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게 ‘다시 생각하라’ 충고하며 살벌한 경고 날린 美]
러시아에 군대를 파견한 북한에 대해 미국이 ”만약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북한군이 투입된다면 모두들 시신 가방에 담겨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살벌한 경고를 하고 나섰다. 이에 북한은 미국을 향한 신형 ICBM의 시험발사를 하면서 ”북한의 행동에 왈가왈부하지 말라“며 더 센 주먹을 꺼내 들었다. 이러한 김정은의 ‘판돈 올리기’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지난 10월 30일 미국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면서 “북한군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들어간다면 그들은 반드시 시체 가방(body bags)에 담겨 돌아올 것”이라면서 “따라서 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충고하고 싶다”고 타일렀다.
그의 발언은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약 6분 30초간 발언한 직후에 나왔다. 북한은 안보리 이사국이 아니지만, 이 사안에 대한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했다.
한국측도 경고에 동참했다. 이 자리에서 황준국 주(駐)유엔 한국 대사도 “북한군은 군사 목표물이 되어 총알받이 신세가 될 우려가 있고, 그들이 러시아에서 받기로 한 돈은 김정은 주머니에 들어갈 것”이라면서 “자국민을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북한 정권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아예 파병간 북한 장군 이름도 공개, “모두 알고 있다!”]
이런 경고를 북한이나 러시아가 흘려 들을 수 없는 것은 북한군의 파병 상황에 대해 미국이나 우크라이나측이 너무나도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다. 심지어 우크라이나가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장군 3명의 이름을 전격 공개했다.
로이터통신은 31일,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지난 3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성명에서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신금철 인민군 소장, 리창호 정찰총국장 등 3명이 이번에 러시아에 파견된 500여명의 북한군 장교 중 포함됐다고 밝혔다”면서 “북한군은 최소 2000~3000명 규모로 파견됐으며, 5개 부대로 편성됐는데, 이들은 러시아 부대에 통합돼 존재 자체를 은폐할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군사기밀이라 할 수 있는 내용들을 우크라이나측이 세세하게 공개해 버린 것이다.
이날 공개된 인물중 김영복 부총참모장은 김정은의 군부 측근 중 한 명으로 한국의 특수전사령부(특전사)와 비슷한 북한의 특수부대 ‘폭풍군단’을 지휘하는 인물이다.
또 2022년부터 북한 정찰총국장을 맡아온 리창호도 파병된 북한군 책임자로 올해들어 북한 군 행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주 동행했다.
로이터는 또한 “신금철 소장의 경력은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그가 원스타 장군이라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김영복과 리창호가 러시아를 떠난 이후에 북한군을 지휘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파병된 북한군의 상황과 관련해 일본 공영방송 NHK는 31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 투입을 위해 파병된 북한군 수용 계획을 '프로젝트 보스토크'(동방 계획)라고 명명하고 부대 운영을 위한 사령관도 새롭게 임명했다”면서 “파병된 북한 부대를 운용할 책임자로 2020년부터 러시아군 제76공정사단 사령관을 지냈으며 시리아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는 소장을 새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NHK는 이어 “이는 북한군 부대를 어디에 배치할지 등 북한과 긴밀히 협력해 운용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더 센 주먹 꺼내든 김정은, 신형 ICBM 쐈다!]
사실상 러시아에 북한군을 파병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국제적 반발과 강력한 대응 예고에 놀란 북한의 김정은은 마치 “나를 더 이상 건들지 말라”는 식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미국 대선이 닷새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에 이목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더 센 주먹’을 꺼내 들면서 허공을 향해 삿대질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김정은이 이번에 쏘아 올린 발사체는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보다도 크고, 화성-18형과 마찬가지로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했지만 추력은 더 높아진 신형 ICBM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북한이 이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정점 고도는 7000㎞ 이상으로, 동해 북동부 알섬을 지나 일본 아오모리 현 방면으로 총 1000여 ㎞를 날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정상 각도로 발사했을 땐 1만 5000㎞ 이상을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이고, 당장 미국 서부의 로스앤젤레스(LA)는 물론 동부의 워싱턴DC와 뉴욕까지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를 갖춘 셈이다. 지난해 12월 18일 발사한 화성-18형의 경우 민간 전문가들은 정점 고도를 6500여㎞, 비행 거리는 1000여㎞로 분석했다.
