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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제대로 뒤통수 맞은 中반도체, 허망하게 무너진 ‘반도체 굴기’ - ASML, EUV에 이어 DUV 장비까지 유지보수 중단 - 중국, 올해 사상 최대 반도체 장비 수입했지만.. - ASML이 중국 유지보수까지 중단한 가장 큰 이유?
  • 기사등록 2024-09-02 11: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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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EUV에 이어 DUV 장비까지 유지보수 중단]


중국 반도체가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업체인 ASML이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수입을 중단한 데 이어 구형반도체 설비장치인 심자외선(DUV) 장비까지 수출은 물론이고 유지보수까지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반도체 생산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1일,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가 올해로 만료되는 중국 내 ASML의 특정 서비스와 예비 부품 제공 라이선스를 갱신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금 스마트폰 AP(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 등 첨단 칩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수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 ASML의 구형 노광장비(DUV)를 여러번 돌려 칩을 생산하는 ‘이가 없으면 잇몸’ 전략을 쓰고 있다.


물론 그렇게 해서라도 고품질의 스마트폰 AP를 만들 수는 있지만 수율이 낮아 수지타산은 전혀 맞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첨단 칩을 억지로 만들어 왔었는데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입장에서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조치는 억지로 반도체 생산을 늘려 가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미국이 지속적으로 제동을 걸면서 결국 네덜란드 정부도 미국의 뜻을 따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동맹국이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 기준에서 미국과 걸맞지 않을 경우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하는 등 추가 조치를 단행할 수도 있다”고 압박해 왔다.


여기서 FDPR이란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기술 등을 조금이라도 사용했으면 수출 시 미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 규칙을 말한다. 반도체 제조 장비에서 중요한 국가로는 미국 외에 한국, 네덜란드, 일본 등이 꼽히며 미국 정부는 FDPR 사용을 앞세워 동맹국들이 이에 동참하도록 해왔다.


실제로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같은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은 일찌감치 수출금지와 서비스 제공 금지에 동참해 중국 시장에서 발을 뺐다. 하지만 ASML, 도쿄일렉트론 등 동맹국 기업들은 난색을 표하며 일부만 동참해왔다. 계속되는 압박에 ASML은 올해 들어 구형 노광 장비 수출 제재에 동참했다. 이후 중국에는 주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구형 키트 형식의 제품을 수출해왔다. 그런데 이젠 장비의 유지보수마저도 중국과 관계를 끊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지금은 ASML의 인력들이 중국 고객사 공장에 상주하며 유지보수를 돕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마르크 뤼터 전 총리 당시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수출 금지 조치가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지만, 딕 스호프 총리가 취임하면서 노선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딕 스호프 총리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안보를 둘러싼 중국과의 대화에서 매우 신중해야 한다”면서 네덜란드 정부가 올해 새로운 수출 통제를 고려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미국 및 일본과 좋은 협상을 하고 있으며 좋은 결과로 끝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적 있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블룸버그는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 산업을 키우려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뼈아픈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올해 사상 최대 반도체 장비 수입했지만...]


사실 중국은 앞으로 날이 갈수록 반도체 장비의 대 중국 수출이 제약을 받을 것으로 생각해 올해 엄청난 양의 반도체 장비를 사들였다. 중국 해관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은 260억달러로 역대 최대 수치다.


그중 ASML로부터의 수입액 총액은 20억 달러를 넘었다. 이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한마디로 추가 제재를 예상해 일단 사놓고 보자는 개념으로 구매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아무리 제품을 수입했더라도 ASML로부터 유지보수를 못 받게 되면 새로운 장비들마저 제대로 가동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 내에서는 화웨이가 스마트폰용 첨단 AP를 설계하면, 중국 대표 파운드리인 SMIC가 구형 DUV를 활용해 생산한다. 첨단 EUV 장비를 사용할 수 없는 SMIC는 구형 SMIC 장비, 곧 DUV를 여러 번 그리는 방식으로 만들어 낸다. 물론 그렇게 만들게 되면 생산은 가능하지만 수율이 떨어지면서 수익적으로는 많은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화웨이가 첨단 AP가 내장된 스마트폰을 마음껏 양산할 수 없는 것이다.


[ASML이 중국 유지보수까지 중단한 가장 큰 이유?]


