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메모리반도체 스타트업, “美제재 속 혁신, 독점 깰 것”]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스타트업이 “중국 본토에서 설계 및 생산한 해당 범주에서 가장 큰 용량의 메모리칩을 출시했다”면서 “미국의 제재 속 기술 혁신을 이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동안 중국산 장비로 기술격차를 좁혔다면서 엄청난 홍보를 해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허위로 판명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 조급증으로 인한 가짜뉴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우한의 신춘기술(Xincun Technology)로 알려진 누메모리(Numemory)가 중국에서 설계·생산된 스토리지클래스메모리(storage class memory·SCM) 중 최대 용량 제품인 64기가바이트 NM101을 출시했다”면서 “이는 글로벌 제재 속 기술 자립 노력을 강화하는 돌파구임과 아울러 거대 기업들의 장기적 독점을 깨뜨릴 수 있는 기회”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소식은 중국 관영 후베이일보가 2일, “2022년 후베이성 우한에서 설립된 누메모리가 최근 중국 시장에 64기가바이트 NM101 SCM 칩을 출시했다”면서 “이 분야 국제 거물들의 오랜 기간 독점을 깰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후베이일보는 이어 “시중 유사 제품들은 메가바이트 용량만 제공한다”면서 “NM101이 외국 메모리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전했다.
후베이일보는 그러면서 “SCM 칩을 장착한 하드 드라이브는 10기가바이트 고화질 영상을 저장하는 데 단 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외에 더 구체적인 사항은 제공하지 않았다.
SCMP에 따르면 SCM은 스마트폰 및 기타 가전제품에서 발견되는 D램 같은 빠른 속도와 플래시 메모리가 갖는 비휘발성이라는 장점을 동시에 제공하는 메모리 및 스토리지 기술이다.
SCM은 현재 SSD와 같은 보조기억장치나 주기억장치와 보조기억장치 사이의 병목을 개선하기 위한 캐시로 주로 사용되고 있으나, 최근에는 SCM을 주기억장치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에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기존 D램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스토리지 클래스 메모리를 주기억장치로 활용하는 방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SCM이 SSD에 비해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광범위한 활용은 무리가 있지만, 향후 메모리와 스토리지를 통합함으로써, SSD가 차지하고 있는 보조기억장치의 자리를 대체해 나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공동 개발해 2015년 양산을 시작한 '3D Xpoint'(3D 크로스포인트)가 주목할만한 SCM 기술이었으나 2021년 수요 부족으로 단종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누메모리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NM101은 수년간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연구와 개발의 결과”라면서 “SCM 기술로 구축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데이터 센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에 대용량, 고밀도, 고대역, 짧은 대기 시간의 저장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CMP는 “세간의 이목을 끄는 NM101 출시는 중국 메모리칩 회사들이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방해하는 미국 정부 제재에도 기술 발전을 어떻게 밀어붙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스타트업이 개발에 성공했다는 SCM 기술이 과연 어느 정도의 기술 수준에 올랐는지 아직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스타트업이 개발했다는 점에서 그 개발 수준이 연구 수준에서 시제품을 만들어낸 것인지, 아니면 이를 이미 양산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런데 후베이일보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스타트업 수준에서 시제품을 만든 수준 정도에 이르지 않았나 판단된다. 그렇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과연 수율이나 이익을 담보할 수 있을 정도의 기반이 갖춰졌는지가 진짜 중요한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후베이일보와 SCMP가 보도한 중국의 SCM 기술 관련 내용은 아직 설익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소위 ‘중국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조급증 뒤에 넘쳐나는 중국의 반도체 관련 가짜뉴스들]
중국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공세 속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기술 혁신을 이뤘다는 발표가 최근 속속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상당 수의 내용들이 중국의 조급증이 그대로 묻어나는 가짜뉴스들이 상당수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이 자체 기술로 8나노 반도체 제조가 가능한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개발했다는 뉴스였다. 지난 추석 연휴에 터져나온 이 뉴스는 연일 중국 포털사이트와 소셜미디어에서 도배를 했고, 홍콩 매체들과 국내의 여러 언론들에서도 이를 인용 보도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서방의 제재 속에서도 서방의 기술을 따라잡았다고 난리를 쳤다.
그러나 이 엄청난 소식은 1주일여가 지나면서 중국의 조급증 때문에 일어난 초대형 오보였음이 밝혀졌다. 내막을 살펴보니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9월초 홈페이지에 올린 2024년판 중요기술장비 보급 목록에 나온 중국산 노광장비에 대한 기술 지표를 잘못 읽어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실제로 공업정보화부 자료에 포함된 중국산 불화아르곤(Arf) 노광장비에 관한 기술 지표를 보면 ‘해상도 65나노미터 이하, 오버레이 정확도 8나노미터 이하’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이 부분을 일부에서 8나노미터급 반도체 제조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잘못 해석한 것이다. 이 장비는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라는 중국 국유 반도체 장비 제조사가 개발한 것이다.
