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금융분야 공동부유, “연봉 상한 규정, 초과시 반환”]
중국의 금융권에 대대적인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경영 악화로 국영은행부터 급여를 대폭 삭감한데 이어 빈부격차를 명분으로 고소득 급여자에 대해 연봉 한도를 정하고 이미 지급된 초과 금액도 다 토해내야 하는 초고강도의 공동부유 정책을 실시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상의 위기를 느낀 상당수의 금융인들이 아예 공산당에 입당하는 바람까지 불고 있어 이러한 흐름이 중국 금융계에 어떠한 파장으로 다가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중국 정부가 국유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임원들의 연봉 상한을 300만위안(약 5억7천만원, 약 41만 2천달러)으로 정할 계획”이라면서 “이는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금융업계에서 사치와 향락주의를 근절하고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강화해 온 것과 연관이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러한 연봉 상한선 규정은 민간투자자가 지원하는 금융기관을 제외한 모든 국유 증권사, 뮤추얼펀드 회사, 은행에 적용될 것”이라면서 “이번 조치는 소급 적용돼 지난 몇 년간 300만위안 이상을 벌었던 사람들은 초과 금액을 회사에 반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마디로 이번에 규정한 상한선을 기준으로 이미 받은 급여들도 한도 초과분만큼 다시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도 지난 6월 28일, “중국 금융기관 고위직들이 정부가 정한 연봉 상한선 40만달러(약 5억5천400만원)를 초과해 받은 급여와 보너스에 대해 사실상 반납 압력에 직면했다”면서 “차이나머천트그룹(招商局集團·CMG), 광다(光大·에버브라이트)그룹, 중신그룹 등 중국 금융 대기업들이 최근 몇 주 새 고위직들에 대해 40만달러 초과 지급분에 대해 반환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SCMP와 블룸버그의 보도는 달러 기준으로 1만여 달러 차이만 보일 뿐 큰 틀에서는 유사한 내용이다.
SCMP는 이와 관련해 “이번 조치는 중국 경제가 침체한 시기에 균등한 부의 분배를 강조하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에 부합하는 일련의 조치 중 가장 최근에 이뤄진 것”이라고 짚었다.
[서민들 분노 억제위한 희생양된 금융 종사자들]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은 왜 갑자기 금융권의 고임금 대상자들을 도마에 올려 놓고 공동부유의 희생양으로 삼았을까? SCMP에 따르면 사실 중국에서 엘리트들이 종사하는 업종으로 여겨지는 금융산업은 2022년 국유기업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의 젊은 직원이 소셜미디어에 높은 급여를 공개해 대중의 분노를 산 이후 중국 정책 입안자들의 표적이 됐다.
당시 1990년대생인 이 회사 초년병은 자기 월급이 8만위안(약 1천530만원)이라고 자랑했다가 거센 질타를 받았다. 중국에서 초봉 1만 위안만 되어도 극소수만 누리는 고임금으로 통하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젊은이들의 분노가 격해지자 중국 정부는 금융기관 임직원 급여와 관련해 지침을 내려 고임금 통제에 나섰고, 이와 동시에 반부패 사정 칼날이 경제·금융 분야를 향해 고위직들에 대한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업계 관계자 30명 이상이 조사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류롄거 중국은행 전 서기·회장과 리샤오펑 광다(光大·에버브라이트)그룹 회장 등 최소 101명이 부패 혐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와 관련해 상하이 후이첸 자산운용의 펀드 매니저 다이밍은 “금융 업계는 최근 몇 년간 실물 경제에 기여한 바가 별로 없으며, 대중 사이에서 금융업계의 이미지가 좋지 않다”면서 “세금 징수 및 토지 판매 감소로 인해 수입원을 다각화하려는 정부가 직면한 재정적 스트레스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재정이 부족한 당국이 고수익 급여자의 월급을 털어 보충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러한 중국 당국의 보복성 사정작업과는 별개로 중국의 금융권은 최근 3년간의 하락장과 부동산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예산을 긴축하고 동시에 임금도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어 왔다.
실제로 금융정보 제공업체 윈드 인포메이션 등에 따르면 중국 증권업계는 지난해 2년 연속으로 임금이 하락했고, 상위 10대 기업의 임금 인하 폭은 전년 대비 적게는 1.2%에서 최대 27%에 달했다.
