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쿠르스크에 북한군 수천명 도착, 28일까지 최대 5000명 집결]

러시아 땅으로 건너온 북한군 일부가 우크라이나군이 점령중인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로 이동중이며 28일까지 5천여명이 집결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가정보원도 북한 전투부대의 투입 지역과 실전운용 실태를 파악하고 투항하거나 포로로 잡힌 북한군을 직접 신문하고 탈북을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관련 요원들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 “북한군 수천명이 지난 23일부터 러시아 본토 격전지인 쿠르스크에 집결하고 있다”면서 “북한군이 아직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았으며 어떤 역할을 할지는 불분명하나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기 위한 반격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남서부 지역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 6일 진입, 일부 영토를 점령하고 러시아군과 교전 중인 접경지역이다.

NYT는 이어 “23일 첫번째 북한군이 약 6천400㎞에 이르는 여정을 거쳐 쿠르스크에 온 이후 매일 수천명씩 도착하고 있다“면서 “이 병력은 북한 정예부대의 일부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러시아 공군기 일류신 Il-62M을 타고 러시아 서부 군 비행장으로 이동한 다음 전투지역으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병력 이동에 관해 잘 아는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28일까지 최대 5천명의 북한군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5일 브리핑에서 러시아 동부 훈련시설에 주둔 중인 북한군 중 일부가 쿠르스크로 파견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배치 목적은 불분명하다고 밝힌 바 있다

커비 보좌관은 23일엔 북한군 약 3천명이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틀 후 브리핑에선 러시아에서 훈련 중인 북한군이 3천명보다 많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미 북한군이 23일 쿠르스크에서 목격됐다”고 발표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25일 “북한군이 27∼28일 전투지역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NYT는 이어 “북한군의 추가가 전장의 상황을 어떻게 바꿀지는 불확실하다”면서 “북한군은 1950년대 이후로 어떤 전쟁에도 참전하지 않았으며, 정예 부대의 역량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NYT는 또한 “심지어 그들이 전장에 나가기 전에도 언어 장벽, 낯선 지형, 그리고 자신들의 것과 크게 다를 수 있는 군 관습에 맞서야 할 것”이라면서 “그들이 쿠르스크의 최전선으로 파견된다면, 러시아군은 8월의 기습 침공 이래로 몰아내지 못하고 있는 전투로 단련된 우크라이나 군대와 마주하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핀란드에 있는 Black Bird Group의 군사 전문가인 에밀 카스테헬미는 소셜 플랫폼 X에 "그들이 전선에 나가게 된다면, 그들이 매우 효과적인 전투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북한군의 전투력이 요점이 아닐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카스테헬미의 이 말은 “누군가는 전장에서 죽어야 하고, 러시아의 관점에서 보면 그 사람이 러시아인이 아닌 것이 당연히 더 낫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北김정은 군부측근 김영복, 러 입국…파병부대 총괄지휘]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일본의 교도통신은 26일, “김정은의 군부 측근 중 한 명인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이 러시아로 최근 파견된 북한군 부대의 총책임자 자격으로 러시아에 입국했다”면서 “김 부총참모장의 정확한 러시아 입국 시기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지난 24일 시점에 러시아에 체류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이어 “러시아군이 작성한 북한군 파견부대 간부 명단을 우크라이나 당국이 입수했는데 그 명단의 가장 높은 곳에 김영복의 이름이 있다”면서 “김영복 부총참모장은 김정은이 지난 3월 서부지구 중요 작전훈련 기지를 방문했을 때 수행원 명단에 포함되면서 부총참모장 지위에 오른 사실이 확인된 인물”이라고 밝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김영복은 이후 지난달 30일 북한 관영매체에 보도된 김정은의 평안북도 홍수 피해 지역의 복구 건설사업 현지 지도와 이달 6일 보도된 오진우 포병종합군관학교 제75기 졸업생들의 포실탄사격훈련 현지 지도에도 동행했다.

