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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최악의 대홍수 만난 북한, 압록강 일대 수해 피해 심각 - 北매체 “5천여명 고립됐다 구조”, 김정은 홍수 피해 점검 - 막대한 북한 홍수 피해, 압록강 유역 말고도 더 있는 듯 - 재난도 김정은 우상화 기회로 활용하는 북한
  • 기사등록 2024-07-31 04:56:22
  • 수정 2024-07-31 06: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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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매체 “5천여명 고립됐다 구조”, 김정은 홍수 피해 점검]


북한의 압록강 유역에서 대홍수가 발생하면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던지 김정은 위원장도 직접 피해 현장으로 가 물길을 가르며 홍수 피해를 점검하면서 ‘애민(愛民)’ 이미지를 부각하려 애썼다.



일본의 Daily NK는 30일, “지난 27일 북한 북부 국경지대와 중국 측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압록강 수위가 위험선을 훨씬 넘어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 여러 섬 지역에서 5000여 명의 주민이 침수 위험지역에 고립되는 심각한 위기가 발생했다”면서 “이에 김정은 위원장이 28일 신의주시와 의주군 수해현장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공산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도 30일, “김정은 동지가 집중폭우에 의한 재해현장과 재해예측지역의 주민구조 및 대피사업을 직접 지휘했다”면서 이날 시찰장면과 피해지역 상황이 담긴 25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이날 김정은의 현장 방문에는 조용원·박태성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동행했고. 현장에서는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강순남 국방상, 정경택 인민군 총정치국장, 김광혁 공군사령관 등이 김정은을 맞았다.


노동신문에 의하면 고립된 주민 구조에 10여대의 헬리콥터가 동원되었으며 김정은은 헬기를 통한 구조 장면을 직접 지켜봤다. 노동신문은 이날 약 4200여명의 주민들이 헬기를 통해 구조되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북한 전문매체인 NK News는 “북한군은 헬리콥터 구조 작전을 위해 이전의 의주 공항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며, 김정은과 그의 고위 간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좌초된 주민들을 버스로 데려왔다”면서 “조선인민군(KPA)은 올해 초 남한 국경 경비 초소 침투 연습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대형 Mi-8T 헬리콥터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NK News는 이어 “의주공항은 팬데믹 동안 대규모 코로나19 수입 소독 단지로 전환되었고, 격리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었음에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활주로는 이제 광범위한 재편과 새로운 구조물의 철거 없이는 재난 구호를 위한 화물기를 수용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겨우 헬기 정도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Daily NK는 “김정은이 항구적인 피해복구대책을 지시했다”면서 “국가기관과 지방간부들의 직무유기 행위를 엄중히 질책했다”고 전했다.


NK뉴스도 이와 관련해 “김정은은 고급 렉서스 SUV를 타고 침수된 수해 현장으로 달려갔고, 그곳에서 지방 관리들과 재난 예방 기관을 길게 비판했다”면서 “최근 몇 주 동안 지방 공무원들에게 몬순 강우에 대비할 것을 거듭해서 촉구했는데, 이는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NK뉴스는 이어 “김덕훈 내각 총리가 주도한 국가비상대응위원회가 7월 22일에 열렸지만 김정은에 따르면 ‘가치 없는 사상과 책임 전가의 심각한 경향’으로 인해 신의주에 위기가 올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김정은은 비상재난 관리대응팀에게 피해지역의 인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구조작업에 일시적인 혼란을 초래했다며 질책했다”고 밝혔다.


[막대한 북한 홍수 피해, 압록강 유역 말고도 더 있는 듯]


우리 통일부도 30일, “북한에서 최근 발생한 압록강 유역 홍수로 인해 전력과 통신 복구, 의약품 마련 사업을 언급한 것으로 볼 때 상당한 피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노동신문이 공개한 수해현장 사진을 보면 들판이 완전히 침수되어 있었으며 농가주택의 지붕까지 물이 차 있는 모습이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어 “북한의 이번 수해 보도 양상이 지난 2010년 8월 발생한 압록강 유역 홍수 때와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면서도, “정확한 피해 상황을 파악하려면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0년 8월 압록강 범람 때 북한 매체는 주민 5천여명이 구조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일에게 보내는 위로전문에 '인명피해'가 언급됐다.


