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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7-09 22: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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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10만 명 당 산모 사망 전국평균 14명, 강원도는 34명… 저수가 제도가 의료의 왜곡 초래
-의료이용량 폭증으로 2022년 건강보험재정지출 100조원, 2025년에 133조원으로 ‘폭발’ 확실
-국내 의료전달체계, 환자들의 초대형 병원 집중 심화… 서울과 경기로의 수도권 쏠림현상도 심각


▲ 본인부담금의 감소는 환자 쏠림 현상을 야기합니다.


[낮은 의료수가가 불러오는 환자들의 피해]


문제가 중첩되어 있는 산부인과 분만 파트를 예로 들면 저수가가 환자들에게 주는 피해 중 일부를 단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2014~2018년 중기 보장성 강화계획 자료 중 OECD 국가와 분만비용을 비교한 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분만 비용은 일본의 5분의 1, 독일, 프랑스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저수가와 독소조항 등으로 인해 분만을 받을 수 있는 산부인과 의사가 줄어들고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 수도 이전보다 3분의 1 정도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수련병원에서는 매년 평균 17%의 산부인과 전공의들이 수련을 중도 포기하는 사태를 야기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요.]


2016년 현재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총 22개 군, 산부인과는 있으나 분만실이 없는 지역은 총 24개 시군구, 특히 강원도는 11곳이나 분만시설이 없습니다(신생아 10만 명 당 산모 사망은 전국평균 14명, 강원도는 무려 34명에 달합니다).


이처럼 저수가 제도는 필연적으로 의료의 왜곡을 초래하고 이는 결국 국민들의 건강권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비단 산부인과만의 문제이겠습니까, 생명과 직결되는 메이저과 선생님들의 호소를 정부는 도외시해선 안 됩니다. 적정수가로의 개선이 보장되지 않는 문재인 케어는 기울어진 의료 왜곡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 자명합니다.


[건강보험재정 지출 폭증은 절대 피할 수 없다]


다시 재정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문재인 케어를 위해 필요한 재정에 대해 과소추계를 지적하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재정추계가 얼마나 정확한지, 반대로 얼마나 오류가 심한 것인지 주장하는 사람들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것은 결국 이 부분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나


는 5년 후의 건강보험재정을 걱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젊은 세대들이 10년, 20년 후 감당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서 나름 객관적인 자료들 ㅡ정부공공기관 자료ㅡ을 분석하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충분히 긴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 할 계획을 구체적인 시간표까지 정해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렸습니다.


문재인 케어 정책 시행에 필요한 추가재정 즉, 건강보험공단 누적적립금 20조 원 중 10조원을 사용하고, 7조원 규모의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여기에 연간 평균 3.2%의 건강보험료 인상에 자연증가하는 부분까지 합치면 충분히 재원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 제도로 인해 폭증할 의료 이용량과 고령화에 따른 노인진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초고속 고령화와 의료이용량 급증에 따른 진료비 상승]


지난해 건강보험 진료비는 64조 5768억 원으로 전년도 대비 무려 11.4%나 증가했습니다. 고령화 추세에 따른 만성질환 진료비 증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 및 선택 진료 축소, 치과 급여 확대 등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되었습니다.


65세 이상 노인이 사용한 진료비를 알아보면 더욱 충격적입니다. 건강보험 총 진료비 65조 원 중 26조 원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사용하였습니다. 전체 진료비의 38.7%를 차지합니다. 노인의 1인당 월평균 진료비는 32만8599원으로 전체 1인당 월평균 진료비 10만6286원의 3배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65세 이상 총 진료비 증가율은 14.8%였습니다.


2017년 3월 7일 기획재정부의 2016~2025년 8대 사회보험 중기재정추계 결과 보도 자료에 의하면 고령화로 인한 노인 진료비 증가 등으로 건보재정 지출이 연평균 8.7% 증가하여 24년 100조 원을 돌파할 전망이며,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2018년도부터 적자로 전환되고 적립금 또한 2023년경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기획재정부의 전망이 하나 둘 맞아떨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진료비의 연평균 증가율을 10% 내외로 보았을 때 2022년에는 건강보험재정지출이 100조 원을 돌파하고 2025년에는 133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이후는 지금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재정지출이 늘어날 것입니다. 도저히 걷잡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고령화에 따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의료이용량으로 인해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진료비 폭탄을 감당해낼 대책을 갖고 있나요?