그렇다면 왜 미국은 ASML로 하여금 대 중국 수출과 유지보수까지 하지 못하도록 강제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이 ASML의 장비로 스마트폰 용 칩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이용해 군사목적으로 활용하는 침까지 만들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제프리 반 리우웬 네덜란드 국제통상개발협력 장관은 지난 2월, 로이터 통신을 통해 “중국이 군사 기술 개발의 자급자족을 촉진하기 위해 리소그라피 분야에서 네덜란드 등 외국 전문 기술을 얻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ASML의 장비가 고부가가치 무기 시스템 및 대량 살상 무기”에 들어가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사용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반도체의 눈부신 성장 어떻게 봐야 하나?]


그렇다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현재 어느 정도의 수준일까? 최근 일본의 닛케이 중국어판은 일본 반도체 조사기업 테크날리에(TechanaLye) 시미즈 히로하루(清水洋治) 사장이 ”중국 반도체 기술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보다 3년 처진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보도를 인용해 국내 언론들은 ”미국의 제재 효과없나?“ 등의 헤드라인을 달면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상반기에 눈부신 실적을 올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닛케이 중국어판 기사에서 시미즈 사장은 ”TSMC가 2021년 양산한 5나노 칩 '기린 9000' AP와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가 2024년 양산한 7나노 칩 기린 9010 AP를 비교한 결과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이들 반도체 칩은 기본적으로 처리 성능이 비슷했다“고 밝혔다.


'기린 9010 AP'는 중국 화웨이 산하 하이실리콘(하이쓰 반도체)이 설계했고 지난 4월 시판한 화웨이 최신 스마트폰 '퓨라 70 프로'에 사용하고 있다. 반면 '기린 9000' AP도 TSMC가 양산을 맡았지만 하이실리콘이 설계했다.


시미즈 사장은 ”화웨이 최신 스마트폰을 분석한 결과 현재까지 미국정부의 대중국 수출통제는 중국의 기술혁신을 조금 늦추었을 뿐이며, 중국반도체산업은 자주생산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닛케이가 보도한 시미즈 사장의 발언은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놓치고 있다. 중국의 SMIC가 만들고 있는 7나노칩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ASML이 DUV 장비에 대한 유지보수까지 다 막아 버려도 SMIC가 7나노칩을 양산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답은 ‘NO’이다. 물론 중국이야 ‘이가 없으면 잇몸’하는 식으로 또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려 하겠지만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특히 반도체에 있어서 그 기술이 3년 뒤처져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차이다. 그 말은 언뜻 들으면 3년 후면 중국이 한국이나 서방국가의 반도체 기술을 따라 올 수 있다는 식으로 들리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3년 후면 한국의 삼성이나 SK하이닉스는 더 높은 곳에서 날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5월 8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미국이 인텔, 퀄컴 칩의 수출허가를 취소한 후 중국내 성장산업인 화웨이 노트북 사업이 휘청거리고 있다“고 보도한 기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SCMP는 “2022년 이후 출시된 화웨이의 소비자용 노트북 대부분은 인텔 혹은 퀄컴의 프로세서를 탑재해 왔다”면서 “인텔과 퀄컴 칩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한은 중국에서 성장하는 화웨이의 PC사업에 엄청난 어려움을 주게 될 것”이라 짚었다.


SCMP는 이어 “화웨이는 스마트 폰에 비해 덜 진보된 칩이 사용되는 데스크톱과 노트북 컴퓨터를 양산하면서 수입원을 다각화하려 하고 있다”면서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미국 칩 제조업체에서 이러한 프로세서를 구매하고 있으며, 제재가 발효되기 전에 비축된 칩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로이터가 지난 3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금 화웨이가 사용하고 있는 칩들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 구매한 수백만 달러 상당의 엄청난 양을 지금도 비축해 사용하고 있다.


SCMP는 그러면서 “화웨이가 지난해에 중국산 반도체를 사용한 메이트 60 프로로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이 스마트폰에 들어간 7나노미터의 기린 9000S 프로세서는 ASML의 DUV를 통해 SMIC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중국 반도체 산업의 현실이다. 한마디로 일부 언론의 현란한 중국 반도체 선전에 속아 넘어가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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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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