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발전,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인정한 시진핑]
중국 경제가 계속 어려움 속으로 빠져들고 있으며, 지금으로서는 이 난국을 극복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계속되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 전망은 매우 밝다면서 소위 광명론(光明論)을 펼쳐왔던 시진핑 주석이 결국 “중국 경제가 사실 여러 어려움과 문제에 봉착해 있다”고 시인해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후난성에서는 ’시진핑 파면‘을 외치는 시위까지 벌어져 중국이 발칵 뒤집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7월 31일자 1면을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26일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열린 당외 인사 좌담회에서 “현재 중국의 경제발전이 일련의 어려움과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주석의 이러한 발언은 그동안 서방진영에서 경제위기론이 제기될 때마다 그러한 주장을 강력 부인하면서 '경제 광명론(光明論)'으로 맞서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기조로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이례적으로 경제의 어려움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다만 시진핑 주석은 “(이는) 발전 및 전환 과정에서 문제이기 때문에 노력하면 완전히 극복할 수 있다”면서 “발전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하고, 전략적 집중을 유지하면서 실질적인 고품질 발전이 효과적이라는 중국 경제광명론을 노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좌담회는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 이후 현 경제 상황과 하반기 경제사업에 대한 당외 인사들의 의견과 건의 사항을 듣기 위해 마련됐으며, 리창 국무원 총리와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차이치 당 중앙서기처 서기,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도 참석했다.
시 주석은 지난 21일에도 3중전회 결과물을 소개하면서 “10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세계의 중대한 변화가 가속화해 지역적 갈등과 혼란 상황이 빈번한 가운데 (중국) 국가 발전이 전략적 기회와 위험·도전이 공존하고, 불확실하고 예상하기 어려운 요소가 늘어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면서 “각종 '블랙 스완'(검은 백조)과 '회색 코뿔소' 사건이 수시로 발생할 수 있다”고도 경고한 바 있다.
여기서 '블랙 스완'은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지만 일단 일어나면 큰 충격을 주는 위험을 말하는 것이고, '회색 코뿔소'는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을 말한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지난 30일 당 최고 정책 결정기구인 중앙정치국은 회의를 열어 올 하반기 부진한 내수를 진작하기 위한 부양 정책을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서 중앙정치국은 “현 경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면서 “현재 외부의 환경 변화가 불러온 불리한 영향이 증가하면서, 국내 유효 수요의 부족이 드러났으며, 중점 분야에서 위험과 숨겨진 위험요인이 비교적 많고, 신구 발전동력이 바뀌는 과정에서 진통이 존재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비교적 현재 중국이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진단을 바탕으로 중앙정치국은 “하반기에 소비를 진작하고,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추진하며, 신흥산업에서 업종별로 내부의 과도한 악성 경쟁을 방지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거시정책은 지속해서 힘을 쓰고, 더욱 힘을 보태야 한다”며 “특수채권의 발행과 사용 진도를 서두르고, 초장기 특별 국채를 잘 사용하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의 경제위기론도 이러한 중앙정치국이 진단한 경제상황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시진핑 주석을 포함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경제광명론을 이야기해도 중국의 14억 인민들이 현재 현실에서 느끼는 경제상황과 엇갈린다면 오히려 인민들의 분노를 불러오면서 사회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깨닫고 차라리 지금의 어려움을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의 올해 2분기 경제 성장률은 부동산 침체와 일자리 불안정에 따른 약한 소비 심리, 줄어든 정부 지출 영향으로 예상치(5.1%)를 크게 밑돈 4.7%를 기록해 5% 안팎이라는 올해 성장 목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또한 중국의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7월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전월보다 0.1 낮은 49.4를 기록 석달째 '경기 수축'을 나타냈다.
중국 제조업 PMI는 49.5(작년 10월)→49.4(11월)→49.0(12월)→49.2(올해 1월)→49.1(2월)로 5개월 연속 '기준치 50'을 하회했다가 지난 3월 반년 만에 기준치를 넘으며 경기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 이후 4월(50.4)까지 '50 이상'을 유지했지만, 5월 들어 49.5를 기록하며 다시 경기 수축 국면으로 전환했다.
