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장 제치고 美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만난 장위샤]
중국내 권력구도가 출렁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CMC)의 움직임은 지금 대륙에서 뭔가 매우 중요한 권부의 위상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이로인해 시진핑 주석의 권위도 심각한 손상을 받았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일본의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는 5일, “미국과의 외교 최전선에 중국군 수뇌부가 직접 나섰다”면서 “지난 8월 29일 베이징을 방문한 제이크 설리번 美 국가안보보좌관이 국방부장이 아닌 장위샤 중앙군사위원회(CMC) 부주석과 만나 회담을 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이어 “중국 인민해방군을 감독하는 중국 최고 군사기관인 CMC의 두 부주석 중 한 명이자 공산당의 막강한 정치국 위원인 장 부주석이 미국의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동을 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장면”이라면서 “설리번은 회담 내내 웃지 않았으나 장위샤 부주석은 환하게 웃었다”고 전했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지난 8월 27일부터 29일까지 중국을 방문한 설리번이 시진핑 주석과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기는 했지만 왜 하필 장위샤 CMC 부주석을 만났을까 하는 점이다. 특히 장위샤와 설리번과의 회담은 중국 최고위 장교와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8년만에 본격적인 대화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사실 CMC의장은 시진핑 주석이지만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군부의 최종 지도자는 CMC의 부주석 장위샤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설리번이 장위샤를 콕 찍어 만났다는 것은, 그것도 장위샤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는 것은 지금 중국 내부에 중요한 권력 구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설리번 보좌관의 입장에서도 중국에서 군부와 관련해 가장 민감한 정보를 나눌 수 있는 파트너는 국방부장이 아니라 CMC부주석이라 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 대만 문제나 남중국해, 우크라이나, 중동 등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나눌 수 있는 대화 파트너가 바로 CMC의 장위샤 부주석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장위샤 같은 존재는 왕이 외교부장이나 다른 국방부 관계자들보다 외교를 떠나 매우 실질적인 대화 상대자로 평가받는다.
지난 2016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시에도 CMC의 판창룽(范長龍) 부주석이 수전 라이스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실질적인 군사회담을 진행했던 적이 있었다. 2018년에도 판 부위원장의 후임인 쉬치량(徐奇良)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의 회담이 있었지만, 이는 의례적인 만남이었으며 판-라이스 회담과는 실질적으로 달랐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설리번 보좌관의 방중에 장위샤 CMC부주석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장위샤가 중국내에서 갖는 존재감을 생각한다면 이 두 사람의 만남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과 장 부주석의 아버지 장중쉰은 모두 산시성에서 태어났고 가까운 동지였다. 어렸을 때는 전우였고 같은 공산당 중앙위원회 서북국에 소속되어 있었다. 두 집안이 그만큼 가까운 관계였다는 것이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의 아버지인 마오쩌둥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진 장중쉰은 장군으로 승진해 군부를 지켰다.
장중쉰의 아들 장위샤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장군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장위샤는 한마디로 혁명 2세대 그룹인 홍얼다이에 속한다. 장위샤는 특히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에 중국-베트남 전쟁과 기타 분쟁에 참전한 전쟁 경험도 있다.
사실 엄격히 말하면 시진핑과 장위샤 모두 홍얼다이이지만 직제상으로는 시진핑이 주석으로서 모든 지휘권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진핑은 당연히 군사 문제를 포함한 중국 외교의 운전석에 앉기를 원한다. 또한 시진핑은 군부 조직원들에게 철저하게 자신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이 시진핑 주석보다 3년 선배인 장위샤를 시 주석이 어느 정도나 신뢰하고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시진핑은 당연히 장위샤를 신뢰하지만 군부의 권력구도에서 절대적 지위를 원하는 시진핑은 그동안 군부의 최고 실세들이 미국의 고위관리들을 만나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해 왔다.
그래서 시진핑은 그동안 미국과의 군사외교에 CMC 부주석이 아닌 형식적 권한만 가지고 있는 국방부장과 회담을 열도록 해 왔다. 살제로 역대 국방부장들은 CMC의 일개 위원에 불과했고, 자신의 재량에 따라 대외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 그렇기 떄문에 국방부장이 미국과의 군사대화에 나서면 당연히 정치적 발언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강경한 태도를 표출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미중간 군사대화에서는 이른바 ‘늑대 전사외교’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해왔었다.
그래서 미국은 군사회담시 중국의 국방부장이 아닌 실제적 실권을 가진 CMC 부주석과의 회담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었다. 그런데 그러한 미국의 요구가 이번에 수용이 된 것이고, 설리번과의 대화에 장위샤 부주석이 함께한 것이다.
장위샤는 설리번과의 회담 자리에서 “당신이 나와 만나자고 요청한 것은 당신이 군사 안보와 양국 군의 관계에 얼마나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리번과 같은 미국 고위 관리가 자신과 같은 인물과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접적이긴 하지만 장위샤 부주석이 직접 확인해 주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사실 이번 설리번의 방중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간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함이었다. 백악관을 떠나기 전 마지막 회담을 추진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만약 11월의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이번 설리번의 방중은 더욱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설리번과 장위샤간의 회담 성과다. 둘은 미군 사령관과 중국군 사령관 간의 대화를 전구사령부 차원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대화는 우발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 사항은 최근 2년여동안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것인데 중국이 그동안 외면해 오다가 이번에 장위샤와의 회동에서 극적으로 타결을 봤다. 아마도 그것이 장위샤의 힘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닛케이가 여기서 주목한 것은 이번 회담에서 보여준 장위샤의 태도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전 중국 국방부장이자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인 리상푸는 시 주석의 대표적인 반부패 캠페인의 표적이 되어 결국 올해 6월에 숙청당했다. 리 전 부장의 후임인 둥쥔은 해군 장교 출신으로 리상푸보다 시 주석과 더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등쥔은 지난해 12월 국방부장에 취임했지만 7월 열린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다소 기이하게도 CMC 위원으로 승격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리상푸가 숙청되기 전 CMC 위원은 7명이었으나 현재는 6명으로 줄었다. 리상푸의 실각으로 공석이 된 CMC 위원 자리는 아직 채워지지 않았고, 그 결과 중국 정부와 공산당 내에서 중국 국방부장의 위상이 하락했다.
