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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 서방제재 뚫고 엔비디아 AI칩까지 수입", 인도가 구멍이었다! - "인도 업체, AI칩 장착된 첨단 서버 러시아에 수출" - 인도를 통한 러시아 수출, 인도는 막을 생각 별로 없는 듯 - 인도에 대한 세컨더리보이콧 적용 가능성은?
  • 기사등록 2024-10-29 11: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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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업체, AI칩 장착된 첨단 서버 러시아에 수출"]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뚫고 엔비디아의 첨단 AI칩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도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과 쿼드(QUAD)를 통한 사실상의 군사동맹을 이루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러시아에 대해 호의적이었던 인도가 대 러시아 제재의 구멍임이 드러나면서 미국은 이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현지시간) 자체 분석을 통해 “인도 뭄바이의 한 제약회사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이 장착된 최첨단 서버를 러시아에 수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뭄바이 북부에 있는 평범하지 않은 오피스 빌딩의 최상층 3개 층을 차지하고 있는 인도의 제약업체 슈레야 생명 과학 (Shreya Life Sciences)은 인도 최대 대도시 안데리 지역을 하루 종일 활기차게 만드는 다른 많은 상업 기업과 구별할 만한 특징이 거의 없지만, 이 눈에 띄지 않는 제약 회사는 첨단 기술을 러시아에 판매하는 수익성 높은 회사로,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은 인도의 급성장하는 경제 속에 이러한 러시아 제재의 우회 판매 중개자 역할을 인도의 회사들이 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블룸버그가 무역 데이터 업체인 '임포트지니어스'(ImportGenius)와 'NBD'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도 제약업체 '슈레야생명과학'은 지난 4∼8월 글로벌 IT(정보통신) 기업 델 테크놀로지스의 최첨단 서버 1천111대를 러시아에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델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파워에지 XE9680'(PowerEdge XE9680)으로 알려진 이 서버에는 엔비디아나 AMD가 만든 AI에 최적화된 고성능 프로세서가 장착되어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발송된 998대의 서버에 대한 세부 내역에는 이 서버들이 엔비디아의 AI칩인 H100을 장착하고 있음이 명시돼 있다”면서 “이 서버와 그 안에 들어있는 칩들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군산복합체를 겨냥해 지정한 수출 제한 품목 명단에 올라 있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이 서버들은 3억 달러(약 4천155억원) 상당 규모로, 러시아 무역 회사 '메인 체인'과 'I.S LLC'가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이는 슈레야가 지난 2022년 9월 이래 러시아에 완전히 합법적으로 수출한 첨단 기술 제품의 일부일 뿐”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또한 “러시아 업체 '메인 체인'은 슈레야 외에도 '헤이어스 인포테크'(Hayers Infotech Private Limited)라는 인도 업체에서도 기술 제품을 수입했으며, 이 두 인도 업체가 2022년 2월 이래 러시아에 수출한 최첨단 제품은 총 4억3천400만 달러(약 6천억원) 상당 규모”라면서 “이는 러시아가 군사적 사용 가능성이 있는 민군 이중용도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서방 정부가 기울여온 제재 시도에 구멍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10월 12일, “인도가 중국 다음으로 러시아에 제한 기술을 공급하는 두 번째로 큰 공급국이 되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된 첨단 칩 탑재 제품의 원산지는 인도가 아니라 말레이시아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4년 3월부터 8월까지 인도의 수입 데이터에 따르면 1,407대의 동일한 Dell 제품이 말레이시아에서 인도로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기술 기업들은 제재 규정을 준수하고 민감한 제품의 판매를 모니터링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해 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침공 직후인 2022년 2월부터 러시아에서 제품 판매 및 서비스 제공, 지원을 중단했으며 ‘엄격한 무역 규정 준수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엔비디아와 AMD는 “파트너와 협력하여 판매가 수출 통제를 ‘완전히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를 통한 러시아 수출, 인도는 막을 생각 별로 없는 듯]


