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모스크바 테러 공격이 푸틴에게 치명적 타격을 주는 이유? - 충격에 빠진 모스크바, '강한 러시아' 푸틴에 흠집 - 당황한 푸틴, 증거도 없이 “우크라이나가 배후” 주장 - 테러 사전 경고했던 美, 푸틴은 무시했다
  • 기사등록 2024-03-25 02:33:45
  • 수정 2024-03-25 02:35:57
기사수정



[충격에 빠진 모스크바, '강한 러시아' 푸틴에 흠집]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에서 일어난 무차별 총격과 방화 테러로 인해 모스크바가 충격에 빠졌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분노를 표시했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모스크바의 일을 우크라이나로 떠넘기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고,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자신들의 소행이라 말했다.


문제는 이 끔찍한 모스크바 테러가 푸틴의 앞날에 미칠 영향이다. 당장 ‘강한 러시아’를 앞세워 왔던 푸틴의 안보 약속이 무너지면서 푸틴의 앞날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자 지면을 통해 “치명적인 모스크바 테러로 인해 러시아인에 대한 푸틴의 안보 약속이 산산조각 났다”면서 “모스크바 외곽에서 발생한 비극은 선거에서 승리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자신감의 기운을 타고 있던 지도자에게 타격을 입혔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불과 1주일 전 푸틴은 5선 연임에 성공하며 국가와 전 세계에 자신이 확고한 통치권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었지만 최고의 보안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모스크바에서 지난 20년 만에 가장 치명적인 테러 공격을 막지 못했다는 뼈아픈 반전이 찾아왔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선거 이후 푸틴이 러시아 생존의 핵심으로 꼽고 최우선 과제로 삼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푸틴에게 주는 충격은 더욱 크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정치학자인 알렉산드르 키네프는 NYT에 “이번 선거는 겉보기에는 자신감 있는 승리를 보여준 듯 보였지만 자신감 넘치는 승리의 배경에 푸틴에게는 치명적인 굴욕이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당황한 푸틴, 증거도 없이 “우크라이나가 배후” 주장]


이번 사건에 대해 푸틴이 엄청나게 당황하고 있다는 것은 우선 최소 133명이 사망한 최악의 테러가 발생했음에도 무려 19시간 넘게 침묵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그 시간 동안 이 사건의 배후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었음에도 5분짜리 대국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가 비극의 배후에 있음을 암시하고 “가해자들이 한때 점령지에서 학살을 자행했던 나치처럼 행동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푸틴의 이러한 주장을 러시아 국민들이 얼마나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푸틴이 IS의 소행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배후에 있다고 주장하는 그 속내를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만약 IS의 소행이 맞다면 푸틴의 러시아는 당장 우크라이나와도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IS라는 테러 세력이 모스크바 한 복판에서 암약하도록 방치하고 심지어 모스크바의 안전도 책임지지 못한 것에 대해 러시아 국민들이 질타할 수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하고 러시아 국민들로 하여금 우크라이나에 대해 증오심을 갖도록 만들면서 공격의 칼날을 다시 세우는 쪽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려 하는 편이 좋다고 판단해서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푸틴의 주장이 러시아 국민들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푸틴의 정치적 신뢰에도 상당한 치명타를 안기게 될 공산이 크다. 푸틴이 내세우는 ‘강한 러시아’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당장 우크라이나는 푸틴의 이러한 주장에 “우리는 무관하다”며 즉각 선을 그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총격 테러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제기하는 러시아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 밤 텔레그램에 “어제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일로 푸틴 대통령 등 쓰레기들은 모두 다른 사람을 비난하려고만 한다”며 “그들은 늘 같은 수법을 쓴다”고 밝혔다.


