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TV 위성 해외 송출, 중 위성에서 러 위성으로 돌연 전환]
최근들어 북한이 중국을 대하는 태도가 심상찮다. 러시아와 초밀착을 하면서 중국과 오히려 거리두기를 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서다. 물론 중국이 북한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에 대한 반발일 수도 있지만 북중간, 중러간 각각의 관계에서 묘한 파열음이 태동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일(현지시각) “중국 위성을 사용해 TV 방송을 해외로 송출해 온 북한이 지난달 러시아 위성으로 전환했다”면서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국영 TV 방송을 중국 위성에서 러시아 위성으로 전송해 우리 정부 기관과 언론이 북한 방송을 감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한국 위성 수신기 서비스 제공업체의 말을 인용해 “북한 중앙TV의 위성 신호가 지난 6월 29일부터 중국의 ChinaSat 12호 위성에서 러시아의 Express 103 통신위성으로 전송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RFA에 따르면 이런 변화는 올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 뒤 이뤄졌는데 전문가들은 북러 간 협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北 중앙TV 위성 송신 체제 변경, 북중간 관계 이상 신호]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조선중앙TV의 위성망 사용에 있어 기존의 중국 위성망이 아닌 러시아 위성망으로 돌연 변경한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다. 일단 북한이 이렇게 중국이 아닌 러시아의 위성 채널을 사용하게 된 배경에는 푸틴과 김정은간에 교환한 북러안보조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데이비드 맥스웰 미 아태전략센터(CAPS) 부대표는 “새롭게 맺은 북러 간의 합의로 인해 북한이 위성을 전환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패트릭 크로닌 미 허드슨 연구소 아시아안보 석좌도 “북러 간 안보 협정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조선중앙TV의 위성 송신망 변경은 중국의 요구가 아닌 북한의 의도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다.
다시말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고, 이번 기회에 중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자적 노선을 걷기 위한 첫걸음으로서 독립적 외교 스탠스를 보이려 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사실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때부터 그가 보여준 태도는 중국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다.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는 “러시아는 북한의 대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라 치켜세웠는데 이는 중국을 매우 불쾌하게 만들었다. 외교적 관점에서 북한이 중국의 체면을 구겼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북한이 러시아를 앞세워 중국과 딜을 하고 있는 것이고, 동시에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조선중앙TV 송신 위성의 변경은 이러한 북러간 밀착과 중국과의 거리두기를 의도적으로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실 이는 중국에게도 충격이다. 김정은이 감히 중국을 시험하려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서다.
이를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북한과 러시아간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간보려는 러시아의 태도 또한 도마에 오를 수 있다. 러시아가 북한과 밀착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중국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궈위렌(Guo Yuren) 대만 쑨원대학교 아시아태평양지역연구소 부소장은 “푸틴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을 이용하는 것도 고려 사항 중 하나라고 믿고 있다”고 VOA에 밝힌 바 있다.
궈위렌은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이 소모전으로 변했고, 푸틴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깊어졌기 때문에 이를 통해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태도를 압박하기 위해 북한 카드를 쓰려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러시아와 중국이 서로 북한을 자신의 영역에 두려는 싸움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짚었다.
[북중간 관계, 북한이 칼자루를 쥐려 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과 중국간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다른 면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다. 우선적으로 북중간 교역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중국으로부터의 쌀 수입은 전년대비 15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북중간 상당한 문제가 돌출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지 않고서는 해석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그동안 북중간 관계를 돈독히 해 왔다는 인적교류는 물론이고 민간무역도 지지부진 상태다. 이와 관련해 RFA는 “일부 차량 이동과 인적 교류는 물론이고, 북한 노동자 파견도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최근 밀착 행보를 더욱 강화하는 북러 관계와 상반된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가까웠던 북중관계가 왜 이렇게 소원해진 것일까? 가장 큰 요인은 북한과 중국이 서로를 향해 원하는 조건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북한은 지금 중국에 경제원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난해 12월, 북한의 박명호 부상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경제원조를 강력히 요청했을 것이고, 이에 대한 답방으로 올 1월 쑨웨이둥 부부장이 방북했을 때도 북한은 중국에 경제원조를 다시 한 번 더 꺼냈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북한에 대해 경제원조를 해 주는 데 있어서 몇 가지 조건을 달았고, 원조 수준 또한 북한이 원하는만큼 흔쾌하게 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중국은 최근 북한의 도발에 대한 자제와 북-러 밀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정세 안정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원조를 하면서 조건을 단다는 것은 북한을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썩 마음에 들지 않은 것도 있고, 중국이 앞장서 대북제재를 무시함으로써 서방세계와 날을 세울 수도 있어서 일 것이다. 북중관계를 우선하다 자칫 미중관계를 깰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쑨웨이둥 부부장은 평양의 고위층들에게 이러한 중국의 속내를 밝혔을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김정은을 열받게 했을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올해가 조중 우호 75주년이 된다. 그렇다면 다른 어느 때보다 중국으로부터의 지원이 넘쳐났어야 하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 때문에 김정은은 중국보다 러시아가 북한에 훨씬 더 중요한 우방이라고 생각을 했고, 중국과 사실상 ‘헤어질 결심’을 하면서 러시아와의 새로운 밀착 관계를 만들어 가려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김정은의 태도를 보면서 중국은 진짜 화가 났다. 그동안 중국이 북한을 향해 지원해 왔던 엄청난 실적들이 있음에도 하루아침에 말을 갈아타려는 김정은의 태도에 분개했을 것이다.