사실 인도 정부는 미국과 EU가 러시아를 상대로 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인도에서 러시아와 사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특히 인도는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를 통해 서방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러시아와도 전략적 파트너로 가까운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인도는 오랜 기간 러시아 군사 장비에 의존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인도의 모디 총리는 10월 22일 브릭스 정상회의 기간 중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긴밀하고 심화된” 관계를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인도의 외교 스탠스에 따라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서방은 러시아를 상대로 전면적인 제재에 나섰지만 인도는 이에 동참하지 않았고, 오히려 제재로 판로가 막힌 러시아산 석유를 값싸게 사들이고 무기 수입도 계속하면서 러시아의 새로운 핵심 경제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방 각국은 러시아가 인도에서 민감한 기술 품목을 우회 수입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인도에 문제를 제기했고, EU는 인도에 기반을 둔 몇 개 업체에 이미 제재를 가했지만, 인도 측에서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월리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차관이 올 여름 인도 산업연맹에 서한을 보내 러시아의 군사 산업 기지와 거래하는 외국 금융 기관이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면서 “한 미국 고위 관리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모디 정부를 유지하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뉴델리는 미국의 우려에 거의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EU의 최고 제재 관리인 데이비드 오설리반은 “인도를 통한 전장 제품의 환적은 작년 12월 이후 증가했다”면서 “인도의 정책보다는 러시아가 석유 판매로 벌어들인 ‘엄청난 양의 루피’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U는 이미 인도에 기반을 둔 몇몇 단체를 제재한 바 있다.


그렇다고 인도가 미국의 지적에 아예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인도 정부의 핵심 관계자는 “미국이 일부 인도 기업들이 러시아에 이중 용도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고 지적한 후 미국의 주장을 조사하고 필요에 따라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슈레야 생명과학은 그러한 조치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도가 과연 성심성의껏 러시아로의 제한품목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지 의심이 간다.


블룸버그는 이전에 “러시아로의 수출과 관련된 제재 대상 물품의 대부분이 중국,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 등 제3국에서 재수출을 통해 러시아로 들어온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비서실장 안드리 예르막은 지난 10월 7일, X(옛 트위터)에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여전히 전자 정보 및 전쟁 시스템에 사용되는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면서 누구도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으로부터 이익을 취해서는 안된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인도에 대한 세컨더리보이콧 적용 가능성은?]


이런 상황에서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인도의 ‘슈레야 생명 과학’에 대해 미국이 과연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자를 제재하는 세컨더리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시행할 것인가의 여부다. 미국 재무부는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돕고 있는 여러 회사들에게 세컨더리보이콧 대상 명단에 포함시켜 제재하고 있다. 이 명단에는 러시아 뿐 아니라 중국과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의 개인과 기관도 포함돼 있다.


물론 미국과 인도가 외교적으로 특수한 관계이기는 하지만 미 재무부도 인도의 일부 회사들이 러시아와의 관계가 비정상적임을 인지했다면 당연히 세컨더리보이콧을 적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조치로 인해 미국과 인도간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그러한 문제 때문에 인도회사들에 강력한 제재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러시아에 대한 글로벌 제재가 원천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 블룸버그의 보도를 기화로 이에 합당한 조치가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볼 것은 미국의 세컨더리보이콧이 인도와 러시아간 무역의 통로였던 인도의 금융기관에까지 미칠 수 있을지의 여부다. 이 역시 당연히 시행되어야 마땅하나 미국과 인도의 특수관계를 고려한다면 이번 기회에 해당하는 금융기관들에게 특별 경고를 하는 차원에서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인도에 대한 미국의 파격 대우가 엇나간 러시아 지원 돌출]


지난해 6월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 관계에 대해 평가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십 중 하나로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긴밀하며 역동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모디 인도 총리의 국빈 미국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 인도는 첨단기술과 국방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철저하게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행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현재 미국은 패권도전국 중국을 고립시키고 압박하기 위해 통합억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남아시아의 강국인 인도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공간이 미국과 일본, 호주, 그리고 인도 4개국의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이다. 쿼드는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전략을 구현하기 위한 안보협의체인데, 그 주된 목표가 사실상 '일대일로(一帶一路)'로 대표되는 중국의 대외진출 전략을 견제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쿼드의 성공을 위해서는 미국으로서는 핵심동맹인 일본과 호주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동맹이 아니지만 인도의 협조가 간절히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는 러시아와의 전통적 우호관계 등을 고려해 미국 주도의 러시아 제재에 불참하는 등 묘한 행보를 보였다. 이것이 미국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인도는 미국의 이러한 외교적 필요를 역이용해 대 러시아 제재에도 참여하지 않고 오히려 러시아를 적극 지원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인도의 행보에 미국의 분명한 의지를 보여주지 아니하면 대 러시아 제재망은 완전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미국이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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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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