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래 최대 공중작전 벌인 이스라엘]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앞둔 이스라엘이 3주도 채 지나지 않은 기간 동안에 지난 20년래에 전례가 없는 공습을 헤즈볼라를 향해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헤즈볼라 지도자였던 나스랄라의 사망 이후 후계자로 부상한 사피에딘까지 폭사한 것으로 보여 헤즈볼라는 치명타를 입게 됐다. 그런데 지금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치러질지의 여부인데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1주년이 되는 7일 전후가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 가능성으로 인해 해당 지역이 긴장 상태에 있는 가운데, 미국 중부 사령부는 예멘의 목표물을 공습했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피 명령을 내렸다”면서 “아마도 그곳에서 군사 행동을 강화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CNN도 “이스라엘은 3주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전례 없는 공습을 감행해 헤즈볼라의 본거지인 레바논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고, 1,400명 이상이 사망하고 7,500여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100만 명 이상이 집에서 쫓겨났다”면서 “이스라엘의 이 폭격이 해당 국가 내 헤즈볼라의 거점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이번 폭격은 지난 20년간 가자지구 외 지역에서 이루어진 세계에서 ‘가장 강렬한 공중 작전’이라고 갈등감시 단체인 에어워즈(Airwars)가 밝혔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9월 24일과 25일 이틀 동안 3,000회의 공습을 감행했다.
레바논 남부 지상전 닷새째인 5일에는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향해 공세를 이어갔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에서 “이스라엘군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지난 9월 30일 레바논 남부에서 제한적·국지적 지상급습을 시작해 지휘관 21명을 포함한 헤즈볼라 테러리스트 250명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공군과 포병, 전차부대 등의 지원 속에 지상군 병력이 진격하면서 국경지대 헤즈볼라 진지에서 무기창고, 로켓 발사대, 폭발물 등을 찾아내 파괴하는 등 현재까지 2천개 이상의 군사적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또한 헤즈볼라의 은신처가 되고 있는 국경 근처의 땅굴 수색 및 폭파작전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6일, “98사단 산하 공수부대, 땅굴 탐지·파괴를 전담하는 야할롬부대, 북부사령부의 공병부대 등이 협력해 북부 국경에서 레바논으로 불과 수백m 들어간 지점에 위치한 250m 길이의 지하 터널을 파괴했다”면서 “이 땅굴은 헤즈볼라 특수작전부대 라드완이 이스라엘 침공에 사용하기 위한 무기 비축에 사용했으며 지휘통제 시설과 식량 저장 공간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지하벙커 폭격... 헤즈볼라 차기 수장 사망 추정]
이런 가운데 눈여겨볼 점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후계자로 거론되던 하심 사피에딘이 공습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은 5일, 이스라엘 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사피에딘을 표적 삼아 은신처로 보이는 지하 구조물 안에 초대형 폭탄을 투하했으며. 그가 이 공격에서 살아남았을 가능성은 작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폭격 당시 '벙커버스터'로 불리는 초대형 폭탄을 썼다고 했는데, 이 폭탄은 앞서 나스랄라를 제거할 때도 사용한 무기이기도 하다. NYT는 지난 9월 27일 나스랄라 제거 당시 8대의 전투기에서 강화콘크리트 1.7m를 관통해 폭발하는 벙커버스터 80발 이상을 투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사피에딘의 운명은 불분명하다”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모두 그의 생사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스랄라의 사촌인 사피에딘는 1992년 헤즈볼라 사무총장에 오른 직후 집행위원회 조직을 맡아 30여년간 헤즈볼라의 훈련 시스템, 외국 투자를 비롯한 재정 부문 등을 전담해 관리해왔다.
