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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결국 전략요충지에서 제외된 중국, 또다시 외국 기업들 대탈주 - IBM·인텔·MS 등 빅테크마저 철수하는 中, 투자도 중단됐다 - 기업들의 탈중국에 이어 글로벌 자금도 엑소더스 - 글로벌 투자자들을 쫓아내는 ‘차이나 리스크’
  • 기사등록 2024-09-13 11: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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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인텔·MS 등 빅테크마저 철수하는 中, 투자도 중단됐다]


중국이 결국 전략적 요충지 지위를 상실했다. 한마디로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더 이상 투자할만한 국가가 아니라고 규정을 지었다는 의미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도 하지 않고 이미 중국에 있던 회사들마저 또다시 철수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중국으로 몰려들었던 서구 기업들이 이제 철수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수익도 줄어든데다 사업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서구 기업들은 중국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유럽연합 상공회의소와 상하이 미국 상공회의소가 이번 주에 두 건의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중국 투자와 관련해 아주 우울한 내용들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졌다. 핵심적인 내용은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데 따른 위험도 높아졌고 동시에 시장도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지금 당장 중국에 닥친 문제 중 하나는 애플같은 소위 빅테크 기업들을 포함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생산라인을 거둬 중국밖의 다른 나라들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WSJ에 의하면 상하이시가 당면한 최대 과제 중 하나는 ‘애플의 생산 사슬’이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다. 이미 인도와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기 시작한 애플 생산 라인은 어쩌면 중국 시장을 포기했다 싶을 정도로 공동화가 심해지고 있다.


실제로 제품 대부분을 중국 내 조립 공장에서 생산해오던 애플은 올해 처음으로 아이폰 플래그십(대표) 모델을 인도에서도 조립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애플 최대 협력사인 폭스콘 테크놀로지는 인도 타밀나두주 현지 공장에서 근로자 수천 명에게 교육을 시작했다.


이뿐 아니다. 미국 테크 기업 IBM도 중국에서 연구·개발(R&D) 부서를 폐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서 일하던 직원 1000여 명이 해고된다. 이렇게 IBM이 중국 인프라를 축소하는 것은 중국 매출이 급감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 2023년 IBM의 중국 매출은 전년 대비 19.6%나 감소했는데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이 1.6%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경제매체 차이신은 12일, “최근 중국 철수를 결정한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IBM의 최고경영자(CEO)가 해당 결정을 되돌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는 지난 10일 전 세계 직원 대상 내부 온라인 회의에서 ‘정말로 우리가 집중할 수 있기를 원하고, 우리는 전략적 요충지가 필요하다’며 ‘이 요충지는 수천 명의 팀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크리슈나 CEO는 “전략적 요충지란 IBM의 다양한 제품을 지원할 수 있고 매년 수백명의 인재를 받아들일 수 있는 활력 있는 지역이며, 소프트웨어 개발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설계와 자문 업무도 수행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했다.


크리슈나 CEO는 “그러한 전략적 요충지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과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캐나다 토론토, 폴란드 크라쿠프, 아일랜드 더블린, 인도 벵갈루루와 코친이 있다”며 “결론적으로 우리가 규모 있는 투자를 할 수 있는 요충지는 이 정도뿐”이라고 덧붙였다. 괴거에는 중국이 그러한 전략적 요충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의 경영 여건 변화는 중국을 더 이상 전략적 요충지로 삼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예 중국을 삭제해 버린 것이다.


크리슈나 CEO는 “새로운 전략적 요충지를 개척하는 과정에는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보상이 고통보다 훨씬 크다”며 “일부 직원이 이런 (중국 연구소 폐쇄) 결정에 저항한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지만, 솔직히 말해 이 일은 이미 끝났고 현재 상황을 볼 때 결정은 전혀 취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기업들이 자국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미국 빅테크들 입장에서 중국 시장의 비중도 줄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중국의 지나친 국수주의적 성향이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을 부추기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중국 국영 기업을 감독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문건 79호’라는 이름의 극비 문건을 통해 미국 업체의 의존도를 낮춰왔다. 2027년까지 이메일, 인사관리, 사업 관리 등에 사용되는 해외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중국 업체 제품으로 교체하고 주기적으로 관련 내용을 당국에 보고하도록 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삭제’(Delete America)의 약자인 ‘딜리트 A’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앞장서서 이렇게 글로벌 기업들을 차별하고 사실상 영업 방해를 하고 있으니 글로벌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IBM뿐만 아니라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 미국 빅테크들도 잇따라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하거나 직원 재배치에 나섰다. 테슬라는 이미 직원 감축을 시작했다.