그런데 이 뉴스가 파장이 컸던 것은 그동안 중국에 노광장비를 공급해 왔던 네덜란드의 ASML이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수출 중단에 이어 심자외선(DUV) 장비 수출 및 기존 장비 유지·보수까지 중단을 결정하자 이 문제를 돌파하지 않는 한 중국의 반도체 기술은 서방의 기술을 도저히 따라잡지 못하고, 앞으로 당분간은 반도체 굴기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었다.
실제로 중국 반도체 장비 기업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의 DUV 장비는 노광 공정의 핵심인 해상도와 회로의 정렬 상태를 측정하는 오버레이 기술 등의 한계로 40㎚(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 공정에서 활용하기가 어려운 수준이다. 트렌드포스는 “8㎚ 이하 첨단 공정의 경우 해상도가 38㎚ 이하여야 하지만, 해당 장비의 해상도는 65㎚ 이하로 40㎚ 공정도 처리하기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DUV 장비는 반도체 8대 공정인 노광 공정에 활용되는 반도체의 회로를 그리는 핵심 설비다. 그런데 MIIT가 해당 장비를 국산화 했다고 발표했을 당시 관련 DUV 장비를 8㎚ 이하 공정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됐지만, 기술 사양을 분석해 본 결과 이는 턱도 없는 수준으로 심지어 중국 현지에서조차 해당 장비 기술력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에 대해 중국 반도체 전문 매체 IC SMART 등은 “해당 장비는 8㎚ 또는 7㎚ 칩은 물론 28㎚ 칩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이런 와중에 중국이 갑자기 자체 기술로 8나노 반도체 제조가 가능한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개발했다고 했으니 사실 중국이 뒤집어질만 했다. 그래서 우리나라 언론들도 호들갑을 떨면서 대 중국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진보를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고 대서특필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DUV관련 뉴스들은 한마디로 가짜였다. 이와 연동된 뻥튀기 뉴스들도 있다. 중국은 현재 ASML이 판매한 DUV장비들이 있다. 이를 이용해 EUV에서 만든 칩을 만들려면 회로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그려야 하는 만큼, 생산성과 수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SMIC가 DUV 장비로 진행한 7㎚ 공정 생산 수율은 50% 미만이다. TSMC와 삼성전자 등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의 7㎚ 수율이 90% 이상인 것과 대조적이다.
그렇게 억지로 억지로 만든 대표적인 스마트폰이 화웨이의 최신 재품들이다. 그리고 이를 ‘두 번 접는 스마트폰’으로 세계 최초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메이트 XT’였다.
문제는 메이트 XT가 DUV를 통해 만든 칩이다 보니 당연히 단가가 비싸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가격이 무려 450만원대가 된 것이다. 여기에 그렇게 비싼 가격을 받기 위해 명분을 세우려고 내놓은 것이 바로 ‘두 번 접는 스마트폰’, 곧 세계 최초로 선보인 '트리폴드폰'이었다.
2일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인 '빌리빌리(bilibili)'에는 지난달 26일 '첫 화면 파손 트리폴드폰 메이트 XT'라는 제목의 짧은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는 화면이 모두 펴진 메이트 XT가 담겨있는데, 영상 속 메이트 XT는 2개의 접는 부분 중 한 쪽이 파손돼 굵은 검은색 줄이 생겨 있었다.
11초 분량의 짧은 영상은 파손된 전면 화면을 보여준 뒤 해당 제품이 화웨이 메이트 XT라는 것을 인증하듯 기기 후면부까지 보여준 뒤 종료된다. 한마디로 낙하나 충격 등의 이유가 아니라 화면을 '접었다 펴는' 힌지 부분의 자체 내구성 문제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생겨버린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스마트폰 출시 1주일여만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것이 중국 반도체의 현주소다.
지난달 30일에는 반도체 자립을 꿈꾸는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미국 엔비디아 제품 대신 중국산 인공지능(AI) 칩을 구매하도록 압박하고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지금 중국내 현실은 ‘중국판 엔디비아’를 자처했던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 유니콘들도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대단한 기술을 개발한 것처럼 투자자금을 모았지만,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도산하거나 증시에서 퇴출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화웨이가 만든 AI칩으로 미국 엔비디아 제품을 대체한다고? 이러한 뉴스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하도 중국이 허풍을 많이 떠는데다 가짜뉴스를 남발하니 반도체에 관한 한 도저히 신뢰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