교도통신은 이어 “김정은이 자신의 군부 측근에게 러시아 파견 부대의 수장 역할을 맡긴 것은 러시아의 대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여하려는 태세를 분명히 함으로써 북한-러시아 간 군사협력을 가속화하려는 의중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푸틴, 김정은에게 ICBM 관련 기술 제공할 가능성]

NYT는 “현재까지 파병 대가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무엇을 받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지금으로선 미 당국자들이 반대급부의 증거를 보지 못했지만 북한이 중요한 군사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NYT는 “미국 관리들에게서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 어려움에 처한 대가로 북한이 주변국과 미국에 가할 수 있는 위협을 증폭시킬 수 있는 어떤 형태의 상당한 군사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김정은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사거리를 개선하고 그것이 미국 도시를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고 짚었다.

[긴장하는 우크라이나, 국제사회에 지원 촉구]

위기감이 커진 우크라이나는 북한군의 전선 투입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듭 호소했다.

현지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6일 저녁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는) 점점 더 북한을 동맹국으로 끌어들이고 있으며, 이제 북한군은 언제든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싸우는 전장에 나타날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유럽에서 북한을 상대로 싸우도록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세계는 전쟁이 펼쳐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추상화와 단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강력한 결정'을 촉구했다.

[우크라군, 북한군 대비해 대화 매뉴얼도 작성]

한편,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과 조우하거나 이들을 생포할 경우를 대비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공유하는 친러시아 텔레그램 계정 'Z작전-러시아 봄의 군사특파원'은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인들이 도착할 것을 예상하며 지침을 발행하기 시작했다"며 관련 문서 사진 3장을 게시했다.

이 문서는 우크라이나어로 된 문구, 이를 번역한 한글 표현, 해당 한국어 표현을 우크라이나로 음차한 표기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1번 항목을 보면 한국어 "무기 버려!"에 해당하는 우크라이나어(Кинь зброю!)를 써 놓고 이 한국어를 우크라이나 군인이 읽을 수 있도록 다시 “Мугi порьо!"로 쓰는 식이다.

이 문서의 12번은 "임무가 뭐야", 16번은 "배고파?", 39번은 "거짓말하지 마", 43번은 "우크라이나는 제네바 협약을 준수하고 있어" 등이다. 문항은 60번까지 있다.

'Z작전-러시아 봄의 군사특파원' 계정은 지난 21일 북한 인공기와 러시아 국기가 나란히 꽂힌 사진을 올리며 "북한 국기가 최근 해방된 츠쿠리노 인근 포크로우스크 전선 광산 폐석 위에 게양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국 정부도 나토 및 우크라이나와 긴밀히 대응, 관련 인력 파견]

이렇게 북한군이 이미 쿠르스크에 도착하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전투 참여를 눈 앞에 두었다는 보도들이 이어지자 우리 정부도 숨가쁘게 이에 대응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우리 정부는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대응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단 28일(현지시간), 우리 정부 대표단은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이사회(NAC)에 참석해 북한군 파병 동향을 브리핑할 예정이다. 정부 대표단은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을 단장으로 박진영 합동참모본부 정보부장 등 정보·군·외교 당국 고위 관계자들로 구성됐다.

우리 대표단은 나토 측과 북한군 파병 동향 및 대응 방안을 논의하면서 한국의 우크라이나 현지 모니터링단 파견 및 우크라이나군 지원 문제 등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장에 파병된 북한군 전력을 탐색하고 전술 및 교리를 연구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모니터링단을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모니터링단은 국가정보원 및 군 당국의 정보·대북 요원 등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데, 전장에 투입된 북한군이 포로로 잡히거나 탈영하게 되면 이들을 신문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대북 심리전 분야 요원도 참여해 북한군의 탈영을 유도하는 작전을 수행·조언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이를 위해 국정원 고위당국자는 이미 우크라이나를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대북 정보 소식통은 "현재 북한 내부에서는 파병 소식이 알려져 주민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파병 병사들의 탈북은 김정은에게 엄청난 심리적 부담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북한군의 전쟁 참여도를 분석하면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도 나토 측과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일단 정부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동향 등을 보면서 단계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차원의 군수 물자를 제공했고, 미국에 155㎜ 포탄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간접적으로 돕는 형태였지만, 북한군 파병을 계기로 상황에 따라서는 공격용 무기까지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부담이 큰 공격용 무기보다는 공병 장비나 방공체계, 지뢰살포 장비 등 방어용 무기 지원이 우선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