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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6-22 11: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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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식 제로섬 사고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격차, 불평등, 양극화, 경제민주화 담론으로 부활
-“한국의 불평등은 소득 및 임금격차에서 비롯되며, 그 책임은 결국 재벌대기업에게 있다”는데
-지배적인 사상이 삼성 등 우량기업을 악의 원흉처럼 생각하면 기업들은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

▲ 삼성전자의 수원 사업장인 삼성 디지털시티.


삼성의 악덕을 까발리는 기사였다면, 페북 담벼락을 도배했을 텐데…

삼성의 선업을 보도한 기사여서인지 링크 거는 사람이 별로 없구나!


  [관련기사: 삼성전자, 매출 87% ‘해외에서’…세금 81%는 ‘국내에’]


얼마 전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을 했는데, 전형적인 깨시민 인상(착하고 순진하고 단순하고 격정적인 인상)의 청년이 그랬다.


이 모든 것은 이명박근혜 9년 탓이고, (불평등, 양극화는) 삼성 탓 아니냐고 확신에 차서 말했다.

나는 어이상실!


폐쇄적 농업경제에서는 부자(지주)의 부는 거의 빈자(소작농)의 몫을 착취한 것이다.

황무지라도 개간했다면 이런 사고방식은 좀 순화되었을 텐데… 조선은 그렇지 않았다.


제로섬이었다.

뿌리깊은 제로섬적 사고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격차, 불평등, 양극화, 경제민주화 담론으로 부활하고 있다.

한마디로 착취론 내지 빨대론이다.

해외에서 돈을 벌어온다는 개념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개념도 없다.


청와대에 앉아 국가 경제 정책을 주무르는 장하성의 사고방식이 대표적이다.


<한국자본주의>와 <왜 분노해야 하는가>(부제 Capitalism in Korea 2)를 통해 토해낸 장하성의 지론은 이렇다.


‘한국에서 불평등의 근원은 재산의 격차보다는 소득의 격차에서 비롯되며, 이는 임금격차가 주요 원인이며, 임금의 격차는 고용의 격차와 기업 간 불균형에서 비롯되며, 이 책임은 결국 재벌대기업에게 있다.’


이 논리의 중간 단계를 생략하면 결국 결론은 한국 불평등의 핵심 원흉은 재벌대기업의 탐욕 내지 불법적 빨대질이라는 얘기다.


‘한국에서 불평등의 근원은 고용의 격차와 기업 간 불균형에서 비롯’된다는 것까지는 공감한다.

문제는 ‘재벌대기업 탐욕’ 원흉론이다.

재벌대기업이 전혀 책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의 진단(책임)은 너무 과도하고, 대안은 전혀 아니라는 얘기다.


그의 지론은 신문 인터뷰 등에서 집약적으로 나타나는데, 노동개혁 반대를 외치며 민중총궐기 시위에 나서는 사람들의 구미에 딱 맞는 얘기다. 논법을 한번 보자.


“한국은행 자료 등을 분석해보면, 100대 기업은 전체 고용에 딱 4%만 기여한다.

중소기업은 70%다.

그런데 고용은 딱 4% 하는 자들이 전체 이익의 60%를 가져가는 구조다.

중소기업은 그 절반밖에 못 가진다.

임금 불평등은 고용 불평등에서 온다.”


“(문제의 핵심은) 대기업도 아니고 초대기업 일부의 곳간이다. (중략)

고용 유연화로 비정규직이 생겼고, 임금은 동결됐고, 30대 재벌 중 16개 군데가 망하고 나머지가 시장을 장악하며 대기업 집중은 심화했다.”(한국일보, 2015.12.4)


    [관련기사: 장하성 “청년들이여, 제발 아프지만 말고 분노하자”]


어쩌자고 삼성은 이렇듯 해외에서 돈을 잘 벌어오나?

삼성이 순환출자 해소했지만(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돈은 잘 못버는 LG전자처럼, 90년 한 우물만 판 유한킴벌리처럼 했다면 어땠을까?


지금 삼성이 만들어낸 가치도 없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지금보다 훨씬 가난했을 것이다.

심지어 일자리가 없어서 피를 팔면서 연명해도 격차는 줄었을 것이고 삼성도 욕 대신 칭송을 받았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친일 청산이 문제가 아니라 조선 사림정치 청산이 문제다.


살면서 보니 결국 문제는 사고방식, 즉 사상이더라.

지배적인 사상이 삼성 같은 기업을 악의 원흉인 것처럼 생각하면, 삼성 같은 우량기업은 결국 없어지게 되어있다.


국민기업 운운하며 국유화되거나, 핵심 가치생산사슬을 해외로 옮기거나, 파산하거나… 민주주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위대한 수령(대통령)이 성군이 되어 내 삶을 책임져 달라고 하면, 결국 이씨 조선이나 김씨 조선이 된다.

찢어지게 가난한 싱가포르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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