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이스라엘과 전쟁시 경제회복·민심수습 불가능”]
당장이라도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 같았던 이란과 이스라엘간의 전쟁이 새로 취임한 이란 대통령이 이란 최고 지도자에게 이스라엘 공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나서 이란 당국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란의 반체제 매체인 이란 인터내셔널은 8일, “중도·개혁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자신의 대통령직 수행에 파멸적인 영향을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며 이스라엘 보복 공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란은 자국의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테헤란을 방문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 7월 31일 이스라엘에 암살되자 보복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또한 이란의 알리 바게리 외무장관 대행은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긴급회의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에 합법이고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한 이란의 고유하고 정당한 권리를 이슬람 국가들이 지지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게리 외무장관 대행의 이같은 발언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시사한 발언이어서 이란의 대 이스라엘 보복은 피할 수 없는 전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란 인터내셔널이 “테헤란에 있는 모든 고위 당국자가 보복 욕구에 공감하는 게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며 “잠재적인 후폭풍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분위기를 전하고 나서 이란 내부에 이란 최고 지도자의 지시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으며, 여기에 신임 대통령까지 공식적으로 최고 지도자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자제를 호소하고 나서서 과연 이에 대한 결론이 어떻게 날지 주목된다.
이란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현재 이란의 경제가 최악 국면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게 된다면 이란 경제는 더욱 더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고, 이스라엘에 대한 전면전은 필연적으로 미국의 개입을 불러오게 되면서 이란이 더 이상 비이슬람 국가들과의 외교적 교류마저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매우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서방국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대 이란 제재를 완화함으로써 이란의 경제성장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강경 보수파였던 전임자와 달리 중도·개혁파로 분류되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서방과 관계 정상화, 이란핵합의(JCPOA) 복원, 히잡 착용 여부 단속 완화 등을 선거운동 때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은 이란의 미래를 모두 망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래서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만나 원치 않는 전쟁을 촉발할 수 있는 긴장악화를 피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의 어떠한 직접적 공격도 막아달라고 촉구했다는 것이다.
이란 인터내셔널은 또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이란의 기간시설과 에너지 자원에 대한 과격한 공격을 결단하면 이란의 경제가 파괴되고 국가의 붕괴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이스라엘을 향한 보복 자제론이 이란내 강경파들의 주장처럼 정치적 식견이나 경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오직 국가의 이익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게 되면 경제의 회복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국가 지도부와 국민의 균열 봉합 등 이란이 시급히 개선할 문제의 해결도 불가능해진다”면서 최고 지도자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요청에 대해 아야톨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지지도 반대도 하지 않는 채 애매한 입장을 유지했다”고 이란 인터내셔널은 밝혔다.
한편, 신정일치 체제인 이란에서 '신의 대리자'이자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최고지도자의 지시는 본인이 취소하지 않는 한 반드시 집행돼야 한다. 그런데 하메네이가 하니예가 살해된 다음날 이스라엘에 대한 가혹한 보복이 의무라며 강력한 대응을 지시했기 때문에 이 명령은 현재로서는 반드시 이행되어야만 한다.
이와 함께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대외적으로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의견대로 보복을 공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보도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의 전화를 받아 통화하면서 “이란은 전쟁을 피하고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근본 원칙으로 여기지만, 자국 안보가 침해된 상황에서는 국제법의 틀 안에서 결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란에 손님으로 온 하니예를 이스라엘 정권이 암살한 것은 역내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비난했다”고 밝혔다.
[이슬람협력기구도 이란-이스라엘 전면전 자제 촉구]
이란과 이스라엘의 직접 충돌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는 가운데, 한편으로는 양측의 전면전 여부가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노력에 좌우될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조심스러운 진단도 제기된다.
애초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던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이란의 보복 공격이 국제사회의 적절한 대응이 있다면 자제될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란의 요청으로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긴급회의는 예상대로 이스라엘 규탄으로 끝났는데, 당연히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제노사이드(집단말살 정책), 침략을 규탄한다는 게 주된 공감대였다.
그런데 이 모임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당사국 이란의 반응이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란 외무장관 대행은 ‘합법적인 방어권 행사를 주장하기는 했지만 내면적으로는 이란이 이슬람협력기구(OIC)의 권고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대응을 봐 가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OIC도 이날 회의 결과를 담은 발표문에서 이스라엘의 암살, 이란의 보복은 언급하지 않은 채 유엔 안보리의 책임을 강조했다. 히세인 브라힘 타하 OIC 사무총장도 이날 “유엔 안보리가 책임을 지고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준수하도록 강제하라”면서 “중동 전체의 안전과 안정을 저해할 역내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가자지구에서 지속되는 이스라엘 침공의 즉각적이고 포괄적인 중단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OIC가 유엔 안보리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실제로 유엔 안보리가 국제 평화를 위해 국제법 위반을 제재하거나 억제할 강제력 있는 조처를 할 수 있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유엔안보리가 점점 첨예화되는 글로벌 진영 구축으로 인해 중요한 현안에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찌되었던 유엔 안보리의 결정 수준에 따라 이란의 대응 수위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기 떄문에 일단 이란과 이스라엘의 직접 충돌은 유보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중재 나선 美, ‘중동 전면전 뇌관 제거’ 위해 총력전]
이런 가운데 미국도 중동의 확전을 막기 위해 외교 총력전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보복 자제시 서방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유화책을 아랍국을 통해 이란에 전달했다”면서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에는 추가 상황 악화를 자제하라는 압박도 가하고 있으며 이란에 이런 상황을 알리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정부의 중재 노력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도 데이비스 이그나티우스의 오피니언면 칼럼을 통해 “백악관 관리들이 바이든의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6일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그나티우스는 이어 “이란이 하니예 암살에 따른 중대한 보복 계획을 재고할지도 모른다”며 “백악관 관리들은 레바논의 대리세력인 해즈볼라가 아직 예측 불가능한 변수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이그나티우스는 이와 함께 “이란이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나 강경한 메시지 전달에 억제될 수도 있다”면서 “백악관이 주이란 스위스 대사관,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에 은밀하게 경고를 전했다”고 밝혔다.
이그나티우스는 그러면서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로부터 미국이 자국 이익, 파트너, 국민을 방어하는 데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이란도 명확히 이해한다며 우리는 그 원칙을 강조하려고 해당 지역에 상당한 양의 군사자산을 이동시켰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내용 그대로 미국은 이란 억제를 위해 중동에 1개 대대 규모의 전투기를 추가 파견하고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강습단을 출격시킨 바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이라도 하듯 미국 언론들도 이란의 보복이 늦춰질 수도 있다는 관측들을 내놓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4일 G7외무장관들에게 이란의 보복이 이르면 5일 단행될 수도 있다고 알렸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5일, “국가안보팀으로부터 보복의 시기가 불확실하다는 평가를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돌발변수는 오히려 이스라엘이다. 전쟁 지속을 강력하게 설파하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또 갑자기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은 하니예 암살 이튿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제되지 않은 격한 말들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