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의 대만총통 축하 화답에 발끈한 중국]
중국의 전랑외교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한때 미소외교로 전환한 듯했으나 최근 들어 중국 외교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주변국과의 갈등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중국이 모두에게 그렇게 독설을 퍼붓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보다 훨씬 더 강하다고 생각하는 대상에게는 꼼짝도 못하고 끙끙 앓으며 속앓이만 하기도 한다.
지난 5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3선을 한 것에 대해 대만의 라이칭더 총통이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대만-인도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무역, 기술 및 기타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여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글을 X(옛 트위터)에 올렸다.
이에 모디 총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대만-인도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무역, 기술 및 기타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여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답글을 올렸다. 이날 모디 총리의 X에는 전 세계의 많은 지도자들이 축하인사를 올렸고 모디 총리는 일일이 답글을 달았다.
사실 이러한 정도의 축하 인사와 답글에 대해 중국이 발끈하면서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모디 총리가 대만 총통의 글에 여느 국가의 수장과 마찬가지로 답글을 올렸다는 것에 대해 즉각 항의하고 나섰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 지역에는 어떤 '총통'이라는 것이 없다”며 “중국은 수교 국가와 대만 간 어떤 형태의 공식적 상호 왕래에도 일관되게 반대해왔다”고 강조했다.
마오 대변인은 이어 “'하나의 중국' 원칙은 공인된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이자 국제 사회의 보편적 컨센서스(共識)로, 인도는 이에 대해 엄숙한 정치적 약속을 했고, 분명히 인식해 대만 당국의 정치적 기도를 경계해야 한다”며 “중국은 이미 인도에 교섭을 제출(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했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은 7일까지도 모디 총리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지 않았다. 물론 시진핑 주석이 X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일부 국가들은 서면을 통해서도 축하 인사를 보냈다. 다만 주 인도 중국 대사는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주인도 중국 대사 쉬페이훙은 X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 인도국민당(BJP) 및 BJP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DA)의 승리를 축하한다”면서 “양국, 지역 및 세계의 이익과 기대에 부응하는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중-인 관계를 위해 인도와의 공동 노력을 기대한다”고 썼다.
[중국의 거친 입, 안하무인에 독불장군 본성 그대로 드러내]
사실 언어를 구사하는 데 있어서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하는 분야가 바로 외교다. 국제무대나 국가 간 관계에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때도 직설적·단정적 표현은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외교적 언어는 완곡어법을 쓴다.
예를 들면 양자회담을 한 후에 별 성과도 없었고 각자 할 말만 했을 경우 그때도 “서로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표현한다. 또 양자간에 합의하지 못한 부분이 남아 있었다 할지라도 외교적으로는 “상당 부분 합의를 이뤘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외교의 언어는 전략적 모호성을 기본으로 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통상적 언어가 그럴진대 상대국을 직접 비난하는 일은 금물 중의 금물이다. 설사 전쟁 당사국이라도 최대한 비난을 자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상대국을 향해 강경한 입장을 드러낼 때도 “상대국에 대한 입장을 신중히 재검토하겠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말을 한다. 상대국에 대해 심지어 외교관계를 단절해야 할 정도로 초강경 메시지를 낼 때도 “자국 정부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경고를 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중국 외교부의 모디 총리의 글에 대한 반박성 발표는 외교적으로 무례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중국 외교의 본질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7월, 윤석열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무력으로 대만해협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하지 말라고 했더니 중국 외교부 대변인 왕원빈(汪文斌)이 “불용치훼(不容置喙)”라고 반응했다. 이는 “참견을 허용하지 않겠다”, 곧 끼어들지 말란 뜻이다.
사실 중국에서는 통상적으로 그런 말을 흔히 쓰는 용어라 할지라도 대한민국을 외교적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더라면 그러한 거친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자 한국 외교부가 격하게 항의를 했더니 이번에는 당시 외교부장이었던 친강(秦剛)이 나서서 “완화필자분(玩火必自焚)”, 곧 “불 갖고 놀면, 필히 스스로를 태운다”고 말했다. 친강도 원래 입이 거친 사람이고 전랑외교의 대명사로 알려진 인물이었으니까 그렇게 말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러한 말들을 외교의 현장에서 사용함으로써 떨어지는 것은 중국의 국격이고 양국의 관계만 더 썰렁해질 뿐이다.
