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급증에 대대적 급여삭감, 사회 흔드는 단초되나?]
중국 경제가 최악의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서민들에서부터 중산층에 이르기까지 당장 생활고에 직면하면서 정신적 혼돈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업률은 급증하고 있으며 직장을 다닌다 할지라도 급여들이 삭감되고 있어서다.
미국의소리(VOA)는 20일(현지시간) 중국의 경제 불황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혼돈 상태에 빠져 있고 또 위기감을 겪고 있는지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VOA는 비즈니스 여행 플랫폼에서 근무하다가 올해 초 해고당한 선전에 살고 있는 왕씨의 예를 들면서 “지금 중국에서는 실직으로 인해 공황상태에 빠져 있는 이들이 적지 않으며 이들 모두가 중국 경제가 이렇게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개인이 고통받고 가정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마치 고속으로 달리던 열차가 급제동을 하면서 승객들이 쓰러지고 다치는 대혼돈이 일어난 것과 같은 분위기가 지금 중국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중국 경제의 위기로 흔들리는 이들이 단지 어느 특정계층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VOA는 “풀뿌리부터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심지어 골드칼라 노동자까지 모두가 중국 경제 불황의 피해자가 되었으며, 실업과 임금 삭감으로 인한 비상사태와 극단적인 사건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심각한 것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에서 효과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마저도 이미 허망한 꿈이 되어버렸다. 3중전회에서 중국 경제를 회복시킬 구체적인 대안도 없었고 희망을 살려줄 어떤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VOA는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중국 공산당이 안정을 유지하는데 있어 큰 도전에 직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시진핑 주석의 남은 3년 임기는 숨겨진 위험과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인민의 빈곤화”, 이것이 시진핑의 뜻인가?]
앞서 VOA와 인터뷰했던 왕씨는 얼마전까지 다니던 여행 플랫폼 회사가 중국내에서 상위권에 랭크될 정도로 큰 회사였고 회사 규모도 중국 500대 민간기업 중 하나일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회사는 경영 위기에 빠졌다. 그러면서 대량 해고도 벌어진 것이다.
그가 직장에 다닐 때만 해도 급여가 제법 많았기 때문에 두 자녀를 태국의 국제학교에 유학 보냈고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아내도 아이들과 태국에서 지냈다. 태국에서의 생활비는 중국에 비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 학비마저 지탱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왕 씨는 최근 어느 회사의 여직원이 급여 삭감을 비관해 건물에서 뛰어 내린 사건을 기억하면서 많은 공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만큼 지금 중국내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내 해고 분위기는 날이 갈수록 더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홍콩의 한 언론이 중국 상위 23개 기업의 연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4개 기업이 2023년에 직원을 해고했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폴리 부동산으로 작년에 직원의 16.3%인 11,000명을 감원했고, 상하이에 본사를 둔 부동산 회사 그린랜드 홀딩스도 14.5%를 줄여 약 6만 명, 알리바바는 2023 회계연도에 직원의 12.8%를 감원하여 약 2만 개의 일자리를 줄였다.
2024년에도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텐센트의 직원 수는 2023년에 2.8% 감소해 약 3,000명으로 줄었고, 2024년 1분기에 630명의 직원을 추가로 해고했다. 이 외에도 바이트댄스, 징둥, 셔틀, DDT, 베이리베이리, 웨이보 등이 정리해고 계획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해 오랫동안 중국의 고용 상황을 분석하고 판단해 온 대만 국방안보연구소의 정책 분석가 천잉쉬안 씨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국가통계국(NBS)이 발표한 6월 도시 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2% 감소했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이 수치에 별로 동의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통계이기 떄문이다.
천잉쉬안은 이어 “과거에는 중국의 실업에 대한 논의가 주로 신입생과 노동 계급에 집중되었지만 최근에는 펀드, 증권사 및 은행이 ‘비용 절감 및 효율성 증대’를 위해 급여를 삭감했다는 소문이 나면서 중산층이나 고위 관리직도 급여 삭감 또는 해고에 직면하고 있으며, 심지어 빅4 회계 법인의 파트너도 8월부터 급여를 삭감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잉쉬안은 “중산층의 빈곤 복귀 3종 세트(천만 위안 이상의 주택담보대출, 배우자 무직, 국제 유학 보낸 둘째 자녀)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면서 “마오타이 가격도 하락하고, 최고급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중쉐가오(Zhong Xuegao, 중국 전통 유명 백주 우량예(五粮液)를 추가한 아이스크림)의 몰락은 그만큼 중산층 소비력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그동안 중국내에서 ‘철밥통’으로 불리우며 꽤 안정된 직장이라 불렸던 공산당 직할 그룹들마저도 올해 들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광둥성에서 일하는 당 미디어 실무자 뤄 씨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정부의 경제가 어려움에 처하면서 당내 기관들까지 급여가 삭감되고 있다”면서 “많은 공산당 간부들마저 수입이 절반 내지 1/3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급여가 줄어들어도 그 직장을 떠날 수 없는 것이 또 그들의 한계다. 그만한 직장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VOA에 따르면 중국내에서는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금융기관들마저 대대적인 임금삭감에 처해 있다. 이는 일반 시중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공상은행같은 국영은행들마저 급여 삭감은 물론 올 연말까지 최소 20~30% 정도 감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국제자본공사(CICC)는 2024년 1분기에 직원 관련 비용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3.4% 삭감했으며 기본급을 최대 25%까지 삭감했다. 한편, CITIC 증권, CITIC 캐피탈, 궈타이 주난 등 다른 주요 증권사들도 모두 인건비가 감소했다.
