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인민은행 고문의 통렬한 비판, “시진핑 경제정책 틀렸다!”]
“경제는 식히기는 쉽지만 가열하기는 어렵다!” 지금의 중국 경제를 향한 거센 비판들이 내부에서 쏟아져 나오면서 시진핑 경제정책이 휘청거리고 있다. 이런 논란들이 그동안 시진핑의 측근으로 활동해 왔던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비판들이라 시진핑 입장에서는 더욱 뼈아프다. 심지어 시진핑의 상징적 정책인 ‘국진민퇴’를 두고도 대혼선이 벌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2일(현지시간) “중국내에서 매우 영향력있는 위치에 있는 인민은행의 고문이 중국 경제에 대해 이례적인 비판을 가하면서 인플레이션 문제와 소비진작, 정부 지출 강화 등을 요구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면서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이자 베이징대 국가발전학원 원장인 황이핑(黄益平)은 최근 Tencent Finance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당국은 투자에 집중하고 소비를 소홀히 하는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황이핑은 이 글에서 “경제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고 소비, 수출, 심지어 투자를 포함한 총수요는 더 이상 이전만큼 강하지 않다.”면서 “이는 실제로 거시경제 정책에 새로운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고 짚었다.
황이핑은 그러면서 “각 가정에 현금이 돌도록 해야 하며 이주노동자(농민공)들도 도시 공공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면 소비 지출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같은 경제상황에서 재정건전성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면 경제 성장은 가로막힐 것이고 또한 앞으로의 정책 성과들마저도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경제가 제조업에 의존해 성장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수출 과잉으로 인한 국제적 반발까지 감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중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눈여겨볼 것은 황이핑이 게재한 장문의 중국 경제진단이 3중전회 이후에 비로소 공개가 됐는데, 이는 시진핑 주석이 3중전회를 통해 중국 경제의 활로를 찾을 수 있는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허물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황이핑의 주장이 많은 중국 경제전문가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황이핑은 무엇보다도 재정확대를 요구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지속적으로 재정 긴축을 하면서 돈풀기를 주저하고 있다. 그러한 재정 긴축이 되살아날 수 있는 중국 경제의 활로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씨티그룹과 바클레이즈 등 투자은행에서 근무한 적도 있는 황이핑은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유럽에서 시행한 대규모 부양책이 큰 부작용 없이 해당 시장을 효과적으로 지원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한 황이핑은 중국 당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디플레이션’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중국 소비자물가지수를 2%~3% 인상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이핑은 그러면서 “경제는 식히기는 쉽지만 가열하기는 어렵다!면서 “중국이 만약 저인플레이션에 빠지게 되면 그 결과는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결국 황이핑의 중국경제에 대한 진단은 지금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중국내 전문가들의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경제가 지금 이대로 흘러가도록 둔다면 중국 경제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황이핑의 글과 이에 대한 호응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시진핑의 ‘국진민퇴’까지 도마에 오른 中, 혼돈의 경제정책]
어찌보면 황이핑의 주장이 상당히 일리가 있고 또 그것이 중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방향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이 이를 받아들일 용기, 그리고 겸손함이 있느냐 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그러나 지금 중국 내에서 시진핑의 제1가는 정책인 ‘국진민퇴(國進民退; 국영기업은 흥하고 민간기업은 물러선다)’ 정책을 두고 벌이는 혼선을 보면 한마디로 개전의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자유아시아방송(RFA)는 1일(현지시간) “중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당국은 시장 접근과 공정한 법 집행에서 사업자가 직면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민간 부문 진흥을 위한 법률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리창 중국 총리도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민간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자오첸신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부주임은 8월 1일 '고품질 발전 촉진' 기자회견에서 “민간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가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민영 경제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중국 특성을 가진 현대 기업 시스템을 개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그동안 중국내에서는 민영 기업의 발전없이 중국 경제의 발전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주장들이 많이 있었다. 중국의 ‘56789 경제론’만 봐도 중국에서 민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56789경제’란 민영기업이 중국 세수의 50%, GDP의 60%, 혁신기술의 70%, 도시고용의 80%, 기업수의 90%를 차지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시진핑 주석은 중국 경제는 공산당이 직접 주도해야 하고 공산당이 좌지우지하는 국영기업이 성장해야 한다면서 국영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을 펼쳐왔다. 그렇게 중국의 현실을 무시한 무모한 경제정책이 지금의 중국 경제를 저렇게 병들게 만든 것이다.
