 변호사도 “중국 법상 사건 내용을 가족을 포함한 제3자에게 알릴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도대체 말도 안되는 일들이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A씨 가족들은 왜 지금까지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걸까? 이유는 중국 당국의 협박 때문이었다. A씨의 딸은 연행 이후 1년 가까이 흐른 지금 사건을 알리기로 한 이유에 대해 “중국의 압박이 지속적으로 있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면서 “긴 시간이 지날 동안 한국 당국은 가족들에게 외교적 조치·노력에 관해 설명해준 게 없었다. 더 공론화가 늦어지면 그대로 재판이 진행될 것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 검찰이 A씨 시건을 언제 재판에 올릴지도 불확실하다. 이에 대해 “검찰에서 재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다.
[중국의 ‘살계경후’ 외교, 협박에 무너지면 안된다!]
중국 외교에 대해 말할 때 ‘살계경후(殺鷄儆猴)’란 말을 자주 인용한다. ‘살계경후’는 ‘닭을 죽여 원숭이를 훈계한다’는 의미다. 원숭이는 나무 위에 올라가 있기 때문에 직접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마당에 있는 닭을 죽인 뒤 사방에 피를 뿌려놓으면 멀리 있던 원숭이가 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원숭이는 피를 지극히도 싫어하기 때문이다. 원숭이는 닭의 피를 보고 자칫하다간 자신도 당할 수 있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두려움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원숭이는 어느샌가 사람의 말에 승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을 벌하여 여러 사람을 경고한다는 ‘일벌백계’라는 말과도 상통한다.
중국은 이러한 살계경후 외교를 자주 사용해 왔다. 특히 중국을 경외하고 심지어 두려워하는 친중론자들에게 ‘살계경후’ 외교는 최고의 외교방식이다. 분명한 것은 살계경후 외교에 한국이 빠진다는 것은 그때부터 이미 양국의 외교는 중국으로 완전 경도되어 있다는 것이고, 이미 동등한 외교는 사라져 버렸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지금 살계경후 외교를 펼치고 있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A씨를 이유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인신구속을 했다는 점, 그것도 한국 검찰이 중국으로의 반도체 기술 유출을 시도하던 이들을 사법처리하자 때를 맞춰 재중 한국인을 구속시켰다는 것은 바로 살계경후 외교의 전형을 보여준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는 중국이라는 나라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국가들의 외교 방식과는 담을 쌓은 무뢰배의 나라라는 점이다. 그러니 글로벌 스탠다드를 생각하고 중국을 대한다면 바로 살계경후 외교에 빠지고야 만다. 과거 대한민국은 그렇게 중국의 살계경후 외교에 빠져 “중국은 큰 산, 한국은 작은 산”이라는 자기비하적 국가관까지 갖게 된 것이다.
둘째, 중국이 살계경후 외교를 펼칠 때는 그만큼 중국 당국이 지금 다른 나라와의 외교를 고려할만큼 여유가 없는, 그야말로 초조하고 조급하다는 의미다. 중국은 그동안 반간첩법 대상으로 일본을 표적삼아 무려 17명이나 구속했다. 대부분 학자와 기업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중국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제 그 칼끝이 한국을 향한 것이다.
중국은 지금 한국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이른바 삼배구고두례(三拜九敲頭禮)를 행하라고 요구하는 꼴이다.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바로 그 의식 말이다. 중국에 겁을 먹지 않고 대드는 한국을 향해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하면 계속 한국인들을 끌고 가겠다고 협박하는 중국, 우리는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한국도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에 대해 더욱 더 엄하게 단죄하면 된다. 그리고 외국인 스파이들까지 법적 처리를 해야만 한다. 그런데 우리 국회가 이를 허락하지 않고 있어서 이는 불가능하겠지만 그에 준하는 사법처리를 최대한 해야만 한다. 그리고 중국에 대해 당당한 외교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한마디로 한국을 만만하게 볼 수 없도록 하라는 말이다. 그렇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가 한미일 외교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한국 외교의 저력을 기대해 본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