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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6-22 13: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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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의 핵심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우방은 늘리고, 적국은 줄인다”일 것이다.

더욱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방국과의 협력은 강화하고, 적대국과의 대결은 완화시킨다”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외교는 그 방향으로 가는가?

사람에 따라 당연히 평가는 다양하겠지만, 저의 평가는 반대로 가는 것 같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신뢰할만한 우방이 있고, 그 관계가 강화되고 있는가?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로 스스로 인정하듯이 동맹국임에도 미국과의 협력관계는 옛날만큼 공고하지 못하고, 일본과는 냉전 때 협력해왔고,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같이하면서도 견원지간(犬猿之間)이 되어 말도 섞으려 하지 않는다.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정부 영빈관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와 만나 인사하고 있다. 【모스크바(러시아)=뉴시스】


중국과의 대결관계를 완화시키고자 노력해왔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고 있지만 특별한 관계개선이 있을 가능성은 낮고 러시아는 지금까지 한번도 우리 편을 들어준 적이 없다.


반대로 북한을 한번 보자.

북한은 “우방은 늘리고, 적국은 줄인다” 또는 “우방국과의 협력은 강화하고, 적대국과의 대결은 완화시킨다”는 외교의 핵심적인 사항들을 단기간에 많이 실현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일거에 회복하였고, 러시아와 여전히 가까운 관계이며, 얼마전까지 철천지 원수라고 비난하던 미국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가 좋지는 않지만, 한국만큼 감정적으로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최근에는 일본이 오히려 북한에게 접근하고 있다.

남한과 북한 중에서 누가 외교를 잘 하고 있는가?


현재의 우리 외교를 보면서 한말에도 유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청나라, 러시아, 일본의 사이에서 조선은 어느 국가가 우방이고, 어느 국가가 적인지도 제대로 분간하지 못했고, 결국 어느 나라로부터도 확실한 지원을 받지 못하였고, 결국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다. 미국과는 관계는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군함을 불태우면서 끝났다.


조선이 이와 같이 외교관계가 서투르니 청나라의 외교관인 황준헌은 “연작처당(燕雀處堂)”이라고 걱정하면서 “친중국(親中國)ㆍ결일본(結日本)ㆍ연미국(聯美國)”이라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그 방향이 타당하냐와 상관없이 황중헌이 제시한 바는 러시아 외에는 모든 국가들을 우방국을 만들고, 그들과의 관계를 강화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것을 자주에 대한 훼손으로 인식하여 대규모 “위정척사(衛正斥邪)” 운동이 일어났으니....나중에 후세들이 현재의 한국 외교를 한말의 외교와 매우 다르다고 평가할까?


손자병법에도 보면 최상의 대응책은 적의 의도나 전략을 무력화시키는 것이고, 그 다음은 적의 외교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上兵伐謨 其次伐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외교와 북한의 외교를 비교해볼 때 누구의 외교가 무력화되고 있고, 누구의 외교가 살아나고 있는가?

남북 간의 경쟁에서 벗어나 봐도 과연 이러한 외교가 타당한가?


우리는 국제관계에서는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고 말한다.

이것은 감정은 버리고 오로지 국익에 따라 외교관계를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한미동맹보다는 자주를 더욱 중시하고 있고, 한일관계보다는 과거사 정리를 우선시함으로써 동맹도 우방국도 약화시키고 있다.


사드 배치에 관한 내정간섭까지 인내했지만 중국은 우리에게 전혀 협조적이지 않고, 러시아와는 관계 자체가 그다지 없다.


태영호 공사가 말한 북한의 “저팔계 외교”가 감정은 전혀 고려치 않는 국익 중심의 외교이고, 그래서 현재 북한이 저와 같은 외교적 성과를 거두는 것 아닌가?


눈을 감고, 우리 외교의 현주소를 한번 점검해보자.


적국이 몇 또는 어느 국가이고, 우방국이 몇 또는 어느 국가인지부터 한번 세어보자. 확실한 적국, 적국의 우방, 동맹국, 우방국으로 한번 구분해보자.


다른 사람은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지만 나의 염두 판단에 의하면 우리의 우방으로는 동맹국인데 다소 멀어지고 있는 동맹국 하나밖에 없는 듯하다.


이러고서 외교하고, 이러고서 벌교한다는 것인가?

방대한 조직과 인원을 가진 외교부가 불철주야 노력하면서도 이 정도의 성적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우리의 정치만큼이나 우리의 외교도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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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휘락 논설위원 박휘락 논설위원의 다른 기사 보기
  •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원장)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국제정치 박사
    미국국방대학교 대학원 국방안보 석사
    2014~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원장
    2012~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부교수
    1978~2009 대한민국 육군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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