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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갈수록 북한 닮아가는 러시아, 이젠 딸을 후계자로? - 베일에 싸인 푸틴의 두 딸, 공개석상에 화려하게 등장 - 두 딸의 화려한 부상, 푸틴 후계자 작업의 전초전? - ‘러시아의 북한화(North Koreanisation)’, 이젠 딸 후계까지...
  • 기사등록 2024-06-10 11: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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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싸인 푸틴의 두 딸, 공개석상에 화려하게 등장]


공개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두 딸이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연사로 나서 러시아 정치계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를 두고 벌써 푸틴의 후계자 작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들이 나온다.



영국의 가디언(The Guardian)은 9일(현지시간) “푸틴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매년 열리는 '러시아판 다보스' 국가경제포럼(SPIED)에서 푸틴의 딸로 알려진 마리아 보론초바(39)와 카테리나 티호노바(37)가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열린 국가경제포럼에서 잇따라 연설자로 나섰다”면서 “푸틴의 성인 딸이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누구도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큰 딸인 보론초바는 유전학 및 소아 내분비학 전문가로 '바이오경제학'을 주제로 한 토론의 좌장을 맡았다. 또한 러시아 과학진흥협회를 대표해 지난 7일 생명공학 혁신 등에 대해 연설했다.


그리고 작은 딸인 티호노바는 지난 6일 군산복합체의 기술 주권 보장과 관련한 영상 강연을 했다. 그녀는 원래 아크로바틱 로큰롤 댄서였는데, 이 포럼에서는 러시아 국가지력발달재단(NIDF)의 총책임자로 변신해 러시아의 기술 주권을 보장하는 방위 산업의 역할에 대해 연설했으며, 현재는 러시아군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티호노바는 이날 영상 강연에서 “국가의 주권은 최근 몇 년 새 중요한 논제 중 하나이며 러시아 안보의 기초”라면서 기술 주권을 증진하기 위해 국방 부문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철저하게 비공개해 왔던 푸틴의 두 딸]


이번에 공개석상에 얼굴을 드러낸 두 딸은 1983년 결혼해 2013년 이혼한 전 아에로플로트 승무원 출신의 류드밀라 푸티나와의 결혼으로 얻은 자녀들로, 푸틴의 딸들의 신원은 크렘린궁에서 확인된 적이 없으며, 성인이 된 딸들의 사진도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었다. 다만 푸틴은 딸들이 과학과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며 손자도 있다고 말한 바 있었지만 이름조차도 공개하지 않았었다. 이번 포럼에서 얼굴을 내비친 두 딸에 대해서도 크렘린은 공식적으로 푸틴의 두 딸이라고 발표하거나 인정하지는 않았다.


이번 국가경제포럼에서 대중에게 공개된 상세한 푸틴 가계도에도 이들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이 가계도는 17세기 고난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가 소작농 출신임을 드러냈다.


하지만 가디언에 의하면 푸틴의 두 딸에 대한 인지도는 두 사람이 최근 몇 년간 포럼이나 업계 행사 등을 통해 점점 더 공개적인 역할을 맡으면서 더욱 커지고 있으며, 지난 포럼에서 티호노바의 연설에 이어 이번 국가경제포럼에서 두 사람이 동시에 연사로 등단하면서 전면 데뷔를 했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이들은 또 2022년부터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영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가 있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재산 중 일부가 가족들의 이름으로 숨겨져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옥중에서 사망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반부패재단은 지난 1월 보론초바가 2019∼2022년 사이 의료 회사 직원으로 1천만 달러(약 14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고 주장했다.


보론초바는 네덜란드 사업가와 결혼해 네덜란드에서 330만 달러(약 46억원) 상당의 호화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티호노바는 러시아 재벌인 키릴 샤말로프와 결혼해 프랑스 비아리츠에 방 8개짜리 빌라를 수백만 달러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티호노바 부부는 이후 이혼했다.


[두 딸의 화려한 부상, 푸틴 후계자 작업의 전초전?]


그렇다면 푸틴이 그동안 꽁꽁 숨겨왔던 두 딸을 국가경제포럼에서, 그것도 경제를 주제로 전면에 등장시킨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지난 5일, “이번 국가경제포럼(SPIEF)이 크렘린궁 고위 관리들의 2세를 위한 '쇼케이스'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크렘린궁 출신 정치분석가 예브게니 민첸코는 러시아 권력구조를 다룬 ‘구소련 정부 체제에 대한 보고서 정치국 2.0’에서 “대표적인 정치 엘리트의 공주들이 부상하기 시작됐다”고 짚었다. 한마디로 정치 엘리트로서 경력을 쌓기 위한 행보가 시작되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마리아 스네고바야 선임연구원도 “후계자에 대한 점진적인 권력 이양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 국가경제포럼(SPIEF)이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등 세계 지도자들이 연사로 참여하기도 했던 명망 있는 회의체이기 때문이다.


