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중국 경제 초토화 시킬 수 있는 법안 논의 중]
미국 하원이 이번 주부터 이른바 '중국 때리기' 성격의 28개 법안을 논의하기 시작하기로 하면서 중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하원의 중국 관련 법안은 민주·공화 양당 모두 소위 ‘중국 때리기’에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대(對) 중국 압박 법안들이 일부는 대선 전에 통과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더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 “미국 하원이 중국이 제기한 국가 및 경제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초당적 차원에서 28개의 중국 관련 법안을 심의하게 된다”면서 “이 법안들 가운데는 홍콩의 경제무역대표부를 폐쇄하는 것을 포함해 생명공학과 관련된 제한법안 등 중요한 법안들이 이번 주부터 표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SCMP의 보도대로 미 하원에서 중국 관련 법안들이 일사천리로 통과된다면 당장 중국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잖이 당황하고 있으며 또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 중국 관련 법안들이 미 대선이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 득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강경 일변도의 법안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SCMP는 이와 관련해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 이번 주에 심의가 예정된 총 28개의 법안은 중국의 기술, 정치, 경제적 영향력에 대응하는 것부터 인도 태평양에서 미국의 동맹국 강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를 다루며 중국과의 경쟁을 언급하거나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법안은 공화당이 주도하고 있지만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 법안들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통과되는 신속 처리 절차에 따라 심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CMP에 따르면 이번 대 중국 법안은 특히 공화당이 적극적이다. 반중국적 법안들이 지지층을 결집하고 단결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지난 7월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에서 한 연설에서 “중국은 세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으로, 의회는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맞서야 한다”는 말로 중국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존슨 의장은 “홍콩의 경제무역판사처로도 불리는 경제무역대표부의 뉴욕 사무소를 폐쇄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었다.
[홍콩 경제무역대표부 폐쇄도 최대 현안]
미 하원은 그동안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고도 자치권'을 보장받았다고 보고 여타 정부 수준으로 간주해 별도의 경제무역대표부 설치를 승인해왔으나, 이제 더는 그런 수준이 아니라는 인식이 커 이참에 뉴욕 주재 홍콩 경제무역대표부 폐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내에선 2019년 홍콩 주민의 중국 본토 송환을 가능하게 하는 중국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으로 반발이 커진 것을 계기로 중국이 아예 홍콩 국가안보법을 제정해 홍콩인의 권리·자유·자치권을 회복하지 못할 수준으로 파괴했기 때문에 홍콩을 정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인식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뉴욕의 홍콩 경제무역대표부에 대해 워싱턴에 있는 홍콩민주주의위원회(HKDC)는 “(중국) 홍콩 특별행정부의 악의적인 영향력 행사를 위한 매개체라는 점에서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생물보안법 제정해 중국의 미국시장 진입 제한]
미 하원이 '바이오시큐어법'(Bio Secure Act·생물보안법)을 제정할지도 관심거리다. 올해 초 발의된 이 법안은 중국 최대 유전자 분석업체 BGI그룹과 세계 선두급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 우시바이오로직스,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우시앱텍, BGI의 자회사 MGI와 컴플리트지노믹스 등을 미국 안보 우려 기업으로 규정하고 5개 기업은 물론 이들 기업의 제품·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의 미국 시장 접근을 막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 당국은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으나, 이들 5개 기업이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결돼 언제든 관련 바이오·유전자 정보를 넘길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은 이미 상원에서 지지를 얻었으며 미국 기업이 중국 제조 및 연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건강 데이터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도록 장려하기 위한 법안이라 할 수 있다.
SCMP는 이어 “또다른 법안으로는 미 행정부가 중국과 과학 기술 협정을 체결·연장·갱신하기 전에 의회에 통보토록 하는 법안, (사실상 중국인을 염두에 두고) 외국인 인재 채용과 외국 통신 인프라 사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법안 그리고 중국산 드론 등에 대한 감시 강화를 담은 법안도 있다”고 전했다.
