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해로 자강도 군수 생산 기지 큰 타격 가능성]
북한 자강도 지역의 군수단지가 지난 7월 말 압록강 일대의 대규모 수해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고 공장 운용에도 차질이 생겼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공장 건물이 붕괴되거나 도로와 다리가 유실되면서 가동 중단도 불가피했을 것으로 관측된다는 것이다.
미국의소리(VOA)는 8일, 민간위성 이미지 서비스업체 ‘플래닛 랩스’가 지난 6일 자강도 전천군 일대를 촬영한 위성 사진을 수해 이전 사진과 비교하면서 “2.8기계공장의 일부 건물과 교량과 도로가 유실된 것으로 추정되며 곧게 뻗어 있던 도로의 일부 구간도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자강도의 2.8기계공장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를 생산해 온 핵심 군수 기지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북한 자강도 전천읍 일대를 촬영한 6일 자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을 보면 빨간색과 청록색 지붕의 여러 건물이 밀집한 지역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북한의 포탄과 미사일 생산 기지로 알려진 ‘전천 2.8 기계공장’으로 지난 7월 말 내린 폭우로 물이 불어난 장자강변에 위치해 있다.
물론 위성 사진만으로 공장의 정확한 피해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중심부 공터에 이전에 없던 파란색 띠 형태의 물체가 식별된다. 이는 북한 내 다른 수해 지역에서도 관찰된 천막촌과 유사해, 이 지역이 수해로 피해를 입었음을 시사한다.
더욱이 공장 앞을 지나던 ‘65 국도’는 수해로 유실되어 흔적만 남았다. 이 도로는 공장과 연결되는 유일한 진입로였기 때문에 물자의 이동이 차단됐고, 발사대도 공장 외부로 반출되지 못하는 상태일 것이라고 VOA는 추측했다.
또한 인근 강을 건너는 두 개의 다리 역시 도로와의 연결이 끊겼으며, 공장 북쪽에 위치한 건물 몇 채도 사라진 것이 위성사진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이 공장에서 서쪽으로 약 3km 떨어진 지점, 도로를 따라가면 약 5km 거리에 또 다른 미사일 발사 관련 시설이 위치해 있는데, 이곳 역시 수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이 곳은 지난 2017년 화성 14형 ICBM과 2021년 극초음속 미사일이 발사되었던 시설인데, 이곳의 6일 자 위성사진을 보면, 인접한 마을의 약 150채 주택이 사라진 모습이 포착된다. 한마디로 수해로 마을이 초토화된 것이다. 이로 인해 미사일 개발 및 운용 인력이 거주하던 주택들도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VOA의 분석이다.
[자강도 강계시 군수 공장도 타격]
VOA는 또한 “자강도 강계시에 위치한 또 다른 군수 공장도 피해를 입었다”면서 “7월 16일 자 위성사진에서는 온전했던 공장 건물이 8월 7일 촬영된 사진에서는 일부 사라지고, 도로와 연결된 다리도 끊어진 상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상태라면 이후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공장 가동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강도는 특히 장자강을 따라 전첩읍과 강계시, 성간읍 등의 군수 공장이 밀집한 지역으로 다른 군수시설들도 수해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
데일리NK 등의 북한 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수해로 인해 군수 공장 갱도에 물이 차면서 폭약을 폐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실제로 데일리NK는 지난 8월 5일, “북한 당국이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등 압록강 인근 지역을 ‘특급재해비상지역’으로 지정하고 수해 복구 작업에 군인들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면서 “특히 전봇대가 쓰러진 곳이 많아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등 침수 피해를 크게 입은 대부분 지역은 현재 전기와 수도 공급이 완전히 중단된 것으로 파악되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24시간 전기가 공급되던 주요 군수공장들도 사상 최초로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데일리NK는 이어 북한 취재원의 전언을 바탕으로 “만포시 군수공장의 경우 지하에 연결돼 있는 갱도까지 물에 잠긴 곳이 많다”면서 “군수품 생산에 필요한 기계나 자재도 물에 젖었다”고 전했다.
이로인해 자강도당 책임비서가 해임됐는데, 이유는 큰물 피해로 인한 인민들 목숨을 건지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군수공장까지 물에 잠긴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게 데일리NK의 전언이다.
데일리NK는 그러면서 “군수공장 침수가 아주 심각한 상태”라면서 “어떤 곳은 갱도에 사람이 못 들어갈 만큼 물이 찼다”고 밝혔다. 문제는 폭약 만드는 자재가 젖으면 말릴 수도 없는데 결국 다 버려야 할 상황이라는 점이다.
