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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 첨단무기로 도배하는 아랍, 그럼에도 군사력이 형편없는 이유? - 겉으로만 번지르한 아랍 군대, 美 첨단무기는 과시품? - 아랍국가들, 의도적으로 국방력을 키우지 않는다? - 군사력 수준이 높은 아랍 국가들도 있다!
  • 기사등록 2024-05-16 11:3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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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만 번지르한 아랍 군대, 美 첨단무기는 과시품?]


수시로 수십조원 어치의 미국 첨단무기를 수입하는 아랍국가들의 군사력은 과연 어느 정도나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신식 무기들은 엄청나게 많은데 군사적 효율성도 없고 실제 국가 방위하고는 별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국방력이 형편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천문학적인 돈을 첨단무기 구입에 사용하면서도 국방력은 왜 저 모양일까? 다 이유가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5월 11일자 발행본에서 “아랍국가의 군대들이 사실상 비효율적”이라면서 “각국 정부들이 엄청나게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국방력을 높이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려 눈길을 끌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아랍국가들은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반복적으로 굴욕을 당했다”면서 “1991년의 제1차 걸프전쟁에선 이집트는 미국 주도의 연합군에 2개 기계화 사단을 파병했지만, 이집트군이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군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자 결국 미국은 이집트군을 곧바로 철수시키고 직접 상대해야 했다”고 밝혔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다른 걸프 국가들도 소수의 병력만 제공해 미군의 작전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최근에도 사우디의 경우, 미국의 군사적 지원 속에 중동 국가들을 이끌고 2015년 3월 예멘 내전에 끼어들어 폭격과 해상봉쇄를 했지만 결국 수렁에 빠졌고, 아직까지도 예멘 반군 세력과 공식적인 휴전을 맺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랍국가들의 군사력은 왜 이렇게 허망할까?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아랍국가들의 국방예산이 적은 것도 아니고, 하드웨어가 부족한 것도 결코 아니다”면서 “걸프협력회의(GCC)에 속한 사우디아라비아ㆍ쿠웨이트ㆍ아랍에미리트ㆍ카타르ㆍ오만ㆍ바레인 6개국과 이집트ㆍ요르단 등 8개 아랍국가들의 국방비는 연간 1200억 달러(163조 8000억원)를 넘는다”고 밝혔다.


이는 30개 국가로 구성된 나토(NATO)의 지난해 국방예산 3800억 달러(518조 7000억원)와 비교해도 결코 적지 않은 예산이고, 심지어 지난해 테러집단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인해 국방예산이 뛴 이스라엘(274억 달러; 37조 4000억원)의 4배가 넘는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작년 국방예산은 미화(美貨)로 483억 달러(66조원)였다.


또한 아랍 8개국의 병력을 모두 합치면 94만 4000명(지도 참조) 정도 되고, 4800대의 전차, 1000기 가량의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아랍과 앙숙인 이란의 병력은 61만 명이다.


이와 함께 이집트와 요르단은 미국의 군사 원조를 가장 많이 받는 국가 중 하나로, 연간 약 17억 달러의 원조를 받고 있다.


이렇게 아랍국가들의 국방에 대한 투자는 결코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 국가들의 국방력이 형편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아랍국가들의 군사력이 그토록 비효율적인 것은 예산이나 장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예산의 대부분을 그들 국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비대칭성 위협과는 별로 걸맞지 않는 전투기나 허영심에 가득찬, 그래서 사실상 별로 쓸 데가 없는 멋진 무기 구입에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킹스칼리지런던의 안드레아스 크리그는 이코노미스트에 “아랍국가들이 서방 국가의 첨단 전투기를 구입하는 것은 판매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즉, 군사적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서방 군사 강국들과의 외교적 과시의 일환으로 돈을 펑펑 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 4월 카타르는 이슬람주의자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는 압박과 함께 이웃의 아랍국가들로부터 무역 제재 등의 왕따를 당했다. 이후 카타르는 모두 250억 달러(34조 1250억원)를 들여 미국의 F-15, 영국의 타이푼,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 등 고가의 전투기 96기를 구입하면서 이들 국가들의 호감을 얻었다.


그렇다면 카타르는 그러한 전투기를 제대로 운용할만한 능력이 될까? 카타르의 상비군은 2만 7500명에 불과하고, 공군은 10%도 안 된다. 3종의 서로 다른 전투기를 조종하려면 수백 명의 조종사가 신규로 필요하지만, 카타르의 연간 조종사 배출 능력은 30명 수준이다. 또 F-15는 타격 전투기(strike fighter), 타이푼과 라팔은 공중전에 특화된 전투기다.


사우디도 마찬가지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년간 사우디아라비아가 구입한 해외 무기 액수의 54%는 전투기였다”고 밝혔다. 또 2022년 12월에는 사우디가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미 의회가 對사우디 무기 판매에 제동을 걸면서, 프랑스에서 라팔 전투기를 100~200기 구매하려고 한다는 프랑스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이에 앞서, 아랍에미리트도 16억 달러, 바레인 38억 달러 어치의 F-16을 사들였다. 문제는 전투기를 구입하는데만 엄청난 비용이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무장하고 유지·보수하는 데도 추가로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또한 공군력에 대한 집착은 일반적으로 육군이나 해군과 같은 다른 부문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원유를 생산·수출하는 아랍국가들에게 있어 진짜 필요한 군대는 공군이 아니라 해군이라는 점이다. 원유와 화물의 수송을 보장할 해군력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군은 공군에 비해 한마디로 폼이 안난다. 함대는 규모가 작고 대개 해안 방어에 집중되어 있어서다.


