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미 대선 여론조사, 판이 뒤집어졌다!]
오는 11월의 미국 대통령 선거의 판이 완전히 흔들리고 있다. 물론 지금 당장의 예측으로는 누가 당선될지 모르는 혼돈의 상황이라 할 수 있지만 여론의 추이는 분명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블룸버그는 30일(현지시간)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대통령 당락을 결정지을 수 있는 7개의 스윙스테이트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동률을 이루거나 앞서고 있다”는 다소 충격적인 조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블룸버그가 모닝컨설트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는 주요 경제 이슈에서 트럼프의 우위를 좁히거나 역전했으며,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데 있어 트럼프보다 더 신뢰받는 인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해리스는 현재 7개 주의 등록 유권자 중 2% 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캠페인과 여론조사업체들이 주목하기 시작하는 잠재적 유권자 그룹에서는 1% 포인트 앞서고 있으며 통계적으로 본다면 사실상 동률을 이루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통계적 오차 범위는 7개 주 전체에서 1% 포인트이다. 이번 조사는 8월 23일부터 27일까지 4,962명의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번 조사에서 눈여겨볼 것은 결과의 추이이다. 스윙 스테이트 7곳 전체를 합한 지지도에서 트럼프는 확연하게 지지율 감소를 보이는 반면 해리스는 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이다. 2008년 버락 오바마 이후 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 지역에서 승리한 적이 없으며, 트럼프는 최근 4월까지만 해도 10% 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들어 해리스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트럼프를 앞질렀다. 이러한 분위기를 파악한 공화당이 지난 5주 동안 1600만 달러를 TV광고에 쏟아부었음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조지아 및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아나, 네바다 주도 뒤집어졌고, 다만 애리조나주만 동률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상세 조사항목 내용을 보면 트럼프 캠프에서 상당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 지지율이 하락을 했는지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첫째는 유권자들이 바이든을 괴롭혔던 경제 불안에 대해 해리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스윙 스테이트 유권자들은 트럼프보다 해리스가 중산층을 도울 것이라고 7% 포인트 차이로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여러 경제적 요인에서 해리스는 트럼프의 우위를 약화시키거나 심지어 우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유권자들이 주택 비용 처리를 위해 누구를 더 신뢰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해리스가 트럼프보다 4% 포인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 문제에서 바이든은 최근 공화당 후보에게 6% 포인트 열세를 보였다. 그러나 해리스는 정부 혜택, 임금 인상, 개인 부채 문제에서도 트럼프를 추월했다.
한마디로 바이든에 비해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트럼프의 지지속성이 해리스로 넘어오면서 뒤집어졌다는 것은 그동안 공화당 트럼프의 선거전략에 중대한 미스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공화당과 트럼프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유권자들의 마인드에 충분히 소구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더더욱 트럼프 캠프가 눈여겨봐야 할 조사항목은 당선 가능성 예측이다. 해리스 지지자의 84%가 해리스 후보의 승리를 예상한다고 답한 반면, 트럼프 유권자의 79%도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 공화당 입장에서는 충격적 결과다. 트럼프 지지자들마저도 해리스의 당선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거는 기세싸움인데 불과 1개월여 전까지만 해도 여유있었던 트럼프가 왜 이렇게 수세로 몰리고 있는지 트럼프 캠프는 자성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보수 언론 여론조사마저도 해리스 우위, 심각한 트럼프 캠프]
해리스가 유리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올 때마다 트럼프 지지자나 캠프에서는 좌파언론의 여론조사라 그렇다느니, 트럼프에게는 항상 숨겨진 지지자 표가 있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여론조사 결과를 믿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모든 여론조사를 부인하고 믿지 않으려 하기보다는 지금의 좋지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더 높이 날아 오를 수 있을지 전략을 재점검하고 또다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내놓고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으려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심지어 여론조사 결과가 우세로 나왔다 할지라도 항상 1~2%p 뒤지고 있다고 가정하고 선거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선거에서 당연한 원리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지금 공화당 트럼프 캠프나 지지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해리스 우위의 여론조사 결과를 애써 부인하면서 ‘잘못된 조사’라고 낙인찍기에 바쁘다는 것이다. 심지어 트럼프마저도 강력하게 비판할 정도다.
지난 8월 28일(현지시간) 보수언론인 폭스뉴스는 스윙스테이트 4개 지역, 곧 애리조나, 조지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지역들은 바이든과 트럼프 구도일 때는 트럼프가 최소 5%p 정도 앞서 있었던 곳들이었다.
그런데 폭스뉴스의 여론조사 결과는 해리스가 아리조나에서 1%p, 조지아와 네바다에서 2%p 앞서고 있었다. 단지 노스캐롤라이나에서만 트럼프가 해리스를 1%p앞섰다. 폭스뉴스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사실상 동률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난 6월의 바이든 대 트럼프 조사에서 모두 최소 5%p이상 앞서고 있던 지역들이었는데 지금은 아예 뒤집어졌다는 점이다.
