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독일 경제를 더욱 수렁속으로... 독일은 왜 이럴까?]
독일 경제가 2년 연속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큰 경제대국인 독일이 이렇게 유럽내 다른 국가들보다 뒤처지는 결과를 보이는데 대해 독일 경제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지적을 낳고 있다. 그렇다면 한때 유럽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독일 경제가 왜 이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일까?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16일, “독일 경제부장관이 지난 9일(현지시간) 올해 공식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0.3% 성장에서 0.2% 위축될 것이라 발표했다”면서 “지난해 0.3%의 생산량 감소에 이은 것으로, 독일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경기 침체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다른 부유한 국가들의 경제성장률과 비교해 보면 독일 경제가 지금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빠져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표1 참조)
이에 대해 유럽중앙은행의 이사벨 슈나벨은 “독일을 제외한 유로존의 성장이 2021년 이후 놀라울 정도로 탄력적이며 다른 많은 거대 경제국보다 빠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독일이 유로존에서 가지고 있는 경제적 지위를 생각한다면 독일을 빼고 유로존 경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캘리포니아와 텍사스를 제외한 미국 경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문제는 한때 유럽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독일이 지금은 유로존 동반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의존도가 높고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독일 경제가 2021년 이후 직면한 상황보다 더 나쁜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고, 이제는 중국의 산업 과잉 생산이 해외에서 혼란을 야기하고 있어서 경제 약화를 외부 요인 탓으로 돌릴 수도 있지만, 독일의 문제는 더 깊고 많은 부분이 자체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게다가 분열된 3당 연립정부가 정치적 대응을 방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적 요소가 독일 경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실제로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산업 생산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학, 금속 가공, 제지 제조와 같은 에너지 집약적 산업이 특히 큰 타격을 받았다(표 2 참조). 이 부문은 독일 산업 생산량의 16%에 불과하지만 산업 에너지의 거의 80%를 소비한다. 그러다보니 많은 기업이 생산 중단을 통해 에너지 비용 상승에 대응했을 정도다.
특히 글로벌 수요 패턴의 변화는 대부분의 기업에게 더 큰 문제다. 실제로 독일과 중국간 관계가 큰 변수다. 픽텟(Pictet) 웰스 매니지먼트가 지적했듯이 독일과 중국의 경제 관계는 변화하고 있다. 2010년대에는 양국의 성장이 상호 보완적이었다. 독일은 자동차, 화학제품, 기계류를 중국에 판매하고, 중국은 소비재와 배터리 및 전자 부품과 같은 중간재를 구매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한때 수입하던 제품의 대부분을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일부 품목에서는 독일의 주력 품목인 자동차를 비롯한 수출 시장의 심각한 경쟁자가 되었다.
[장기적인 구조적 문제가 독일 경제 발목 잡아]
이코노미스트는 “그럼에도 독일 산업에 대한 암울한 전망은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 예로 2020년 이후 제조업 생산은 감소했지만, 총 부가가치는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 많은 경우 제조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품목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작년에 전반적인 경제가 위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역은 계속해서 성장에 기여했으며, 이러한 현상은 올해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럼에도 일시적인 경기 상승이 장기적인 구조적 문제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독일의 경제 약세는 최근의 지정학적, 경제적 충격 이전부터 존재했다.
이사벨 슈나벨도 지적을 했지만 2021년 말 독일의 GDP는 4년 전 수준보다 1% 증가에 그친 반면, 나머지 유로존은 5%, 미국은 10% 이상 성장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10년대 독일의 성공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대한 독일의 경쟁 우위를 반영한다. 세기 초 독일은 통일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독일의 물가 수준은 공통 통화를 사용하는 다른 국가들보다 높았다(표 3 참조). 그러다가 2000년대 초 노동시장 자유화를 포함한 하르츠 개혁으로 노동의 협상력이 약화되면서 물가 상승이 억제되었다. 동시에 남유럽의 부채에 기반한 성장은 유로 지역 전체의 물가 수준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경쟁 우위는 약화되었다. 2010년대 초의 부채 위기 이후 주변 유럽 경제는 자체적인 구조 개혁에 착수했다. 그리고 2015년부터 10년간의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던 독일의 임금 비용은 더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독일과 나머지 유로 지역 간의 가격 수준 격차가 좁혀졌다. 특히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에너지 압박의 영향으로 물가 수준이 더 높아졌다. 이렇게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독일은 유로존 국가들에 비해 비용 우위를 점하지 못하게 되었다.
