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급차단 우려해 주요 원자재 비축하는 중국]
중국이 비밀리에 석유와 천연가스, 곡물 등의 원자재를 대거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의 충돌이 격화되면서 주요 원자재의 공급차단을 우려해 이를 대비하기 위해 미리 엄청난 양의 원자재들을 비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3일(현지시간) “중국은 지난 20여년 동안 막대한 양의 원자재를 소비해 왔지만 최근들어 중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원자재에 대한 중국의 욕구는 줄어들어야 마땅함에도 현실은 정반대”라면서 “지난해에 중국의 많은 기초 자원 수입은 기록을 경신했고, 모든 종류의 원자재 수입은 물량 기준으로 16%나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수입 추세는 올해 첫 5개월 동안에도 6% 증가하며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원자재 소비가 이렇게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할 때 이는 소비 증가를 반영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원자재 가격이 비싼 시기임에도 빠른 속도로 물자를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의 이런 극단적 원자재 비축 경향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베이징의 정책 입안자들은 새로운 지정학적 위협, 특히 매파적인 미국의 새 대통령이 중국으로의 중요한 공급 경로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시말해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대비해 은밀히 주요 원자재를 비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과거 재임 기간 대중 '관세 폭탄' 등 중국과 무역전쟁을 불사한 트럼트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하면 중국에 대한 원자재 공급망을 옥죌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의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
중국이 이렇게 미국에 의한 공급망 차단을 우려해 자원을 비축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대처인지 모른다. 실제로 중국은 엄청난 영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식량조차도 자급자족이 안되기 때문에 당연히 해외 자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은 많은 금속의 세계 정제 중심지이지만, 보크사이트의 70%에서 코발트의 97%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원자재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수입 에너지 덕분에 불을 계속 켜고 있다. 석탄은 많이 매장되어 있지만 다른 연료의 매장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해 천연가스의 40%와 원유의 70%를 수입해야 한다.
중국의 식량 의존도는 가장 심각하다. 2000년에는 국민이 먹는 거의 모든 음식이 자국에서 생산 되었지만 현재는 3분의 2도 안 된다. 중국은 연간 4억 마리의 돼지를 먹이는 데 사용하는 대두의 85%인 1억 2,500만 톤을 수입한다. 커피, 팜유, 일부 유제품의 경우 외국 농가에 대한 의존도는 엄청나게 높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중국은 냉전 말기때부터 곡물과 국방 관련 광물의 '전략적' 비축을 시작했고, 경제 호황이 절정에 달했을 때 석유와 산업용 금속의 비축량을 늘렸다.
이런 가운데 최근들어 오는 11월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국은 화들짝 놀라면서 트럼프 2기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2018년 중국산 대미 수출품에 6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고, 대신 중국은 미국산 대두에 관세를 부과하며 보복에 나섰다. 사실 이때의 충격은 중국으로선 엄청나게 컸다.
그리고 지난 코로나19 시기에 공급망이 중단되면서 중국은 또 한차례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물가는 급등했고, 특히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전쟁을 주도한 러시아에 대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제재와 금수조치를 취하는 모습을 중국은 똑똑히 목도했다. 이는 중국에게도 많은 교훈을 줬다.
특히 중국이 지금 두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 퇴임 이후 식량 수입이나 다른 무역에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2기로 인해 미중간의 충돌이 격화되면 중국은 원자재 수입에 엄청난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중국의 원자재 수입이 대부분 해협과 운하를 통해 운송되는데, 미국은 군함을 인근에 배치하는 등 중국 선박을 차단하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은 이렇게 미중충돌로 인한 적대적인 환경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준비는 보급품을 보관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확장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전략 비축유를 정부가 통제하는 미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비축유가 민간 탱크, 사일로, 창고 등의 형태로 보관되며, 위기 시에는 베이징의 관리들이 이를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이후 중국의 원유 저장 용량은 17억 배럴에서 20억 배럴로 커졌으며, 2022년 이후 더욱 두드러진 것으로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인 보르텍사(Vortexa)가 추정했다.