이에 대해 SCMP는 “주식시장이 주춤하고 경기 회복이 부진한 상황에서 주택가격 하락마저 지속되면서 중국 금융업계의 전망이 당장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본시장 첨병' 中금융엘리트, 앞다퉈 스스로 공산당원 가입]
눈여겨볼 것은 자본시장의 첨병이라고 말하는 중국의 금융 엘리트들 사이에 돌연 공산당원으로 가입하는 이들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4일, “한때 '중국판 모건 스탠리'로 통하면서 금융 엘리트가 몰렸던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에 이제 공산당 바람이 휩쓸고 있다”면서 “중국 금융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자랑하며 미국 월가에 도전하려는 중국 금융 인재들이 몰렸으나, 금융계의 고연봉에 칼질을 서슴지 않는 시진핑 주석의 서슬 퍼런 좌클릭 강화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으로 직장을 등지거나 공산당원이라는 새로운 선택을 하는 CICC 직원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실제 1995년 베이징 번화가 궈마오에, 당시 선부론(先富論)을 주창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바람을 타고 설립돼 중국 시장경제를 이끄는 금융 핵심으로 자리 잡아 온 CICC가 이젠 변혁기에 직면했다”면서 “시장경제 시스템을 받아들인 중국특색사회주의 체제를 바탕으로 중국이 수십년간 두 자릿수 경제 성장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CICC가 '꿈의 직장'으로 통했으나, 사정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이렇게 금융권의 분위기가 확 바뀐 가장 중요한 이유는 중국 최고 사정당국인 공산당 중앙 기율위원회 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는 지난 2월 23일 '반부패 장기전의 단호한 승리'라는 제목의 발표문을 통해 “금융 엘리트론과 배금론, 서방 추종론 등 잘못된 사상을 타파하고 쾌락주의와 사치풍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중국 내 금융 감독기관과 공기업 등을 상대로 한 기율감찰위의 고강도 조사가 지속돼왔다. CICC 역시 지난해 보너스를 전혀 받지 못했으며 지난 4월에는 전 직원을 상대로 25%의 임금 삭감 조치가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CICC의 자체적인 구조조정 또는 자발적인 퇴사로 직원 수가 줄고 있으며, 잔류를 선택한 직원들은 공산당 적극 가입이라는 '대안' 모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CICC 내에서 '성공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면서, “이젠 자본주의적인 동기 부여라고 할 수 있는 고임금보다는 공산당 가입을 통해 당과 관계기관의 통제에 따르는 '중국 금융인'의 길을 가려는 직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문제의 근원은 공동부유, 사라지던 구호가 되살아났다!]
여기서 문제는 이렇게 금융권에 대한 대대적 사정작업에 나선 근거로 당국이 ‘공동부유’를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지금의 중국 경제가 이렇게 어렵게 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시진핑의 공동부유를 드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미 자본주의 체제로 성장해 경제구조의 틀을 중국 경제가 형성해 버렸지만 뒤늦게 ‘공동부유’라는 이름으로 기초부터 바꾸려 하니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금융권 사정 명분이 공동부유였는데, 이렇게 대대적으로 공동부유를 떠들면 중국 경제의 다른 영역에까지 또다시 공동부유 열풍이 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중국 사회 저변에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는 중산층들을 모두 흔들어 버리겠다는 선포나 다름없어 또다시 탈중국을 비롯해 경제 구조에 엄청난 주름살을 안기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시진핑의 공동부유가 중국 경제를 망쳤다는 실증적 자료도 있다. 우리 신문은 지난해 9월 5일, “‘공동빈곤’ 초래한 시진핑의 ‘공동부유’, 집권명분 사라졌다!”는 제목의 정세분석(유튜브 2275회)을 통해 “중국 시진핑 주석의 가장 핵심적 정책이요, 중국 공산당의 최고 이념이었던 ‘공동부유’가 중국 사회를 ‘공동빈곤’으로 이끌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관해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日本經濟新聞)은 2023년 9월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핵심 정책 기조로 ‘공동부유(같이 잘 살자)’를 내걸었지만, 지난해까지 중국의 도시간 빈부 격차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중국의 국가 통계국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도심 지역의 상위 20% 가구의 일인당 가처분소득이 하위 20%에 비해 6.3배가 많았다”고 보도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통계치가 수치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가장 큰 격차라는 점이다. 2015년만 해도 중국 도심 지역의 가처분소득 격차는 5.3배였는데, 8년간 빈부 격차가 더욱 심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결국 시진핑 집권 이후 해가 갈수록 악화 일로를 걸었다는 것으로, 시진핑 주석의 핵심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니혼게이자이는 이어 “가처분소득의 증가 추이에서도 빈부 격차가 심화됐다”면서 “지난해 상위 20%의 가처분소득 평균치는 전년 대비 4.5% 증가한 반면, 하위 20%는 1.3% 늘었다”고 밝혔다.
시진핑의 공동부유가 중국을 이렇게 망쳤다는 통계까지 나왔다면 이젠 천하의 시진핑이라도 정신 차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번에 금융권을 향해 또다시 공동부유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은 시진핑 주석이 아직도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니혼게이자이신문만 아니라 중국 내부에서도 공동부유에 대한 비판이 나왔지만 중국당국은 그들의 입을 틀어 막기에 바쁘다. 그러면서 공동부유가 결국은 중국을 망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경고는 아예 들으려 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사실 중국 지도부내에서도 공동부유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난 2022년 중반쯤에는 공동부유 정책으로 인한 후유증이 심각해지자 돌연 공동부유 정책을 거둬들였다. 그랬던 중국이 또다시 시진핑의 입에서 공동부유 슬로건이 나오면서 다시 중국 경제의 핵심 아젠다가 됐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는 더 무너져 내렸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잠잠하더니 또다시 금융권 사정을 계기로 공동부유 카드가 부상했다는 것은 앞으로 공동부유 광풍이 일어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을 감출 수가 없다. 정말 시진핑은 왜 저럴까?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저렇게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하면서 뭐가 문제인지도 모른다면 이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누구를 탓할 것인가? 그저 중국 인민들이 가여울 따름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