또한 MS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비즈니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링크드인은 일찌감치 중국에서 서비스를 종료하고 철수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당국의 검열 강화와 잇따른 계정폐쇄 조치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구글 등 미 대형 SNS도 2018년부터 중국에서 퇴출됐으며 접속이 완전 차단됐다.


[기업들의 탈중국에 이어 글로벌 자금도 엑소더스]


미 기업들의 ‘탈중국’ 바람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미국의 대중 직접투자(FDI)도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미국의 대중국 FDI가 40%나 곤두박질쳤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직접투자(현금 흐름 기준)는 지난해 51억 달러로 전년보다 40% 급감했다. 지난 2014년 100억 달러를 넘어섰던 투자액은 현재 반토막이 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최근 중국에서 블랙스톤, KKR, 칼라일 등 주요 사모펀드들이 신규 투자를 집행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졌다”면서 “금융정보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글로벌 10대 바이아웃 펀드 중 7곳은 올해 한 번도 중국에 투자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10개 회사의 신규 투자 건수는 5건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규모가 작은 거래였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중국 시장에 대한 애정이 차디차게 식었다는 의미다.


FT에 의하면 실제로 한때 중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미국의 사모펀드 중 하나인 워버그 핀커스는 올해 중국에서 아예 거래를 진행하지 않았고, 2022~2023년에는 매해 2건의 거래만 체결했다. 2017년 18건, 2018년 15건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FT는 이와 관련해 “2021년만 하더라도 글로벌 10대 사모펀드는 중국에서 총 30건의 투자를 진행했는데, 투자 열기가 3년 사이에 빠르게 식었다”고 지적했다.


국제대체투자협회(AIMA)의 커 셍리 아시아태평양 공동대표는 FT에 “중국은 지정학적 긴장, 규제의 불확실성, 그리고 경제적 역풍으로 인해 롤러코스터와 같은 시장이었다”면서 “과거에는 중국의 빠른 성장이 ‘골드러시’와 같은 결과를 냈지만, 오늘날에는 (투자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가) 돋보기와 핀셋으로 금을 찾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을 쫓아내는 ‘차이나 리스크’]


그렇게 엄청난 기대를 했던 중국 시장에 대한 애정이 이렇게 차디차게 식어버린 데는 한마디로 ‘차이나 리스크’ 떄문이라 할 수 있다. 그 대표적 사건이 지난 2021년 ‘중국판 우버’로 불렸던 차량 호출 앱 디디추싱이 뉴욕 증시에 기업공개(IPO)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규제 리스크였다.


당시 디디추싱은 중국 정부의 반대에도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강행했다가 중국 당국의 대대적인 단속 대상이 됐다. 2021년 6월 30일 상장한 지 이틀 뒤부터 중국 정부는 ‘국가 안보 위협’이라는 다소 쌩뚱맞은 명목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더더욱 글로벌 사업가들을 놀라게 한 것은 중국 정부가 디디추싱이 해외 상장 시도에 대해 “중요한 데이터를 미국에 갖다 바치려 하는 것”이라고 선전선동하면서 여론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규제 당국은 모든 앱스토어에서 디디추싱을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디디추싱이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 및 사용했다고 공표했다. 하루 아침에 디디추싱이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이에 대해 FT는 “중국 정부가 해외 상장 규제를 강화하면서 사모펀드들이 (IPO를 통해) 이익을 낼 수 있는 창구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중국 정부가 기업들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개입하면서 정상적인 기업활동마저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자 글로벌 투자자들이나 기업들은 경악을 했다. 차이나 리스크의 실체를 너무나도 명확하게 목도를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 중국 경제까지 둔화되면서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여기에 미국이 중국의 기술회사 투자마저 제한하면서 사모펀드들은 아예 중국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분위기다.


컨설팅회사 더 아시아 그룹의 한 린 중국 지사장은 “해외투자 규정 등으로 인해 중국은 점점 더 아주 다루기 어려운 투자 시장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중국 경제가 다시 회복되고 국영기업이 아닌 민간경제 중심의 시장 체제로 돌아온다면 중국을 향한 투자는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의 중국 지도부가 내수를 살리면서 인민의 힘을 키우는 경제가 아니라 공산당의 힘을 키우기 위해 경제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펴 나간다면 중국은 어쩔 수 없이 글로벌 투자자들과 기업인들로부터 버림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의 사태가 바로 그러한 중국의 현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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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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