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비밀병기인 20t 스텔스 드론, 아군에 의해 격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군의 비밀병기로 불리는 최신 스텔스 무인기(드론) 'S-70 아호트니크'(Okhotnik)로 보이는 비행체가 아군인 러시아군에 의해 격추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영국의 BBC는 13일, ‘우크라이나에서 격추된 러시아 비밀무기의 미스터리’라는 제목으로 “지난 5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코스티안티니우카시(市) 인근에서 두 줄기 비행운(항공기가 날면서 생기는 가늘고 긴 꼬리 모양 구름)이 푸른 하늘을 나란히 가르던 중 한쪽에서 발사된 단거리 대공 미사일에 앞서가던 비행체가 맞아 떨어졌다”면서 “미사일은 러시아군이 최근에야 실전 배치한 차세대 전투기 수호이(Su)-57에서 발사됐고, 격추된 건 올해 양산을 앞둔 S-70으로 파악됐다고 우크라이나 측은 밝혔다”고 보도했다.
S-70은 지난 5일 뒤를 쫓던 한 전투기가 발사한 공대공 미사일에 맞아 그대로 아래로 추락했으며, 이 모습은 스마트폰 영상으로 생생하게 촬영됐다. 해당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후 처음에는 해당 드론이 우크라이나군에 격추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곧 전문가들은 해당 전투기는 러시아의 최신예 수호이(Su)-57이라고 밝혔다
BBC는 이어 “러시아군이 자국의 비밀병기인 S-70을 제손으로 떨어뜨린 이유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러한 일은 전례가 없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무게가 20t이 넘는 초대형 드론인 S-70은 ‘흉악범‘(Felon)이란 별명을 가진 Su-57과 편대를 이룬 채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염두에 두고 개발된 기체로 알려졌다.
BBC는 “이번에 문제가 된 스텔스 드론은 공대지, 공대공 공격이 모두 가능한데다 항속거리가 6천㎞에 이르는데, 현재로선 시제기 4기만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에 사고가 난 스텔스 드론이 제작된 4대 중 가장 진보된 것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BBC는 이어 “이 스텔스 드론이 지난 2012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했으며 2019년에 첫 시험비행이 이루어졌다”면서 “그럼에도 이 스텔스 드론은 지난 2년반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되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BBC는 이어 “러시아 스텔스 드론이 이번에 사실상 첫 실전투입되어 테스트 비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0t 스텔스 드론, 시험 중 통제 잃자 격추하기로 결정한 듯]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S-70의 격추 지점이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대치 중인 최전선에서 불과 20㎞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아군에 의해 격추되었는데, 도대체 러시아군은 왜 그 엄청난 비밀병기를 스스로 격추시켰을까 하는 점이다.
BBC는 이에 대해 “러시아군 비행기(Su-57)가 경로를 벗어난 드론과의 접속을 복구하려 시도하던 중 우크라이나 영공에 진입했고, 결국 적(우크라이나)의 손에 넘어가는 걸 막기 위해 파괴하기로 결정한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런데 BBC의 이런 설명은 러시아군이 스스로 미사일로 격추시킨 근본적인 이유는 되지 않는다. 실제 S-70이 추락한 지점에선 러시아제 D-30 활공폭탄의 잔해가 함께 발견됐다. S-70이 격추될 당시 무장한 상태였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러시아 측이 S-70을 처음으로 전투상황에 투입해 시험하려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전파교란이나 고장 등으로 조종이 불가능해지면서 이 최첨단 드론을 우크라이나 측에 그대로 넘겨줄 수 없다는 측면에서 스스로 미사일을 쏴 폭파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군사 전문매체 더워존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 상공에서 S-70 시험비행 중에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자 의도적으로 격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저스틴 브롱크 수석 연구원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의 자체 격추는 놀랍도록 부끄러운 실패”라고 지적하면서 “이는 그들이 전선 근처에서 시험 비행을 한 것이 분명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파괴된 기체 확보한 우크라, 서방측과 정보 공유할 듯]
그러나 추락한 기체는 추락한 시점인 5일 경에는 그 행방을 알지 못해 비행기 잔해 사냥에 나섰는데, 나중에 위치를 확인하고 우크라이나측의 조사관들이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해 잔해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일단 잔해들은 회수한 것으로 보인다.
