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좋지 않다고 평가한 평론가 구속-직위 해제]
비공개된 개인 채팅방에서 시진핑의 경제정책을 비판한 중국의 유명한 경제학자가 구속됐다. 그가 정부기관의 연구원으로써 정부에 경제정책을 조언해 온 인물임에도 가차없이 해고를 하고 구금을 했다는 것은 최근들어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것과 맞물리면서 중국내 지식인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엄포성 공갈행위로 보여진다. 그만큼 중국 경제에 대한 비판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영 중국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부소장을 지낸 주헝평(55)이 개인 채팅방에서 시진핑 주석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면서 “주씨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중국판 카톡)의 비공개 그룹 채팅창에서 정치적인 발언을 했는데, 그는 당국의 경제의 취약성 등 정책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시진핑 주석의 영구 집권 시도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주씨는 보건 경제학을 전공해 병원 및 의료 접근성과 관련된 정책에 대해 정부에 조언해왔다. 그는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에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부소장으로 임명됐다. 그런데 지난 4월말 마지막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뒤 사라져 그의 거취에 대해 논란이 분분했으나 해임 후 구속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주 부소장은 경제연 당위원회 부비서직과 칭화대 산업발전 및 환경거버넌스 연구센터 학술위원회에서도 해임됐다. 하지만 그가 정확히 어떤 혐의를 받는지, 변호사를 선임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WSJ은 이와 관련해 “주 부소장에게 이메일을 보냈지만 회신이 없었고 그의 베이징 아파트를 방문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주 부소장이 마지막으로 공개석상에 나온 것은 4월 말 차이신 매거진이 주최한 노인 간호 산업 컨퍼런스 연설이었다. 그는 5월 25일 칭화대 산업개발 환경 거버넌스 연구센터의 회의에서 연설할 예정이었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사회과학원은 지난달 지도부를 조정하고 당위원회 서기와 국장을 교체하는 등 인사가 있었으나 주 부소장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더타임스는 “이번 주헝평을 사법처리하면서 선임 동료인 황춘후이(黃群輝) 연구소장과 왕리민(王麗民) 당 서기도 해고당했다”면서 “이를 ‘정치적 지진’과 같은 사건”이라 불렀다.
사회과학원은 국무원 직속 장관급 싱크탱크로 최고 지도부에 정책 조언을 한다. 주헝평 부소장도 이러한 정책 건의에 직접 참여하기는 했지만 대체로 중국의 경제정책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미국의소리(VOA)는 “주 부소장은 조세와 사회보장 측면에서 중국의 과도한 세금 부담과 불완전한 사회보장 구조가 주민의 소비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며 중국 관리들의 현재 접근 방식에 동의하지 않았다”면서 “그는 국제 경험을 언급하면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소득 불평등을 줄이고 국민 불안을 완화하며 중산층 인구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강력한 사회 보장 시스템과 대규모 공공 지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VOA는 이어 “그는 또한 사회보장과 의료보험에서 중국의 도농 격차가 크다는 점을 비판하는 글도 발표했다”면서 “그의 보고서는 시진핑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부의 관행에 대해 은근히 의문을 제기하고 공정한 분배를 촉진하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중국의 조세 및 사회보장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 시사평론가 첸 포콩(Chen Pokong)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주형펑 부소장이 의료제도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표명하고 은퇴를 미루어온 자유주의 학자”라고 지적하면서 “시진핑이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를 폐쇄한 것은 시진핑과 류허의 불화에 대한 보복 행위로, 류허는 시진핑의 측근이자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국무원 부총리 등을 역임한 인물”이라 지적했다.