또다른 보수 언론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8월 30일, 전국 여론조사에서 해리스가 트럼프를 48% 대 47%로 1%p 앞서고 있다고 발표했다. WSJ은 이에 대해 지난 4월 이후 민주당 후보가 처음으로 트럼프를 앞선 결과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WSJ에 조사 결과를 분석하면서 트럼프가 해리스를 공산주의자로 부르는 등 인신공격을 행한 것 자체가 지지율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또한 유권자들은 이제 트럼프보다 해리스를 더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으며, 국가에 필요한 변화를 가져올 사람으로 트럼프보다 해리스를 지목하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특히 WSJ은 “불과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경제를 가장 잘 관리할 수 있는 후보로서 트럼프는 바이든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었는데 지금은 이러한 강점이 크게 약화되었다”면서 “유권자들에게 경제를 가장 잘 처리할 사람이 누구인지 물었을 때 트럼프는 해리스보다 8%p 우위를 점했고 인플레이션을 처리하는 데는 5%p 앞서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트럼프가 비록 앞서 있기는 하지만 바이든과 대결했을 당시에는 무려 20%p나 압도적 우위를 보였었는데 이젠 불과 5~8%로 차이가 급속하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트럼프 캠프의 선거전략, 도대체 뭔가 잘못되었는가?]
다시 강조하지만 트럼프 열세의 조사결과가 나오면 트럼프 캠프는 여론조사 기관이 과거에도 트럼프에 대해 잘못 예측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특히 트럼프 캠프에서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지금도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로 우선 미국의 유명 통계학자이자 정치분석가인 네이트 실버가 최신 여론조사들을 취합해 제시하는 대선 예측 모델인 '실버 불레틴'은 지난 29일(현지시간) 해리스가 전국적으로 48.8%의 지지율로 트럼프(45%)에 3.8% 포인트 앞섰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을 확보할 가능성은 52.4%로 해리스(47.3%)보다 높다고 실버 불레틴은 판단했다. 실버 불레틴은 전국에서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들을 취합하되 신뢰도가 높은 여론조사에는 가중치를 부여해 자체 대선 예측을 발표하고 있다.
반면 ABC뉴스가 운영하는 선거분석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잇'은 같은 날 자체적으로 실시한 1천회의 대선 시뮬레이션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579회, 트럼프 전 대통령이 417회 각각 승리했다고 전했다. 선거인단의 과반을 차지하는 후보가 나오지 않은 경우는 4회에 그쳤다고 파이브서티에잇은 소개했다.
이런 내용들이 수시로 발표되니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도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다시 강조하지만 바이든이 비해 절대적 우위였던 트럼프가 경합 모드로 들어섰다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해리스가 전당대회를 막 끝낸 상황이라 컨벤션효과 떄문일 수 있으니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고 시간이 흐르면 해리스는 그전 바이든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불과하다.
또한 미국을 주도하는 좌파언론들이 트럼프에 대해 부정적 뉴스들을 쏟아내기 때문에 트럼프 지지도가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블룸버그/모닝컨설트 조사에서도 유권자의 50%는 해리스에 대해 긍정적 뉴스를 들었지만 39%는 트럼프에 대해 부정적 뉴스를 들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또한 언론을 탓할 필요는 없다. 트럼프가 그러한 부정적 뉴스의 소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트럼프 자신에게 있다. 사실 트럼프는 엄청난 강점이 있다. 우선적으로 공화당과 싱크탱크들이 만든 정강정책을 보면 민주당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정리가 잘되어 있다. 반면 해리스는 후보가 교체된지 얼마 되지 않어서 그러기도 하겠지만 정책적 측면에서는 트럼프의 공화당이 압도적으로 강력하다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공화당의 정책을 세일즈해야 할 트럼프가 이렇게 매력만점의 상품을 팔 생각을 아예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정책을 세일즈하지 않는 것일까? 한마디로 불안하고 초조하고 조급하기 때문이다. 지지율이 해리스와 동률 또는 더 낮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해 하루빨리 지지율을 반등시켜야 한다고 생각해 정책적 발언보다 인신공격적, 그리고 지지자들을 흥분시킬 수 있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트럼프 후보가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강점을 전혀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조선닷컴에서 ‘송의달라이브’를 연재하는 서울시립대 송의달 초빙교수가 쓴 ‘신의 개입’이라는 책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책은 한마디로 트럼프가 어떤 사람이고 얼마나 강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인지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트럼프는 이렇게 엄청난 자신의 강점들을 왜 제대로 세일즈하지 못할까 하는 점이었다.
분명한 것은 선거에서는 자신의 강점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하면 패배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약점은 최대한 숨겨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지금 반대로 하고 있다. 이것이 문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