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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7-07 00: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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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공짜 혜택 누린다면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몫 이상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우리나라 국민 의료비 본인 부담률이 OECD 평균의 두 배인 것은 정부가 쓸 돈을 안 쓰기 때문
-외국보다 훨씬 많은 환자 감당하며 의사는 중노동 부담… 환자는 정상적인 의료서비스 못받아


▲ 대한민국 의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현상에 빠져 있습니다.


2017년 8월 9일 발표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정책(이하, 문재인 케어)’은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고, 특히 재난적 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차상위 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의사들 또한 정부의 정책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도와야 할 일은 아낌없이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정책의 목적에는 공감하더라도 이행하는 순서와 과정은 한참 잘못되었습니다.

정책의 목적이 옳다 해도, 옳지 않은 방법을 동원해선 안 됩니다(실제로 그 목적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슴 깊이 놓치지 않는 것은 이 한마디입니다.


“목적이 아무리 올바르더라도, 방법이 틀리면 모두 틀린 것이다.”


[충분한 논의 없이 발표된 정책]


정부는 정책 진행 과정에서 재정조달, 의료전달체계, 수가구조, 만성질환 관리 등 의료계의 문제점들을 의료 공급자와 함께 논의하였어야 합니다.


특히 비급여를 규제하면 가계직접부담비율이 대폭 감소하여 보장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은 정부의 착각입니다. 비급여 항목을 줄인다고 해서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은 아전인수 격 해석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글의 전제입니다.


세상에 무료, 공짜는 없다. 누군가 공짜 혜택을 누린다면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몫 이상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되겠습니다.


문재인 케어는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정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정책을 펼치기 이전에 시범사업,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습니다. 정책을 추진한 이후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들이 터져 나오면 그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 이게 우리 의료계가 항상 해오던 방식이었습니다.


이 정책 역시 의료계와의 논의는 물론 시범사업도 생략한 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공공보험이라고 해서 정부의 기조대로 보험체계를 함부로 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공보험’이기에 보험자, 피보험자, 의료 공급자 등 모두가 함께 모여 건설적인 논의를 통해 개선해가야 합니다. 정부가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보험 운영에 독단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전 국민 의료보험’ 체계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의사들은 더 이상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지난 2001년 당시 건강보험 재정파탄을 우려한 의료계의 조언을 무시한 채 정부는 의약분업을 강제로 추진하였습니다. 정확히 1년이 지나고 건강보험 재정적자가 발생하자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안정 및 의약분업 정착 종합대책’을 통해 의료계에 고통분담을 강요하고 강력한 재정절감 대책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정부는 의약분업 시행에 앞서 의료계에 핑크빛 미래를 제시하고 적극 홍보하였지만 결국 의료 공급자에 대한 보상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의료 공급자들을 쥐어 짜내는 재정절감 방안은 2010년에도 지속됩니다.


당시 보험공단은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병•의원의 부당청구를 적발하는 강화대책을 내놓고, 보건복지부는 CT, MRI, PET 등 영상검사 수가 인하 정책을 추진하여 의료 공급자들을 압박했습니다. 의약분업 시행 16년이 흐른 2017년 현재 보건복지부는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면서 “재정은 충분하니 의료계는 믿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며 거듭 설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의료계가 정부를 ‘불신’하는 이유를 정부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수가보전’이라는 막연한 대책만으로 정부와 의료 공급자가 수십 년 간 쌓아온 불신의 벽을 허물기는 힘듭니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기 위한 대책을 의료 공급자에게 요구할 것이 아니라, 먼저 구체적인 계획과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근거를 제시해주어야 합니다.


상호간의 신뢰를 위해서는 이전의 과오를 인정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의료 전문가와 의료 공급자의 의견을 묻지도 않은 채 일방통행식으로 정부정책을 발표한 문제점을 인정하고 의료 공급자에게 먼저 사과하는 것이 신뢰를 쌓아가는 첫 단추가 될 것입니다.