이와 관련해 보르텍사의 ‘엠마 리’는 “이러한 저장소의 위치는 비밀이지만 위성 사진에 따르면 2022년 이후 빠르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가스 저장 동굴의 용량도 2020년 150억㎥로 10년 사이에 6배 늘었으며, 내년까지 550억㎥로 더 확대하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은 해안에 12개가량의 액화가스 저장 탱크도 건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JP모건 체이스는 “2030년까지 총 가스 저장 용량이 85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은 이들 저장 시설에 원유와 가스를 채우고 있다.
[불안감 커지는 중국, 최악 상황에 대비한다!]
중국이 이렇게 다양한 저장시설에 원자재를 가득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불안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불안감을 반영이라도 하듯 중국의 국가통계국은 원자재 재고에 대한 데이터 발표를 중단했다. 그럼에도 현재 중국의 상황을 추정해 볼 근거는 있다.
미국 농무부는 주요 곡물의 현재 재배가 끝나면 중국의 밀과 옥수수 재고량이 2018년보다 5~10% 포인트 증가하면서 전 세계의 51%와 67%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최소 1년의 수요를 감당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중국의 최대 농산물 수입 품목인 대두의 재고량은 2018년 이후 두 배로 증가하여 3,900만 톤에 달하며, 시즌이 끝날 때까지 4,2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금속과 연료를 비축하려는 중국의 노력이다. 영국 투자은행 팬뮤어 리베룸의 톰 프라이스는 “구리, 니켈 및 기타 다양한 금속의 양을 추정하고 이를 총 공급량과 비교한 결과, 2018년 이후 중국의 재고 축적량이 원자재에 따라 연간 수요의 최소 35%에서 최대 133%를 충당하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봄이 끝날 무렵 중국은 23일간의 소비량을 충족할 수 있는 25bcm의 가스를 저장하고 있었으며, 이는 5년 전의 15일치보다 증가한 수치다. JP모건 체이스의 팔시 옹은 이 저장량이 2030년까지 28일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라피단 에너지에 따르면 중국의 원유 재고는 올해 초 이후 하루평균 90만 배럴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중국의 원유 재고는 13억 배럴에 육박하는 데 이는 115일 치 수입 물량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중국 당국은 석유 회사들에게 6천만 배럴을 추가 비축하라고 지시했다. 라피단 에너지는 중국이 2025년 말까지 7억 배럴을 추가하여 비축량이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의 원자재 비축, 시진핑의 진짜 의도는 무엇인가?]
문제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소비 부진 등으로 인한 중국 경제의 어려움과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를 감안할 때 중국의 이같은 수입과 재고 확대는 내수 수요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 본다면 주요 원자재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중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시 예상되는 지정학적 위협에 대비하려는 뜻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숨겨져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바로 대만 점령 작전 등 시진핑에 의한 전쟁이 발발하는 것에 대비한 전쟁물자 비축이라는 견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켜본 중국이 이에 대한 대응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실 시진핑이 대만 통일 전쟁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은 그동안 여러차례 나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러한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이번 3중전회에서도 나타났지만 시진핑이 사실상 경제는 포기하고 국가안보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두었는데, 이로 인한 국민적 불만이 임계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앞으로 2~3년 후 정도라는 것이다. 시진핑은 바로 그 시점 정도에 중국 인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대만 통일 전쟁을 강행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방부의 전 분석가였던 가브리엘 콜린스는 “중국이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면서 사실상 전쟁을 대비하는 듯 보이는 상황에서 각종 원자재 비축을 대거 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 진단했다. 우리 와이타임즈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물론 아직까지 중국이 행하고 있는 비축의 정도가 전쟁을 준비할 정도까지는 아닌 듯 보이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중국이 이러한 비축을 계속 강행해 나간다면 그때는 중국의 이러한 원자재 비축이 전쟁을 대비하기 위함이라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