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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믿었던 TSMC의 배신, 中 화웨이에 첨단 AI 칩 공급했다 들통 - 화웨이 GPU서 TSMC 칩 발견, 중국 내에서 엔비디아 대체재 - TSMC 첨단 칩이 중국에 흘러 들어간 과정, 심상치 않다 - TSMC가 의도적 실수했을 경우 심각한 사태 발생 가능성도
  • 기사등록 2024-10-25 04: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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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GPU서 TSMC 칩 발견, 중국 내에서 엔비디아 대체재]


중국 화웨이가 지난해 출시한 첨단 인공지능(AI) 칩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만든 반도체가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상무부가 TSMC를 상대로 AI 반도체 제조에 관여했는지 조사 중이었는데, 사실이었던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만약 TSMC가 화웨이에 의도적으로 첨단 칩을 납품했다면 이는 TSMC의 배신이라 할 수 있고 이 경우 엄청난 파문이 일 수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대만 TSMC가 대만의 한 고객에게 판매한 자사 칩 중 하나가 화웨이 제품에 사용된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고객사에 제품 공급을 중단했다”면서 “TSMC 측이 해당 고객사에 공급한 칩이 최종적으로 화웨이 제품에 사용된 것을 확인했으며, 약 2주 전인 이달 11일께부터 이 고객사에 대한 공급을 중단하고 조사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앞서 “기술 연구회사인 테크인사이트가 화웨이의 첨단 GPU인 ‘어센드 910B’를 분해한 결과 TSMC의 AI칩이 사용된 것을 확인했으며, 이를 인지한 TSMC가 즉각 미국에 통보한 바 있다”고 단독으로 보도한 바 있다. 어센드 910B는 미국 수출 통제로 중국이 엔비디아의 GPU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인데, 중국 내에서 엔비디아 대체재로 TSMC의 어센드 910B를 수입해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내 최첨단 제품이다.


테크인사이트는 보고서 작성 전에 이를 TSMC 측에 알렸다고 사안에 밝은 소식통들은 전했다. 또 TSMC는 이 사안이 미국의 수출 규제를 위반했을 가능성을 인지하고 이미 수주 전에 미국에 통보했다고 한다. 다만 이 당국자는 해당 고객사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으며, TSMC도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이 같은 사실이 수요가 많은 제품에 대해 수출을 통제하는 것이 기업이나 규제 당국 모두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주는 것이며, 동시에 화웨이의 최첨단 반도체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엔비디아 AI 칩에 의존하던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들은 어센드 910B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TSMC의 AI칩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것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임과 동시에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통제를 어떻게든 우회해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고 있다는 뜻이어서 이에 대한 대응이 주목된다.


[TSMC 첨단 칩이 중국에 흘러 들어간 과정, 심상치 않다]


문제는 TSMC의 칩이 어떻게 화웨이에 흘러 들어갔는지는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일단 TSMC는 "우리는 법을 준수하는 회사이며 해당 수출 통제를 포함해 모든 관련 규칙과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규제 요건에 따라 2020년 9월 중순 이후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현재 TSMC가 미 상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화웨이는 2019년에 국가 안보를 이유로 미국의 거래 제한 기업 목록에 올랐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TSMC의 한 고객사가 대규모 언어모델 훈련용으로 설계된 프로세서인 어센드 910B와 유사한 칩을 주문한 후 TSMC가 미국 상무부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IT 전문매체인 디인포메이션은 “미국이 TSMC와 화웨이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성명에서 "미국의 수출 통제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는 보고를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조사가 진행 중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비슷한 내용을 전하면서 “해당 고객사가 화웨이를 대신해 TSMC와 거래했는지 여부와 기업 소재지 등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의문을 제시했다.


