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으려 농촌학생 급식비 손댄 中 지방정부]
중국의 지방정부들이 재정난에 허덕이면서 농촌 학생들에게 지급해야 할 급식비까지 빼내 부채 상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주민들의 복지는 물론이고 생계를 위해 기본적으로 지급해야 할 자금들까지 지방정부의 부채 상환에 동원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방정부 부채위기의 심각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공무원의 도덕성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중국에서도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중국의 경제매체인 차이신은 1일, “허우카이 중국 심계장(한국의 감사원장격)이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2021년부터 지난 해 8월까지 중국 13개 성(省) 159개 현(縣)의 보조금 231억3700만위안(약 4조4000억원)을 감사한 결과, ‘일부 보조금 관리 및 사용에 부적절한 사용이 있었다”면서 “인민들의 기본적인 생계를 위해 지급되어야 할 자금까지 지방정부 부채 상환을 위해 전용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2011년 '농촌 의무교육 학생 영양 개선 계획'을 실시, 중앙정부 재정 160억위안(약 3조원)을 투입해 농촌 지역 학생들에 하루 3위안(약 570원) 상당의 점심값을 지원했다. 2021년에는 하루 지원 기준이 5위안(약 950원)으로 올랐다.
중국 중앙정부가 이 사업을 위해 한해 투입하는 돈은 현재 200억위안(약 3조8천억원)가량이고, 중국 당국은 성급 행정단위 33개 중 28개 성 1천567개 현의 학생 3억8천600만명(연인원)이 혜택을 받는다고 본다.
그런데 감사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이러한 보조금이 지방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유용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66개 현에서 19억5100만위안(약 3700억원)을 지방정부 부채 상환, 재정 지출에 유용했으며, 41개 현의 1533개 학교는 급식 기준을 낮추고 식자재 조달을 위조해 2억7000만위안(약 511억원)을 엉뚱한 곳에 사용했다.
또한 급식용 식자재 조달 및 급식제공에 대한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25개 현에서는 수의계약 등을 통해 52개 공급업체가 2605개 학교에 급식을 제공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78개 법인 또는 개인사업자가 법규를 위반해서 자격을 위조하고 입찰 담합을 통해 35개 현에서 101개의 급식프로젝트를 낙찰 받았다. 일부 감독부서와 77개 학교의 교직원은 뇌물 등 개인적 이득을 취하고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 아니다. 허우카이 심계장은 “5개 현에서는 교육 당국과 낙찰 공급상이 짜고 리베이트나 기부 등 방식으로 4천216만위안(약 8억원)을 만들어 자신들의 뱃속을 채우는데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네티즌은 “아이들 급식에까지 손을 대다니 정말 비양심적이다”, “농촌 학생들이 먹는 급식에서 돈을 뜯어내다니 양심도 없다”고 말하는 등 앞다퉈 비판을 쏟아냈다.
[중앙정부까지 재정난, 국가보안 비용 급증으로 재정 더 악화]
눈여겨볼 것은 중국의 지방정부뿐만 아니라 중앙정부까지도 재정이 악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열악한 상황을 자초한 것이 바로 국가안보 비용 급증 때문이라는 점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는 최근 “중국의 중앙정부마저도 재정 운용에 비상이 걸리면서 국가안전비용 등을 지방정부가 지출하도록 강요받고 있다”면서 “이로인해 지방정부의 재정상황이 더 악화되면서 재정 악화의 여파는 갈수록 커저 가고 있는데, 심지어 많은 지방 공무원들은 물론 경찰들마저도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RFA에 의하면 경찰들의 경우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다보니 당장 생계를 위해 도로에 나서 아무 차량이나 위반 딱지를 떼면서 벌금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정부의 재정악화가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뿐 아니다. 경제 둔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지방정부들은 재정 보충을 위해 기업들에 수십 년 묵은 세금까지 청구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6월 17일, “최근 몇 달간 다수의 중국 증시 상장사들은 지방정부로부터 수천만 위안의 세금을 부과받았다고 공시하면서 그것이 투자자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실제로 VV푸드&베버리지는 지난 6월초 자사의 주류 파트가 1994년부터 약 15년간 신고하지 않은 소득에 대해 약 8천500만위안(약 161억원)의 세금을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차이나린증권, 닝보보후이석유화학기술, 장거광산, PKU헬스케어 등도 유사한 공시를 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중국 지방정부들은 더딘 경제 성장과 부동산 시장 위축에 따른 토지 판매세 급감으로 수입을 확대하는 데 전례 없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며 “이미 빚더미에 올라앉은 지방정부들 또한 운신의 폭이 제한되면서 중앙 정부가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호주&뉴질랜드은행그룹의 싱자오펑 분석가는 “세금 환수는 지방정부들의 재정적 고충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들은 2분기 말까지 지급해야 할 돈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데, 지방 당국들은 보통 그때 정부 프로젝트 계약업체에 비용을 지불한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지방정부들의 부채 상환 기간이 다가오면서 지방정부들이 서민들이나 기업들로부터 최대한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별의 별 수단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난리난 지방정부, 줄줄이 사실상 디폴트 직전 상태]