그래서 지난 2018년 5월 김정은의 중국 다롄(大連) 방문 당시 시진핑 주석과 산책하며 친교를 쌓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알려진 ‘발자국 동판’을 제거해 버린 것이다. 이는 상징적으로 매우 의미가 크다.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려 한다면 중국도 행동으로 북한에 보여주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난 5월 27일 열렸던 한일중정상회의 또한 북한에 대한 경고나 다름없다. 북한 역시 이 정상회의에 대해 중국까지 싸잡아서 강력한 비판성명을 냈다. 이 정도면 김정은이 중국을 향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북중간 관계 조정, 김정은의 오만이 빚은 오판 가능성 크다!]
분명한 것은 지금 북중간에는 상당한 틈이 벌어져 있다는 점이다. 마치 김정은이 중국을 향해 ‘헤어질 결심’을 한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인데 당연히 러시아라는 뒷배가 있어서 중국이 아니더라도 북한이 원하는 것을 채워줄 수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러한 김정은의 판단은 과연 옳은 것일까? 또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 것일까? 확실한 것은 러시아 푸틴에게 있어서 북한의 중요성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는 동안에만 유효하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북한으로부터의 무기 조달이 필요한 것이고 그 때문에 푸틴이 평양까지 간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면 북한이 갖는 효용성 또한 사라지게 된다. 이는 북러간 밀착의 유효기간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김정은은 착각을 하고 있다. 이러한 냉전 시기가 앞으로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정은은 러시아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이러한 기대는 지난해 9월 열렸던 정치국회의에서 “(북·러 관계가) 새로운 전략적 높이에 올라서고 있다”며 큰 기대를 나타낸 것으로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북한에 석유는 얼마든지 지원해 줄 수 있겠지만 경제적 지원은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 러시아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김정은은 엄청난 판단 착오를 하고 있다.
또한 지금 세계 정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렇게 오래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길어야 1~2년안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끝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 종료 이후 북러간 관계는 어떻게 변할까? 더 이상 북한 무기의 효용성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러시아는 북한의 손을 꼭 잡고 있을까? 단지 북한으로부터 탄약과 값싼 노동력만 있는데 러시아가 언제까지 북한의 손을 잡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가?
하나 더. 지금 북러간 밀착을 중국의 시진핑이 노려보고 있다. 만약 중국이 러시아의 북한 밀착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낸다면 푸틴은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
벌써 그런 기미가 보인다. 북러간 안보조약에 대해 한국도 이의를 제기하면서 불쾌감을 드러내자 이런 저런 토를 달기 시작했고, 효력의 확대해석을 경계한다는 뜻도 드러냈다. 이는 한마디로 북러안보조약이 언제든지 사문화될 수도 있고 실질적 의미를 상실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게 될 경우 김정은은 과연 시진핑 앞에 어떤 모습으로 서게 될까? 그때도 지금과 같이 ‘중국과의 거리두기’를 당당하게 설파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김정은의 외교적 단견이 지금 북러간 밀착과 북중간 외교적 소원함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김정은은 지금의 외교적 선택으로 그야말로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지는 날이 반드시 닥쳐올 것이다. 마치 하노이 노딜로 큰 파장이 일어났듯 그러한 외교적 격변이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드러나면서 김정은의 위상은 또한번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