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이후 처음, 상반기 대외직접투자 부채 50억달러 감소]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심화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에서 자금을 대거 인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로인해 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직접 투자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경제에 대해 비관적이라는 의미여서 이로인한 충격파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13일,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의 대외직접투자 부채가 지난 4~6월에 거의 150억 달러 감소했다”면서 “이는 초유의 사태로 올해 상반기로 기간을 넓혀도 50억 달러 감소를 기록 중”이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올해 남은 기간에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마이너스가 될 전망이며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처음있는 일”이라 짚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2021년 3440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인해 일부 기업은 노출을 줄였고, 중국에서 전기차로의 급격한 전환으로 인해 외국 자동차 회사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으며, 일부 기업은 투자를 철회하거나 규모를 축소했다 .
문제는 이러한 외국인 투자의 대대적 축소가 중국 당국이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노력이 강회되고 있음에도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당국은 외국기업에 대해 중국이 개방적이고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국가라는 점을 어필해 왔으며, 또한 글로벌 기업들에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이 디커플링을 요구함에도 이를 거부하고 중국에 더 많이 투자하기를 권유해 왔지만 중국의 뜻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중국 당국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완전히 신뢰를 잃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자금의 순흐름을 추적하는 SAFE의 데이터를 보면 외국 기업들의 중국내 수익 추세와 중국내 사업 규모 변화를 추정할 수 있다. 일단 선진국들은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데 반해 중국은 경제를 자극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있다 보니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현금을 보유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러한 경향은 중국 상무부의 자료로도 확인된다. 상무부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중국에 대한 신규 외국인 직접 투자는 2020년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중국 경제가 가지고 있는 또다른 문제는 중국기업들의 아웃바운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 기업의 2분기 해외 송금액은 71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90억 달러보다 80% 이상 증가하면서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를 모두 합치면 중국은 860억 달러의 기록적인 직접 투자 순유출을 겪었다.
[내수부진과 지정학적 긴장이 시진핑 발목 잡았다!]
이러한 글로벌 자금의 대거 이탈과 관련해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13일, “내수 부진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을 떠났고, 이러한 사태는 시진핑 주석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글로벌 자금들이 중국을 이탈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석유 수요 증가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발생했다”면서 “경제학자들은 지정학적 긴장, 국내 경기 침체, 위안화 가치 하락, 저금리가 모두 시장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산을 매각하고 수익을 해외로 빼돌리려는 풍조가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인 던컨 리글리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산을 매각하고 중국을 떠나거나 중국에서 이익을 빼내고 있다”면서 “수출 공장을 보유한 기업들은 미국과의 지정학적 긴장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으로 수출하는 중국내 서구 기업들은 공급망에 대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베트남과 멕시코와 같은 우호적인 국가로 생산을 ‘니어 쇼어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국민들의 부를 약화시키고 국가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지면서 중국의 국내 소비 수요는 코로나 봉쇄 이후 시장이 재개된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했다.
이에 대해 던컨 리글리는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더 저렴한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구매 수준을 낮추고 있다”면서 “관광과 같은 일부 분야에서는 소비 회복이 제한적으로 일어났지만, 예전처럼 대형 품목을 구매하려는 욕구가 그리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의 포르쉐는 상반기 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3분의 1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중국의 수요 감소는 부동산 경기 하락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업은 2021년 말부터 장기 둔화하고 있으며, 최근 몇 달간은 주택 가격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또한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상반기 중국의 요식업 부문 성장률이 8% 미만으로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2010년 이후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이처럼 낮게 나온 것은 처음이다.
피치의 애널리스트들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에서 가처분소득 전망이 불확실해지고 주택가격 하락으로 자산도 축소되면서 비필수적인 지출을 줄이거나 가성비 제품만 찾는 쪽으로 소비성향이 바뀌었다”면서 “이런 추세는 외식 부문을 넘어 의류, 화장품, 보석 등 '주요 재량 소비재' 쪽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로레알의 니콜라스 이에로니무스 최고경영자(CEO)도 “세계에서 소비자 신뢰도가 매우 낮은 지역이 중국”이라면서 “고용 시장이 건강하지 않은 데다 많은 이들이 자산을 부동산에 투자했는데, 부동산값이 많이 내려가 버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텔레그래프는 “다른 주요 국가들이 인플레이션 폭주를 해결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동안 중국은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는 점도 글로벌 자금의 이탈을 촉진하는 주요 요소”라고 꼬집었다. 이런 내용은 불룸버그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메르카토르 중국 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맥스 젠글라인은 “중국은 더 이상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그러면서 “위안화는 미국 달러에 대해 역사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중국은 금리를 인하하여 현금 투자자의 수익률을 낮추고 있다는 점도 중국의 매력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젠글레인은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 파이프라인도 말라가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는 경제 전반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지정학적 마찰이 심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유럽연합의 관세 부과와 같은 조치에 대한 부수적인 피해가 있을 수 있다. 유럽연합은 10월 말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새로운 관세 도입 여부에 대해 투표할 예정이다.
[다급한 중국, ‘외자기업 차별 금지’ 외치지만 효과 없어]
이렇게 글로벌 자금들이 중국을 이탈하자 다급해진 당국은 외국인 투자 유치와 함께 중국내 자본의 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지난 7월 1일 관영 신화사통신은 중국 경제 실무를 총괄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이날 베이징에서 주재한 '외자 공작 좌담회'에서 “현재 외자 유치 공작(업무)이 직면한 새로운 형세를 정확히 파악해 자신감과 결심을 한층 강화하고, 외자 유치·이용 업무를 더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정부 조달 등 분야에서 외자기업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의 이러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자금의 중국내 유입도 감소하고 동시에 중국내 글로벌 자금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사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총체적 난국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중국 지도부까지 나서서 글로벌 자금들에 대해 매력공세를 펼침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자금들이 이탈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말해 중국의 지도부들은 중국 경제의 미래가 밝다고 말들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동시에 날이 갈수록 중국내 투자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것도 진짜 문제다. 이는 중국 지도부가 글로벌 투자자들을 어르고 달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업 환경은 반간첩법이나 경제 통계 등에 있어 비공개 또는 블라인드 처리가 늘어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결국 아무리 기업 활동 여건이 좋지 않더라도 중국 경제에 대한 미래가 창창하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자금들이 중국 내로 들어갈 수 있지만 경제 상황이 어두운데다 기업 여건까지 더욱 악화되고 있으니 구태여 중국에서 투자나 사업을 할 의욕을 갖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는 결국 시진핑 주석이 3기에 접어들면서 친정체제 강화와 함께 정국 불안을 방지하기 위한 공안통치 강화로부터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중국 경제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중국 공산당이 지배하는 체제가 대대적으로 개혁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말과도 상통한다. 이러한 현실을 우리는 다 아는데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만 모른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