[보장성 강화를 위한 국가 지원 미비]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8월 9일 “대한민국 국민의 의료비 본인 부담률은 OECD 평균의 두 배”라고 언급하였습니다. 반은 맞는 말이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2014년 기준 경상의료비 중 가계 직접부담 비율은 OECD(19.6%), 한국(36.8%)로 대통령의 말은 언뜻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경상의료비 중 정부 의무가입보험재원비율 OECD(73.1%), 한국(56.5%) 자료, 우리나라 국민 총 부담 의료비 62조5천억 원 중 국고지원은 GDP 대비 4%, OECD 평균 6.6% 자료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실수였을까요, 의도적이었을까요. 대통령의 발언 중 반이 틀린 이유는 1인당 지출하는 총 의료비가 OECD평균 3689달러, 대한민국 2300달러로 우리나라가 OECD평균의 64%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OECD 평균 2배의 의료비를 쓴다고 한 대통령의 언급은 엄청난 왜곡이었습니다.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어야 합니다. “국민이 쓰는 의료비 중 정부가 책임지는 부담 정도는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합니다.”라고. 본인 부담률은 높지만 의료서비스당 지불해야 하는 본인 부담금은 다른 국가에 비해 결코 높지 않습니다.


정부는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따라 2007년부터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지원해야 합니다. 이중 14%는 일반회계(국고지원), 6%는 담뱃세(담배분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법률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습니다. 정부는 그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을 낮게 잡아서 국고지원금을 줄여 지급했습니다. 지원 비율은 매년 15~17%에 그쳤습니다. 즉, 예산 편성에서 건강보험 지원규모를 추계할 때 보험료 예상수입액을 산정하는 3가지 핵심 변수인 Δ보험료 인상률 Δ가입자 증가율 Δ가입자 소득증가율 등을 모두 반영하지 않고 보험료 인상률 하나만 반영해 과소 추계했던 것입니다. 정부가 이행하지 않은 국고지원금은 최근 10년간 15조원입니다.


국민들이 이용한 총 의료지출비를 비교해서 살펴보겠습니다.


2000년도 총 의료지출비는 19조 원(정부부담 9조 원, 47.6%), 급여본인분담4.1조 원(21.6%), 비급여 본인부담 5.8조 원(29.8%), 2010년도 총 의료지출비 58.7조 원(정부부담 33.8조 원, 57.5%), 급여본인부담 10.8조 원(18.3%), 비급여 본인부담 14.1조 원(24%)입니다.


2000년도 대비 2010년 의료비 지출은 약 3배나 증가하였습니다(19조 원→58.7조 원). 이 중 비급여로 인한 본인부담 역시 비슷한 비율로 증가하였습니다(4.1조 원→14.1조 원).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비급여 시장의 확대로 국민들의 보장률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보장률이 제자리인 것은 재정 투입량 자체가 실질적인 보장률을 끌어올리기에는 부족했던 것이고,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의료 이용량의 폭증’ 때문에 보장성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건강보험 보장률을 끌어올리려면 단순히 재원만 지원해서는 안 됩니다. ‘의료이용량 폭증’을 막는 획기적인 방안을 정부가 제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 의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현상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현행 의료수가가 너무 싸다]


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일산병원 자료를 바탕으로 진료영역별 원가보전률을 계산하였고 총 10개 항목 평균은 78.4%로 발표되었습니다. 일산병원은 보험자 직영병원이고 공단이 지정한 표준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신뢰도 높은 의료원가 계산 자료를 구축하고 있기에 이 병원의 원가계산 자료는 원가보전률을 확인하기에 신뢰도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열악한 구조적 환경에 놓인 의원, 병원들은 의료기관 운영 즉 턱없이 부족한 의료수가를 메우기 위해 여러 방법을 사용해 왔습니다. 의료기관은 환자의 의료기관 방문 n수에 신경을 쓰게 되고 이에 따라 박리다매식 비정상적인 의료 행태들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국민은 OECD 평균에 비해 64%에 불과한 진료비를 지불하면서도 국민1인당 연간 외래 진료건수(OECD 7.0건, 한국 14.9건), 국민 1인당 평균 병원 재원일수(OECD 7.2일, 한국 16.5일)는 OECD 평균을 훨씬 상회합니다. 세계 평균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환자를 감당하며 의사들은 과도한 노동을 하고 있고 환자는 환자대로 정상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상적인 의료체계를 위해 비급여진료(저는 비급여도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급여는 절대 악이 아닙니다)가 확대될 수밖에 없는 문제점도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가 때문에 생긴 현상입니다. 2006년도부터 2014년까지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약 30%였는데 진료비 평균 상승률은 몇 퍼센트였을까요. 4%를 넘지 않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의사들의 원성에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에서 수가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분명히 보상하겠다”고 밝혔지만 모든 급여항목의 가시적인 수가인상이 필요하고 부분적인 인상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또 밥그릇 수가 이야기냐?”고 물으실 분이 있겠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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