그 대책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문재인 케어 즉,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을 졸속적으로 시행할 때가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젊은 열정과 패기로 묵묵히 버티고 있는 대한민국의 수백만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지금도 각박한 사회 환경 속에서 어깨가 무거운 10~30세대에게 감당할 수 없는 재정폭탄을 안겨주고 나 몰라라 하겠다는 것입니까.


모든 것을 원점으로 놓고 지금부터라도 다시 의료계와 함께 논의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을 무시하고 정책을 강행한다면, 이것은 결국 젊은이들의 미래를 뭉개버리는 제도가 될 것이 자명합니다.


[재난적 의료비에 대한 접근]


재난적 의료비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재난적 의료비 발생가구란, 가구의 가처분소득의 10~40% 이상을 의료비에 쓰는 가구를 말합니다. 즉 의료비를 내느라 가정이 재정파탄에 빠지는 가구를 말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를 달립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자료가 하나 더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의료비 지출규모가 OECD 국가 평균의 66%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적은 의료비를 쓰는데 왜 재정파탄에 빠지는 가구 발생비율은 1위인 걸까요? 여기서부터 정부는 문제에 접근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개인’이 모든 책임을 다 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인 의료비는 낮아도 개인이 의료비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다 보니, 의료비 때문에 재정파탄에 빠지는 가구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입니다. 장기간 많은 의료비가 소요되는 중증질환 치료에 대해 사회적으로 ‘함께’ 책임지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현재 재난적 의료비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고, 따라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체계 자체가 잘못 설계되어 운용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부분을 정부가 제대로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지 않으면 어떤 제도를 들고와도 해결될 수 없습니다.


‘정부가 나서 지원하겠다!’라고 하지만 고통을 분담할 자세가 잘 정립되지 않은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허울만 좋은 선심성 공약으로 그칠 확률이 다분히 높습니다.


재난적 의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들고나온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라는 해답은 의문스럽습니다. 문제의 핵심이 무엇일까. 저소득층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고, 의료취약계층에서 빈발하는 질병군과, 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경제적 효율성을 고려하기 위해 많은 연구들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 답이 비급여의 급여화는 절대 아닙니다.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비 지원은 무조건 정부가 책임지고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을 정부정책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주지만, 그 해답은 틀렸습니다. 막연하게 재정만 들이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의지]


저 말고도 수많은 의료전문가들과 재정전문가들이 재정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는 만큼 재정문제는 이쯤 하면 됐습니다. 이제 진짜 전문가다운 이야기를 해봅시다.


고질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 바로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에 대한 논의입니다.


보건복지부 정통령 과장은 1차 의료 강화를 위한 구체적 노력으로 만성질환에 대한 포괄적 의료서비스 제공모델을 확산하고, 수가개선, 본인부담률 조정 등을 병행하겠다고 했습니다. 3차 상대가치개편의 키워드로 경증외래 중심의 1차 의료기관, 입원중심은 2,3차 의료기관, 특히 3차 의료기관은 중증질환자 중심으로 개편을 위해 진찰료, 입원료, 종별가산을 개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동의합니다. 말은 언제나 옳습니다.


저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의료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충분한 시간 확보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1차 의료기관과 대형병원의 역할 정립을 위한 수가구조 개편시한은 2020년입니다. 3차 상대가치 개편에 대해서는 심평원이 이제 막 연구용역에 들어간 상태이며, 문재인 케어와 동시에 시행되지 않아 효과가 의문시됩니다.


본인부담금의 감소는 당연히 환자 쏠림 현상을 야기합니다. 2006년 병원 내 식대와 5세 미만 입원 본인부담금 면제 등 보장성 강화대책을 시행했다가 재정 부담이 급증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제도를 원위치로 돌린 사례는 의료서비스의 본인부담 가격이 낮아지면 의료이용량이 급증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 중 하나입니다.


메디컬 푸어 현상은 없어져야 한다는 정부의 취지에 적극적으로 공감합니다. 하지만 이미 국내 의료전달체계는 모든 환자들이 초대형 병원에 집중하는 현상이 뿌리 깊게 내려져 있습니다. 서울과 경기로의 수도권 쏠림현상도 심각합니다.


이 부분을 정부는 깊이 고심해야 합니다. 지역에 있는 환자들이 심각한 중증질환이 아니라면, 그 지역 내에서 의료수요를 감당할 수 있도록 재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문제는 정부가 그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느냐는 것, 대안을 들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저는 정부가 아직 뚜렷한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비급여의 급여화에 필요한 재원추계만 하고 있는 모습이 그저 답답할 뿐입니다.


다음에는 신포괄수가제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관련기사: 문재인 케어, 무엇이 문제인가(1)]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기사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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