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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본색 드러낸 시진핑, “유럽은 美와 갈라서야 한다!” - 시진핑 유럽순방 고리로 '美견제', 유럽과 갈라치기 시도 - 시진핑의 세르비아 순방, 유럽내 반미 선동에 집중 - 중국의 자화자찬, 무의미(無意味)를 덮기 위한 의미부여
  • 기사등록 2024-05-09 0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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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유럽순방 고리로 '美견제', 유럽과 갈라치기 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럽 방문의 두 번째 기착지인 세르비아에서 결국 본색을 드러냈다. 시진핑 주석이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 도착한 날 자체가 1999년 봄 발칸반도에서 나토가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 대사관을 폭격해 3명이 사망한 사건의 25주년이 되는 바로 그날이었고, 첫 도착 일성도 “절대 잊지 않겠다!”며 사실상 미국과 나토에 대한 증오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8일 “시진핑 주석이 세르비아에서 가장 오래된 일간지 Politika에 기고한 글을 통해 ‘25년 전 오늘, 나토가 유고슬라비아 주재 중국 대사관을 노골적으로 폭격하여 중국 언론인 3명이 사망했다’고 언급한 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그런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며 미국에 대한 이 지역의 지지 균열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9년 나토의 유고슬라비아 폭격 당시 미국의 미사일 공격으로 중국인 기자 3명이 사망했는데, 백악관은 나중에 이를 실수라며 잘못된 지도 탓으로 돌렸다. 다시말해 미국은 그 건물이 유고슬라비아 군수품 공급국 조달 본부라고 판단해 폭격을 가했으나 실제로 중국 대사관이었던 것이다. 이 사건은 중국 전역에서 광범위한 반미 시위를 촉발시켰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미국 주도 단체에 대한 중국의 불신을 공고히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시진핑 주석의 이같은 발언은 이번 유럽 방문의 주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해 준다. 사실 프랑스의 에마뉴엘 마크롱 대통령과의 회담은 세르비아 방문을 위한 ’에피타이저‘에 불과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8일, “시진핑과 마크롱 회담에서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단 하나, 프랑스의 명품 코냑을 선물한 것 뿐이었다”면서 양자 회담 성과에 대해 혹평을 했다. 물론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에 대해 전쟁 무기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이미 미국에게도 언급했던 사안이라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올림픽 기간 중의 휴전을 서로 합의했지만 이 역시 특별한 사항은 아니었다.


오히려 마크롱이나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 등은 중국의 과잉무역 등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고 또한 중국의 공정한 무역을 촉구했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마크롱과 폰 데어 라이엔으로부터 오히려 무역 관행과 관련된 협공을 받았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시진핑 주석이 유럽의 반 중국 움직임, 곧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조사와 관련된 압박과 유럽과 미국간의 균열을 찾아 그 틈새를 벌이려 했지만, 어느 것 하나 시원스럽게 해결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시진핑 주석의 프랑스 방문에 마크롱 대통령이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함께 회담장에 앉은 것도 시진핑 주석의 유럽 분열 시도를 눈치채고 일부로 단결된 모습을 과시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소리(VOA)는 프랑스내 외교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시진핑 주석의 프랑스 방문과 관련해 외교계는 매우 신중하다”면서 “시진핑이 파리 정상회담을 이용해 유럽연합(EU) 국가들을 분열시키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시진핑 주석은 유럽 내에 분열의 씨를 뿌리려 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많은 분열 시도를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WSJ의 지적대로 시진핑 주석이 프랑스를 방문한 가장 큰 이유는 독자적인 유럽 안보 구축을 천명하면서 유럽내 다른 국가들과도 일부 마찰이 있으며 미국과도 각을 세우고 있다는 점 때문에 그 칼날을 이용해 유럽간, 그리고 미국과 유럽 사이에 갈라치기를 해보려 했지만 결과는 시진핑의 완전한 판정패로 마무리된 듯 보인다.


[시진핑의 세르비아 순방, 유럽내 반미 선동에 집중]


그리고 시진핑의 유럽 순방 2차전을 세르비아에서 펼치려 하고 있다. 우선 시진핑 주석이 이번 유럽 순방에서 세르비아와 헝가리를 선택한 것은 유럽내에서 가장 친중적 국가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두 나라를 고리로 하여 유럽내에 反美親中의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분명한 의도가 담겨 있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시진핑은 이번 세르비아와 헝가리 방문을 통해 대대적인 경제협력을 약속하고 이를 통해 유럽 사회로의 진출 통로를 개척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진핑의 전략은 한마디로 패착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5년만에 유럽을 찾는 시진핑 주석이 겨우 방문할 나라가 세르비아와 헝가리 밖에 없다는 것이 중국 외교의 한계이기도 하다. 그만큼 시진핑 주석을 반기는 나라가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소리(VOA)는 “중국이 더 중요한 유럽 국가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중국과 유럽 관계가 직면한 더 큰 어려움을 반영한다”면서 “중국은 세르비아, 헝가리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고 세르비아와 헝가리는 모스크바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이는 더 많은 유럽 국가들이 중국이 모스크바와 너무 가깝다고 보고 빠른 속도로 중국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뿐 아니다. 시진핑 주석이 헝가리를 방문하는 것 또한 유럽사회로부터 중국을 더 거리를 두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헝가리는 사실 유럽연합(EU)의 이단아라고 해도 좋다. 그만큼 친러시아 국가이고 사사건건 EU의 의사진행을 발목잡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헝가리를 시진핑 주석이 방문한다는 것은 유럽사회로 하여금 동일한 수준의 지도자로 평가하게 만든다.