또한 첨단 해상, 방공(防空) 체계를 위한 조기경보ㆍ요격 시스템도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거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결국 아랍국가들이 해군력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다보니 일어나는 일들이다.


이와 관련해 킹스칼리지런던의 데이비드 로버츠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아랍국가들은 스스로 해군력에 투자할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미국과 영국에 해상 방위를 의존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투자를 시작한 국가들조차 심각한 인력 부족에 직면해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실제로 카타르의 경우 이탈리아에서 7척의 전함을 주문했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660명의 수병이 추가로 필요한데, 이는 카타르 해군 병력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사실상 되지도 않은 일을 꾸미고 있다는 의미다.


[아랍국가들, 의도적으로 국방력을 키우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랍국가들은 그저 허울좋은 과시욕 때문에 국방력을 이렇게 종이호랑이로 만들고 있다고 평가해 버려도 되는 것인가? 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여기에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도사리고 있다.


여기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권위주의적인 아랍 군주들이 ‘효율적인’ 군대를 키우지 않는 정말 중요한 이유는 자국군이 자신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상황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이들 군주들은 육해공 합동작전이나 훈련을 위해 필요한 자율성을 군 지휘부에 부여하기를 꺼린다”면서 “결국 군사연습이라는 것도 고도로 짜여진 각본에 따라 진행되고, 따라서 전투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에 의하면 아랍 군대는 근위대와 분리되어 있다. 그 말은 아랍군주들이 믿는 것은 자국군이 아니라, 왕실의 엘리트 근위대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우디아리비아에는 13만명으로 구성된 방위군이 있는데, 이들은 국가 수호가 목표가 아니라 왕족들을 경호하는 개인 보호병력으로 존재한다.


이집트에서도 군대가 휴양지에서 건설 회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손을 대는 거대한 상업 제국을 운영하고 있다. 당연히 서방국가들의 군대와는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일부에선 아랍 국가들의 병력을 팔레스타인 가자 지역의 평화유지군으로 배치하자고 하지만, 이들은 이런 거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인 아메리칸엔터프라이즈인스티튜트(AEI)의 중동 전문가인 케네스 폴락은 “같은 아랍 국가들끼리 서로 협력하는데도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끼리 서로에 대해 전혀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과 2018년에 걸프협력회의 군사동맹체를 결성하자는 안이 제기됐지만, 작은 나라들은 큰 이웃나라들에게 군 통제권을 이양하는 것을 꺼려 이 방안은 흐지부지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랍국가들은 자체적인 군사동맹체를 결성하기보다는, 미국의 군사적 보호 약속을 확보하는 것에 더 우선 순위를 둔다. 이 지역의 어느 나라도 미국의 후원 없이는 전쟁을 치르는 것이 불가능해, 정보ㆍ정찰ㆍ감시ㆍ지휘통제ㆍ재급유 시설센터를 제공하는 미국에 의존하면서 지원을 받으려 한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이다.


이런 차원에서 사우디는 미국과의 방위 협정을 끈질기게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군사력 수준이 높은 아랍 국가들도 있다!]


물론 사막에는 뛰어난 군사력을 갖춘 국가들도 있다. 아랍에미리트와 요르단은 특히 특수 부대와 조종사 등 우수한 전문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2015년 에미리트 특수부대는 예멘의 항구 도시 아덴에서 복잡한 상륙작전을 수행하여 서방 관측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요르단은 인구 밀도가 높은 가자지구 상공에서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며 정기적으로 구호품을 공중 투하하고 있다. 잘 훈련된 소규모 엘리트 부대는 고무적인 군인 정신을 키워왔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의 대통령 경호대와 특수부대는 대부분 서방 장교 출신인 외국인 고문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호주 출신 장군이 지휘하고 있다.


아랍의 일부 국가들은 미국과 효과적인 공조를 한 바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저지한 것은 미국이 주도한 성과이기는 하지만 사실 아랍의 일부 국가들의 공조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아랍 일부 국가들의 방공망 시스템은 이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 석유 생산의 절반 가까이가 중단된 2019년 이후 본격적으로 통합되기 시작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걸프 지역의 방공 부대가 유럽의 웬만한 방공 부대보다 더 수준이 높다고 말한다.


또한 몇몇 아랍국가들은 2022년부터 미국 주도 하에 자국의 개별적인 레이더 탐지 시스템을 이스라엘과도 함께 연결하는 느슨한 지역 방공(防空) 네트워크에 비밀리에 참여하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화석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변하면서, 중동의 아랍산유국들이 인공지능(AI) 연구센터와 같이 첨단 군사기술 쪽으로 사회와 국가경제를 전환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걸프의 아랍국가들은 멋진 군사 장비에 투자하는 것이 민간 경제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는 이들 나라의 군사력 평판을 올리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랍국가들의 이러한 군사적 속내를 잘 모르면 중국의 시진핑 주석같이 헛발질을 하게 된다. 중국은 사우디 등 아랍국가들과 군사동맹을 맺으려 추진했고, 또 무기 판매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이 그렇게 ‘남의 다리’를 긁고 있는 이유는 이러한 중동의 군사시스템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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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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