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싱크탱크 “엔비디아 칩 국산 교체하면 비용 막대” 지적]
2주 전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에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인 미국 엔비디아 제품 대신 중국산 AI 칩을 구매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뒤늦게 그렇게 중국산 AI칩으로 교체한다면 그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든다면서 미국 엔비디아 반도체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와 중국의 허황된 반도체 굴기 집착을 또 드러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중국 정부 산하의 싱크탱크는 중국 본토의 데이터 센터가 중국산 AI 칩이 아닌 미국산 AI칩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면서 “(만약 당국의 지시대로 중국산 AI칩을 사용하게 될 경우) 엄청난 교체 비용이 들 것이라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경고를 발한 싱크탱크는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중국정보통신기술원(CAICT)으로 지난 13일 중국의 컴퓨팅 파워 발전 관련 보고서를 냈는데, “상황이 허락하면 데이터 센터들은 엔비디아의 A100, H100 고성능 칩을 선택할 수 있고, 컴퓨팅 파워 수요가 제한적이라면 H20이나 국산 대체품도 선택할 수 있다”고 썼다.
중국정보통신기술원(CAICT)은 “미국의 제재 속에서 지난 3년간 중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스타트업들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에서 진전을 이루며 번창했다”면서도 “엔비디아 GPU에 훈련된 모델들을 중국산 솔루션으로 전환하는 것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차이 탓에 복잡한 엔지니어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에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인 미국산 엔비디아 제품 대신 중국산 AI 칩을 구매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정부 소속의 싱크탱크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정반대 권고를 내놓은 것이다.
실제로 엔비디아 칩은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가장 필요로 하고 있지만, 미국 상무부는 2022년 8월 중국군이 AI용 GPU 반도체를 사용할 위험이 있다며 엔비디아와 AMD에 관련 반도체 중국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의 가장 인기 있는 A100과 H100의 중국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미국 규제에 걸리지 않는 중국 시장용 저사양 칩 A800과 H800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도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으로의 수출을 금지시켰다. 이후 엔비디아는 바뀐 규제에 맞춰 다시 중국 시장용 H20, L20, L2 GPU를 출시했다. 이와 관련해 SCMP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서버 제작자들은 H20 주문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SCMP는 이어 “중국정보통신기술원(CAICT)의 자료에 근거해 자체 추산한 결과, 지난해 말 현재 중앙처리장치(CPU)와 GPU에 기반한 중국의 총 컴퓨팅 파워는 230엑사플롭스(EF)로 전년 대비 27% 늘었다”고 설명했다. 1엑사플롭스(EF)는 1초에 100경 회의 연산 처리 능력을 말한다.
SCMP는 특히 “AI 훈련과 추론을 위한 GPU 기반 컴퓨팅 파워는 전년보다 70% 증가해 중국이 글로벌 경쟁 속 AI 하드웨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지방정부와 국영 통신망 사업자, 민간 투자자들이 이 새로운 인프라에 돈을 쏟아부으면서 지난 6월 현재 중국에서는 250여개의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가 완공됐거나 건설 중”이라고 전했다.
SCMP는 이에 대해서도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설 중 상당수가 중국의 기술 센터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위치해 유휴 상태로 방치되고 있어 컴퓨팅 과잉에 대해 경고했다”면서 “중국정보통신기술원(CAICT)의 보고서에서도 중국의 대규모 IDC 구축이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낮은 하드웨어 사용률, 잘못된 관리 및 낮은 데이터 품질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한편, 블룸버그는 지난 9월 28일, “중국 당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고 미국 제재에 대응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 제품 대신 중국산 AI 칩을 구매하도록 지침 등을 내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사실상 구매 금지 대상이 된 반도체는 엔비디아가 미국의 대중국 첨단 AI 칩 수출 금지를 피해 기획한 중국형 H20 모델이다. 지침에는 화웨이, 캄브리콘 같은 중국 AI 칩 기업 제품의 사용 비율을 높일 것을 권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넘어설 수 있을까?]
그렇다면 중국은 첨단 컴퓨터 칩에 대한 미국의 제한을 우회할 수 있을까? SCMP는 15일, 또다른 기사에서 “1960년대 중국 과학자들이 소련과 미국의 기술적 봉쇄 노력을 극복하여 핵무기를 개발하는 과정은 오랫동안 중국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였지만, 분석가들은 오늘날의 첨단 기술 장벽을 극복하기는 더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화 시대에 자란 젊은 중국인들에게는 이런 기술적 고립 상태로의 복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로 여겨졌지만 중국은 현재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하며, 중국 학생들은 과학, 기술, 공학, 수학(총칭하여 STEM)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중국에 대한 급속한 부상 우려로 인해 새로운 기술 제한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SCMP는 이어 “이러한 제한은 현대 기술의 심장을 형성하는 하이엔드 반도체에 집중되어 있으며, 중국이 미국에 크게 의존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이러한 과제는 전례가 없다”면서 “이러한 칩은 인공 지능에서 양자 컴퓨팅에 이르기까지 미래의 핵심 분야에 동력을 공급할 엔진이기 때문에 하드웨어 자체를 넘어 확장된다”고 지적했다.