베일에 감싸인 신무기를 실수로 잃어버린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미 공군도 2011년 최신예 스텔스 드론 'RQ-170'를 이란 영공에 투입했다가 손실한 경험이 있다. 방공망과 전자전 장비 등이 빽빽하게 들어선 복잡한 전장에서 신무기가 '시스템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에 대해 워존은 “S-70 대부분이 파괴됐지만 날개 일부는 거의 손상되지 않았으며, 엔진은 충격으로 으깨졌지만 일부 조각은 남았다”면서 “러시아 드론 및 스텔스 기술에 대한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키이우나 모스크바 모두 이번 스텔스 드론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측은 회수한 잔해를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서방과 관련 정보를 공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BBC는 “우크라측이 회수한 이 스텔스 드론은 화살 모양으로 되어 있었는데 10년전에 만들어진 또 다른 스텔스 전투 드론인 미국의 X-47B와 매우 유사해 보인다”면서 “이 스텔스 드론은 폭탄과 로켓을 탑재하여 지상 및 공중 목표물을 공격하고 정찰을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항공 전문가 아나톨리 크라프친스키는 “목표물을 찾기 위한 레이더를 자체적으로 탑재하고 있는지, 아니면 사전에 설정되거나 프로그램된 대로 공격을 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당장 추락현장에서 찍힌 사진만 봐도 엔진 노즐이 둥근 형상이고 온통 리벳(머리부분이 둥글고 두툼한 버섯 모양의 굵은 못)이 튀어나와 있어 스텔스 성능이 제한적일 것으로 여겨지는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크라프친스키는 이어 “전투기가 지상 기지를 통해 드론에 신호를 전송하여 작전 범위를 확대했을 수 있다”면서 “이번 스텔스 드론의 실패는 러시아군에게는 큰 타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라프친스키는 그러면서 “러시아군은 올해 스텔스 드론의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이 계획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다.
BBC는 이와 관련해 “이번 사건은 러시아가 막대한 인적자원과 재래식 무기에만 의존한 채 멈춰있는 게 아니란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면서도 “그들은 이 전쟁에서 싸우기 위해 새롭고 더 영리한 수단을 마련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데, 오늘은 실패했지만 다음에는 성공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 Su-34 초음속 전폭기도 우크라 F-16에 격추]
이런 가운데 모스크바의 전투기 중에서 가장 진보적인 부류에 속하는 Su-34 초음속 전폭기가 우크라이나군의 F-16에 의해 격추됐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러시아 공군과 연계된 군사 블로거들을 인용해 “지난 12일, 러시아 국경에서 약 30km 떨어진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4천만 달러짜리 러시아의 Su-34 전투기가 폭탄 투하중 우크라이나군의 F-16에 의해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 5월, 러시아 전투기 9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했으며, 지난 2월에도 모스크바 군용기 10대를 격추시켰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샤헤드 드론 허브도 파괴]
우크라이나군은 또한 러시아군이 보관중인 드론 기지를 공격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텔레그램에 올린 성명에서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 지역의 예이스크에 있는 러시아군 드론 기지를 공격해 이란의 샤헤드 드론 400여대를 파괴했다”면서 “이로인한 사상자는 없었으며 보관 창고 전부를 완전히 태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의 성명은 이어 “이번 러시아군 드론 기지의 파괴로 우크라이나 도시 및 마을의 민간인 테러의 동력을 상당히 감소시켰을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군은 앞으로도 러시아의 무기 창고 등을 지속적으로 파괴시킬 것”이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오픈소스 X계정인 ‘OSINT Technical’은 “우크라이나의 이 공격에는 우크라이나의 가미가제 드론과 넵튠 순항 미사일이 사용되었다:고 전했다.
이번 공격과 관련해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무인 항공기 92대가 크라스노다르 국경 지역과 쿠르스크, 로스토프, 브랸스크, 벨고로드, 점령된 크름반도 상공에서 밤새 요격되었다“면서도 이번 공격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