만약 사피에딘이 사망한 것이 확실하다면 헤즈볼라는 또다시 지도부를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조직의 재건에는 상당한 문제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세력을 다시 규합할 수 없도록 지도부가 만들어지는 대로 그 싹을 아예 짓밟아버리겠다는 각오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헤즈볼라는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장례 일정도 제대로 잡지 못할 만큼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CNN은 5일,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헤즈볼라가 아직 공식적으로 후계자를 지명하지 못한 것은 물론 나스랄라의 장례도 거행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규범에 따르면 망자는 사망 24시간 이내에 매장해야 한다. 시신의 부패를 최대한 막기 위한 것이다. 이슬람교에서는 '심판의 날'에 육신이 부활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진 나스랄라는 지난달 28일 사망이 공식 확인됐지만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여전히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CNN은 이에 대해 “장례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보안상 이유 때문일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이 이슬람 시아파가 다수인 지역을 강타한 만큼 장례를 치를만한 안전한 장소를 확보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나스랄라의 장례식에 최소 헤즈볼라의 후계자급의 지도부가 장례를 총괄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당장 이스라엘의 표적이 될 수 있어 아예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하마스 알카삼 여단 지휘관도 레바논서 사망]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군사조직인 알카삼 여단의 지도자인 사이드 아탈라도 레바논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6일,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북부 도시 트리폴리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를 공격했고, 아탈라는 가족 3명과 함께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주도한 알카삼 여단의 사령관 무함마드 데이프를 지난 7월 제거했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번에 그 후임인 아탈라까지 피살된 것으로 보인다. 이뿐 아니라 알카삼 여단은 전날 성명에서 서안 툴카렘 지역 지휘관인 자히 야세르 오우피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고 사망했다고 확인했는데, 이러한 사실은 이스라엘군도 확인했다.
또한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툴카렘 공습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조직인 이슬라믹지하드(PIJ)의 조직원 7명도 제거했다. 이스라엘은 “이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즉각적인' 테러 공격을 실행하기 위해 모였다”면서, “사망자 중 한 명인 가이트 라드완은 툴카렘에서 활동하는 PIJ의 핵심 요원”이라고 설명했다.
[초읽기에 들어간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7일이 고비될 듯]
이스라엘의 대 이란 보복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하마스의 기습공격 1주년을 맞게 되는 오는 7일이 이번 전쟁의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로서는 2주년 당일 뭔가 의미있는 족적을 남겨야 한다는 점에서 이란에 대한 보복이 이날을 기점으로 시행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가 확전을 꺼려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조언을 거부하고 있어 중동에서의 전쟁이 에스컬레이션 될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CNN은 6일, 외교관계위원회의 수석 연구원인 스티븐 쿡의 발언을 인용해 “세계가 이란의 탄도 미사일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언을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바이든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및 석유 시설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반면,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공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스티븐 쿡은 이어 “그들은 이스라엘에 가장 위험한 이란의 시설과 무기를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 분석했다. 쿡은 또한 “진짜 문제는 이스라엘이 얼마나 더 격화시킬 것인가, 그리고 이란이 대응할 의무감을 느낄 것인가의 여부”라면서 “이스라엘의 목표는 이란을 위협하는 것이고, 이란은 이미 이스라엘이 공격할 경우 보복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과연 이란에 대한 보복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의 여부다. 이에 대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6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국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재보복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다”면서 “이란은 우리 영토와 도시에 수백발의 미사일을 두 번씩이나 발사했는데, 이는 사상 가장 대규모 탄도미사일 공격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어 “세계 어느 나라도 자국 도시와 국민에 대한 이런 공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라며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하고 이런 공격에 대응할 의무와 권리가 있으며,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이에 대해 확답을 해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이스라엘이 이란 경제를 떠받치는 석유 및 정유시설을 타격하는 방안과 함께 유력 인사 암살이나 방공 시스템 파괴를 시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다른 한편에선 이스라엘이 장기적 위협 요인으로 오랫동안 경계해온 이란의 핵 시설에 직접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전 총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내부에서 이번 기회에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해야 한다는 여론이 존재한다”며, “이 때문에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군사적 목표에 대한 상징적 공격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란에 대한 공격 시기도 관심의 초점이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급습을 받은 지 1년이 되는 현지시간 7일을 보복 '디데이'로 삼을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정말 알 수 없다”고 CNN에 말했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다만 이스라엘에 이 기념일이 갖는 의미를 고려하면 어떤 면에서 그들은 7일을 피하고 싶어 할 수도 있다”며 “따라서 무슨 일이 있다면 그건 그 전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미국은 지난 1년간 확전을 막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지만 지금은 '벼랑 끝'인 것 같다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