이번 포럼에도 서방의 지도자들이 불참하게 되자 러시아는 이를 대체하기 위해 남미, 아프리카, 인도,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섭외했다. 그러면서 짐바브웨의 에머슨 음낭가과 대통령과 볼리비아의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이 올해의 주빈으로 참석했다. 심지어 탈레반 대표단도 러시아에서 공식적으로 금지된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참석했다.



[갈수록 북한 닮아가는 러시아]


지난 2022년 11월 5일, 영국의 더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서서히 북한으로 바꾸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러시아의 북한화(North Koreanisation)’란 표현을 등장시켰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위기에 처한 푸틴 정권이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식 사상 통제와 선전·선동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면서 ‘러시아의 북한화’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크렘린에 비판적인 언론들을 모두 폐간시켰고 동시에 反 푸틴 언론인들을 무자비하게 구속시켰다. 또한 군과 전쟁에 대한 부정적 언급은 ‘허위 정보 유포’로 최고 15년형에 처하고 있다. 푸틴은 이렇게 언론자유에 재갈을 물리면서 “미국과 서방의 목적은 러시아 파괴”라며 우크라이나 침공은 ‘조국과 민족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전선동한다.


그런데 더타임스에 의하면 러시아의 북한화는 비단 언론의 자유를 말살시키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러시아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외교적 고립의 길로 들어섰으며, 또한 서방 세계로부터 제재를 자초했다. 이로인해 푸틴은 중국, 북한 등의 사상적 우방국이 아닌 서방국가의 지도자들과 사진 하나 찍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한 것 역시 김정은과 똑 닮았다.


그뿐 아니다. 툭하면 핵무력 사용을 언급하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점도 북한과 완전히 닮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전쟁은 3년 넘게 이어가고 있지만 전세가 불리해질 때마다, 또는 서방세계의 개입이 불가피해질 때마다 금과옥조처럼 꺼내드는 카드가 핵전쟁 위협이다. 푸틴의 이러한 핵전쟁 위협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27일엔 “러시아 없는 세상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며 “모두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는 극언까지 했다. 이렇게 푸틴이나 김정은이나 “나 혼자만 죽지는 않겠다”는 무뢰배식 협박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내놓을 게 그것밖에 없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측은함마저 낳게 만든다.


그런데 러시아와 북한이 닮아가는 것 중의 놀라운 점 하나는 둘 다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적 국가가 되었다는 점이다. 지금 러시아 경제는 중국 없이는 유지될 수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러시아는 이미 중국의 속국이 되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심지어 서방국가의 제재가 이어지면서 이젠 생필품마저도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해야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차지가 되었다. 이 역시 ‘러시아의 북한화’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러시아는 중국의 지원 없이는 한 달도 버틸 수 없는 최약체 국가로 추락했다. 이러한 양국간 관계를 그대로 노출시킨 것이 최근의 중러정상회담이다. 2박 3일의 국빈방문을 했음에도 베이징에서 보낸 시간은 단 하루, 그것도 회담 시간은 3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푸틴은 쫓기다시피 하얼빈으로 가서 별 의미 없는 행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중국방문이 마무리됐다.


이로써 ‘러시아의 북한화’는 확연하게 증명됐다. 괜한 영토 욕심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 ‘러시아의 북한화’를 초래한 결정적 순간이었다. 이로써 러시아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눈치를 보는 나라가 되었고,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북한의 김정은이나 러시아의 푸틴 모두 중국 시진핑의 손아귀에 놓여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것이 러시아의 현재 위상이고 또한 러시아가 얼마나 몰락했는지 그 처지를 대변해 준다.


이런 러시아가 이젠 후계자마저도 북한을 닮아가고 있다. 김정은의 후계자로 딸 주애가 거론되는 것처럼, 러시아에서도 푸틴의 후계자로 푸틴의 두 딸이 권력의 후계구도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러시아의 북한화’가 어떤 결말을 낳게 될지는 이미 북한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자본주의의 맛을 본 국민들이 대다수다. 그런 나라를 북한화를 통해 확고한 전체주의 국가로 만들어 가겠다고? 참, 푸틴의 꿈도 야무지다. 그 말은 푸틴의 마지막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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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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