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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전략적 재앙’이 되어버린 중국의 인도 영토 강탈 - 中-印 영토분쟁, 체면 잃지 않으면서 해결해야 하는 시진핑 - 중국의 인도 영토 침범으로 격화된 양국간 분쟁 - 평화적 해결 방안 찾는 모디, 방관하는 시진핑의 딜레마
  • 기사등록 2024-03-26 11: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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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印 영토분쟁, 체면 잃지 않으면서 해결해야 하는 시진핑]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분쟁 등으로 세상의 이목을 끌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 중국과 인도 사이의 긴 히말라야 국경에서 벌어지는 군사적 대치 상황은 그야말로 언제 무력충돌로 이어질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이 문제가 긍정적으로 해결되지 아니하면 중국은 외교적으로나 여러 면에서 엄청난 손실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중국이 과연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주목된다.



일본의 닛케이아시아(Nikkei Aisa)는 지난 22일, “중국의 인도 영토 점령은 전략적 재앙이 되었다”면서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은 체면을 잃지 않으면서 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이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으로 인해 요즘 국제적인 헤드라인을 장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협은 무시할 수 없다”고도 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주 S.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은 중국 국경 상황을 “매우 긴장되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전쟁 가능성에 대비해 병력과 무기 배치를 크게 늘리고 있다.


[중국의 인도 영토 침범으로 격화된 양국간 분쟁]


5년째에 접어든 현재의 교착 상태는 2020년 4월,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얼음이 녹아 히말라야 진입로가 재개되기 직전에 중국이 인도 최북단 라다크 영토를 침범하면서 촉발되었다.


그리고 올해 봄의 해빙과 중국의 새로운 도발 가능성을 앞두고 인도는 추가로 1만 명의 병력을 국경으로 이동시켰다. 이에 대해 기리다르 아라마네 인도 국방장관은 지난달 “2020년에 직면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우리는 항상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도의 대응에 따라 중국 역시 병력을 확대하고 열악한 국경 지대를 따라 전쟁 관련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는 산 중턱에 터널과 갱도를 뚫어 지휘소를 설치하고, 병력 대피소와 무기 저장 시설을 강화하는 것이 포함된다.


또한 남중국해에 만든 인공 섬과 같은 역할을 하는 새로운 군사화 국경 마을에 정착민을 배치하여 전진 군사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약 10만 명의 병력이 국경 최서단 라다크 지역을 따라 대치하게 된 것이다.


또 다른 핵심 지역은 티베트, 부탄, 인도 시킴 주의 국경이 만나는 취약 지역으로, 인도 북동부와 인도 심장부를 연결하는 구부러진 길 때문에 ‘닭의 목(the chicken neck)’이라고 불리는 폭 22킬로미터의 회랑이다.


이 회랑은 중국의 부탄 남서쪽 국경지대 침범으로 인해 취약성이 증가했으며, 현재 ‘치킨 넥’은 잠재적으로 중국의 장거리 재래식 무기의 타격 거리 내에 있다.


또한 티베트와 인도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의 긴 국경을 따라 동부 히말라야 산맥에서 병력 대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티베트의 망명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역사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인도 주를 티베트의 일부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이곳은 오랫동안 군사적으로 엄격하게 통제된 지역이었다.


문제는 국경 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한 회담은 거의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인도 육군 대장 마노즈 판데 장군은 중국이 라다크 침략을 철회할 때까지 대치가 계속될 것이라며 이전 국경선 복원을 ‘우리의 첫 번째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평화적 해결 방안 찾는 모디, 방관하는 시진핑의 딜레마]


이와 관련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중국의 침략으로 국경 지역을 잃은 것에 대한 국내의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계속해서 협상을 통한 위기 종식을 모색하고 있다.


모디 정부는 수많은 중국 앱을 금지했고, 특정 중국 기업의 투자를 차단했으며, 세금 및 외환 위반 혐의로 다른 기업에 대한 단속을 시작했지만, 북쪽 이웃 국가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그 결과, 국경 대치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對인도 연간 무역 흑자는 계속 증가하여 이제는 인도의 연간 국방비보다 더 커졌다.