이와 관련해 취칭(屈慶) 화창증권투자고문 총경리는 홍콩경제일보에 “이번 달 정치국회의의 경제 판단은 지난 4월보다 더욱 비관적”이라며 “하반기 정책 기조를 더욱 적극적으로 조정해 내수확대, 주민 소득 증대 등 보다 구체적인 조치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싱자오펑(邢兆鵬)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중국 시장 이코노미스트도 “이날 회의에서 소비 진작과 낙후 산업의 퇴출을 특별히 강조했다”며 “정책의 중심이 산업 정책에서 내수로 전환할 것을 암시한 것으로 4분기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역적 시진핑‘ 붉은 현수막에 발칵 뒤집힌 중국]
중국 경제가 어려운 지경에 빠져 있고 시진핑 주석까지 경제적 난국을 인정한 상황에서 중국 중남부 후난성에서는 시 주석 파면을 요구하는 1인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져 중국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 30일 저녁 중국의 유명한 반체제 인사로 엑스(X·옛 트위터)에 '리 선생님은 네 선생님이 아니다'(李老師不是你老師)는 이름의 계정에는 “누군가 후난성 러우디시 신화현 한 육교에 흰색 천에 붉은색 글씨가 적힌 현수막이 2개 걸렸다”면서 두 개의 동영상을 게재했다.
이를 살펴보면 한쪽에 걸린 현수막에는 ‘특권 대신 평등을, 통제 대신 자유를, 거짓말 대신 존엄성을, 문화혁명 대신 개혁을, 지도자 대신 투표를, 노예 대신 시민을 원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영상은 15초 분량이었다.
반대편에 걸린 현수막에는 ‘파업과 수업거부를 통해 독재자이자 나라의 역적(國賊) 시진핑을 파면하자, 통제(腦控)에 반대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 영상은 11초 분량이었다.
두 개 영상에선 현수막이 걸린 육교 주변에서 “자유를 원하고, 민주를 원하고, 선거를 원한다. 파업과 수업거부를 통해 독재자이자 나라의 역적 시진핑을 파면하자”는 내용이 담긴 음성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다만 이 1인 시위가 발생한 시점이 언제인지는 확인할 수가 없다.
이와 관련해 대만중앙통신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구호가 미리 녹음된 내용인지 현장에서 누군가가 직접 발언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며 “영상에는 육교 아래로 차량이 지나가고 길가에 있던 사람들이 육교 쪽을 살펴보는 장면도 잡혔지만, 육교 위를 지나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아직 중국 당국의 공식 반응이나 현수막 시위 이후 달라진 상황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대만 자유시보는 “(이번 시위가) 시 주석 3연임을 확정한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둔 2022년 10월 13일 쓰퉁차오(四通橋)에서 벌어진 현수막 시위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대만중앙통신도 후난성 현수막 시위 문구는 쓰퉁차오 시위 당시 문구를 모방한 것 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당시 중국의 물리학자 펑리파는 쓰퉁차오 난간에 '핵산(PCR)이 아니라 밥이 필요하다', '시진핑을 파면하자' 등 구호가 담긴 현수막들을 내걸고 주변의 시선을 끌기 위해 불도 피웠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하지만 이 시위는 그해 말 상하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작해 전국적으로 번진 반(反)정부 시위인 백지시위를 촉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역적 시진핑’ 현수막 시위를 알린 ‘리 선생님은 네 선생님이 아니다’라는 X계정 역시 중국 내 반정부 시위 현장을 알려온 대표적 인사로, 7월 31일 현재 165만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어 반체제 소식을 전하는 대표적 메신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2022년 백지시위 현장 영상과 사진을 실시간으로 전하며 유명해졌다.
이와 관련해 자유시보는 “최근 중국 경제가 부진하고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은 언론 자유와 같은 기본 인권을 엄격하게 억압하고 있다”며 “이번 영상은 중국인들이 감히 분노의 소리를 낼 수 없게 만든 가운데 공개됐다”고 전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