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가 부른 중국내 시위, ‘더는 못 참겠다’]
중국에 시위가 급증하면서 시진핑 주석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것도 먹고 사는 것으로 인한 시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중국내 시위 증가의 원인이 경제 문제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경제회복이라는 근본적 문제 해결이 없다면 시위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눈여겨볼 것은 이러한 경제 문제로 인해 중국 인민들의 분노가 최고조에 달해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28일(현지시간) “중국에서 부동산 위기를 비롯한 경제 불만이 촉발한 시위가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미국 비정부기구 프리덤하우스는 2분기 중국에서 일어난 반체제 시위가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분기에 반대 시위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 증가했으며, 그 중 경제적 불만이 거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세부적으로는 44%가 노동, 21%가 부동산과 관련된 시위였다. 실제로 주택 프로젝트 지연이나 갑작스러운 회사 폐쇄, 유동성 부족, 임금 지급 불가, 심지어 퇴직자에게 적절한 혜택을 제공하지 못하는 지방 정부의 문제 등이 주요 원인들로 등장했다.
시위 빈도를 지역별로 보면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시위가 가장 많이 벌어졌는데, 제조업 허브인 선전이 위치한 탓에 경기둔화 직격탄을 맞으면서 불만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시위가 많은 도시는 시안으로 부동산으로 인한 불만이 유독 많았다. 그리고 세 번째는 중국의 하와이라고 불리는 하이난의 산야시였다.
물론 프리덤하우스의 이 보고서가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의 불만을 완전하게 설명해 주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중국 전역의 정서가 어떠한지 엿볼 수 있게 만든다. 특히 중국 당국이 강력한 감시와 인터넷 통제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전국적으로 빈번하게 시위가 벌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정권을 위협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시위가 아직까지는 고립되어 있으며 시위대가 그들의 분노를 지도자에게 표출하기보다 행위의 원인 제공자로 향하고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그러면서도 “이 보고서는 집권 공산당이 직면한 경제적 문제가 더 광범위한 거버넌스 문제로 변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중국인들은 지난 40년간의 생활 수준 상승이 주춤해지면서 경기 침체와 신뢰도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부동산 위기, 미국과의 무역 전쟁, 민간 경제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 값비싼 팬데믹 봉쇄 조치로 인한 후유증 등이 중국의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반체제 모니터 프로젝트를 이끄는 케빈 슬레이튼은 “중국 공산당은 수십 년 동안 경제 번영을 위한 ‘트레이드 오프’로서 시민들이 일당 독재주의에 복종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면서 “경제 성장 둔화 여파가 더 많은 시민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이러한 ‘트레이드 오프’가 훼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트레이드 오프’란 정책 목표가 두 개일 때 하나를 달성하려면 남은 하나는 희생될 수 있다는 개념을 의미한다. 중국 정부가 그간 경제 번영을 위해 자신들을 무조건 따르라고 지시했다면 현재는 그러한 지시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전반적으로 올해 초 더우인(Douyin)과 같은 동영상 플랫폼의 콘텐츠를 삭제하는 새로운 검열 강화를 포함하여, 2022년 중반부터 데이터 수집을 시작한 이래 검열이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케빈 슬레이튼은 “6월 집계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부분적으로 시위 정보에 대한 새로운 소스를 통합하기 시작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분기 동안 동일한 방법론을 사용하여 수집한 데이터를 보면 상승 추세가 지속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분기동안 중국의 시위 양상이 어떻게 변하고 또 나타나는지 살펴보면 앞으로 중국내 시위 상황이 중국 공산당 정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추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 위기는 시장을 부양하려는 중국의 강도 높은 구조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시위를 촉발하는 주요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시위의 빈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로 지난 12개월 동안 부동산 부문과 관련된 시위는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또한 주택 소유주와 건설 노동자들의 시위는 반중국 모니터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370개 이상의 지방 도시에서 발생한 전체 시위 사례의 44%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사 위스덤트리의 리치안 렌 이사는 “시위가 많아졌다는 건 중앙 정부 정책이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람들의 마음에 단기적 요구가 더 자리 잡게 되면 정부는 장기적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늘어난 시위가 중국 사회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선 중국 담당 이사는 “노동과 재산 관련 시위가 더 빈번해졌지만, 사례는 산발적이었다”며 “2022년 중앙 정부의 생각을 바꾸게 했던 코로나19 격리 시위의 강도와 유행 수준에는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중국 황금기의 종말, 시진핑의 위기를 초래하다!]