사실 중국에서 그간 경제 성장을 주도한 지방 개발 열풍은 막대한 지방정부 부채로 이어진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작년 5월 중국 지방정부의 총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 넘는 약 66조위안(약 1경2천540조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실제 빚더미에 올라앉은 지방정부 가운데는 공무원 임금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상황을 중앙정부도 인지하고 있고 심지어 시진핑 국가주석도 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월 25일, “시진핑 주석이 지난 2019년부터 시작한 절약 캠페인에 맞춰 중국 공직사회가 한 푼이라도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공무원들에게 앞으로 수년 동안 돈줄을 조이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고 통보한 이후 공직사회의 반응은 신속했다”고 전했다.
WSJ은 이어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직접 ’당과 정부 기관은 검소하게 생활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며 공직사회 예산 절감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면서 “이같은 메시지는 공산당과 관영 매체를 통해 곧바로 급속히 퍼져나갔다”고 밝혔다.
WSJ에 의하면 대표적인 예로 올해 들어 최소 21개 성(省) 정부가 관용차량 예산을 삭감했고, 구이저우(貴州)성은 행정부서 운영비를 15% 삭감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을 꼽았다. 윈난성의 한 국영제철소는 지난해 27만위안(약 5천100만원)이던 연간 식수 비용을 올해 30% 줄이라는 지침을 발표하면서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직원들에게 개인 컵을 지참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네이멍구 북부의 한 현은 관용차 사용을 줄이기 위해 1㎞가 안 되는 거리는 걷고, 2~5㎞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그 이상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예산 절감 조치가 정부 운영에 실제로 도움이 될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 공직사회의 긴축은 정치적 목적에는 부합하지만 재정 압박을 완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의 크리스틴 웡 객원교수는 “그것은 단지 보여주기식일 뿐”이라며 “지방정부가 세입을 늘리고 부채를 줄이는 등 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 작은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황톈레이 연구원도 “이같은 조치는 약간의 비용 절감 효과만 가져올 뿐 큰 계획에서 보면 중요하지 않다”며 “정부는 여전히 돈을 더 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보여주기식 예산 절약의 이면에 월급까지 삭감되는 공무원들이 오히려 부패의 고리 속으로 더욱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던 어린 학생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급식비까지 손을 댄 공무원들이 바로 실제적 예다.
다시말해 중앙 및 지방 정부의 공무원들이 급여가 삭감되면 그 부족한 부분을 절약으로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부패 구조 속으로 들어가 자신들의 배를 채운다는 점이다.
차이신이 보도한 대로 허우카이 중국 심계장의 보고서에 이러한 중국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정부 당국이 재정을 긴축한답시고 공무원들의 월급을 줄이고 씀씀이에 대해 간섭을 한다면 그 모자란 것들을 그들은 그대로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인민들에게 그대로 전가시킨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바로 중국 공산당의 부패로 이어진다. 지금 중국에서 수십년째 부패를 이유로 이런 저런 사냥을 해도 결코 단절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원래 공산당이라는 구조 자체가 부패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집단이기 때문이다. 결국 불쌍한 것은 인민들이다. 그러면서도 중국 공산당은 ’인민을 위해 복무한다‘는 거창한 구호를 날마다 외친다. 그런 점에서 중국 공산당은 온통 조폭 체제의 사기꾼 집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