사실 이 부분이 이번 TSMC 첨단 칩의 중국 유출을 정리하는 데 있어 핵심 포인트이기도 하다. 사실 첨단 칩을 주문하는 회사에 대해 TSMC가 당연히 그 회사의 실체 및 사용 용도 등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인데다 화웨이에 수출할 정도면 상당한 양을 출고했을 터인데 그 칩의 판매처도 파악하지 않았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TSMC가 화웨이로의 유출을 인지한 후 즉각 미국에 통보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건의 수습을 위한 것이지 선제적 대응은 아니라는 점에서 TSMC가 특정 판매회사를 통해 화웨이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방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그래서 제기되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몇 년간 광범위한 수출 통제를 통해 중국 기업들이 최첨단 반도체를 확보하거나 설계 및 제조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자 했다. 화웨이는 수출통제의 주요 대상 기업 중 하나로, 중국 IT 굴기의 정점에 서 있는 회사다. 다만 이같은 통제에도 중국 반도체는 이를 뚫고 진일보하고 있다는 증거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화웨이는 지난해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중신궈지)가 만든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가 내장된 스마트폰을 출시했고, 대중국 제재에 구멍이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SMIC가 7nm 칩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지 의문을 표해왔는데, 이번 일로 이러한 의구심이 강해졌다는 게 블룸버그 평가다.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소속 존 물레나르(공화) 위원장은 "미국 수출통제 정책의 재앙적 실패"라면서 "이번 재앙의 범위와 규모에 대해 BIS와 TSMC가 즉각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TSMC가 화웨이와의 거래에서 미국 수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미 상무부가 미국 기술에 대한 일시적인 접근 제한이나 벌금 부과 등의 제재를 가할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TSMC가 의도적 실수했을 경우 심각한 사태 발생 가능성도]


이번 TSMC AI칩의 중국 화웨이 유출 사건은 반도체 시장에도 상당한 파문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TSMC가 최첨단 칩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TSMC의 AI 칩 독점 생산 구조에 대한 업계 견제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TSMC의 화웨이 우회 납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테크 업계에선 화웨이 등이 다른 기업을 통해 TSMC에 주문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은 유학생 등을 통해 미국이 제재 품목으로 지목한 첨단 반도체를 밀수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미국 상무부는 이에 대한 분명한 대응을 해야만 한다. 앞서 미 상무부는 2020년 5월 화웨이가 독자 설계한 반도체 부품을 TSMC 등 중국 국외 업체에 생산을 맡길 수 없도록 제재를 강화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23일, “TSMC가 미국 상무부의 수출 통제 시스템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미 상무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미국에 반도체 제조 공장 3곳을 짓는 데 65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TSMC에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TSMC의 우회 수출이 어느 정도라도 드러난다면 TSMC는 단순하게 벌금을 부과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는 수출 제재 위반 사항이므로 미국 기술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미국 빅테크의 주문 수주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TSMC는 이 과정에서 미국의 반독점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또 TSMC의 문제가 삼성전자의 새로운 고객사 개척을 가능하게 할지도 주목거리다. 만약 미국 상무부가 첨단 AI칩의 TSMC 독과점 체제를 의도적으로 깨는 정책을 채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미국의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 그래서 주목된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를 두고 미국 정부가 TSMC의 반독점을 견제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이라고 본다. 미국 정부는 최근 AI·반도체 업체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반독점 조사'를 강화 중이며, 미국 정치권에서도 TSMC를 통제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파운드리 단가 협상에서도 미국 빅테크가 불리할 상황이어서 미국 정부는 TSMC에 대한 반독점 규제 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TSMC는 이와 별개로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설계 결함으로 최근 엔비디아와 심각한 갈등설에도 휘말려 있다. IT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반도체 ‘블랙웰’의 결함으로 생산 차질이 이뤄지면서, 양사가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블랙웰' 생산 차질을 놓고 엔비디아가 패키징 기술 문제를 제기하자, TSMC는 초기 설계 결함에 원인이 있다며 맞서고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확대할 여지도 커졌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에 TSMC보다 20~30% 낮은 가격에 생산을 맡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TSMC가 독점으로 과도한 이윤을 남기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인텔의 파운드리 동맹설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불거진 대만 TSMC와의 불화설을 정면 반박하기는 했다. 젠슨 황 CEO는 23일,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7가지 종류의 칩을 처음부터 설계하고, 동시에 생산에 투입해야했다”며 “TSMC가 한 일은 수율 난항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를 돕고, 놀라운 속도로 블랙웰 생산을 재개하도록 도와준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젠슨 황 CEO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만 TSMC와의 동거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어찌되었건 TSMC의 첨단 칩이 화웨이로 유출된 사건은 대충 잠잠히 끝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것이 과연 ‘TSMC의 배신’인지 아니면 ‘화웨이로 은밀하게 수출한 일개 판매회사의 사기수출’인지는 두고보면 드러나겠지만 이러한 논란에서 TSMC가 자유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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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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