[추가 도발도 준비하는 김정은의 ‘위험한 판돈 올리기’]
김정은은 31일 ICBM 발사에 이어 핵실험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일 국방정보본부는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핵·미사일 능력을 부각하는 시도를 할 수 있다”며 “이미 김정은이 고농축 우라늄 시설을 공개적으로 방문했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ICBM 같은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있으며 7차 핵실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이 보고 이후 예상대로 북한이 ICBM을 도발한 것이다.
우리 군 당국은 또한 북한 함경북도 풍계리 길주군 핵실험장(3번 갱도)도 실험 준비를 거의 마친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른바 보여주기식 과시용 도발이 계속 이어질 것임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 김정은이 이렇게 무모한 도발을 하는 것은 한마디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서구 사회가 일제히 비난을 하면서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는 것에 대해 “러시아와 북한의 주권과 안보 이익이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성 주유엔북한대사는 이날 유엔 안보리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공식회의에 참석해 “만약 러시아의 주권과 안보 이익이 미국과 서방의 위험한 시도에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노출된다면, 우리가 무언가로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된다면 우리는 불필요한 결정(unnecessary decision)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북한군을 러시아에 파병했다는 것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북한과 러시아의 주권적 사항인데 왜 당사국도 아니면서 그 난리들을 치느냐고 항의한 셈이다. 그러니 북한군 파병에 대해 시비를 건다면 북한은 앞으로 더욱 더 도발적 행동들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성 대사는 “북한과 러시아는 상호 안보와 정세 발전을 위해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패권적이고 일극체제 지배를 강요하려는 미국 추종자들의 고압적이고 자의적인 태도를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이다.
김정은도 이날 ICBM 발사현장에서 “이번 발사는 최근 들어 의도적으로 지역정세를 격화시키고 공화국의 안전을 위협해온 적수들에게 우리의 대응의지를 알리는 데 철저히 부합되는 적절한 군사활동”이라면서 “우리 국가의 전략공격무력을 부단히 고도화해나가는 노정에서 필수적 공정”이라고 주장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무력 강화 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면서 “우리는 그 어떤 위협이 국가의 안전영향권에 접근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김정은의 연이은 도발과 함께 러시아에 북한군을 파병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위험한 판돈 올리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으로 김정은의 존재감을 키우면서 북한이 가지고 있는 ‘강한 근육’을 무시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김정은의 근육자랑 뒤에 블라디미르 푸틴이 있다는 점이다. 만약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대가로 정찰위성이나 ICBM 발사와 관련된 기술들이 북한에 전수됐다면 이는 레드라인을 넘는 것으로 서방 세계에서도 결코 묵과할 수 없다. 다시말해 말로만 경고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를 모를리 없는 김정은이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이러한 김정은의 뜻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우선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북한군들이 엄청나게 많이 희생을 당한다면 이때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당장 북한 내부로부터 상당한 진통이 있게 될 것이다. 벌써 파병된 군인들의 부모들이 무작정 북한 군부대를 찾아가 자신의 자녀들을 면회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희생자가 생각보다 많이 발생한다면 그땐 김정은도 북한 내부의 혼란을 온전히 막기 어려워질 것이다.
분명한 것은 북한군이 아직 우크라이나와의 전투에 본격 투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신문이 “현실이 된 북한군 대규모 전사 우려, 북한의 운명까지 내던진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정세분석(유튜브 2992회)을 통해 자세히 알려 드린 바 있다. 다시말해 북한군 1개부대가 몰살당했다는 것은 전혀 확인되지 않은 블러핑이었음이 확인된 셈이다.
그러니 앞으로의 전쟁 전개에 따라 김정은이 과연 지금의 배짱대로 밀고 나갈 수 있을지 두고봐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분석해 봤을 때 김정은이 저렇게 배를 내밀면서 큰 소리치는 시간도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불과 며칠 안에 북한군의 참변 소식들이 전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