이에 대해 대만의 자오젠민 중국문화대학 국가발전 및 중국대륙연구소 소장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의 중국 특성은 국유기업이 더 커져서 서구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문제는 뒤늦게 민간경제의 중요성을 깨닫기는 했지만 민영 기업 강화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면 그동안의 국진민퇴 정책을 완전 뒤집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는가?”라고 짚었다.
또한 민영기업 입장에서도 이미 시진핑의 중국에서 기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도박이고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누가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하려 할 것이며 자금을 투자하겠는가?
이런 차원에서 중국 공산당의 국진민퇴 정책이 완전히 폐기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영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을 펼친다는 것은 완전 허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말로는 민영기업 중심 경제정책을 말하는 중국 공산당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 발생했다. 얼마 전까지 관영 환구시보의 편집장을 지냈던 후시진(胡錫進)은 지난 7월 22일, 자신의 위챗을 통해 제20기 3중전회 결정문과 10년 전의 18기 3중전회 결정문을 비교하면서 “공적 소유가 주축이라는 글이 20기 결정문에서 삭제됐다”면서 “이는 비공유제 경제와 공공경제가 진정한 평등을 이뤘다는 것을 의미하는 ‘역사적 변화’”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민간 경제가 곧 국유경제”라면서 민간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내에서 2500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후시진의 이 글은 곧바로 인터넷에서 열띤 논쟁을 불러왔다. 중국 공산당이 경제정책을 이끄는 것에 대해, 또 국유경제 중심의 경제정책이 힘을 다했다는 후시진의 주장에 대해 공산당 내부에서 엄청난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자 중국 당국이 즉각 반발하면서 후시진의 글을 강제 삭제함은 물론이고 후시진의 SNS 계정도 폐쇄시켜 버렸다.
그것도 모자랐든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7월 30일, '중인'이라는 필명으로 "흔들리지 않는 두 가지 원칙을 고수하고 이행하자"라는 제목의 오피니언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 따르면, 제20기 3중전회에서 채택된 결정은 “사회주의 경제 기본 체계를 견지하고 완성하는 것”을 강조했으며,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공적 소유를 주축으로 하고 여러 소유 경제의 공동 발전이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발전론이 결코 폐기되지 않았음을 강조한 것이다.
여기에 중국 당국의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겉으로는 민간경제를 중시하겠다고 하면서도 막상 민영경제 중심의 중국 경제 유턴에 대해서는 결사적으로 중국 공산당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후시진은 홍콩의 싱타오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아무 말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RFA는 이러한 소동에 대해 미국에 기반을 둔 독립 평론가 정슈광의 말을 빌어 “중국 공산당이 3중전회에서 국유경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마치 민간경제를 중시한다는 느낌을 주려 했던 것이 후시진의 발언으로 인해 들통이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RFA는 또한 “사실 중국 당국이 말하는 민간기업 경제를 곧 국유기업론에 결부시켜 주장하는데 이는 중국에서의 민간기업은 개인기업이 아니라 사실상 국가기업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은 그동안 국영기업은 국유기업이라 불렀지만 민영기업은 한반도 ‘민영기업’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결국 민간기업들의 존재 목적이 당을 위해 존재한다고 그들은 믿는다. 그래서 RFA는 “중국 경제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말한 것이다.
[딴죽거는 시진핑, '민간 뒷전' 불만 달래기 나서]
이렇게 중국 공산당의 민간기업 천대론이 불거지면서 중국 내에서 시끌시끌하자 시진핑 주석은 뜬금없이 홍콩으로 이주한 닝보 상인 가문 기업인들에게 편지를 보내 '고향사랑'과 '애국심'을 칭찬하면서 중국의 현대화에 기여해달라고 주문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일, “시 주석이 민간 부문에 신뢰를 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인 것은 중국 안팎의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7월 26일, 자신의 입으로 직접 “현재 중국 경제 발전이 일부 어려움과 문제에 직면해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러한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당연히 민영경제 진흥의 필요성이 강조되었음에도 또다시 국유경제 중심론이 부각되자 시진핑 주석이 직접 ‘서한정치’를 통해 진화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아무리 민간기업 친화적인 행동을 보여도 중국 헌법과 당장에는 모두 공유제가 어엿하게 변함없이 기록되어 있다. 이번 3중전회 결정문에서도 늘 포함됐던 “시장이 경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문구도 삭제됐다. 이를 보면 중국 경제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더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 미소작전을 펼친다고 해서 본질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