물론 중국의 외교관들이 그렇게 거친 언사를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래야 중국내 홍위병들에게 스타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보다 강한 상대국을 향해 거칠게 대응하면서 마치 자신이 전사(戰士)로서 애국을 하고 있는 양 보여주어야 중국내에 국뽕 분위기를 일으킬 수 있고 또 그러한 외교관들이 승진도 잘 된다. 그러니 목숨 걸고 전랑외교를 하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전랑외교에 대한 자성론도 있다. 그러한 논리는 소위 원로급 외교관들의 입에서 나온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전 주미 중국대사는 지난 2021년 12월 20일 베이징(北京)에서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2021년 국제정세와 중국외교 토론회'에서 “원칙적으로 준비 안 된 싸움, 자신 없는 싸움, 오기로 하는 싸움과 소모전은 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의 무능과 태만으로 인해 인민의 이익에 손실을 입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외교관들을 보면서 “인터넷 스타가 되려고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런데 이런 점잖은 원로 외교관들의 말이 먹히지 않는 것은 시진핑 주석부터가 입이 거칠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외세가 (중국을) 괴롭히면 머리가 깨져 피 흘릴 것이다”(外勢欺負, 頭破血流: 외세기부 두파혈류)고 말했다. 주석이 그 지경이나 아래 외교관들도 그 모양인 것이다.
[젠슨 황, '대만=국가' 발언에도 아무 말 못하는 중국]
그런데 중국의 본질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대만을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여러 차례 대만을 국가로 칭했지만 중국 당국은 물론이고 심지어 그 말많은 언론들마저도 이례적으로 침묵하고 있다.
대만의 총통과 말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 인도의 모디 총리를 거칠게 몰아붙였던 중국 당국은 젠슨 황이 스스로 레드라인이라 부르는 ‘대만은 국가’라는 개념을 연이어 설파했음에도 입도 뻥긋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젠슨 황은 지난 5월 30일 타이베이의 한 식당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파트너사 경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만의 AI(인공지능)에 투자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대만이 가장 중요한 국가(country)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지난 2일에는 타이베이 국립대만대 체육관에서 한 기조연설에서 “대만과 우리의 파트너십이 세계의 AI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강조하고, 세계 지도에서 대만과 중국을 다른 색으로 표시해 화면에 띄웠다. 이는 중국이 기절초풍할 일이다. 특히 대만 표기 지도 문제는 중국이 금기 중의 금기로 여기는 사항임에도 중국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의 일부 매체들은 젠슨 황의 동정을 보도하면서 대만 관련 발언을 모두 ‘중국 대만’으로 의도적으로 고쳐 보도했다. 중국의 주요 경제 매체들이 한결같이 그렇게 변조해 보도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당국이 개입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왜 그럴까? 중국에게 있어서 AI는 앞으로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분야다. 그런데 그러한 AI에 반도체 칩을 공급하는 엔비디아의 수장을 향해 독립분자라 칭하면서 공격을 한다면 자가당착에 빠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젠슨 황에 대해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TSMC의 창업자도 그동안 여러차례 해외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대만을 국가로 말하고 중국을 강도높게 비판했지만 중국은 스스로 알아서 완곡하게 정리해 보도를 하는 기교를 부렸다. TSMC가 중국에게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중국내의 ‘샤오펀홍’이라 불리는 강성 네티즌들은 젠슨 황의 발언을 강하게 공격하면서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그러한 글에 달린 댓글이 가관이다. “엔비디아의 그래픽 카드는 대체품이 없지 않느냐”, “너희들 애국한답시고 컴퓨터에서 엔비디아의 칩을 꺼내지 마라. 저녁에 게임 못 한다.”
중국은 이렇게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강자에게는 한 없이 약한 존재다. 엔비디아의 수장을 적으로 돌리면 중국만 손해이고, 만약 젠슨 황이 중국에 대해 분노를 느끼면서 엔비디아 제품의 공급을 중단해 버린다면 중국은 석기시대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는 현실이 중국을 저렇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인도 모디 총리와 젠슨황을 대하는 중국의 이중적 태도를 보면서 생각나는 존재가 있다. ‘덩치 큰 동네 조폭’. 중국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한마디로 기본이 안 되어 있는 나라다.
-Why Times Newsroom Desk
-미국 Midwest 대학교 박사
-월간 행복한 우리집 편집인
-월간 가정과 상담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