이날 푸틴은 대국민 연설에서 “검거된 용의자들이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고,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들은 우크라이나 도시를 불태우면서 우크라이나를 비난하고, 우리 국민을 고문하고 성폭행하면서 우리를 비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무가치한 푸틴 대통령은 하루 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이번 일로 러시아 시민을 상대하는 대신 우크라이나로 떠넘길 방법을 생각해냈다”며 “모두 뻔하게 예측가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테러 사전 경고했던 美, 푸틴은 무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이번 테러가 일어날 것임을 미국은 이미 감지했고, 또한 사건 발생 사흘 전에 러시아에 경고까지 했음에도 푸틴이 이를 막지 못했다는 점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이달 초 모스크바에서 콘서트장을 포함해 대형 모임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리스트 공격 계획에 관한 정보를 입수했다”며 “이에 따라 미 국무부는 러시아 내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주의보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왓슨 대변인은 이어 “미국 정부는 '경고 의무'에 관한 정책에 따라 러시아 당국에도 이 정보를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미 정부 당국자도 이날 로이터에 “우리는 러시아에 적절하게 경고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미국의 경고에 대해 러시아 당국은 오히려 러시아인을 불안하게 만들기 위한 협박이라며 이를 일축했다는 점이다. NYT에 따르면 푸틴은 이번 테러가 발생하기 사흘 전인 19일 미국 대사관의 대피 성명이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명백한 협박”이라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심지어 미국마저 미리 알고 있었고 러시아 당국에 경고까지 했음에도 푸틴이 이 사건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푸틴을 향한 비난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우선 러시아 내부의 일에 대해 미국도 알고 있었는데 정작 최고의 안보시스템을 자랑하는 러시아 정보기관은 물론 러시아 정부 어느 누구도 이러한 사건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러시아의 안보능력에 심각한 구멍이 있음을 말해 준다.


이에 대해 NYT는 “푸틴이 실제 폭력적인 테러리스트로부터 사회를 안전하게 지키기보다는 거대한 보안 서비스를 통해 반체제 인사, 언론인, 크렘린궁의 ‘전통적 가치’에 위협이 된다고 간주되는 모든 사람을 추적하도록 지시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또한 NYT는 망명한 러시아 군사 분석가 루슬란 레비예프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서 “대테러 특수부대가 온라인 댓글을 다는 사람들을 쫓고 있다보니 정작 테러리스트들은 더 자유로울 것”이라고 썼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러시아 당국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러시아 국영언론을 비롯해 푸틴 옹호론자들은 ‘무조건 우크라이나 배후’로 몰고가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에서 가장 잘 알려진 극보수주의자 알렉산드르 두긴은 국영 채널 1의 프라임 타임 텔레비전 토크쇼에서 “우크라이나 지도부와 서방 정보기관의 꼭두각시들이 이번 공격을 조작한 것이 확실하다”고 선언했다.


두긴은 이어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기 위해 이번 사건이 벌어졌다”면서 “러시아인들에게 푸틴 대통령의 대 우크라이나 전쟁에 단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학자인 키네프는 “국가 안보, 안전한 국가라는 단어는 항상 푸틴이 내세운 집권의 이유였기 때문에 이번 사건으로 인해 많은 러시아인들이 충격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집권 초기였던 지난 2004년 베슬란 학교 테러가 있었는데 이 일 이후로 러시아인들의 자유를 일정 부분 후퇴시키는 명분으로 삼았다.


[“푸틴 손에 무슬림 피 묻어”, 수년 간 러 노린 ISIS-K]


한편,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고 나섰다.


2014년 말 아프간 동부에서 조직된 ISIS-K는 IS 지부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단체로, 모스크 등 공공시설에 대한 무차별적 테러로 악명을 떨쳤다. 지난 1월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 4주기 추모식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도 이 단체 소행이었다.


외신들은 “푸틴이 체첸 등지에서 잔혹한 군사작전을 벌이고, 구(舊)소련 시절 아프간 침공 당시 무슬림을 상대로 잔학행위를 자행했기 때문에 ISIS-K가 최근 몇 년간 푸틴 대통령을 비판해왔다”고 전했다.


NYT도 미국 안보 컨설팅 업체 수판그룹의 대테러 전문가 클라크의 말을 빌어 “ISIS-K는 러시아가 아프간, 체첸, 시리아에 개입한 것을 언급하면서 크렘린궁이 무슬림의 피를 손에 묻히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고 덧붙였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도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IS에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hytimes.kr/news/view.php?idx=1824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