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첨단 군사기술의 중국 이전에 주목하는 미국]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인해 마치 러시아와의 거래 관계를 억제하는 듯 보였지만 내면으로는 러시아로 물밑에서 많은 지원들이 넘어갔으며 대신 러시아로부터 잠수함이나 미사일 같은 첨단 기술들을 은밀하게 넘겨받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면서 중러 군사 관계는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면서 “이전에는 서방이 러시아에 군사적 도움을 제공하는 중국을 지속적으로 비판했지만 최근에는 미국이 양국 군사 관계의 또 다른 측면, 즉 러시아의 중국으로의 첨단 군사 기술 이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이에 대해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주 “중국이 러시아에 매우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중국의 도움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는 잠수함, 미사일 및 기타 민감한 기술을 중국에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캠벨은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과 나토의 고위 외교 관리들과 만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의 오랜 대중국 무기 판매 정책에 큰 변화가 있었다”면서 “역사적으로 모스크바는 중국에 최첨단 군사 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항상 경계해 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VOA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 휩싸인 러시아는 중국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며, 따라서 중국은 러시아의 첨단 군사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그동안 러시아는 중국의 끈질긴 첨단 기술 이전 요구에 완강하게 거부해 왔다. 특히 제트엔진 등의 경우 기술을 카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첨단 전투기의 대 중국 판매마저 거부할 정도였다. 그런데 러시아의 입장이 다급해지면서 대 중국 첨단기술 이전 정책에 대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지정학위원회(Council on Geostrategy)의 엠마 솔즈베리 부연구원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중국이 러시아를 돕는 대가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핵잠수함 등 핵심 분야에서 기술 우위 갖고 있는 러시아]
사실 러시아는 핵잠수함뿐만 아니라 미사일 방어와 같은 많은 핵심 분야에서 중국이 따라갈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전반적인 무기 판매력에서 훨씬 앞서고 있고 중국도 다양한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뤘지만, 일부 핵심 분야에서는 러시아가 여전히 상당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특히 미사일 방어는 군사 기술 우위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가장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분야 중 하나이다. 일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의 패트리엇 및 사드(THAAD)와 같은 시스템과 비교할 때 러시아의 지상 기반 이동식 4세대 중장거리 방공 미사일 시스템은 비슷할 뿐만 아니라 일부 분야에서는 더 우월하다고 평가한다.
미국의 CNBC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 시스템과 비교할 때 러시아제 S-400은 더 먼 거리에서 더 넓은 범위의 표적을 타격할 수 있으며 동시에 여러 위협에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S-400이 미국 미사일 방어의 핵심인 사드(THAAD)를 능가한다고도 했다. 더구나 S-400 한 세트의 가격은 약 5억 달러(6643억원)에 불과한 반면 '사드'의 가격은 무려 30억 달러(3조 9855억원)나 된다는 것이 VOA의 설명이다.
2014년 푸틴이 크름반도를 병합함으로 인해 러시아와 서방과의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되자 러시아는 중국에 S-400 방공 미사일 2개 연대를 수출하기로 합의했고, 중국은 이 첨단 방공 미사일을 도입한 첫 번째 국가가 되었다.
이에 대해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러시아의 차세대 S-550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이동식 대미사일 및 우주 방어 특화 시스템”이라면서 “전략 미사일 방어를 위한 비할 데 없는 이동식 방어 시스템”이라 설명했다. S-550은 지난 2021년 처음 실전배치됐다.
폴란드 지정학 싱크탱크인 바르샤바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S-550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외에도 위성을 공격할 수 있으며 미국과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미국의 우위를 빠르게 약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전자전 분야에서는 뒤처져 있지만 미국의 지배력에 맞서기 위해 NATO와 미국의 고주파 군용 위성 통신을 방해하도록 특별히 설계된 전파 방해 시스템을 개발했다.