이는 또한 헝가리가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뭔가를 구상한다는 것 자체가 유럽연합으로부터 더더욱 거리두기를 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동시에 유럽연합이 중국에 대해 더욱 경계하게 만드는 계기도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국 외교의 커다란 패착이라는 의미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이번 시진핑의 헝가리 방문이 反중국 분위기를 오히려 고조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슬로바키아 기반 싱크탱크 글롭섹(Globsec)이 동유럽과 중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체코와 발트해 연안 국가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헝가리에서도 26%만이 시 주석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의 헝가리 방문으로 인해 친유럽 성향의 야당들이 들고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오르반 정부가 중국과 맺은 헝가리-세르비아 철도 프로젝트에 대한 계약을 기밀로 분류하여 야당 세력 사이에서 부패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헝가리내의 반 중국 성향은 거세다. 2024년에 개교할 예정이었던 푸단대학교 부다페스트 캠퍼스는 이전 시위로 인해 무기한 보류된 상태이다.


또한 헝가리 야당 지도자이자 부다페스트 시장인 카라소니 게오르거이는 캠퍼스 인근 4개 거리를 ‘광푸(光復) 홍콩 도로’, ‘달라이 라마 도로’. ‘위구르 순교자의 길’로 이름을 바꿨다. 이 모두 중국이 알면 기절초풍할 이름들로,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인권 상황이 좋지 않은 중국 정부와 오르반 정부가 협력하는 것에 항의하는 의미로 명명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시진핑 주석의 헝가리 방문이 어떠한 후유증을 몰고 올지도 주목거리다.


[중국의 자화자찬, 무의미(無意味)를 덮기 위한 의미부여]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시진핑의 유럽 순방 성과를 바라보는 중국내의 시각이다. ’중국 공산당의 거친 입‘으로 불리는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사설을 통해 “유럽 국가들이 전략적 독립을 입증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시진핑 주석의 이번 순방이 유럽을 분열시키는 강력한 의미가 있음을 노골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회담이 끝난 후 8일 논평에서는 “중국과 프랑스 양국이 농업 과학·기술과 교육, 농촌 발전, 포도 재배 및 와인 제조, 농식품 등 분야 협력을 합의했다”면서 “중국-프랑스 농업 무역의 성공적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과 미국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타임스의 이러한 논평은 한마디로 마크롱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간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원하는 것을 전혀 얻지 못했음을 말해 준다. 그러다보니 시시콜콜한 농산물 관련 합의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실 시진핑 유럽 순방의 본질을 대대적으로 흐리면서 아주 조그마한 성과를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타임스가 소개한 최대의 외교 성과는 사실 외교부장관 정도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한 문제를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을 통해 해결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 같은 일이다. 그 말은 시진핑 주석의 프랑스 순방에서 서로 합의된 것도 또한 중국 인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할 거리가 없었다는 것을 뜻한다.


[시진핑의 유럽 순방, 중국의 이미지만 더 구겼다!]


시진핑의 유럽 순방은 한마디로 유럽의 전략적 독립을 부추기면서 유럽과 미국의 갈라치기를 시도했으나 프랑스는 이미 그러한 시진핑의 뜻을 간파하고 오히려 역공을 가했으며, 세르비아 방문에서 25년전의 사건을 꺼내들면서 호기롭게 반미를 외쳤지만 그에 대한 유럽의 반응은 시큰둥했다고 설명할 수 있다. 전혀 반향을 일으키기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시진핑은 마크롱을 오해했다. 마크롱이 지난해 4월, 중국을 방문하기 전 언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유럽은 결코 미국의 가신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독자적인 유럽안보 구축을 천명한 것에 대해서도 시진핑은 진의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중국 좋을대로만 해석을 했다. 그것이 이번 유럽 순방에서의 패착을 가져온 근본적 원인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중국 당국은 이러한 외교전의 성과를 제대로 분석할 능력도 없을 것이다. 집단 세뇌된 이들이 시진핑을 둘러싸고 있어서다. 그러니 중국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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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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