리상푸의 부패 혐의는 자연스럽게 장위샤 부주석을 비롯한 다른 고위급 중앙군사위원회 위원들에게도 주목을 받았다. 리상푸는 장위샤의 뒤를 이어 CMC 장비개발부 부장을 맡았고, 장은 위원회 부주석이 되었습니다. 리상푸는 나중에 장위샤의 추천으로 시진핑에 의해 국방부장으로 지명되었다.
작년에 리상푸가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 후 장위샤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장위샤도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졌다. 그런데 이번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의 방중 자리에 장위샤는 환한 웃음을 띠면서 화려하게 등장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장위샤는 카메라 기자들 앞에서 왜 그렇게 환하게 웃었을까? 닛케이는 이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미국에 대한 호의의 표현이었지만, 장위샤 부주석이 전 세계 언론 앞에서 활짝 웃은 데에는 군부 숙청으로 인해 퍼진 각종 루머를 불식시키고 자신의 완전한 복귀를 과시하려는 속내가 있었을 수 있다”면서 “이는 시진핑과 같은 영향력있는 홍얼다이이기 떄문에 가능한 일”이라 분석했다.
닛케이는 이어 “현재 국내 정치-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시 주석은 군부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홍얼다이들의 입장을 어느 정도 존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것이 시 주석이 74세의 장위샤 부주석을 고령에도 불구하고 군부의 기둥으로 계속 활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닛케이는 그러면서 “결국 설리번의 중국 방문은 단순히 발언 내용만으로 분석할 것이 아니라 장위샤 부주석의 예상치 못한 미소를 통해 최근 중국 내 정치권력 균형의 변화에 대한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진핑의 지도력 약화,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중국내 권부 상황과 관련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4일(현지시간) “시진핑의 지도력이 약화되면서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RFA는 “시진핑 주석이 3중전회 이후 거의 한 달 동안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는데 이로 인해 중국 공산당이 엄격한 통제를 가하고 있음에도 중국 내 위챗에서 다양한 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만의 고위 국가 안보 분석가들에 따르면 이는 중국이 대내외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시 주석의 지도력이 약화되고 중국이 '중대한 위기 직전'에 처해 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RFA에 따르면 대만 국가안보 고위 소식통은 내부 브리핑에서 설리번 미국 대통령 국가안보 보좌관의 방중을 전후해 중국은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피스메이커'의 가면을 적극적으로 쓰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중국해, 대만해협, 남중국해에서 일련의 군사적, 정치적 압박을 추진해 왔다고 분석했다.
RFA는 그러면서 “베테랑 국가 안보 소식통에 따르면 하반기에 중국이 미국과 일본 선거의 정치적 공백을 이용해 전략적 돌파구를 모색하고 강경한 대외 행보를 통해 국내 갈등을 돌리려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RFA는 또한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PLA) 수뇌부의 인사이동은 많은 우려를 불러일으켰으며, 대만은 설리번이 방중 기간 중 시진핑 외에 중국 공산당(CPC) 중앙군사위원회(CMC) 부주석인 장위샤를 만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면서 “이에 대해 한 고위 국가 안보 소식통은 이를 ‘뭔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RFA에 따르면 고위 국가 안보 소식통은 3중전회 이후 중국군에 몇 가지 특이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인사 측면에서 등쥔 국방부장이 CMC에 들어 가지 않았고 5개 군사 관구중 돌연 3명의 사령관이 교체됐다. 또한 시진핑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민일보는 갑자기 '집단지도체제를 고수해야 한다'는 기사를 게재했는데, 그 어떤 최고위층도 처벌받지 않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일련의 혼란스러운 일들 배후에 과연 누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또한 지금 중국을 둘러싼 위기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RFA는 “중국 지방 재정의 악화가 교통, 의료 등 기본 서비스를 포함한 국민의 일상 생활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중국의 군사비 지출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특히 지방 정부는 중앙급 공무원과 군인의 급여 보조금의 약 40%를 책임지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더 이상 이를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 짚었다.
RFA는 이어 “현재 관측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내부적으로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영향력을 여전히 가지고 있으며, 위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통제되고 있다”면서 “불안정 요소가 증가하고 있지만 붕괴할 정도는 아니며, 지금 상황을 정확히 표현하자면 권위가 상당히 손상된 상태라고 봐야 한다”고 정리했다.
문제는 귄위주의 국가들이 붕괴되는 것을 보면 점진적인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RFA는 “경제 문제를 포함해 복지정책들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국지적 위기는 누적되고 있다”면서 “시진핑 주석의 권위가 이전보다 훨씬 약해졌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RFA는 “3중전회 이후 시진핑 주석이 20~30일 동안 잠적하고, 소문이 거짓이라 하더라도 비정상적인 사건이 잇따르는 것은 배후에서 조작의 징후를 보여주는 것이며, 이는 시 주석의 권위가 약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 시립대 스태튼 아일랜드 대학의 정치학 및 국제 문제 교수인 샤 밍은 “공산당이나 체제 내에서 특정 지위나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현재 시 주석의 전반적인 성과에 분노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렇게 지금 중국 사회는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물론 아직은 시진핑 정권이 붕괴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 조짐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중국과 시진핑의 위기를 계속 주목해야 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