[사소한 비판에도 민감한 중국, 모두에게 재갈 물리고 있다!]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이번 주씨에 대한 구속이 중국 경제 상황이 암울한 가운데 이에 대한 비판들이 우후죽순처럼 나오는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부동산 침체와 미지근한 소비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경제학자들은 시 주석이 소비 진작을 피하는 등 잘못된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이끌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중국 경제의 침체가 시 주석의 국유 부문 강화도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또한 시 주석이 자본주의의 과잉을 억제하고, 외국의 위협으로부터 중국을 보호하려고 하면서 중국 경제의 약점이 더욱 심화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중국 공산당은 중국 경제 건전성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억압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경제가 더욱 둔화하자 이같은 건전한 비판의 씨마저 말리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WSJ은 “주 부소장이 속해 있는 사회과학원도 공산당 규정 준수를 강요하기 위해 과학원 전체를 대상으로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주 부소장에 대한 인신구속도 이러한 과정에서 벌어졌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이 캠페인에서 사회과학원은 당원과 주요 간부에게 ‘10가지 금지 규정’을 준수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당 규율과 국가 법률 및 규정을 위반하는 원고 출판, 승인 없이 외국(해외) 기관과 소통, 학술 결과 출판에서 개인과 협력, 외국 언론과의 직접 인터뷰 수락 등이 포함됐다. 이는 가오샹 원장이 기획하고 주도했으며 그는 시 주석의 충성스런 지지자로 여겨진다고 WSJ은 전했다.
이런 시진핑에 대한 충성 경쟁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WSJ은 “시 주석 집권 이후 그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자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단속이 이뤄지고 있으며, 영향력 있는 사업가와 학자 등 유명 인사들이 구금, 투옥 또는 강제 추방되었다”면서 “당국은 또한 데이터 통제를 강화해 투자자와 분석가가 중국 경제에 대한 통찰력을 얻기 위해 필요한 정보에 대한 접근도 제한했다”고 전했다.
[사적인 채팅방까지 감시하는 중국공산당]
여기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중국 공산당이 개인간 채팅방까지도 엿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 부소장에 대한 구속도 그의 사적인 개인 채팅방에서 오고간 대화 때문에 문제가 됐다.
이러한 중국 당국의 대 국민감시는 한마디로 모든 인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다 꿰뚫어보고 있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이와 함께 중국 공산당은 반간첩법 등을 통해 주변의 인물들에 대한 불순한 생각과 행동들을 신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가족을 포함해 주변 인물들에 대한 모든 행동거지를 감시하고 또 감시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사회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돌이보게 만든다.
[반대 의견 탄압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WSJ은 25일, “중국이 부동산 시장 위기, 부채 위기, 경제적 신뢰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현실을 비판한다고 해서 그 입을 탄압으로 틀어 막으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라 지적했다.
RFA도 “지난 몇 년 동안 중국 정부는 중국 경제의 밝은 미래를 그려왔고 성장과 혁신의 엔진인 민간 부문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해 왔다”면서 “그러나 구체적인 공식적인 조치가 없어 외국 기업과 민간 기업의 사장들을 실망시켰다”고 지적했다.
RFA는 이어 “중국 정부가 비판적인 목소리를 억누르는 것 외에도 데이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투자자와 분석가가 중국 경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면서 “중국 경제의 실태를 은폐하려는 이러한 모든 노력은 중국 정부의 정책 수립에 대한 신뢰성을 잃게 만들 뿐”이라 꼬집었다.
RFA는 그러면서 “반대 의견에 대한 공식적인 탄압은 점점 더 광범위해지고 있으며, 특히 지식인과 기타 목소리를 위협하는 목소리가 커져 1970년대 후반 중국이 외부 세계에 개방된 이후 볼 수 없었던 대중의 신뢰 위기가 발생했다”고 언급한 뒤 “실제로 많은 중국인은 오늘날의 정치 환경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의 용납되지 않았던 마오쩌둥 시대에 비유한다”고 전했다.
RFA는 “중국은 실패하면 그 나쁜 소식을 은폐하는 습성이 있다”면서 “지금의 중국 경제를 향해 많은 중국인들은 자본주의의 전형인 월스트리트와 협력했던 주룽지 총리와 같은 솔루션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 공산당은 부정적인 자료를 숨기기에 바쁘지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아예 없는 듯 하다”고 짚었다.
RFA는 마지막으로 “오늘날 중국의 경제 문제에는 여전히 해결책이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마녀사냥’을 하는 것은 분명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RFA의 지적대로 시진핑이 자신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억누른다는 것은 그만큼 불안하고 자신감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억누르기만 하면 그 억눌림의 강도에 반해 반발도 솟구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지금 중국의 인민들이 마오쩌둥 시대와 같이 세상과 분리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