독일은 이러한 경쟁력 상실에 대처하는 동시에 인구 통계학적 변화와도 싸워야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독일의 고령화 인구는 높은 이민자 수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제 이민자 수가 줄어들면서 기업들은 일손이 부족해지고 있다. IMF는 독일의 노동 가능 인구가 향후 5년간 매년 0.5%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주요 경제국 중 가장 가파른 감소세이다.
IMF 관계자는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는 한 독일의 경제 성장률은 팬데믹 이전의 절반 수준인 연간 0.7%에 그칠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 지출을 늘리면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각 부처 장관들은 자체 재정 규칙에 따라 제약을 받고 있다. 연간 공공 순투자는 1990년대 초 GDP의 1%에서 제로로 떨어졌다. 연방정부의 구조적 재정적자를 연간 GDP의 0.35%로 제한하는 '부채 브레이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지만, 내년 연방선거 전까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관측통은 거의 없다.
독일의 경기 침체는 독일인 자신과 유로존 전체에 고통스러운 일이다. 낮은 인플레이션과 낮은 에너지 비용으로 인한 내년 경제 회복은 구조적인 문제를 완화하지 못할 것이다. 독일 경제는 팬데믹이 발생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중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에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긴장의 조짐을 보였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계속 긴장의 조짐을 보일 것이다.
[독일 경제 위축, 근본적 원인은 중국 문제]
우리 신문은 지난 1월 20일, “역성장한 독일경제, 중국과 함께 가라앉았다!”라는 제목의 정세분석(유튜브 2506회)을 통해 “유럽을 이끌어 왔던 독일의 경제가 결국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는데, 이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20개국 중 가장 큰 경제규모를 자랑하던 독일의 추락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도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를 재건하면서 유럽 경제의 성장을 주도했으며, 특히 거대한 공장과 정교한 엔지니어링으로 거대한 산업강국이었던 독일경제가 5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3년만에 0.3%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면서 “2024년에도 플러스 성장 가능성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렇다면 유럽의 최강자였던 독일경제가 왜 이렇게 마이너스 성장 국면으로 빠져들게 되었을까? 그 첫 번째 요인은 지나친 중국 경제 의존을 들 수 있다. 사실 독일경제는 그동안 최대 교역 파트너였던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이익을 거두면서 견고한 수출모델을 꾸려왔다. 그런데 중국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경기가 둔화되면서 독일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여기에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이 공급망 자립화에 나서며 독일산 제품 수입을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2021년 394억유로(약 56조원)이던 독일의 대중 무역적자는 1년 만에 843억유로(약 120조원)로 두 배 넘게 늘어났다.
뒤늦게서야 중국 경제 의존도로 인한 문제점을 파악한 독일은 지난해 7월,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디리스킹’(위험 축소) 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독일 정부는 교역과 공급망 다변화를 추구하기로 했다.
독일 경제가 추락한 또다른 이유로는 개혁을 등한시했다는 점을 든다. 독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진 지난해 연말, 독일경제연구소(DIW베를린)는 “마크롱 대통령이 명확한 우선순위를 설정했고, 연금·노동개혁을 대대적으로 추진해 규제를 합리화했다”며 “대담한 산업정책의 목표를 제시해 실업률을 꾸준히 감소시키는 등 상당한 수확을 내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도 최근 “예전에는 프랑스가 경제 개혁을 달성하지 못하고 실업률이 높아 ‘유럽의 병자’로 불렸지만 이젠 이 별칭이 터무니없게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 번째는 성급한 탈원전이 경제를 추락시켰다는 점이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독일은 값싼 러시아산 천연가스로 공장을 돌려 제품을 생산하고 중국에 판매해 수익을 거뒀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중단된 데다 탈원전 영향으로 전기료가 치솟으면서 독일 경제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화석연료를 언제까지나 값싸게 들여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이를 믿고 탈원전을 급속하게 추진했다. 실제로 독일은 지난해 원전을 일제히 가동 중단하면서 23년 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재임 때부터 구상해 온 탈(脫)원전 시대에 돌입했다. 1961년 첫 원전 가동에 나선 지 62년 만이다.
문제는 탈원전 직후, 독일 경제의 기반을 이루는 제조업의 혈맥과 같은 값싼 러시아산 가스가 끊기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의 약 3분의 1이 해외로 생산시설 이전을 고려 중이거나 진행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업 강국’이던 독일이 ‘산업 공동화’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이른 것이다.
독일 경제의 추락은 한국에게도 반면교사다. 독일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요인들이 한국과 데칼코마니처럼 유사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중국 의존도, 개혁의 결여, 그리고 탈원전과 이 모든 재앙적 요소들을 부추기는 정치의 후진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원빈국에 속하는 한국에 독일 경제의 침체가 주는 시사점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