SCMP는 더불어 “다른 기술 관련 법안들은 외국 인재 채용 및 외국 통신 인프라 사용에 대한 통제 강화, 6G 기술 태스크포스 구성, 중국산 드론과 항만 크레인에 대한 면밀한 조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법안은 '중국의 악의적 영향을 미치기 위한 기금'을 조성하고 외국인으로부터 정치 기부금을 받는 단체에 더 강력한 처벌을 부과하는 등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법안도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인도-태평양전략 강화 위한 법안도 준비]
SCMP는 또한 “28개 법안 가운데 중국 옥죄기에 초점을 맞춘 인도·태평양전략 강화를 위해 한국·일본은 물론 태평양 섬나라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법안도 포함됐으며,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중국이 자국 통화 비중을 높이려는 걸 차단하는 내용의 법안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과 대만 간 무역협정 지지와 신장자치구 문제, 중국을 겨냥한 코로나19 기원 조사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공화당이 주도하는 한 법안은 미국이 중국이 중국의 일부로 간주하는 자치 섬인 대만에 위협을 가했다고 판단할 경우, 필요하다면 무력 통일의 꿈을 억제할 수 있도록 본토 관리의 금융 활동에 대한 추가 보고 및 제한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 무력화 법안도 진행중, 파문 커질 듯]
특히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는 중국 경제를 무력화할 수 있는 강제적 수단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긴 법안이다. 여기에는 수출 통제 및 제재 체제에 대한 기술 개혁,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행하는 특별 금융 자산에서 중국 통화 비중을 높이려는 노력에 반대하도록 요구하는 제안, 국토안보부가 고션(Gotion)과 같은 중국 최고 배터리 생산업체로부터 배터리를 구매하는 것을 제한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그러나 중국으로의 해외 투자에 대한 규제 강화 관련 내용이 목록에서 빠져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8월 바이든 대통령이 발동한 행정명령에 따라 기업들이 중국, 러시아 및 기타 군사 응용 기술과 관련된 ‘우려 국가’에서 거래하기 전에 재무부에 통보하도록 의무화했기 떄문에 이번에는 빠진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 이니셔티브'의 부활, 중국 크게 우려]
이런 가운데 SCMP는 공화당 주도로 '차이나 이니셔티브'(China Initiative)가 부활할 가능성도 우려했다. 차이나 이니셔티브는 지난 2018년 11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기술 정보와 지식재산권(IP)을 탈취하려는 중국 시도를 저지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된 수사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대대적인 스파이 조사로 인종적 편견·공포 조성 우려가 커지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2월 공식 종료했다.
그럼에도 현재 미 하원이 공화당 220명, 민주당 211명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차이나 이니셔티브 관련법 통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SCMP는 차이나 이니셔티브에 대해 “대부분 실패한 기소로 이어졌으며, 서류상의 오류를 과도하게 색출하고 중국계 미국인에 대한 의혹을 불균형적으로 던졌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만큼 중국 당국이 차이나 이니셔티브에 대해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미중 비즈니스 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미 의회에는 약 700건의 중국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다. 2023년 1월 회기가 시작된 이후 78개 법안만이 통과되었고, 나머지 법안들은 폐기되었다.
법제화된 중국 관련 법안 중 하나는 미국-대만 무역 협정을 지지하는 법안이고, 다른 하나는 티베트 자치구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는 법안이며, 세 번째 법안은 코로나19의 기원을 조사하는 데 초점을 맞춘 법안들이다.
그런데 대선을 앞둔 지금 시점에서 중국 관련 법안들의 표결 일정은 아직 불투명하지만 빠르면 이번 주부터 표결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의회 관련자들은 이번 주에 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2025년 1월 현재 회기가 끝나기 전에 표결에 부칠 수 있는 다른 옵션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기업연구소의 잭 쿠퍼는 “일부 법안이 매년 반드시 통과되어야 하는 법안인 국방수권법에 포함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특히, 11월 선거 이후 하원, 상원, 대통령직이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분열될 경우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쿠퍼는 이어 “공화당이 세 가지 모두에서 승리하면 내년까지 기다려서 중국 관련 법안을 한꺼번에 통과시키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면서 “만약 엇갈린 선거 결과가 도출된다면 레임덕 (세션) 기간 동안 일부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욕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흐름에 중국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법안들 하나 하나가 미중간의 관계를 더욱 험악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 또한 중국의 현재 상황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중국 관련법들의 통과와 시행 여부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