또한 급여 삭감 등의 경우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저 월급날에 급여통장에 찍혀지는 대로 받아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도대체 예상을 할 수 없는 현실 가운데 중국의 중산층들은 나날이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지금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일지라도 과연 정년까지 제대로 다닐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심지어 공무원들도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CPC) 고위층이 전국 중앙 부처와 당 및 정부 기관에 긴축 생활에 익숙해질 것을 요구하면서 여러 곳에서 공무원 급여 삭감 소식이 수시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2024년 7월 현재 중국의 31개 성(省) 단위 행정구역은 모두 당과 정부 기관의 '긴축 생활'을 위한 규정을 발표했는데, 예산 삭감과 공공 지출 감소에 중점을 두었으며, 특히 여행과 차량 불법 배정에 대한 시정 조치를 포함하여 실제로 많은 숨겨진 혜택을 압박했다.
[숨겨진 위험 뒤에는 반드시 위기가 뒤따른다!]
이렇게 급격한 수입 감소나 사회적 위치의 변동은 날이 갈수록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또 심지어 극단의 선택까지 하게 만든다.
가장 최근의 두 가지 사례는 지난 6월 지린에서 발생한 미국인을 향한 칼부림 사건과 쑤저우에서 발생한 일본인 암살 사건이다. 중국 당국이 공개한 제한된 정보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실직자였다.
이 두 가지 극단적인 사례에 대해 대만 국방안보연구소의 정책 분석가 천잉쉬안 씨는 “최근 무차별 살인범은 대부분 50대 중년 남성이지만, 당국이 의도적으로 은폐하기 때문에 그들의 배경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면서 “그들이 실업자이고 절망감에 의한 행동이라고 직접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중국 사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압력솥과 같아서 앞으로도 극단적인 사건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NGO인 China Labor Bulletin은 오랫동안 중국 노동자들의 생존에 대해 우려해 왔다. 이 단체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7월까지 중국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 임금 미지급, 예고 없는 해고, 부당한 보상에 항의하기 위해 1,196건의 집단 행동을 벌였는데, 이는 2023년 같은 기간에 비해 52% 증가한 수치이며, 코로나 전염병 통제 기간 3년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수치이다.
이 기관의 공식 웹사이트는 “기록된 사건은 전체 노동자 집단 행동의 5~10%에 불과하다”고 강조하며, 2024년 1월~7월 중국 노동자들이 11,960~23,920건의 집단 행동을 취했으며, 1월~7월 집단 행동은 광둥성을 포함한 모든 지방 정부를 포괄한다고 밝혔다, 산둥성, 허난성, 허베이성, 랴오닝성, 저장성이 두드러졌다.
왕 웨이케 아시아 공공문화협회 사무총장은 VOA에 “높은 실업률은 분명 사회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며, 대만의 경험으로 볼 때도 마찬가지”라면서 “특히 중국 본토의 인구가 많고 실업률이 높기 때문에 극단적인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며, 특히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심지어 골드칼라 근로자까지 경제적 손실이 매우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경제 상황이 나쁠수록 더 많은 비상사태가 발생하고 공산당은 강경 진압으로 이를 진압할 것”이라면서 “이것은 악순환이며 국민은 더 많은 고통을 겪을 것이고 안정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더 높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또한 천잉쉬안 씨는 “임금 삭감과 실업은 중국 공산당의 안정 유지 노력에서 항상 주요 문제였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대다수 국민이 직면한 임금 삭감과 실업이 그들을 코너로 몰아넣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은 여전히 온라인으로 불만을 유지하거나 받아들이기로 선택했으며, 경제와 정부에 대한 이러한 불만은 집단 행동에 의지하지 않고 있다”면서 “시위 횟수가 증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대규모 시위보다는 비교적 국지적이고 산발적인 성격이 강하며, 지방 정부에 의해 쉽게 제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는 현재까지는 숨겨진 위협에 불과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이러한 불안 요인들이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푸단대학교 사회발전 및 공공정책대학의 위하이 교수는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용 및 소득 기대치 하락은 다양한 사회 계층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인식해야 한다”면서 “이를 단순한 고립된 사건으로 볼 것이 아니라 더 광범위한 사회적 추세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렇게 중국의 사회 불안은 이제 날이 갈수록 중국 공산당도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만큼 지금 중국 상황이 불안하다는 의미다.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