통일부는 북한 매체의 보도 내용에 비춰 이번 홍수로 인명피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NK뉴스도 “북한 국영매체들이 최근 며칠동안 북부와 북서부의 더 많은 지역이 홍수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시사하면서, 김정은이 평안북도에서 자강도, 양강도까지 이어지는 압록강을 따라 ‘비상 재난 구역’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인명 피해 등 구체적인 피해 집계는 현재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평안북도 등 북쪽 지역뿐만 아니라 황해도와 강원도 등 남쪽 지역에서도 호우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북한 당국은 이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NK뉴스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수해 비상사태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가 수시로 기상 경보를 발령하면서 경계심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현 상황을 매우 긴박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중국의 매체들도 신의주 국경 너머 단둥과 주변 지역에서도 압록강 유역과 유사한 고립 및 이로 인한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駐)북한 중국대사관도 평안남도 내륙 지역 농지에 물이 들어찬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주북 중국대사관은 28일 오후 게시한 1분 32초 분량의 '큰 빗속의 애도' 영상에서 왕야쥔 중국대사 등 대사관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운산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릉원을 참배했다고 밝혔다.


1955년 만들어진 운산 열사릉원은 평양에서 동쪽으로 60㎞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주북대사관은 1천765㎡ 규모 묘역에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군 1천160명이 안장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중국대사관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대사관 관계자들은 장대비 속에 열사릉을 참배했고, 왕 대사는 우산 없이 직접 비를 맞으며 꽃을 내려놓기도 했다.


이어지는 장면에선 왕 대사 등 참가자들이 열사릉원 인근인 것으로 보이는 옥수수밭 사이를 줄지어 걷는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도로와 밭의 경계가 보이지 않을 만큼 물이 들어찼고, 옥수수 뿌리 부분과 표지판 하단이 물에 잠긴 모습도 나온다.


왕 대사 등 일행은 발목에서 무릎께까지 차오른 흙탕물을 헤치며 걸었고 몇몇 관계자는 군인 등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기도 했다. 중국대사관 소속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침수된 도로를 달리는 장면도 담겼다.


[북한이 극한 기상 이변에 대비하지 못하는 이유?]


그렇다면 북한의 경우 왜 이렇게 비 피해가 클까? 이에 대해 NK뉴스는 “보호 시설과 유지관리 등 물리적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북한이 재난 예방 조치를 적절히 시행할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면서 “이것이 북한의 약점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최근 몇 년 동안 계절별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었고, 이로 인해 전국의 농경지와 주택이 침수되었다. 지난해에도 폭풍으로 제방이 무너져 논이 물에 잠기자, 김정은은 공무원들이 피해를 조사하면서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분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정은은 “재난을 대비하기 위한 국가비상대책위원회도 형식뿐이지 제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재해방지기관은 구조 수단 하나 제대로 구비하지 못해 속수무책이었다”며 “이번 구조 작업에 군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는데 사실 이 모든 발언들이 그야말로 ‘제 얼굴에 침 뱉기’라 아니할 수 없다. 김정은이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또 “군비상재해위기대응지휘조와 사회안전성이 초기에 파악한 재해위험지역 주민 수보다 군이 실제 구출한 주민 수가 훨씬 많아 구조 작업 중 혼선이 빚어졌다”며 “이들의 무책임성이 어느 정도로 엄중한 단계에 이르렀는가를 확실히 보여준다”고 꾸짖었는데, 이 역시 현재 김정은 체제의 무능과 무책임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NK News는 이와 관련해 “북한 당국은 수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하부 조직으로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지만 원천적으로 수해를 예방하는데 필요한 인프라에 투자할 능력이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한 수해 피해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난도 김정은 우상화 기회로 활용하는 북한]


한편 북한은 이번 압록강 주변의 대홍수마저도 김정은 우상화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에도 북한 선전매체들은 김정은이 직접 나서서 주민 구조와 대피를 지휘했다고 상세히 전하면서, 피해복구 사업을 강조했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 가운데도 김정은이 대형 SUV를 타고 피해 현장을 살폈는데, 그가 탄 차의 네 바퀴가 모두 물에 잠긴 모습이었다. 김정은이 뒷좌석에 앉아 있는 차는 외관상 렉서스 LX600과 유사해 보인다. 김정은은 지난 2020년 8월에도 LX570으로 추정되는 렉서스 SUV를 직접 몰고 황해북도 수해 현장을 찾은 바 있다.


김정은은 비행장에 도착해 군 지휘관들로부터 주민 상태와 구조 상황을 보고 받은 뒤 주민들을 구조한 헬리콥터가 비행장으로 복귀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인민복 차림의 김정은은 비행장 한가운데 놓인 의자 위에 앉아 비를 맞으며 대기하고 있었다. 무더운 날씨 탓인지 상의 버튼을 모두 풀어헤친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김정은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무조건 구조하라”고 주문했으며, 주민이 모두 대피한 지역에 남은 사람은 없는지 정찰을 다시 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북한이 이처럼 홍수 피해 사실과 구조 상황까지 상세히 공개한 것은 이례적으로, 김정은의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고 체계적인 위기관리 능력을 선전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당국이) 장마 피해가 민심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피해 책임을 간부의 기강해이에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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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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