[진짜 피해 큰 자강도에 대해선 일절 언급이 없는 북한]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북한 당국이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선전매체들이 압록강 수해는 대대적으로 소식을 전하면서도 이들 지역보다 훨씬 피해가 큰 자강도 수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무보트까지 타고 직접 수해 현장을 누비며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여념이 없는 김정은 위원장이 평안도만 맴돌뿐 정작 가장 피해가 큰 압록강 유역 자강도는 전혀 방문도 하지 않았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국가정보원도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실질적으로 피해가 많이 발생한 자강도에 대해 (북한이) 일절 언급과 외부 노출이 없다”며 “흥미롭고 특이하다”고 평가했다.
국가정보원은 이어 “자강도가 군수공장 밀집지역이라는 점에서 공장 피해와 군수물자 제조 및 북러 무기 거래 차질 등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동향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정원은 수해 책임을 물어 자강도 노동당 간부들이 처형됐다는 동향도 보고했다. 북한의 이런 대응은 최근 자강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대한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데일리 NK의 보도내용과 일치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자강도의 수해 피해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군수공업 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자강도의 특성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북한 전문가들에 의하면 북한 내 무기 연구 및 생산 시설의 절반 이상이 자강도에 몰려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정은 입장에서는 자강도는 외부로 절대 노출되어서는 안되는 지역이기에 그 엄청난 피해에도 불구하고 자강도는 꽁꽁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군수산업 관련 시설은 자강도의 도청 소재지인 강계시를 비롯해 희천시, 만포시 일대에 밀집돼 있다. 대표적인 군수공장으로는 미사일과 각종 포탄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진 강계트랙터공장(26호공장), 미사일 제어기기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청년전기연합기업소(38호공장), 미사일 발사대를 생산하는 성간강철공장(81호공장), 소총·기관총·탄약을 생산하는 강계정밀기계종합공장 등이 있다.
자강도에 이렇게 군수산업 공장들이 몰려 있는 것은 우선적으로 일제 강점기에 만포선이 부설되어 철도교통이 편리하다는 강점이 있고 여기에 산지가 대부분이라 무기 생산에 필요한 각종 지하자원도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어서다.
또한 중국과 가까운 지역이라 중국으로부터의 부품 수급도 용이하다는 점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 지역은 천혜의 산악지형이라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회피하기 아주 좋은 지역으로 꼽힌다. 그러나 북한의 자원 부족으로 산에 있는 나무들을 모두 땔감으로 사용하다보니 민둥산으로 변해 있는데다 압록강이 인근에 있어 이번 수해에 엄청난 산사태가 덮치면서 피해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KBS가 위성사진을 통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성간군 광명리 일대의 주택 수백 채는 지난 폭우 뒤에는 찾아볼 수 없으며, 인근의 동산리도 이번 수해로 약 100여 채의 주택과 건물이 유실됐다.
이와 관련해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성간군 주민들이 대피한 마을회관이 산사태로 무너져 약 300명이 매몰되는 참사가 발생했다”며 “중장비가 제때 도착하지 못해 삽과 곡괭이로 구조하다 시간이 지체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대북 소식통은 이어 “자강도 지역에서만 사망자가 총 천 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피해가 이 정도면 당연히 군수용품 제조기지 역시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자강도의 주요 강철 생산기지인 성간제강소는 건물 전체에 침수 흔적이 보이는데, 정상적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강계시의 수력 발전 시설도 건물 2동이 통째로 휩쓸려 갔다. 더불어 만포선 철도와, 나란히 놓여 있는 성간군 도로도 산사태로 인해 흙더미에 파묻혔다.
[러시아로의 무기 수출도 당장 지장받을 듯]
이번 자강도의 수해로 인한 군수시설 피해로 인해 러시아로의 무기 수출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러시아로 포탄과 탄약, 미사일들을 대거 수출해 왔는데 이로인해 자강도가 매일 풀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침수되는 사고가 났다는 점에서 당연히 모든 무기 수출 역시 중단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서실 자강도의 군수산업 시설 대부분은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꺼려 지하화가 이뤄졌는데 바로 이 점이 이번에 군수시설 피해를 더 키운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그 피해 규모를 짐작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들이 대부분 지하갱도에 투입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그 피해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데일리NK의 보도내용이나 VOA의 플래닛랩스 위성사진만으로도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정은, 9.9절 앞두고 軍 시설 시찰]
한편 김정은은 북한의 정권수립일인 9.9절을 앞두고 포병군관학교 등 군사시설들을 방문했다. 이는 이번 수해로 자강도의 군수산업 시설들이 대대적인 침수 피해를 입었다는 외신들의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마치 북한 군수산업의 건재를 과시하려는 듯한 태도로 읽혀진다.
그렇다고 자강도 수해지역을 찾은 것은 아니고 수해 피해가 없는 무기를 개발하는 국방공업기업소와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 선박 건조 시설 등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건재 과시 개념에다 군수산업 관련 수해 피해를 감추기 위한 대외적 쇼로 판단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