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시 인태사령부 관계없이 독자적 작전 수행 의미]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도발과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주일미군에 전시 작전권을 부여하기로 합의해 이렇게 창설되는 주일미군 통합군사령부가 아시아 안보 지형을 바꿀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29일, “중국 해안에서 약 650km정도 떨어져 있는 일본의 가데나 공군기지는 태평양에서 가장 큰 기지로 베트남 전쟁 이후 사실상 평화적 입장을 취해왔지만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7월 28일, 주일 미군을 감독할 새로운 전투사령부를 창설한다고 발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면서 “이는 빠르게 증강하고 있는 중국의 위협에 미국과 일본이 경각심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주일미군은 그동안 작전의 후방 기지였지만 이번에 전투사령부가 창설됨으로써 일본의 방어 강화가 주목적이 되었으며, 이로인해 중국과의 갈등에서 최전선에 서게 될 것”이라면서 “내년 초 공군, 해상, 육상 및 기타 전력을 통합하는 미국식 합동 사령부를 창설하려는 일본의 계획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크리스토퍼 존스톤은 “이번 조치는 미일 관계가 미국의 군사력을 투사하기 위한 기본 협정에서 진정한 군사 동맹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의 포위망에 대한 우려를 심화시키고 미국이 '아시아 나토'를 구축하려 한다는 불만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
도쿄에서 열린 미국과 일본의 외교·국방 장관(2+2) 회담에 참석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통합군사령부 창설에 대해 “주일미군 창설 이래 가장 큰 변화이자 70년에 걸친 일본과 군사상 관계에서 가장 큰 개선의 하나가 될 것”이라면서 “미일 동맹 70년간 가장 강력한 군사 분야 강화 조치를 담은 역사적인 발표”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로 주일미군에는 육·해·공군 통합작전을 담당하는 합동작전사령부가 설치된다. 이에 따라 주일미군 통합군사령부는 하와이에 있는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아래에서 주일미군에 대한 일정한 작전 지휘권을 갖고 일본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와 조정 역할을 맡게 된다.
일본에는 5만5000명의 주일미군이 주둔 중이지만 도쿄도 요코타 기지에 있는 주일미군사령부는 주일미군에 대한 작전 지휘권을 갖지 못하며 미일 연합훈련 감독이나 부대 관리 등의 제한된 권한만 행사하고 있다. 작전 권한은 일본에서 7천500km 떨어진 하와이에 있는 인도태평양사령부가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중국과의 무력 충돌 등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주일미군이 제대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러한 시스템과 관련해 미국 싱크탱크 랜드(RAND) 연구소의 제프리 호눙은 “중국과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사이버 공격이나 해저 통신 케이블·통신 위성 등에 대한 공격 탓에 일본을 비롯한 태평양 지역의 통신이 마비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존 체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었는데 이번에 주일미군 통합사령부를 설치함으로써 그러한 우려도 잠재울 수 있게 됐다.
미국이 통합군사령부를 일본에 두게 되면 주일미군은 전쟁 시에도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다만 통합군사령부의 구체적인 기능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통합군사령부의 사령관은 미군 중장이 임명된다. 일본 측에서는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와 동격인 대장을 요구하는 의견이 나왔으나 미국은 현시점에서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일미군 통합사령부가 주한미군 체제에도 영향을 미칠까?]
현재 미국 정부는 연말까지 새 통합군사령부 규모와 사령관의 구체적인 권한 등 주일미군 재편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주일미군 통합사령부 체제가 주한미군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것이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합동군사령부의 작전 범위가 일본 방어를 넘어 더 넓은 지역에 적용되느냐’는 질문에 “합동군사령부는 더 넓은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이 더 긴밀히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일본 자위대와의 통합 작전을 위해 창설되는 주일미군 합동군사령부의 작전범위에 대만해협은 물론 한반도가 합동군사령부의 작전 범위에 들어갈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공동성명에서 대만 인근 일본 남서부 섬에 대한 군사력 주둔을 강화하고 유사시 작전 계획 수립과 합동훈련 강화에도 합의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결국 주일미군의 합동군사령부가 존재하는 목적 자체가 일본의 방어가 우선이지만 대만 등의 인근 지역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날 경우 당연히 개입하게 될 것이고, 같은 논리에서 북한의 도발로 인한 한반도내 분쟁이 생길 경우에도 당연히 주일미군 합동군사령부가 움직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말해 한반도도 주일미군 합동군 사령부의 작전 영역에 포함될 것이라는 의미다.