SCMP는 그러면서 “인민대학교의 스인홍 교수를 비롯한 많은 분석가들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세운 '높은 울타리'를 중국이 완전히 돌파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싱크탱크인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소(CICIR)의 연구원인 천펑잉은 SCMP에 “하이엔드 반도체의 경우 미국의 벽을 넘어서려면 앞으로도 엄청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우리가 결코 돌파구를 영원히 찾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이것이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SCMP에 따르면 2019년에 당시 선전에 본사를 둔 통신 장비 대기업인 화웨이 테크놀로지스에 미국이 제재를 가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이로 인해 첨단 미국 기술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었다. 그리고 3년 후, 첨단 반도체 및 칩 제조 소프트웨어 수출에 대한 미국의 금지 조치가 모든 중국 기업으로 확대되었고, 워싱턴은 이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다른 주요 참여자들과 협력하여 중국을 둘러싼 울타리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뉴욕에 본사를 둔 컨설팅 회사인 유라시아 그룹의 수석 분석가인 도미닉 치우는 “그러한 다자간 접근 방식은 중국이 악용할 수 있는 허점을 막기 위한 보다 조율된 국제적 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수출 통제의 성공은 이제 네덜란드와 일본과 같은 동맹국의 협력과 이들이 병행 제한을 부과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가능한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베이징에 본사를 둔 독립 싱크탱크인 안바운드의 설립자인 찬쿵은 “중국의 기술 업그레이드가 주로 서구에서 훈련받은 인재에 의존했다”면서 “그러한 방식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초기 원자폭탄 개발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미국에서 훈련받은 중국 과학자들에게 크게 의존했다”고 설명했다.
찬쿵은 이어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기술적인 진보를 이루려면 당연히 서방세계와 정상적인 교류를 유지해야만 한다”면서 “그것이 담보되지 않는 한 중국이 기술 진보를 이루는 것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미국의 싱크탱크인 CSIS 같은 경우, “수출 통제로 인해 중국이 미국 기술의 대체 공급원을 찾고 미국 기술을 완전히 우회하는 신기술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가속화되고 확대되었으며, 궁극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미국에서 벗어나도록 촉진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첨단산업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실제로 중국의 현실보다 중국 당국이 발표한 자료들을 과대평가한 결과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SCMP의 보도 내용을 보면 더욱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 루샹은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이 한때는 비교 우위와 국제 노동 분업을 굳게 믿었기 때문에 전체 공급망에 걸쳐 제조 역량을 구축할 시급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중국을 향해 각종 제재가 가해지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중국은 자체 산업 사슬을 개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기에 그 길로 나아가겠지만 그 과정은 험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루샹은 이어 “중국이 극자외선 리소그래피(네덜란드 기업 ASML 이 주도하고 있는 분야)와 같은 최첨단 칩 제조 기술을 완벽하게 터득하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면서 “중국이 현재 반도체 관련 첨단 기술과 관련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개발에 투자하는 규모도 전례가 없을 정도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SCMP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든 대 중국 제재는 지금보다 훨씬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유라시아그룹의 치우(Chiu)는 “미국은 수출 통제를 넘어 미국 재무부의 규칙이나 법률의 형태로 해외 투자 제한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러한 대 중국 제재는 명확한 결승선이 없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스팀슨 센터의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인 윤선도 SCMP에 “미국의 대 중국 제재는 강화의 문제가 아니라 진화와 확장의 문제”라면서 “미국은 중국이 따라잡을 수 있다 하더라도 빠르고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 시간 간격을 이용해 이 분야와 다른 분야에서 중국에 비해 더 많은 기술적 우위를 개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렇게 중국 반도체를 두고 말들이 참 많지만 중국내 전문가들이 스스로 고백하는 현실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미 우리 신문도 정세분석을 통해 자세히 설명했지만 화웨이가 7나노칩을 개발해 스마트폰에 사용했다는 것도 그 실체가 무엇인지 모두 드러났고, 중국의 AI기술이 미국을 추월할 의지조차 상실했다는 것도 우리 신문이 자세하게 보도해 드린 바 있다. 이것이 중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씩 흘러나오는 중국 첨단 산업의 일취월장 기사에 절대 흥분할 필요가 없다는 것, 다시 한번 알아야 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