중국에 시위가 늘어나고 또 이로인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된다는 것은 결국 중국의 황금기가 사라졌기 떄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개혁 시대의 전임자들과 달리 시진핑은 공산당 통치에 대한 지지를 끌고 나가기 위해 급속한 번영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중국의 경제 기적은 이제 끝나가고 있으며, 시진핑 주석은 전임자들이 직면하지 않았던 문제, 즉 호황 이후를 어떻게 통치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상하이의 공장 노동자 후 씨를 예로 들면서 지금의 중국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고향에서 이주한 후는 거의 10년 동안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그는 자동차를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벌었고, 주말에는 승객을 태워 가족 수입을 늘렸으며 2020년에는 대도시의 아파트를 구입했다. 후는 미래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매우 절망적’이라고 표현했다.
지금 그의 집 가치는 거의 4분의 1로 떨어졌고 차량 공유에 대한 수요도 급감했다. 37세의 후는 ”대부분의 승객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무능한 리더십에 대해 불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러한 문제가 만약 민주주의 국가에서 벌어졌다면 당연히 지도자가 교체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에는 선거가 없지만 정치가 있다. 정치 환경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이유 중 하나는 생활 수준이 오랫동안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이는 종종 명시되지 않은 거래의 한 측면으로 묘사된다: 중국 인민은 공산당 통치 하에서 계속 부유해지는 한 통치 방식에 대해 거의 발언권을 갖지 않는 것을 용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중국 상황은 시진핑 주석에겐 그야말로 부정적이다. 기업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장과 사무실은 신규 채용보다 정리해고에 더 집중하고 있으며, 중국 인민은행의 수치에 따르면 대중은 향후 수익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가계 자산의 경우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는데, 일부 도시의 아파트는 2021년 정점 이후 가치가 절반으로 하락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붕괴되고 있다. 중국 주식은 같은 기간 동안 3분의 1 이상 하락했다. 이 정도면 사실상 패닉상태다.
문제는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이 지금의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수단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중국 경제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공장들마저도 실적 부진을 넘어 이제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 때문에 장기전략 계약을 맺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이는 지금 중국 경제 상황이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좋지 않다는 것을 말해 준다.
더더욱 심각한 것은 이젠 중국 인민들이 공산당을 보는 시선이 매우 차가워졌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대 초 장쩌민 주석 시기만 하더라도 경제 상황이 좋았을 때라 공산당에 입당하는 것을 명예로 여겼다. 사회도 개방적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에 분위기도 좋았다.
그리고 장쩌민의 후임인 후진타오 때에도 사회 분위기는 그야말로 반대파까지 포용할 정도로 매우 조화로운 사회를 영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도,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졌다.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시진핑 사상을 교육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고, 민간 기업들은 조직도에 공산당 세포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있으며, 시민 사회는 더욱 촘촘한 감시를 받고 있다. 한마디로 숨이 턱턱 막히는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전례 없는 3기 임기를 시작한 이후 국가 안보를 점점 더 우선시하고 있다. 리서치 회사인 컴패리텍(Comparitech)에 따르면 중국 도시는 인구 2명당 폐쇄회로 카메라 1대꼴로 세계에서 가장 강도 높은 감시를 받고 있다. 최근 중국의 보안 구조에 관한 저서인 '센티넬 국가'의 저자이자 블룸버그 오피니언의 기고자인 민신 페이는 ”1,270만 명에 달하는 중국인이 정기적으로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먹고 사는 것조차 힘들게 되니 중국 인민들이 뿔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1976년부터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하버드 대학교의 중국 정부학 교수인 앤서니 사이크는 ”중국 중산층 사이에서 이렇게 높은 수준의 좌절감과 짜증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지금 중국은 최악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과연 이러한 대중의 분노가 어떻게 폭발하게 될지 두고볼 일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