[중국의 포괄적 도발에 대해 강력 대응 의지 천명한 것]
결국 주일미군 합동군사령부 출범의 초점은 중국의 도발에 대한 강력 대응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실제로 오스틴 국방장관도 통합군사령부 창설과 관련한 성명에서 “강압적인 행동으로 대만과 남중국해 등 이 지역의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중국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유사시에 대한 위기감을 배경으로 주일미군의 기능 강화에 구체적으로 나섰다”면서 “미일 간 지휘통제 연계 강화로 '미일 일체화'가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도 지적했지만 이번 주일미군 합동군사령부 출범은 일본 자위대의 활동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전시 작전지휘권을 행사하지만 통합군 사령부는 유사시에도 일본 자위대의 작전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주일미군만을 관장한다. 다만 일본은 육상·해상·항공자위대를 지휘하는 통합작전사령부를 신설키로 하는 등 작전 능력 강화에 나선 상태다.
사실상 일본은 그동안 태평양지역의 안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여해 왔다. 그래서 필리핀과의 안보관련 협정도 체결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필리핀이 중국과 충돌하게 된다면 일본의 자위대가 관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었다. 일본은 호주와도 이와 유사한 협정을 맺었다.
특히 일본은 대만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대만은 1945년까지 거의 반세기동안 통치했던 지역이라 더 애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과거 아베 전 총리는 생전인 2021년 대만 싱크탱크가 주최한 온라인 강연에서 “대만의 비상사태는 일본의 비상사태이고, 미일 동맹의 비상사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은 이외에도 대만의 안전이 일본의 안전이라며 대만에 대해 중국이 무력행사를 할 경우 군사적으로 개입할 뜻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일본은 자위대의 체제를 주일미군 통합사령부와 걸맞게 편제를 재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유사시 합동 작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한편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일본은 2027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2%까지 60% 이상 대폭 늘리고 중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분간은 미국의 정보 및 기타 지원이 있어야만 이러한 장거리 공격을 감행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일미군 통합군사령부 출범, 걸림돌도 존재한다]
중국의 도발에 대한 강력 대응 차원에서 주일미군 통합군 사령부가 출범한다는 것은 당연히 옳은 방향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정치 상황과 관련해 계획대로 추진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아시아에서 증가하는 안보 협정의 '격자 구조'를 강화하고, 급성장하는 일본 및 한국과의 3자 군사 협력과 같은 것들을 제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2025년 3월에 업무를 시작하는 새로운 일본 합동작전사령부(j-joc)와 함께 많은 것을 제도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그 이유로 “사령부를 승인하고 예산을 배정해야 하는 의회가 정치적 양극화와 선거 열기로 인해 거의 마비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다른 문제는 본부의 위치에 관한 것인데, 현재 계획으로는 일본 자위대는 도쿄 중심부에 있는 일본 방위성에, 주일미군사령부는 도쿄 외곽의 요코타 공군기지에 설립될 예정인데 이러한 지휘부간 거리를 최소화하기를 일본은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 통합사령부 확산, 중국이 경악할 수도...]
하나 더 눈여겨볼 것은 일본에 설치되는 미군 통합군사령부가 안착할 경우 향후 비슷한 모델이 인도·태평양의 다른 국가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해 “미국은 지난달 미국 영토인 자치령 괌의 방어를 위해 합동 사령부를 설치했고, 현재 호주와도 비슷한 성격의 사령부를 신설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면서 “실제로 이 같은 사령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확산할 경우 유사시 미군이 더욱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는 한 발 더 나아가 “태평양 전역에 여러 개의 사령부가 연합군을 지휘하고 필요할 때 확장할 수 있다면 한 곳 또는 다른 사령부가 작전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미국의 복원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주일미군 합동군사령부의 출범은 중국이나 북한 입장에서는 경악할만한 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아시아지역의 안보지형에 엄청난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