모디 총리는 2022년 11월과 2023년 8월 다자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 위기를 논의했지만 해결할 수 있는 실타래는 풀지 못했다. 이에 대해 자이샨카르는 이달 초 뉴델리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합의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시진핑 주석은 체면을 잃지 않고 히말라야 군사 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4년 동안 수만 명의 중국군이 히말라야 국경을 따라 극도로 열악한 환경에 배치되어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를 오래 끌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저 방치해 둘 수도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딜레마가 있다. 시진핑 주석이 모디 총리와 중국의 영토 침략을 원래대로 되돌리기로 합의한다면, 그는 애초에 왜 침략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의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교착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면 중국이 인도를 영원한 적으로 만들 위험이 커지고, 이는 중국의 글로벌 및 지역적 야망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이미 인도의 강력한 군사적, 전략적 대응을 예상하지 못했고, 이 교착 상태로 인해 뉴델리가 워싱턴과 더 가까워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또한 지난주 인도가 대륙간탄도미사일 한 발에 독립적으로 표적이 되는 핵탄두를 여러 개 탑재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비행 실험에서 볼 수 있듯이 대대적인 군사력 증강과 현대화 추진에 시동을 걸었다.


인도는 중국과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교착 상태가 시작된 이후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 잠수함과 항공모함을 공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미사일-어뢰, 레이더가 장착된 방공 시스템을 파괴하는 대방사 미사일, 핵탄두 또는 재래식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차세대 중거리 탄도 미사일 등 여러 첨단 미사일 시스템을 시험했다.


인도는 또한 미국, 프랑스 등으로부터 주요 무기 시스템을 수입하고 있다. 11월 라즈나트 싱 국방부 장관은 미국 측에 양국 정부가 “중국의 침략에 대응하는 것을 포함한 전략적 문제에 대해 합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와 미국과의 동맹 강화는 의심할 여지없이 시진핑을 걱정스럽게 만들고 있다.


특히 중국의 침략을 특징짓는 스텔스, 기만, 기습의 요소가 없다면 인민해방군은 히말라야 전쟁에서 인도 군대를 이기기 어려울 것이다. 만약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중국군이 반드시 승리한다는 보장은 결코 없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인민해방군은 징집병에 크게 의존하는 반면, 인도는 세계에서 산악전 경험이 가장 많은 것으로 평가받는 자원 봉사자들로 구성된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중국에게는 취약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은 반드시 인도와 화해하면서 서로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하지만 중국의 영토 야욕이 이 모든 꽃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시진핑은 지금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내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을 가진 중국과 인도는 이웃으로서 평화롭게 공존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분출되고 있지만 문제는 시진핑의 목에 방울을 달 사람도 없고 시진핑의 영토 욕심을 꺾을 수 있는 그 어느 누구도 없다는 데 한계가 있다.


닛케이도 이와 관련해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이 집권하는 동안 가장 인구가 많은 두 국가 간의 화해가 가능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정리했다.


[인도-중국 갈등은 필연적, 이유는?]


사실 중국과 인도 국경이 이렇게 불안한 이유는 중국과 인도간에 분명한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가 3488km에 걸쳐 서로를 마주하고 있지만 국경의 실체는 없고 모호한 실질 통제선(LAC, Line of Actual Control)을 경계로 맞선 상태다.


인도는 1962년 두 나라 사이의 전쟁이 끝난 후 중국인들이 철수한 곳까지 지배권이 확대되는 것을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그들의 통제권이 전쟁 전인 1959년에 중국군이 가졌던 곳까지 확대된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동쪽의 아루나찰 프라데시(Arunachal Pradesh, 약 9만㎢), 서쪽의 악사이 친(Aksai Chin, 3만8천㎢)고원이 중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는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이렇게 일부 지역들에서 양쪽이 주장하는 실질 통제선(LAC)의 위치가 달라 분쟁이 생길 때마다 서로 상대가 자신의 영토를 침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양국은 국경에서의 분쟁으로 인한 충돌을 막기 위해 국경에 주둔하고 있는 군대는 총을 소지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규정마저도 지난 2022년 중국군에 의한 잔혹한 충돌, 곧 5월 판공호 난투극, 인도군 20명과 중국군 4명이 숨진 6월 갈완 계곡 '몽둥이 충돌', 9월 45년 만의 총기 사용 등 라다크 지역에서 여러 차례 충돌로 인해 현장의 지휘관들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바뀌어 버렸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군사안보와 영토분쟁을 연구해 온 미국 MIT 대학의 테일러 프레이블 교수는 “중국의 입장이 갈수록 더 강경해지고 분쟁지역들은 언제든 긴장이 고조될 수 있는 열점(hot spot)이 되고 있다”면서 “중국은 강해진 국력을 바탕으로 자국의 입지나 장악력을 계속 강화해 나가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그러한 중국이 인도라는 또다른 괴물을 만나면서 중국의 산술이 벽에 부딪쳤다는 점이다. 인도 또한 만만치 않게 비약적 성장을 하면서 중국과 맞짱을 뜨려하고 있어서다. 그렇다보니 시진핑의 입장은 날이 갈수록 더 난처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과 인도간의 국경 분쟁은 점점 더 중국 입장만 불리해지는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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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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