실제로 미 육군 공식 웹사이트 기사에 따르면 무르만스크-BN 장거리 통신교란(재밍) 시스템의 최대 통신 범위는 3,000㎞에 이르는데, 일부 소식통은 전자전 시스템의 사거리가 5,000km 또는 8,000km에 달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미국 RAND 연구소의 국제 국방 선임 연구원인 마크 코자드(Mark Cozad)는 VOA에 “중국이 현재 러시아로부터 최대한 많은 양보를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잠수함, 수상전, 미사일, 항공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중국에 제공하고 있다”면서 “캠벨은 무엇보다도 중국이 매우 공격적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두 가지 분야인 미사일 기술과 잠수함 기술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사실 러시아 해군은 전체적으로 미국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핵 잠수함 기술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미국 내셔널 인터레스트(National Interest)지는 최근 세계 5대 첨단 잠수함을 선정했는데, 그중 러시아의 '야센(Yasen)-M'급 잠수함은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능력이 돋보이는 잠수함이라 설명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도 "야센-M과 러시아 잠수함 전력의 미래"라는 제목의 연구에서 “야센급 카잔과 세베로드빈스크 공격 핵잠수함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포함한 다양한 대함 및 지상 공격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큰 특징이며, 정숙성은 서방의 최신 잠수함과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장거리 타격 능력은 대부분의 서방 자산을 능가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여전히 러시아의 첨단 방위 장비와 기술을 필요로 한다]
중국의 전반적인 과학 기술 수준이 급격히 향상됨에 따라 러시아 군사 기술에 대한 중국의 수요는 크게 감소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올해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주기(2014~2018)와 비교해 2019~23년 러시아의 중국 무기 수출은 39%나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군사 현대화는 적어도 지금까지 여러 첨단 분야에서 여전히 러시아의 기술 및 장비가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남아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올해 5월 협력의 대가: 중국, 이란, 북한과의 러시아의 군사-기술 협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이 특히 항공우주 분야에서 역설계가 어려운 첨단 국방 장비와 기술을 수입하기 위해 여전히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중국 공군 전투기의 40% 정도가 러시아산 전투기 엔진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평화연구소(IPI)의 올해 세계 무기 판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무기 수입은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10위 규모로 2019~23년 세계 무기 수입의 2.9%를 차지하며, 대부분(77%)이 러시아에서 수입되고 있다. 또한 주요 무기 수출국인 러시아의 대중국 무기 수출은 지난해 전체 수출의 21%를 차지했다.
캐나다 글로벌문제연구소(Canadian Global Affairs Institute)도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중국이 국방 분야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기술 발전을 이루었지만 중국은 여전히 러시아의 군사 기술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대공 방어, 대함 및 잠수함 능력과 같은 특정 핵심 분야에 대한 러시아의 기술을 통해 중국은 자국의 군대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어 “중국은 2019년에 Su-35 러시아 전투기 24대를 구매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지출해 이러한 유형의 전투기를 구입한 최초의 국제 구매자가 되었다”면서 “실제로 이번 인수를 통해 중국은 러시아의 첨단 레이더 시스템, 항공기 엔진 및 항공전자공학 기술을 확보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항공기 엔진은 오랫동안 중국 공군의 발전을 가로막는 핵심 문제였다. CSIS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확실히 진전을 이루었지만, 1990년부터 2021년까지 대부분의 항공기와 제트기를 수입하여 현대적인 터보팬 엔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제조 전문 지식이 여전히 부족하다. 보고서의 저자들은 “역사적으로 중국 엔진이 서구 엔진보다 약 30년 정도 뒤처졌다”고 보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미군의 전략 계획은 중국 잠수함에 대해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장기간 해결되지 않은 소음 문제로 인해 중국 해군 잠수함은 추적하기 쉬웠고 동시에 미국 슈퍼 잠수함을 중국은 탐지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러시아의 도움으로 중국은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시작했다.
미국 해군대학 산하 중국 해양연구소의 지난해 연구에 따르면 중국의 차세대 096형 탄도미사일 핵잠수함은 소음 감소, 스텔스, 추진 및 기타 관련 기술 측면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었다고 보고 있다.
[중러간 첨단기술 공유, 빙산의 일각일 수도...]
VOA는 “러시아가 중국에 핵심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는 징후는 많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양국의 협력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캠벨 차관보도 “중국이 확보하고 있는 러시아 기술이 미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다른 국가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 국방 문제 전문가 정지원도 “단기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가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의 우위에 도전하기 어려울 것”이기는 하지만 “대만해협 및 기타 지역에서는 미국의 이점이 약화되고 있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군도 인민 해방군의 위협에 대응하여 많은 새로운 전투 이론과 새로운 전술을 조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의 인민해방군이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정지원의 지적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